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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읽는 밤
장샤오헝 지음, 이성희 옮김 / 리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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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샤오헝 (지은이) | 이성희 (옮긴이) | 리오북스 | 2015-12-24

 

 

 남겨진 생각들  

 

 

 제목이 예쁘다. '밤'과 '철학'이라는 단어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속지를 들춰보게 할 멋진 조합이 아닌가. 하루 24시간을 조각조각 내어 빠르게 스쳐 가는 지금의 시대, 얼마 남지 않은 자유시간에 오로지 자신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철학'할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밤에 철학을 한다'는 부푼 기대감과 함께, 어렵겠지만 깊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을 안고 책을 열었다. 그러나 부담감은 금세 사그라졌다. 철학적 개념을 속속들이 설명하며 머리를 쥐어짜게 하는 깊이 있는 철학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인생학'에 가까웠다.

 

 

 '인생학', 흔히들 자기계발서라고 부르는 이런 책들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나는 책에서 좋은 것은 뽑아들이려 노력하는 편이다. (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성향 자체가 현실에 안주하고 그다지 큰 도전은 하려 들지 않으며, 목표지향적이거나 큰 의지가 없는 편이어서, 정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런 부류의 책들을 집어 드는 습관이 있다. 단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뜬구름잡기식의 교훈이거나, 비슷한 말을 반복해서 계속 전한다거나 하는 식의 자기계발서인데, 『철학 읽는 밤』은 그런 책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인생학'이지만 '동양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어 나름의 분위기가 있달까.

 

 

 저자 '장샤오헝'은 중국인들의 정신적 스승인 원로학자 '지셴린', 대문호 '루쉰' 등 '북경대학교'를 스쳐 간 인사들의 발언이나 명언들을 중심으로, 구전된 이야기들까지 이 책에서 다양하게 전한다. "당연한 것 아냐?"라고 되물을 수 있는 교훈도 있지만, 동양철학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강인한 인생학을 담은 교훈들은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잡아주는 것들이 많다. 소박함과 초연함, 평정한 마음, 포부를 향한 꾸준함, 인생의 진리를 설명하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기억에 박혔다. 특히,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다"라는 9장의 소제목은 교훈의 의미는 어디서 많이 듣던 것이지만, 표현이 다르니 역시나 오래 담고 싶은 인생의 교훈이 된다.

 반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뜬금없이 서양의 작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거나, "어디에 살던 아무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이었다. 그 또한 가르침을 주는 교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북경대와 중국을 대표한 '지혜의 보고'를 담고 있는 만큼, 분량이 줄어들더라도 이 중심적인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12개의 테마로 나뉜, 400장의 꽤 많은 분량을 자랑하고 있는 『철학 읽는 밤』을 매일 몇 장씩 잠이 들기 전에 읽었다. 명사들의 가르침을 전하고, 명언을 설명하는 식의 책으로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하루를 정리하는 '밤'에 읽으면 무척 좋을 것이다. 특히, 매일이 바빠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감동적인 글로 다가올 것이다.

 

 

생각해보면, 돈과 권력에 휘둘리는 세태가 새삼 놀라운 것도 아니다.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권력자에게 빌붙어 아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세상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과 교제하기를 원한다. 만약 내가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내 집 앞은 내게 조금이라도 연줄을 대보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룰테지만, 반대로 내가 곤궁하고 초라해지면 사람들은 자연히 나를 멀리하려 할테다. 내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부담이요, 짐이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원리를 이해한다면 이 세상의 세태를 담담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잘못된 모습 때문에 내 인생의 아름다운 색채를 잃어버릴 필요 없다. 야박한 세상사와 인간의 본성에 너무 집착하지 말길. 인생은 훨씬 더 간단하고 홀가분한 것이니 말이다. (52쪽)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소박한 생활이란 물질적으로 빈궁한 생활, 즉 근근이 끼니나 때우고 잘 먹지도, 잘 입지 못하는 생활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소박한 삶과 빈궁한 삶은 완전히 다른 뜻이다. 빈궁한 생활이 열악한 생존 환경에서 물질적으로 가난한 삶을 사는 것을 뜻한다면, 소박한 삶은 양호한 생존 환경에서 삶의 본질을 부단히 지켜나가는 삶을 뜻한다. `박朴`이란 꾸밈없음을 말하고, `소素`는 간단하다는 뜻이다. 꾸밈이 없고 간단한 것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76쪽)

초연함이란 영예와 모욕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태연함과 대변함이며, 온갖 고난을 겪은 후 얻게 되는 성숙함과 침착함이고, 또한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평정한 마음이다. 담담하다는 것은 명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명리를 여유롭고 유연한 태도로 관망하며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이를 얻고, 또 필요할 경우 집착하지 않고 이를 내려놓을 수 있는 모습이다. 오직 이런 마음을 가질 때만 명리에 끌려다니는 법 없이, 자유로이 세상을 유영할 수 있다. (117쪽)

포부는 낯선 지역을 항해하는 항선을 비추는 밝은 등이고, 칠흙같은 깊은 밤을 밝히는 별빛이며, 아름다운 인생을 그려내는 섬세한 붓이다. 이상과 목표와 진취적인 기상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분투해야 할 명확한 목표가 있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신념을 얻으려면 먼저 인생의 목표와 포부를 가져야 한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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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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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김선현 / 8.0 (에이트포인트)

집중력과 마음 정리를 도와주는 아트 테라피 북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저는 집중력 최악의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원한 데서 드러누워 책 한장 한장 읽어나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을 것만 같았지만, 막상 책을 읽을라 하면 졸음도 오고 괜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기가 일쑤. 더운 날씨 탓인지, 여행 생각에 해이해져선지 마음만 붕 뜨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요. 그래서 순전히 재미 위주의 책들을 집어 들어 읽는 도중에, 『그림의 힘 2』도 중간에 끼워 넣어 읽고 있습니다. (다 읽고 쓰는 리뷰는 아닙니다. 단숨에 다 읽는다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은 책이거든요.)

 

 '컬러링북'이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사이에 베스트셀러로 오른 『그림의 힘』 시리즈가 항상 눈에 띄어서 이북으로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컬러링북과 그림의 힘…… 이 책들은 둘 다 집중력과 힐링을 매개로 하는 책들인데요.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라는 부제가 붙은 『그림의 힘 2』는 사실 별 호감이 없었습니다. 이 시리즈가 '자기계발' 분야에 해당하긴 하지만, 성공에 관련한 단정적인 부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거든요. 하지만, '그림의 힘'과 '아트 테라피 (미술 치료)'에 관해선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는 아니더라도, 어떤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 분위기와 상황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 집중력이나 온화한 마음가짐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작가는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김선현' 교수입니다. 작가는 '국가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던 사람들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그림으로 치유해왔지요. 그리고 이 책에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제대로 발휘하는 일, 즉 시험에 맞춰 최적의 컨디션을 쌓을 수 있는" 그림들을 담았습니다.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이 수록된 그림들은 유명한 작품들도 있고, 처음 보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은은한 느낌을 주는 그림도 있고, 뜻밖에 강렬하고 성취욕을 불러일으키는 그림도 있지요. 이 책에서 만나보리라 생각지 못한 '이중섭'의 <황소>가 그렇습니다. 강렬한 빨강의 색채와 황소의 얼굴이 굉장한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는 듯해서,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보게 되죠.

 

 

 그리고 중반부까지 두 번이나 등장하는 '칸딘스키'의 그림이 이렇게 좋을 줄 미처 몰랐습니다. 미술 시간에 '뜨거운 추상'으로만 달달 외웠던 그의 그림을 이렇게 만나니, 색다르게 바라보게 되는걸요. 단순한 도형과 흑백의 대비가 불러오는 무한한 상상이 집중력을 상승하게 한다는 효과는 잊어버리고, 어느새 그림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림의 힘』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작가의 세세한 설명을 줄이고, 독자가 직접 그림을 바라보고,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원본만큼 생생한 그림들을 그대로 싣고자, 『그림의 힘』은 일반 단행본의 크기보다 큰 판형을 선택했고, 필요한 경우에는 두 페이지 전체를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두툼하고 매끈한 재질의 종이를 넘기며 그림을 보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작가의 과하지 않은 글이 아주 차분하게 다가오고요. 단, 천천히 읽기를 권합니다. 무언가에 집중이 안 될 때, 조금씩 펼쳐본다면 마음 정리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 『그림의 힘 2』 북 트레일러입니다.

이 책의 트레일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의외지만, 감성 가득한 북트레일러, 좋네요.

 

 

 

Written by. 리니

미술 치료, 아트테라피/그림, 예술작품/ 자기계발/ 두뇌계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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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지음 / 샘터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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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 한혜경 / 샘터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책을 읽고 나서.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노인은 그 말을 반복했다. 그 말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좌표를 찍어 주었다. 남자가 티켓을 끊어 준 노인의 마지막 목적지는 죽을 날이 머지않은 마음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였다. 거기다가 무성욕자이기까지 한. 진이 남자에게 노인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짐작이 되었다. 추측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직접 말하지만 않았지 남자는 노인에게 고맙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뭔가 많이 아는 남자거나 아니면 너무 모르는 남자였다.

 

 김기창의 소설 『모나코』에서 주인공 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짝과 함께 붙어 있었다는 것을 보고 "다행입니다."라고 하는 남자의 말에서 자신을 무성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감에 젖어들고 있지요. 돈도 많고 능력 좋고 여자를 사랑할 줄 '아는' 노인이었지만, 사회는 자연스럽게 노인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외로운 죽음, 고독사를 맞게 되죠. 이번에 읽은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고 싶다』의 서문에서도 이 소설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노인의 고독감과 무력감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품위 있는' 노년의 삶을 갈망합니다. 노년의 풍요롭고 편안한 생활을 위해서, 다들 젊을 때부터 끊임없이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죠. 하지만 개인의 철저한 준비와 '돈'이 있다고 해서 오로지 행복할 수 있을까요? 100세 시대로 들어선 지금, 소설『모나코』도 더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황혼이혼은 점차 늘어나고 있고, 돈 있는 노인들은 자식들의 등쌀을 받고 살기도 하고, 고독사와 노노(老老) 간병으로 인한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유독 세월의 흐름에 대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드는 게 무섭고, 은퇴 후 초라해진 모습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이른 정년으로 일을 그만두고나서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몇십년을 더 일하며 사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듯 개인적인 은퇴 준비, 일을 하고 돈을 모으는데는 다들 치열하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사회 자체의 '준비'가 따라주질 않는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감이 더욱 늘어나는 것이죠.

 책 속에 나온 에피소드 중에 정말로 놀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동네에서 '노인 요양 시설' 입주를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는 소식이었죠. 사람들은 이 시설이 들어서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라며 반대했다고 합니다. "노인들이 죽어나가면 마을이 망한다"고까지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불과 1년도 안된 최근의 일이라는 게 참 기가 막힙니다. 저자는 이 일에 대하여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지식과 인식 자체가 자리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동네에 설치하고자 했던 시설은 노인들을 위한 주간 보호 시설이었습니다. "경증 치매나 가벼운 중풍을 앓는 노인들이 낮에만 머무르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지요. 홀로 있는 노인들이나 돌볼 사람이 외출하는 낮 시간에 노인들의 활동성을 위해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거죠. 마치 학교처럼요. 책의 사례를 보면 이런 시설들이 노인들에게 주는 만족감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무기력한 노인들이 사람들과 교류하고 뜻깊은 일을 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물론 요양 시설에 가지 않고 가족들과 집에서 늙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겠지만, 이런 시설들이 노인들의 고독생과 고독사를 막을 수 있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골에 실버타운을 건설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들은 즐거운 삶의 터전을 원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살던 공간에서 멀리 떨어지길 원치 않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발상의 전환이죠.​ 

 

 위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노인 요양 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우리도 언젠가 늙게 된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시간은 천천히 갈 것이라고, 당신의 노년은 무조건 품위 있고 우아할 것이라고 정녕 믿고 있는 것일까요?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들은 더욱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조금 더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가족 간에도 협상할 수 있는 냉철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사회는 '노인들이 즐겁게 생을 보낼 수 있는' 복지시설이나 교류의 장을 넓혀 나가야 하며, 개개인 또한 '자신이 늙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이지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는, '돈'이 아닌 다른 의미의 '준비'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Written by. 리니

한국 에세이/ 자기계발/ 은퇴 설계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우리는 돈 앞에서, 가족 앞에서 항상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나만은, 혹은 내 자식만은 돈 앞에서 의연할 수 있다고 자신해서도 안 된다. 돈을 둘러싼 갈등과 싸움이 우리 집에서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자식들은 무심코 꺼내는 돈 얘기라도 부모에게는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부모의 태도가 아닐까. 아무리 자식이라도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을 요구할 때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50p)

밥 같이 먹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점도 더불어 강조하고 싶다. 농촌 어르신의 삶이 도시 어르신보다 풍성해 보이는 이유도 바로 식탁을 나누기 때문이다. 농촌에 갈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게 바로 온 동네 사람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다. 각자 농사일을 하다가도 점심때가 되면 마을 회관에 모두 모여 함께 식사한다. 저녁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농촌 어르신들이 도시 어르신보다 훨씬 `세련된 인간관계`를 가꾸고 지켜나갈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년 365일 매일같이 함께 식탁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게 보통 일인가? 도시에 나간 자식이 잘됐든 못됐든 간에, 돈을 잘 벌든지 못 벌든지 간에, 자주 찾아오든지 안 찾아오든지 간에 어르신들의 식탁은 평등하다. (112p)

배우자나 부모를 요양시설에 보내는 것이 항상 `최선`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아프지 않고, 치매에도 걸리지 않고, 집에서 최후를 맞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요양시설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요양시설이 비록 최선의 대안은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간병살인이나 간병자살은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인 건 확실하기 때문이다. (187p)

영국의 노인들은 독립적이다. 남한테 신세 지는 걸 싫어한다. 버스에서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80대 남자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가 끝내 사양하는 바람에 머쓱해진 적도 있다. 이들은 웬만하면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 도움을 받기는커녕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한번은 한적한 동네의 버스정류장에서 당장이라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여자 노인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노인은 족히 90대가 넘어 보이고 파킨슨병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고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들게 걸어오더니 바로 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나한테 뭔가 도움을 청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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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 카이스트 윤태성 교수가 말하는 나를 위한 다섯 가지 용기
윤태성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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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윤태성 / 다산북스

 현실에 안주해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자그마한 용기를

 

 

 

 어떤 한 인물의 조언을 가득 담는 책은 읽다 보면 좋은 글들이 가득한 듯 보이지만, 쉼 없이 읽어내기란 개인적으로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마침, 비슷한 책을 읽어야 하는 상황이 와서 더욱이나 지루함을 안고 있었죠.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하루 끊어 읽는 것입니다.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제대로 깨닫고 실천할 수 있을 만큼요. 그래서 저도 (하루에 한 주제만큼까진 아니지만) 이 책을 어느 정도 끊어서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두께가 좀 나가는데, 천천히 읽으니 좋은 말들이 잘 와 닿더군요. 『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는 제목 그대로,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인생의 조언 (이렇게 말하면 너무 막연하지만)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의 이력이 꽤 화려합니다. 두산그룹에 취업해서 7년을 보내다가, 회사를 사직하고 도쿄대로 유학을 가고, 그곳에서 소프트웨어 벤처를 창업하고, 카이스트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는 파란만장한 인생의 소유자인데요. 평소 학생들과 나눴던 이야기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젊은이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돈 벌어먹고 살기 참 어려운 시대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그들에게 최대한 성심성의껏 조언을 남겨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중요 키워드는 비즈니스, 꿈, 커리어, 목표라고 추릴 수 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한 권의 책에 꽉꽉 담았습니다. 첫 직장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너무나 바쁘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고민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릴 때부터 지녀왔던 꿈이 있더래도, "나는 어떻게 살고 싶어"라는 당찬 포부가 있더래도, 현실 앞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수정하고 조금씩 지워나가는 청년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조금씩 그래 왔고요.) 원래부터 "돈, 돈" 하면서, 성공에 목매어 살아가고 싶었던 사람들은 없었겠죠. 좋은 삶을 살고 싶고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꿈을 모두가 갖고 있지만, 어느새 조금씩 그 꿈은 변해갑니다.

 

 이런 굴곡진 인생길에서 저자가 하는 특별한 제안은 '커리어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인생을 길게 보면서 갈림길이 나오면 어느 쪽 길을 선택할 것인지 미리 설계하는 것이죠. 저는 계획을 짜면서 일상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인생만큼은 계획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 '커리어 디자인'에 대해서 듣는 순간 의외로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하게 인생 플랜을 짜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결정의 순간에 부차적인 길을 다져놓는 꼼꼼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수정'한다는 의미에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또 하나 있습니다. 인생을 꼼꼼하게 계획하기에 앞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는 지금까지 누구였나, 나는 지금부터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조차도 용기를 가져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정말로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한 번쯤은 용기를 내서 부차적인 갈림길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인생을 바꿔보는 것.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유학을 선택한 저자의 삶에서 느낀 '용기'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어, 저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물론 수많은 조언들을 모두 받아들여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용기와 인생에 대한 포부를 전달받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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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덧글과 공감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문제 중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를 풀기보다 문제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더 어렵다. 사회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새로이 정의하고 풀어가는 훈련이 일구이언이다. 만물에는 음과 양이, 손에는 손바닥과 손등이 있듯이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각자가 타당성을 주장한다. 만약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나의 논리를 펴기가 더 수월해진다.

싸움은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평소에 언론 기사는 다양한 매체를 균형 있게 읽는 게 좋다. 균형적인 관점을 가지기 위해서 토론을 들을 때 절반은 이쪽, 절반은 저쪽의 입장에서 듣는 게 좋다. 각자의 관점을 이해한 다음에는 토론 내용에 대해서 건전하게 비판한다. 막연하게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물론 대안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93p)

한 사람이 평생 동안 가질 수 있는 감정의 총량이 일정하다면 가급적 인생의 말년에 행복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인생의 초년에는 슬픔, 고통, 어려움, 고독, 낭만, 좌절 등 사용해야 할 감정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감정은 일찍 맛볼수록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러나 행복은 당장은 사용하기 좋지만 너무 일찍 많이 사용하면 나중에 행복이 모자라게 되어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질투를 하려면 가능한 이른 나이에 하자. 그러면 질투는 성공을 위한 비료로 사용될 수 있다. (111p)

경청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상대방이 길게 한 말을 문장 하나로 줄이는 연습이 좋다. 저 사람이 한 시간 동안 주장한 내용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만약 단어 하나로 나타낸다면 뭐가 좋을까? 이는 신문에서 톱뉴스의 헤드라인을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 추상적이거나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면 보는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너무 쉬운 말이나 평이한 표현을 사용하면 깊이가 없어서 가벼워 보이니 고민이다. 그래서 길게 말하는 것보다 문장 하나로 요약하기가 더 어렵다. 그런데 요약을 잘하는 노하우는 의외로 간단하다. 말하는 사람의 목적과 관점에 맞추어 요약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것이다. (316p)

적당히 낙천적인 성격이 창업을 할 때든 일을 할 때든 좋다. 그러나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이라도 벤처를 하다 보면 머리로는 침착해지려고 노력해도 마음은 그렇게 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아, 내가 지금 힘들구나`라고 인정한다. 힘들 때 힘들지 않다고 해야 극복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일단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너무 힘드니까 당장 해야 할 일만 얼른 끝내고 푹쉬고 그 이후에 다시 고민해야지.` 또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을만큼만 하고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지.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란 어느 정도일까?` (3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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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 - 결단의 승부사, 손정의가 인생에 도전하는 법
미키 타케노부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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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 미키 타케노부 / 다산3.0

손정의가 인생에 도전하는 법

 
 예전에 오키나와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고 와이파이가 터지는 장소에서만 휴대폰을 이용하며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나 무선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이곳저곳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간혹 네트워크에 뜨는 무선인터넷 이름이 있었어요. 바로 Softbank였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쓸 수 있는 모양인지, 속도나 이런저런 것들을 체험해볼 수는 없었지만 Softbank라는 이름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 소프트뱅크 회사의 대표이사가 한국계 일본인인 '손정의'라는 분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잘 알지 못했던 이름이고 관심도 없었지만,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존경받는 비즈니스인으로 유명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왜 나는 기회에 집중하는가』는 손정의에 대하여, 일본인이 쓴 책입니다. 손정의 회장의 측근으로, 소프트뱅크에서 일했던 저자는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비즈니스와 생활 습관 등에 관하여 본받을 만한 점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누군가의 교훈들을 뽑아내어 정리한 책들은 이제 시중에 정말 많이 나와 있어, 어찌 보면 참 단순하고 식상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교훈들이지요. "아무런 목적 없이 폭넓은 시야를 가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발명하는 방법을 발명하자!"와 같은 사고방식들은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는 교훈들이고 어찌 보면 참 단순하지만 분명 '지키기는 어려운' 것들이겠죠. 손정의 회장, 그리고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고방식을 굳건히 하고 끈질기게 노력하기를 멈추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손정의가 결단을 내리는 원칙'을 첨부합니다.
 

하나, 위기에 처하면 잘하는 분야에만 주력한다

둘, 목표를 정한 다음 필요한 걸 배운다

셋, 롤모델을 정하고 따라 한다

넷, '필요한 사람'이 될 때까지 자신을 연마한다

다섯, 성공 확률이 낮은 사업을 성공시킨다

여섯, 반대 의견을 심사숙고하는 계기로 삼는다

일곱, 새로운 조합으로 기획한다

여덟, 업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전력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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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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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군가 나에게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갖는 것도 괜찮은가요?"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당연히 "Yes!"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꿈만 가져서는 안 된다. `꿈을 종이에 써서 벽에 붙이면 결국 이루어진다` `꿈을 계속 말하면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렇게만 해서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정말 성공한 사람들은 분명 다른 일을 더 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과 몽상가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26p)


어차피 잘 수 없다면 차라리 침대 밖으로 나오는 편이 낫다. 눈을 감고 있어 봤자 최악의 경우만 상상되어 부정적인 마음이 강해질 뿐이다. 오히려 다시 일을 시작해서 고민의 근원을 해결하는 편이 낫다. 이게 바로 손정의가 주장한 `일 고민은 일로만 해결 가능하다`는 말의 뜻이다. 업무는 `오늘 해결 가능한 일`과 `내일 이후에만 해결 가능한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모든 업무는 반드시 `오늘 가능한 일`과 `내일 이후에만 가능한 일`로 나뉜다. (105p)

언뜻 보면 단조롭고 귀찮은 업무일지라도 항상 배울 점은 있다. 거기에서 무엇을 얼마나 배우는지는 업무를 대하는 당신의 자세에 달려 있다. 억지로 맡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해라. (...)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무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완수하도록 하자. 그래야만 자신의 미래를 멋지게 가꿀 수 있다. 그러나 프로 의식을 가진 비즈시느 퍼슨이라면 상사가 지시한 업무도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하자.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미래에도 충실할 수 없는 법이다. "억지로 맡은 일도 최선을 다하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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