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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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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아득히 멀어지고 아득히 가까워진다 <눈을 감으면 - 황경신> 

 

 

 

  

 

 

 

  미술관에 가본 적이 언제쯤일까요? 미술을 전공하는 언니가 있어서 예전에 같이 자주 돌아다녔을 때에도 미술관에 놀러갈 기회가 많았지만, 그림은 저에게 '잘 그렸다', '어떻게 저렇게 그릴까?' 정도의 감탄사만 내보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예술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허세는 있어가지고 전, 그림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자 미술 교양 수업을 들어서 한 학기에 한 번 미술관을 방문하여 레포트를 쓰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그나마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진전'을 고르곤 했었죠. 그러던 언젠가 그림이라는 게 새롭게 보였던 적은 역시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유명한 명화들 속에는 수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거였죠. 그림을 많이 접하진 않은 저지만 참 재밌었습니다. 명화 속에 미묘한 표정과 사소한 사물 하나하나가 불러들이는 느낌의 변화가요. 그리고 거기에 꼭꼭 묻혀져 있는 이야기들이. 

 

 

 

오딜롱 르동 <감은 눈>

 

 

  황경신 작가는 저도 모르게 이름을 자주 듣게 되어서 '유명한 작가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재밌는 소재를 가지고 책을 쓰는지는 몰랐습니다. 이 책 말고도 그림에 대한 책을 많이 썼더군요. 그런데 참, 이 책 새로웠습니다. 그림에 대해 재밌게 풀어주는 책들(예술 교양서 정도..)은 본 적이 있지만, 그림 에세이는 처음이었거든요. <눈을 감으면>은 작가가 알고 있는 많은 그림들 하나하나를 떠올리면서 마음가는대로 써내려간 에세이입니다. 그림마다 각각 동화같은 이야기가 딸려오는데, 주목할 점은 그림이 각 장의 끝에 위치한다는 거에요.

 

  일단 작가는 은은하게 운을 띄웁니다. 그리곤 실타래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사근사근 풀어놉니다. 저는 읽습니다. 마치 그냥 아무것도 연상되는 것 없이 쓰여진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물론 중간중간 궁금하긴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욕심을 꾹 참고 끝까지 읽어봅니다. 의외로 짧은 이야기들이니까요. 이야기가 끝난 후 작가가 그 이야기를 풀어내게 된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딱 긴장감이 풀리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 이 그림 속에 이 이야기가 들어 있었구나.' 그림의 분위기와 소재가 그대로 들어간 이야기가 어쩜 그렇게 딱 맞춘듯 어울리는지. 그림을 보기전엔 개별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가 그림을 만나는 순간 그 이야기와 그림이 딱 결합되는 느낌이랄까요.

 

  '기억 속에서, 입체는 평면으로 저장된다. 하지만 기억이 원하는 것은 평면적 세계, 평면적 감정, 평면적 시간이 아니다. 기억은 평면을 들추고 뒤흔들어 그 안에서 새로운 입체를 만들어낸다.(228p)' 평면적으로만 존재하는 그림 속의 인물, 사물들, 그 그림 자체가 기억을 건너 생각이 합쳐져 입체적인 이야기가 되는 순간. 그 순간을 지켜보는 묘미가 있는 책입니다.

 

 

 

 

  - "행복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게 아니란다." 커다란 바구니 가득 담긴 뜨개질감을 어루만지며,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멀리 있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는 말이란다. 그건 그냥 행복의 얼굴을 한 쓸쓸함 같은 거야. 잡지도 못할뿐더러, 설사 잡았다고 해도 스르르 빠져나가버리지. 우리의 손은 그런 걸 잡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도 못하고, 정교하지도 않거든. 그러니 얘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단순한 것들을 잡으렴. 기꺼이 네 발치에 무릎을 꿇는 것들, 네 소유가 되고 싶어하는 것들, 너의 사랑을 구하는 것들 말이다." (17p, 단추 中)

 

  - 어디든 편한 곳에 앉아요. 그래요, 그 정도 거리가 좋겠네요. 이제 당신과 나 사이에 적당한 간격이 생겼어요. 간격이란 건 꽤나 묘하죠. 사실 나는 간극이란 말을 더 선호하지만요. 간격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다면 간극이라는 말에서는 일종의 의지가 느껴져요. 그럴 수 밖에 없어서, 그렇게 해야만 하니까, 꼭 그러고 싶어서, 나는 여기에, 당신은 거기에 있다는 기분. 그리고 지금 당신과 나 사이의 간극은 이 정도. (49p, 무정한 여인 中)

 

  -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에 소녀는 깜짝 놀란다. 자신의 몸속 어딘가에 동굴 같은 것이 있고 동굴 안에 거대한 집승 같은 게 있어서 그 짐승이 부주의하게 몸을 뒤척이며 크르릉, 신음소리를 낸 게 아닌가 의심한다. 덜컹, 내려앉는 심장을 끌어안고 기둥 뒤에 몸을 숨긴다. 술래가 다가오는 기척을 재며 안간힘으로 숨을 참는다. 술래는 발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이리로 오고 있나, 아니면 운 좋게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다른 곳을 헤메고 있나. 내다보고 싶은 조급한 마음을 누르며 소녀는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55p, 아니야, 뒤에 있잖아 中)

 

  - 나는 슬픔을 몰랐다. 내가 속해 있던 세계는 어둠밖에 없었으므로, 어둠 자체로 완벽했으므로, 슬픔이 스며들 여지가 없었다. 슬픔이란 아름다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슬픔이란 낯선 관념일 뿐이다. 알지 못하는 것을 원할 수 없고, 모르는 것을 갈망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가 아름다움이자 슬픔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그에게 이끌려, 빛의 세계로 한 발자국을 내디딘 것이 전부였다. 그 한 발자국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어놓을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90p, 불멸을 위하여 中) 

 

 

 

황경신 작가 책 처음 읽었는데, 감수성이 후덜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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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블록 (핸드북) - 당신의 상상력에 시동을 걸어 주는 786개의 아이디어
제이슨 르쿨락 지음, 명로진 옮김 / 토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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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튀는 아이디어를 발견하라 <아이디어 블록 - 제이슨 르쿨락>

 

 

 

 


 

  원래 조금 큰 정사각형 모양의 책을 핸드북 크기로 제작한 책이다. 일단은 디자인부터 눈을 끄는 책이다. 책장에 한 권쯤 놔두고 바라만 보아도 좋을 예쁜 책이다. 그리고 책 앞의 The Writer's... 라고 쓰여있는 것에 조금 혹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에 대한 것이라면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그림 반, 글씨 반의 이 책이 어떤 내용이냐 하면..

 

 

 

 

  이렇게 그림과 함께 새로운 단어를, 새로운 상황과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단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슬럼프에 벗어나는 법을 제시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리고 가끔 유명 작가들이 했던 말을 가지고 글쓰기란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움을 준다. 어떻게 소설을 잘 쓸 수 있냐고? 답은 없다. 잘 쓰기 위해서는 역시 써봐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일단 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읽기를 권한다. 쓰다가 지지리도 뭐에 대해서 쓸지 생각이 안날때, 쓰면서도 무언가 자꾸 뚝뚝 흐름이 끊길 때,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은 이 책의 리뷰를 쓰기 위해서 끝까지 읽었지만, 실제로 적용해보진 않았다. 이제 하루하루 한장씩, 혹은 마음가는 대로 아무 곳이나 펼쳐서 공책에 주어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내 맘대로 써볼 예정이다.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불꽃튀는 아이디어'들이 있어서 부족했던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쓸 준비는 되어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될지 모르는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다져주는 수많은 글쓰기 책들이 많지만, 이 책은 작은 글감으로 스스로 글쓰기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해주는 점에서 좋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도스트예프스키는 말했다고 한다. '작가는 개떡같은 주제도 찰떡 같이 쓸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 블록>에도 개떡같이 생각되는 주제가 (도대체 이걸가지고 어떻게 쓰지?!) 있긴 있지만 한번 써보면 혹시 모른다. 아주 쫀득쫀득한 찰떡같은 글이 될지.

 

 

  

  - 당신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의 신분을 속이는 간단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인물의 신체적인 특징을 과장하거나 바꾸는 것이다. 어머니의 몸무게를 실제보다 15kg 정도 더 나가는 사람으로 묘사한다든지, 아버지를 머리 빠진 사람으로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다. 직업을 바꾸는 것도 좋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로 스스로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바꾸거나 뒤집는 것도 괜찮다. (42p)

 

  - 변화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인물을 만든다. 그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방식이 바로 작가가 인물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당신 소설 속의 캐릭터들이 그저 이야기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게 만들지 마라. 그들의 인생에 커브볼을 던져라. 쉐릴 크로가 노래했듯이. "바꿔봐요, 좋아질거예요." (70p)

 

  - 가까운 벼룩시장에 가 보라. 특이한 골동품 하나를 집어들고, 그 속에 숨 쉬고 있는 주인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 골동품이 아니어도 좋다. 낡은 책, 헤진 운동복, 버려진 카세트테이프, 특이한 중절모....... 눈에 띄는 것일수록, 비범한 것일수록 좋다. 오래된 물건의 흔적에 귀를 기울여라. 그것을 만든 사람의 손 끝에서, 그것을 처음 가졌던 사람의 마음에서 당신의 이야기는 시작될 것이다. 녹슨 것과 깨진 것과 상한 것과 모든 흠 있는 것들의 역사를 새로 써라. (77p)

 

 - 마크 트웨인은 작가들에게 수많은 조언을 남겼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다음과 같다. "올바른 말과 거의 올바른 말의 차이는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만큼 크다." 이야기가 아무리 뒤죽박죽이라 해도, 작가가 단어를 선택할때는 냉혹해야 한다. 어떤 장르라 해도 마찬가지다. (154p)

 

  - 소설가는 기자의 기질이 있어야 한다. 질문을 던져라.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새로 배워라. 비행기 옆자리에 뇌수술 전문의가 앉았다고?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화를 시작해라. 그에게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도록.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파티에 참석하는 것을 즐겨라. 당신이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폭넓게 그리고 집중적으로 파고들어라. 무작위로 읽어라. 항공학도 좋고 동물학도 좋다. 새로운 세계에 대해 더 알면 알수록 쓸게 더 많아진다. (311p)

 

 

* 필사와 함께, 이 책을 따라 응용해서 써보려구요. 일단 이걸로 발전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어서요.

아마 기말 시험이 끝난 후쯤에 시작하게 될 듯 싶어요. 나중에 정말로, 얼마나 좋은지 또한번 후기를 남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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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토커 - 달짝지근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 같은 인생이여
최광희 지음 / 마카롱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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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스토커? Movie's Talker! <무비스토커 - 최광희>

 

 

 

 

 

 

  최광희 평론가에 대해선 잘 몰랐었는데, 거침없는 입담으로 영화매니아 사이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TV에도 출연하기도 하고 유명한 김태훈 씨와도 짝을 맞추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광희'라는 이름을 검색해보니 재밌고 솔직한 말들이 눈에 띄게 나온다. 이처럼 그의 지나치게 솔직한 생각들이 들어있는 <무비스토커>가 최근에 출간되었는데 나는 저자의 이름과는 관계없이 단순히 영화의 목록이 익숙하고 재밌을 것 같아서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의 표지를 보는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Movie's Talker와 무비스토커 두가지의 의미로 이 책이 발음된다는 것. 그러나 이 책은 '무비스토커'보다 'Movie's Talker'에 가깝다. 저자는 맹목적으로 영화 자체를 사랑한다고 얘기한다기보다 좋은 영화는 좋다고, 나쁜 영화는 정말 싫다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추구한다. 영화를 영화 그 자체보다는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 우리 인생의 많은 것들에 대한 것들로 넓은 시야의 폭을 가진다. 책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그 사례의 영화들에 대하여 얘기하는 형식으로 이 책이 진행되는데, 가끔은 지나치게 솔직하고 과감해서 '이렇게 써도 되나'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일단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저자가 평하는 영화들이 비교적 최신영화로 되어있어서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영화 마니아가 아닌데도 이 책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 이유도 이 책의 여러 영화들을 이미 본 상태여서일 것 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영화들, 인셉션이나 다크나이트(이 영화들은 나말고도 수많은 팬들이 있겠지만.), 그랜토리노,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한 주제에 대한 영화평론이 조금 짧은 감이 있어서 조금 더 파고들고 싶어하는 독자들은 아쉬운 부분이 좀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자의 필력은 짧은 문장들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읽다보니 '이 책은 그냥 믿을만한, 전문적인 영화리뷰를 묶어논 건가?'하는 들기도 했다. 주제에 맞는 많은 영화의 목록들을 제시하기 보다는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좀 더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무리한 요구인가^^;) 어쨌든 이 책의 가장 핵심은 중간에 '영화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영화를 통쾌하게 까는 부분! 까칠하고도 정확한 해석이 솔직하게 표현되어서 정말 재미난 부분이다. 영화를 제작한 쪽에서는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 '장애인'이 등장하는 휴먼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볼 때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고단한 삶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척박한 우리의 환경 때문만도 아니다. 내 복잡한 심경의 이면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맴돈다. 쉬운 말로 '저들도 저렇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데 우리는 얼마나 오만한가!' 따위의 태도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장애인은 나의 삶에 용기를 불어넣는 일종의 도구로 작용한다. 장애를 가진 삶을 헤아려보려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그들을 동정할 측은지심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는 데 장애를 동원한 셈이기도 하다. 재난영화를 보며 나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처럼 장애인의 삶이 비장애인들에게 위안을 주는 전시물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곤 한다. (60p)

 

  - 이 재능 넘치는 감독은 아무 생각 없이 쿵쾅대는 숱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찌꺼기들로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인셉션>으로 다시 한 번 증명한다. 꿈속의 꿈, 그 꿈속의 꿈속의 꿈까지 탐험하며 무의식의 근저에 도달한다는 상상을 대관절 누가 이렇게 흥미롭고 맛깔난 모험 오락영화로 담아낼 수 있겠느냔 말이다. 프로이트가 살아 있다면 놀란에게 큰절이라도 올릴 일이다. '인간의 무의식에 새겨진 근원적 상처가 어떤 추악함을 만들어내는가?'라는 질문은, 역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에서 잘 제시한 바 있다. 이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무의식의 소유권은 온전히 우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 하나를 더 보탠다. 무의식의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외부 세계의 통제 시스템과 무의식과의 관계. 내가 인식하는 세계가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의 깊은 곳에 깔려 있는 무의식 역시 과연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보고자 하는 세계만 보고 싶어하는 우리의 습성을 이용해 누군가 당신의 무의식조차 지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도전적 가설을 말이다. (72p)

 

  -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좋았던 시절의 빛바랜 회고를 통해 스러져가는 자신을 위무하지 않는 대신 현재진행형인 폭력의 악순환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떠나고 남을 어린 세대가 살아가기에 여전히 위험천만한 세상을 안타깝게 껴안는다. 그러고는 미안하다고, 너희에게 이런 세상을 남겨서 너무 미안하다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어른의, 그것도 아주 존경할만한 어른의 넉넉한 품이다. 묵직한 경외심이 돋는다. (80p)

 

  - 역사는 가정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든 필연적 동기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가정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팩션에서만큼은 어느 정도의 가정법이 허용된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 의해 당대는 물론 오늘날에 그 사건이 갖는 의미까지 곱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집단 무의식에 무작정 편승해 역사적 회한이라는 거대한 유산마저 바꿔놓고 낄낄 거린다면, 그건 그냥 동네 아이들끼리 즐기는 고무줄총 놀이나 다름없어진다. 그러고 있기에 영화는 너무 비싼 작업 아닌가? (116p)

 

  - 결국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다. 에로스와 포르노를 혼동하고, 앞에선 손가락질하고 뒤에선 음미하고, 수면 위에선 '에헴'하고 물 밑에선 욕정의 배설구를 찾는 위선적 성문화가 여전한 이상, 여배우들은 늘 몸을 사릴 것이기 때문이다. (1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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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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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가져다준, 먼 곳의 당신 이야기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변종모>

 

 

 

 

  이런, 감성이 풍부하다못해 철철 넘치는 여행 에세이를 읽는 건 사실 조금 괴롭다. 현재 신분이고 상황이고 뭐든지 나몰라라 내팽개쳐두고 훌쩍 떠나서, 여행객이란 이유 하나로 약간의 허세를 듬뿍 담고서 어딘가를 거닐고 싶어진다. '혼자 기차를 타고 지금 있는 곳에서 남해 저 맨끝까지 가볼까.' 아니면 '세상 모든 알려진 맛집들을 통달하는 여행!' 아니면, '한 손에 노트하나 들고서 감성이란 감성은 다 끌어올린 채 미친듯이 써내려가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망상이란 망상은 혼자 다했다. 역시나 여행의 유혹은 정말로 쉬지 않고 찾아온다. 우연히 만난 책 속에서까지 말이다.

 

  사실 여행의 참 묘미는 '맛'이다.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먹는 거라면 사족을 못쓰는 내가 친구와 첫 여행을 가면서 우리는 계속 이렇게 물었다. '여행 중에서 무전여행이 가장 이해가 안되'하고. 음, 어쨌든 무전여행이라고 하면 몇가지 목적이 있겠으나, 먹고 즐기는 걸 좋아하는 우리는 '무전여행은 맛있는 걸 먹지 못하는 고통'으로만 받아들였을 것이었다. 그만큼 여행을 하면서 먹는 음식은 나에게도, 친구에게도, 또 어떤 많은 사람들에게도 먹는 행위의 즐거움을 넘어서 무언가 여행 안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행복감이 뿌려져있는 유혹적인 것이었다.

 

 

   이 책을 쓴 변종모 작가 또한 음식에 대해 남모를 향수와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어서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을 여행하다가 문득 떠오른 그 음식을 도저히 잊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국엔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몇 퍼센트 부족하지만 기억 속의 그 맛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어 기어코 만들어 입에 한 술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는 점차 행복감을 맛본다. 낯선 곳에서의 익숙함, 그 미묘한 행복감을. 게다가 그에게는 신기하게도 음식운도 따르는데, 다른 나라에 가서 생전 모르는 사람에 의해서 따뜻한 식탁이 차려지고 또 한번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는 음식에 대한 느낌 말고도 인도, 아르헨티나, 시리아 등 익숙하지 않은 여행지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그 속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 추억들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멋진 사진들이 책의 많은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러나 그것들의 이야기는 또한번 따뜻한 식탁과 맛있는 냄새, 시원한 청량감과 만나게 된다. 달콤하고 시원한, 그리고 씁쓸한 맛, 그 여행의 기억이 또한번 음식의 향기와 마주한다. 이것은 이 책이 여느 '여행 에세이'와 같지 않다는 걸 알게 할 독특한 향기일 것이다.

 

 

  - 만두가 끓어오르는 수증기에서 냄새가 났다. 따뜻한 냄새. 이미 지나간 일들의 냄새라서 따뜻하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저마다 살아온 수많은 사연이 보글보글 끓는 수증기처럼 팽창해, 어느 날 그 아픔들도 기억 속에서 환하고 따뜻하게 끓어오르리란 것을 안다. 추억이란 잡히지 않은 실체이지만, 이렇게 열렬하게 끓어오르는 수증기처럼 분명 서로의 입김이 맞닿아 그려내는 이야기이므로 그것이 향긋하다 생각한다. 지나간 일이므로 아픔은 웬만큼 증발되었을 것이다. 이제 뚜껑을 열고 한김 식힌 다음, 좋은 생각만 하면서 꿀꺽 삼키고 나면 과거는 사라지고 다시 미래만 남을 것이다. 그 든든한 포만감으로 나는 또 남은 길을 가리라. 내게, 늘 당신과의 추억은 허기지지 않다. (40p)

 

  - 삶이란 문득 이렇게 경건한 것이다. 버릇처럼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기꺼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 때로 외롭고 지루하거나 힘든 모든 것들은 스스로 이겨낸 뜨거운 마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내가 만난 한 가닥 한 가닥의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걷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큰 포만감을 줄 것이다. 팔미라에서 처음 올리브 나무를 발견했을 때, 나는 그때부터 그 작고 푸른 열매가 좋았다. 이유없이 좋았다. 그렇게 이유 없이 좋아하다 보면 끝내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왜 사랑하느냐고 묻지 마시라. 그냥 사랑하고 그냥 좋아하는 그 마음이 가장 순수한 것을. 그것을 의심하지 마시라. (99p)

 

  - 귓가에 들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눈에 보였다. 그 소리들을 보려면 눈을 감아야 했다.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이는 것들. 어쩌면 그것이 진정 살아 있는 것임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지나간 과거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일은 대수롭지 않지만 지금 현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풍경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아프다. 그것은 온몸으로 경험하는 현재이므로. 지금 현재가 이처럼 강렬할수록 늘 우리에게는 추억도 선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길을 신중히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함이 곧 나를 위함이니. 그들의 아무렇지 않은 일상들이 나를 자주 취하게 만들었다. (124p)

 

  - 문득 말없이 떠났다가 떠나지 않은 것처럼 다시 돌아왔을 때, 그대는 그때의 나를 기억하는가? 나는 먼 곳으로 떠났지만 그대들을 생각하면 자주 가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갓 지은 한 끼의 식사처럼 소박한 그대들의 마음이 먼 곳에 나에게 달려와 자주 나의 발을 묶었다. 그렇게 절뚝거리며 다니던 길 위에서 그대와 같은 그대를 만나고 마침내 다시 그대들의 앞에 섰을 때, 그 누구도 변하지 않았음에 나의 마음은 또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그대는 아는가. 나는 여전히 그대들이 필요하다. 떠나도, 떠나지 않아도 늘 함께 있을 수 있는 이유로 그대들이 필요하다. 흘린 밥풀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듯 살가운 그대들이 나는 그리웠다. (289p)

 

 

 작가님 블로그 http://maldive9.blog.me/

사진 글이 와, 진짜 많아요.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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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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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루는 풍경, 그 속의 '나'와 '책' <책인시공 - 정수복>

 

 

 

 

 

 

  어느샌가 나도 책을 '책'으로만 보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책에 배치된 문자들의 나열이 좋다. 책의 향기가 좋다. 책이 쌓여져 빈틈없이 붙어있는 그 모습이 좋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머리 속에서 뒤섞이는 생각들이 좋다. 책 속에 나온 것들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그런 환상같은 기분이 좋다. 같은 책을 본 사람과의 진한 유대감이 좋다. 책을 읽으면서 시간의 흐름이 멈추는, 혹은 책을 읽으면서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는 그 느낌이 좋다. 어느새 책에 관련한 많은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책에 대해 말하는 책에는 그냥 '책'보다 더욱더 애정이 샘솟는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책인시공>은 책에 대한 책이 아니다. 작가가 쓴 단어를 빌리자면, 이 책은 '책이 이루는 풍경에 관한 책'이다. 아마도 세상에 살고 있을 사람들의 거의 몇배는 될 책이 만들어내는 풍경, 그리고 풍경 속에 들어간 사람들, 그 사람들이 책과 함께 만들어내는 또다시 다른 '풍경'. 나는,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감탄을 금치못할 아름답고도 행복한 풍경이다. 작가 정수복은 이러한 풍경들을 '우리보다 책에 대한 다양한 문화가 발전되있는 듯한' 프랑스의 '책이 만들어내는 풍경'들과 함께 그 풍경속의 부분들을 세밀하게 살펴보게 한다.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서재, 집 밖으로 나가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파리의 특별한 '책의 공간들'. 그 부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이라는 것이 펼쳐내는 이야기가, 그리고 그림이 얼마나 풍성하고 다양한지 떠올리게 된다. 특히나 파리의 부키니스트 중고서점과 길가의 자그마한 초록박스에서 우연하게 멋진 책을 고르는 기쁨은 나도 가서 직접 체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재미있다. 또한 책의 첫부분, 책을 읽는 사람들의 자유와 즐길 수 있는 '독서 산책'을 위한 '독자 권리 장전'은 방에 써서 붙여놓고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간다. 하나 하나 그 권리에 체크하면서 읽어보자. 책읽기가 부담이 되지않고,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독서기행을 펼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또다시 다른 책에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어디서나 읽을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책과의 풍경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그리고 세상에 그 풍경화들이 수없이 그려질 수 있도록.

 

 

 

  - 책은 단어와 문장과 면들로 이루어진다. 문장의 한 부분을 이루는 단어는 의미로 가는 길에 떨어져 있는 관념의 한 조각이다. 단어라는 조각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고 그 문장들이 연결되면서 의미세계를 창조한다. 책의 면은 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다. 글자와 글자 사이, 행과 행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면의 가장자리에도 빈자리가 남아 있다. 종이 면 위에 인쇄된 글자가 목소리라면 행간과 가장자리의 여백은 침묵이다. 그렇다면 책의 본문 편집은 단순히 글자를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고요함, 채움과 비움을 조합하여 책 읽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물결처럼 순조롭게 흐르게 하는 고귀한 예술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이나 불로뉴 숲의 바가텔 정원이 서로 다른 여러개의 작은 정원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통일된 공간을 이루듯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의 연속되는 면들은 거대한 관념의 정원을 이루며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다. 독자의 눈은 그 정원에 뿌리내린 식물들이 바람의 흐름에 맞추어 추는 춤을 감미롭게 음미한다. 책을 읽는 일은 커다란 정원을 이루는 연이어진 작은 정원들을 거니는 유쾌한 산책이다. (31p)

 

  - 서재는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책과 책상이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각자 하는 일에 따라, 취향과 취미에 따라 그 서재에 서로 다른 주관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서재는 일상의 여가를 보내는 영혼의 사랑방이 될 수도 있고, 언제라도 달려가서 깨끗한 공기를 들이 마시는 '아름다운 숲'이 될 수도 있다. (...) 서재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갈 길을 밝히는 등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먼지가 날아다니는 세속에서 벗어나 몸을 숨기는 은둔처가 되기도 하고 책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감금처가 되기도 한다. (99p)

 

  - 도서관과 책은 둘 다 육면체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행위는 육면체 속에 들어가 또하나의 육면체로 들어가는 일이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수많은 책들이 매장되어 있는 책의 공동묘지로 보일 수도 있다. (...) 그러나 책이 좋아 책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일이 되는 곳이 천국이라면, 독서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야말로 천국에 가장 가까운 장소일 것이다. (233p)

 

  - 얼굴의 형태는 태어날 때 결정되지만 얼굴의 분위기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사람들의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에 따라 달라진다. 스무 살까지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얼굴로 통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행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넘으면 조금씩 그 사람의 삶이 얼굴 표정 속에 반영된다. 인생을 피상적으로 함부로 막사나 사람의 얼굴 표정과 진지하게 삶의 의미와 깊이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의 얼굴 표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발자크의 말대로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며 한 권의 책이다."

 

  -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정현종)' 시인은 이미 어느 산문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얼굴은 두 배로 환한데, 그 까닭은 책 속에 들어있는 꿈, 곧 바깥에서 오는 에너지와 독자가 읽으면서 꾸는 꿈, 곧 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상승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 읽는 사람은 왜 풍경이 되는가? 산과 강, 들판과 바다는 내가 없어도 거기 그냥 있다. 스스로 존재한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바라보며 관심을 기울일 때 풍경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때 나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 풍경의 일부가 된다. 책 읽는 사람도 독서삼매에 빠져 주변을 인식하지 않고 그냥 거기 풍경처럼 존재한다. (291p)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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