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가우디다 - 스페인의 뜨거운 영혼, 가우디와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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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가우디다』 김희곤 / 오브제

스페인에 보물을 선물한 '건축의 신'의 생애를 따라서

 

 

 

 
   "스페인은 가우디다."라는 단정적인 제목을 보면서, '가우디'라는 사람이 스페인에서는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게 했는데 사실상 내게는 가우디에 대해서 문득 들어본 이름과 건축가라는 사실만 알고 있다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었다. 그러니 그가 남긴 몇몇 건축물들의 이름은 알고 있을 리 만무하고, 가우디의 명성과 위치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은 거의 놀라운 마음으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을 여행한다면, 그의 건축물을 따라 여행하는 코스가 있을 정도로 빼놓을 수 없는 '가우디'라는 존재. 저자는 그의 일생을 통해서 스페인에 자리 잡고 있는 건축물들에 심어진 그의 예술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나 천재성이 있음에는 분명하지만, 그의 노력에서 점수를 뺄 수는 없다. 그는 다리에 지병이 있었으며, 청년기에 공방의 조수로서 일했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지만, 남다른 고집과 예술성, 끈기 있는 성격으로 스페인의 보물들을 완성시켰다. 그가 건축가로 성공한 뒤 사람들의 평가는 조금 엇갈리긴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건축의 본질에 매달린 것으로 보인다. 말년에 전 재산을 희생해 몰두한 '성가족 대성당'은 그가 '재산'이 아닌 오직 '건축'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건축물은 다양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으로서 그 웅장함이 다 표현될 수는 없겠지만, 그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것 같다. 제도판에만 목매지 않고, 현장에 나와 그 건축공간과 기능, 어우러짐을 모두 생각했다던 가우디의 건축물은 그의 노력과 장인 정신을 통해 지금까지도 입에 오르내리는 스페인의 보물이 되었다. 작은 부분 하나 무시하지 않고, 건물들의 이곳저곳, 반대편까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건축물들은 실제로 꼭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건축주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 하에 예술적인 건물들을 만들었다. 그만의 고집과 뚝심이 있었던 덕이다. 곡선과 화려함, 자연적인 느낌도 함께 어우러지는 가우디의 건축물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다. 비록 그 모두가 완성작은 아님에도 엄청난 광경을 선사하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사실 스페인과 가우디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책이지만, 가우디의 건축물과 열정에 보면 볼수록 마음이 가고 은근히 맘에 와 닿는 것이었다. 건축학교 졸업식 날, 학장이 그에 대해서 이야기한 연설 속에는 "오늘 우리는 천재 아니면 바보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있었다. 지병이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한 채, 스페인의 명장이 되었던 가우디. 그의 이름과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꽤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만약 건축과 스페인에 더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나보다 더 유익하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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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본질은 시대의 변화를 좇아 다양한 상징들로 채워 넣은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예시하는 공간 질서다. 영웅과 신화의 이야기로 가득 채운 신의 공간이 아니라 시대의 양심을 반영하며 인류의 미래를 열어주는 공간의 주인공은 결국 인간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연주하는 위대한 지휘자다.

가우디는 그의 심장이 멈출 때까지 단 한 번도 고향 리우돔스와 레우스의 갑옷을 벗지 않았다. 구수한 고향 사투리도 버리지 않았다. 벌겋게 달구어진 쇠붙이의 열정은 망치질과 담금질을 피하지 않듯이 세상의 망치질과 담금질로 자신의 청춘을 강화시켜나갔다. 중세를 빛낸 건축가 미켈란젤로는 "모든 대리석은 내부에 자신만의 조각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자신만의 인생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다. 가우디의 청춘은 인생이 품고 있는 조각상의 구조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31p)

가우디는 제도판 위에서 도면을 그리는 데 매달리지 않았다. 그는 항상 설계실을 박차고 나와 건물이 들어설 대지에서 3차원 공간구조를 먼저 세우고 나서 도면을 그렸다. 대지에 들어설 건축공간이 되고자 하는 목적과 방향과 기능에 대해 충분히 질문하고 나서 춤추는 영감으로 구조와 기능과 미의 옷을 입혔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한 송이 꽃과 나무까지 그들이 자아내는 영감을 바탕으로 3차원 모델을 만들어 보고 나서 빠른 시간에 도면을 그렸다. (63p)

피카소는 구엘 궁전 맞은편에 살면서 타일 조각 모자이크로 굴뚝을 장식하는 트렌카디스 기법에 영향을 받았다. 비난한다고 그 사람의 예술성까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예술의 프래그멘테이션 (파쇄, 해체) 역사에서 피카소에게 영향을 미친 요소 중의 하나가 가우디의 트렌카디스 기법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이념적으로는 등을 돌렸지만 예술성은 언제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진보와 보수는 시작과 끝처럼 서로 맞물려 대립과 공존을 반복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왔다. (1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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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탐닉 - 신이현의 열대를 보내는 다섯 가지 방법
신이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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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탐닉』 신이현 / 이야기가 있는집

 열대의 묘한 향기와 열기가 느껴지는듯

 

 

 

  젊었을 때의 여행, 식도락 여행, 고생을 사서 하는 여행, 풍족한 휴식을 떠나기 위한 여행. 그 어떤 것이라도 '참 여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 가장 해보고 싶은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여태껏 내가 한, 새로운 곳을 보고 만나는 여행은 늘 익숙한 사람과 함께였기에 거리감이나 두근거리는 설렘보다는, 친숙하고 편안한 여행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꼭 해보고 싶기도 하다. 낯을 퍽 가리는 성격상 내게는 큰 도전이 필요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행 동안 소중한 벗이나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고 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조금은 부럽다. 외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언어가 완벽히 통하지는 않지만 어색한 몸짓으로 소통하고, 낯설지만 따뜻한 미소와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 여행', 언젠가는 가능할까?

 

 

  『열대탐닉』을 읽으니, 그 바람이 더욱 짙어진다. 무덥고 끈적끈적하고 늘어진 캄보디아의 열기를 듬뿍 담아온 여행 에세이. 여행 에세이라면 뭔가 특별하고 외진 곳의 이야기를 담아낼 것 같지만 이 책의 시작과 끝은 '호텔 수영장'이다. 뭔가, 여행보다는 관광에 가까운 장소지만, '사람'에 대해서 관찰하기 위해서라면, 이곳도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뿜어낼 장소이기도 하다. 신이현 작가는 이곳에서 처음 만난, 열대에 탐닉한 다섯 인물에 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자 신이현은 전해준다.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먼지 냄새와 땀 냄새, 묘한 열기와 향기가 섞여있던 열대에 제대로 젖어 있던 그들의 기분을, 그때의 감성을. 전해지는 글들은, 멀리 떨어진 나도 무르익은 분위기에 푹 빠져들 만큼 속삭이고 또 속삭인다. - 어찌 다들 이렇게 아름답게 얘기할 수 있는지, 저자가 혹 열대의 감성에 젖어 그들의 말을 무척이나 아름답게 변형시킨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

 

 

 

  그러나 이 책의 특별함은 끝나지 않았으니, 열대의 뜨거운 무더위 속에서 풍겨오던 향기의 과일, 갈증을 풀어주던 과일들에 그 사람들을 빗댄다. 시시껄렁하고 낙천적이었으며 누구보다도 그곳을 탐닉했던 '잭 프루트', 몽롱한 망고의 향을 풍겼던 자유로운 '망고 아저씨', 로맨틱한지 과하게 자유분방한 건지 남다른 비밀이 있었던 '두리안', 늘 미소를 짓고 있었던 '불꽃씨', 마지막으로 파파야에 비유했던 저자 신이현의 이야기까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열대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상야릇한 과일들을 먹으면서 이상야릇한 생각을 했다고.” 『열대탐닉』은 그 곳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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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의 술집에서는 어디를 가든 맥주잔에 얼음을 넣어 주었다. 아가씨들이 얼음통을 들고 다니다 맥주잔에 얼음이 녹으면 재빨리 얼음덩이를 넣어주는 식이었다. 맥주는 점점 연해져서 보리 주스처럼 되어 버렸다. 나는 얼음이 든 맥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결국 좋아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얼음 없는 맥주가 나오면 불평을 했다. 얼음으로 연해져 버린 맥주는 오래 마실 수 있었고 취하지도 않았다. 열대 시간에 맞춘 술 마시기의 방법이었다. 밀도가 낮은 맥주를 마시다 보면 인생의 밀도도 낮아졌다. 모든 것이 느슨해졌다.

무엇인가를 결심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결국 터특하고 가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염없이 열대의 태양 아래 누워 있었다. 그렇게 누워 맨살을 말리면 그 끝에 찾아오는 것이 있었다. 갈증이었다. 입이 바싹 타고 온 몸의 세포가 말라붙었다. 맥주를 마셔야 하는 시간이었다. 얼음이 출렁거리고 유리잔에는 물방울이 툭툭 흘러내리는 맥주를 마시는 순간 나는 인생에서 누려야 하는 것이 압축적으로 내 입안으로 흘러들고 있음을 느꼈다. 열대의 태양 아래 갈증이 나도록 몸을 태운 뒤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 쾌감의 절정

"여기 뭐가 좋아요?"

"이 도시는 잘난 체하지 않아."

"잘난 게 있어야죠."

"잘난 게 없는 이 도시가 좋아."

그는 이제 곧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놀라는 나를 보더니 음흉하게 웃으며 테라스 끝으로 갔다. 드리워진 난들을 옆으로 헤치고 골목길 어딘가를 가리켰다. 지저분한 벽 앞에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해맑은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숫돌이 앞에 놓인 것으로 보아 칼 가는 남자였다.

"저기가 곧 내 자리가 될 거야." (93p)

"그 남자를 다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여기서 먼 고대 절에서였어요. 초등 동창생들이랑 여행 왔을 때였죠. 고대 돌무더기들 사이를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왔을 때였어요. 다들 더위에 지쳐 호텔 수영장에 누워 있었죠. 그런 호사스러운 휴식이 우리에게는 무척 어색했어요. 그때 이렇게 노을이 지더군요. 풀벌레 소리 같은 건 없었어요. 도마뱀이 울었죠. 그 소리 들어봤죠? 짝을 찾는 소리라고 하더군요.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노을이 수영장 물을 건너 나에게 왔을 때 손가락 끝의 세포가 깨어나는 것을 느꼈어요. 노을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이곳의 노을은 특별했어요. 몸이 나른해지면서 슬픔이 복받쳐 올랐어요. 목덜미에 무엇인가가 느껴졌어요. 잡으려고 하니까 아무것도 없었어요. 목덜미를 타고 내려온 노을은 내 온몸으로 내려오면서 황홀하게 나를 감쌌죠. 그래요, 바로 누군가의 손길이었어요. 붉은 열대의 공기는 내 몸을 어루만지던 어떤 남자의 손길을 떠올리게 했어요. 이곳 공기 속에는 본능을 일깨우는 무엇인가가 있어요. 맥박이 조금씩 빨라지고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입술이 벌어졌죠. 그래요, 노을

"내 나이 열 살 때 아버지가 기타를 사주었죠. 그런데 그 다음 날 아버지가 사라졌어요. 대체 아버진 어디로 갔을까요? 집으로 오던 빙판길에 미끄러져서 우주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것일까요?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난 그때부터 기타를 쳤죠. 언젠가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되었을 때 아버지가 돌아오리라.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어요.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기타를 그만두었어요. 그리고 처음 만져 봅니다. 이 기타 줄.......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그때 아버지 나이가 되었네요. 아마도 아버지는 이 곳에 있지 않을 까요? 아마도 이곳에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 기타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일까요?"

그의 목소리는 기타 소리와 함께 우주 공간의 별들처럼 빙빙 돌아갔다. 그는 기타리스트일 뿐만 아니라 시인이기도 했다. 나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솔직히 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시는 언어로 듣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갔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나의 상상력으로 완벽하게 채웠다. 공백으로 된 그 시의 반을 풀어내는 것은 나의 기쁨이었다. (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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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에서 즐거운 하루 -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아지는 64가지 힌트 라이프스타일 아이콘 Lifestyle Icon 3
이노세 아츠코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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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집에서 즐거운 하루』 이노세 아츠코 / 인디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아지는 힌트

 

 

 

 집에서 뒹굴뒹굴, 하는 일 없이 '집'에 머물러 있다는 건 심심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꽤 편안한 일입니다.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을 정말 좋아할 정도로 '집순이'입니다. 물론 책 한 권만 있다면 몇 시간 혼자 보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죠. 하지만 집에 있다는 것을 엄청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집은 유일하게 우리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속에 숨겨두었던 마음과 걸리적 거리는 것들을 모두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하기에 저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아지는 64가지 힌트"를 제시합니다.

 

 

 

 

 

  힌트의 기본이 되는 것은 집을 "언제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저자인 '이노세 아츠코'만의 정리 방법, 디저트나 음식 만들기, 손님을 접대하는 소소한 예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캔들 등의 소품들을 소개하게 됩니다. 몇 가지 기분 좋은 '시간 보내기' 방법을 예로 들어보자면, "불필요한 공간은 과감하게 없애기",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 주는 글쓰기", "소품을 만들거나 리폼하기" 등이 있습니다. 집 전체와 구조에 대한 사진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소소한 방법들과 사진들을 보면, 아츠코의 집이 참 아늑하고 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집에서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는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역시나 "얼마나 행복한지"에 따라 그 방법의 효과가 달라지겠지요. 책 속에서 드러난 아츠코의 마음은, 확실히 편안하고 안정적이고,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사람 간의 대화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는 페이지를 보다 보면, 굉장히 신중하고 따뜻한 사람이란 것도 알 것 같고요. 『오늘도 집에서 즐거운 하루』, 이 소소한 즐거움들을, 나중에 저만의 집 (공간)을 갖게 될 때 적용해보고 싶어집니다.

 

 

 

 

- 뒤쪽에서 아츠코의 레시피 몇가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키슈' 요리는 꼭 한번 해먹고 싶어지는 비주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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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깔끔하도록 물건은 안 보이는 곳에 수납합시다.'

저는 이 슬로건을 따르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일단 물건이 문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예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기 때문이지요. 확실히 물건이 보이지 않으면 깔끔하긴 합니다. 하지만 문 안쪽에는 '어쨌든 넣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쑤셔 넣은 물건들이 뒤엉켜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할 수조차 없는 난감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갑자기 무언가가 필요해서 꺼내려고 해도 어디에 들어 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도 않고요. (18p)

친한 친구는 '핑크 방이 좋아.'라고 솔직하게 말해 주니까 "그럼, 거기서 먹자. 미치코, 차 갖다 줄래?" 하고 부탁합니다. 차를 마시는 곳이나 밥을 먹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어디든 거실이 될 수 있어요. 방문한 사람에게 공간 선택을 맡기면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저 역시 점심을 먹을 때마다 그날 그 시간의 기분에 따라 장소를 바꾸고 있습니다. (90p)

대화를 하다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충고를 듣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잇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려는 마음을 엿보게 되면 그 충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싶어집니다. 사람은 왜 상대방이 나와 같다는 것에 안심하고 자신과 동일화시키려고 하는 걸까요. 남의 의견을 존중해서 듣는 것도 좋지만 사람에게는 각자의 가치관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관계가 가장 좋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관계는 가족 사이에서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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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불량일기 - 고군분투 사고 치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에서 살아남기
에릭 케스터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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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불량일기』 에릭 케스터 / 미래의 창

하버드 부적응자의 시트콤 같은 이야기

 
  뭘해도 요리조리 약삭빠르게 잘 빠져나가는 놈이 있는가 하면, 이상하게 운은 항상 지지리도 안 좋아서 남들보다 더 곤란한 상황을 겪고 좌충우돌하는 놈이 있습니다. 마치 코미디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유독 그 사람에게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일이 생기죠. 이 책을 보기 전엔 '바로 나다' 싶었는데, 『하버드 불량일기』의 주인공은 더하답니다. 평소에 하버드 학생'이라고 하면 모두 모범생 스타일에 반듯하고 깔끔한 사람들 뿐일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의 학생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세계에서 내로라할 인재들이 모이는 만큼 바보같이 보이는 천재도, 날티나는 사람들도 모두 볼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죠.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그 상상을 강하게 깨 부십니다. 첫날부터 팬티를 입고 하버드 광장을 가로지르는가 하면, 교수님이 스크린에 띄운 중간고사 시험 성적 그래프에선 혼자 바닥을 치기도 하고, 기숙사에 침투한 노숙자로 오인받아 전교생 앞에서 경찰에 소환되기도 합니다.

 

 

  『하버드 불량일기』는 그가 하버드에서 대학 생활을 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얼굴도 보통, 공부는 하버드생들 중에서 하위권인 '에릭 케스터'가 잘하는 게 있다면 바로 미식축구 (그는 체대생 입니다)와 '유머'입니다. 입학 첫날부터 사고를 치는 책의 앞장면을 볼 때부터, 그가 남다른 '똘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미식축구 팀에 속해있는 그는 대회 준비하랴, 성적 따라가랴, 나름의 부담이 많습니다. 그는 하루하루 하버드에서 자신의 방법으로 생존하기 위해 기를 씁니다. 그리고 책 속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하버드의 모습들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컨닝은 기본인 학생들, 하버드의 3대 기행 (존 하버드 동상에 오줌싸기 등), 상류층만 들어갈 수 있는 클럽, 가끔 열리는 파티....... 저자인 에릭 케스터는 이런 하버드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고 신랄하게 내보이며 이야기합니다.

 

 

  책은 '하버드'의 실상을 낱낱이 고백하는 느낌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우스꽝스러운 '일기'를 보는 느낌입니다. 저자인 '에릭 케스터'의 똘끼가 글에서도 묻어 나와 읽는 내내 키득거리며 웃게 하기도 하고요. 분명 에세이 장르인데, 소설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꽤 많은 분량에도, 점점 페이지가 조금 남아 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재밌더군요. 남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는 룸메이트, 15살의 어린 천재 대학생, 짝사랑 그녀 같은 다양한 캐릭터도 이 글에 매력을 더하는 듯싶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를 빼놓고서, 이 책이 재밌고 유쾌한 건 저자의 글솜씨 때문인 것 같아요. (미국식 농담이 가끔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고,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도 있다지만, 이렇게 재밌게 쓰는 것도 능력인 것 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정말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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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시험지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학생들의 낄낄대는 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학생들이 웃는 건 플름 교수 때문이 아니라, 화면에 비춰진 그래프 때문이었다. 플름 교수는 프로젝터의 배율을 확 줄였고, 그러자 그래프도 크게 축소됐다. 나는 실눈을 뜨고 그래프를 주시했다. 그러자 플름 교수가 다시 그래프를 확대해서 이번에는 그래프의 0점에서 50점에 해당하는 부분을 비췄다. 그래프에는 달랑 점 하나가 박혀 있었다. 마치 무능력의 바다를 떠도는 난파선처럼 '38점' 이라고 적힌 점 하나가 외로이 표류하고 있었다. "이런, 썅."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38p)

사실 하버드 학생들은 극성스런 부모를 둔 경우가 많다. 상당수는 오래전부터 인생의 목표가 오로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고, 그에 맞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유아기 때부터 하버드 입학을 위한 교육을 받아왔다. 부모는 아기가 손에 쥐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고 대신 그 손에 바이올린을 쥐어줬다. 아기는 '미래의 하버드생'이라고 적힌 턱받이를 하고 유아용 의자에 앉아 주기율표를 노려봐야 했다. 아빠는 침을 흘리는 아기에게 브로콜리를 먹어야지만 저녁에 루빅 큐브를 가지고 놀게 해주겠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수년 동안 심화 학습 과정이 이어졌고, 그 기간 동안 아이는 '여름방학 때 캠핑을 가느니 그 시간에 차라리 여름학교에서 유기화학을 배우라.'는 가훈을 철저하게 지켰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이미 정상적인 10대의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린 뒤였다. 이들이 고등학교 때 접했던 섹스라고는 생물 수업 시간에 관찰한 세균 간의 짝짓기가 전부였다. (47p)

모든 하버드 기숙사 입구에는 학생증을 인식시켜야만 문이 열리는 전자자물쇠가 설치돼 있다. 전자자물쇠는 대학교에서 흔히 쓰는 보안장치였고, 특히나 하버드에서는 아주 중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버드는 다양한 사람들을 비롯해 심지어 정신 나간 사람들도 왕래하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버드 광장은 노숙자들로 넘쳐났다. 여기에 하버드 공부벌레들까지 더해지면 언제든 불의의 사고가 터질 수 있었다. 한마디로 하버드 광장은 나무 밑에서 천재가 형이상학 교재를 탐독하는 동안에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부랑자가 풀숲에서 똥을 누는, 매우 특수한 공간이다. 하버드 학생들과 노숙자들은 서로 다른 것 같으면서 동시에 비슷했다. 학생들은 노숙자가 다가와 돈을 구걸하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한 시간 후에는 그 자신이 교수를 찾아가 리포트 점수를 더 달라고 구걸하는 처지가 된다. 게다가 하버드 학생들은 계속해서 혼잣말로 뭔가를 주절대고, 몸에서 악취가 풍긴다는 점에서 노숙자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165p)

하버드 학생들이 밤에 존 하버드 동상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하버드의 3대 기행 중 첫번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번 찾은 학생이 또 다시 존 하버드를 찾는 걸 보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오줌을 싸러 오는 녀석도 많은 것 같다. 그 이유는 하버드를 상징하는 불멸의 아이콘에게 오줌을 갈기는 행위가 왠지 모를 쾌감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마디로 존 하버드에게 오줌을 싸는 행위는 하버드 학생들에게 일종의 치유 과정이었다. (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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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 -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저니맨』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 위즈덤하우스

인간은 여행길 위해서 다시 한번 태어난다

 

 

 
  요즘 들어 여행의 가장 필수 요소는 돈이 아닌 용기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휴식과 관광을 위한 여행을 위한다면, 확실히 넉넉한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을 위해서라면 돈이 우선순위는 아니다. 관광여행이 아닌 무언가 뜻을 가진 여행. 내가 그렇게 떠나기를 꿈꾸면서도, 혼자 어딘가를 배회하고 싶은 꿈을 꾸면서도 아직 이렇게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단언컨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언젠가는.'이라고 되뇌면서 지금의 일상을 버리지 못한다. 아직도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지금으로써 가장 걱정되는 것은 '언젠가는' 하다가 정말로 똑같은 일상 속에 틀어박혀버릴 것 같아서다.
  중세 시대에 '수련 여행'이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장인이 되려면 기술교육을 마친 뒤에 지식 체험을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랜드 투어'라고 불렸던 이 여행은 유럽의 특권 계층 사이에서 유행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고 한다. 『저니맨』의 저자 '파비안'은 이 전통에 영감을 받아 세계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자신에게 엄격한 10가지의 규칙을 정하고 두 번째 인생을 위해 또 하나의 갈림길을 선택했다. 그는 "개인의 삶에도 르네상스의 시기가 있다."라고 믿었다.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난 뒤, 여행길 위에서 두 번째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그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련 여행', 그는 두려웠지만 후회 없이 출정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이집트, 콜롬비아 등의 나라를 전전하면서 그가 자신에게 내린 규칙 중 몇 가지를 열거하자면, '여행지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잠 잘 곳과 먹을 것 말고는 바라지 않는다.', '금지구역 (고향에서 300킬로미터 이내인 곳)을 피한다'였다.
  그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무보수로 일하는 대신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건축과 사진, 디자인 등의 일을 해냈다. 자신의 전공분야와 경험을 살려, 운 좋게 일자리를 구해서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설계한 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한다. 단순히 '여가'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장소를 바꾸어 '생활'하는 듯한 파비안의 여행은 '수련 여행'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인 것이다. 그는 "조건이 갖춰야만 떠날 수 있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한다. 익숙함과 안전함을 놓지 못한 소심한 마음을 갖는다면, '언젠가는'이 아니라 '언제라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비롯하여 여행에 관한 많은 책들을 접해왔다.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세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여행가들의 삶을 만나보았지만, 『저니맨』은 유독 더 깊게 다가왔다. 이 책은 항상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면서도 용기 내지 못하는 부끄러운 마음을 들춰내고 있었다. "여자라서 그곳은 위험할 거야.", "언어가 안되는데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은 현재 이 자리에 굳게 기둥을 꽂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지금도 그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건. 언제쯤 그 소심함을 버릴 수 있을까.
 
 

_ 한 챕터의 끝에는 QR코드가 있는데, 여행지에서 작업한 영상으로 연결이 됩니다.

사진보다 더욱 그 지역을 매력적으로 표현해내는 것 같은 영상들이었어요. 

 




베테랑 여행자와 아마추어 여행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배낭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아마추어 여행자의 배낭은 딱히 필요 없는 물건들까지 빽빽이 들어차 있어 무겁기 그지없지만, 베테랑 여행자의 배낭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들어 있다. 심지어 여유 공간마저 남아 있다. 정말로 필요한 것들은 현지에서 구하면 되고, 못 구해도 크게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다. 아마추어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필요해 보이지만, 베테랑 여행자는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적응력이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일수록 짐이 가벼워야 한다. 배낭 속의 집 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든 짐까지. 여행이란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나 신념을 공고히 다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179p)

"아짐, 제가 하는 일이 원래 계획되어 있었던 건가요?" 나는 그게 정말 궁금했다.

"글쎄요, 미리 짜놓은 건 없지만 아무튼 당신은 잘 해내고 있잖아요."

아짐의 대답은 내게 '계획'이란 개념을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곳에서의 계획과 내가 독일에서 배웠던 계획은 개념이 확연히 달랐다. 독일에서 나는 '언제나 현실성을 잃지 말라'고 배웠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완전히 비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운 뒤 아이디어를 통해 현실의 장벽을 조금씩 헐어내는 식으로 접근했다. 나는 이곳에서 내가 이제껏 학습했던 '현실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한정적이고 제약적인 단어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져라"라고 말했던 한 혁명가의 말처럼 '계획'이란 이미 불가능한 이상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였다. (182p)

관광은 밝은 빛을 보는 여정이지만 여행은 빛 뒤에 가려진 어둠까지 봐야하는 여정이다. 그래서 관광객이 단지 눈으로만 즐거워할 때 여행자들에게는 가슴으로 아파할 기회가 주어지며, 그것이 곧 삶의 화두로 이어진다. 중세 이전, 혹은 그 이후의 수많은 수련여행자들이 자발적으로 고행과도 같은 여행을 선택한 까닭은 바로 그 화두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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