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섬세해졌을 때 알게 되는 것들 -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철학 에세이
김범진 지음, 김용철 사진 / 갤리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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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음, 연결, 부드러움, 결, 여유로움 <우리가 섬세해졌을 때 알게 되는 것들 - 김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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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에는 아직까지 살아 남아있는 작은 서점이 하나 있다. 그 구석에 헌책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가끔은 그곳에 가서 좋은 책이 나온게 있나하고 기웃대곤 했었다. 이 책은 그 곳에서 골랐다. 오로지 표지에 사진에 마음이 가서 골라들었다. 처음엔 사진 에세이인줄만 알 정도로 표지의 사진이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읽어보니 사진보다도 글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의외로 반짝 빛나고 있는 철학 에세이였다.

 

  작가는 '섬세'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섬세한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그런 섬세한 사람이 이 세상에 넘쳐나기를 바란다. 섬세는 작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 있는 것을 뜻하며 그 속에는 '결'이 존재하고 있다. 어떠한 한 이야기의 맥락에 비유할 수 있는 '결'은 누구나 고유하게 갖고 있는 것이며 섬세한 사람들은 그 '결'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섬세를 대표하는 단어들은 작음, 감수성, 연결, 맑음, 부드러움, 생명, 느림과 여유다. 세상에 살고 있는 모두가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이 섬세함이 될 수 있으며,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한없이 커가고 있는 세상에서 조용하지만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섬세함이다. 

 

  이 섬세함을 토대로 사회의 많은 문제들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작가는 철학적 사유를 보탠다. 그리고 섬세함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들과 섬세함이 활약하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해간다. 간혹 작가가 '섬세'라는 키워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 단어로 압축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바라던 사람들의 성정이다. 여유롭고 감성적이고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다. 최근들어 많이 제시되고 있는 내향성과도 '섬세함'은 접하고 있으며, 요즘 자연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다 이런 마음의 갈망으로부터 온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조금, 조용해질지라도 자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자신을 보는 것처럼 남을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것.

이것이 작가가 바라는 섬세한 세상이다.

 

 

 

Underline

 

 

   - 사람들은 누구나 꿈꾸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그럴 때 우리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과거의 상처와 흔적들을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나를 세워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흔적과 결을 살려 그 위에 조금씩 더해가거나 줄여가는 것이다. 인격은 건축물로 비유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면 내 안에 있는 과거의 아픔, 독특한 성격, 때로는 병리적으로 보이는 과도한 개성들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누군가가 되려 한다. 마치 바닷가에 난 소나무의 뒤틀린 결들을 곧게 만들어 버리려는 것처럼. 그러나 깊은 숨을 쉬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결 속에 길이 담겨있다. 나무의 뒤틀린 결은 거친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자 햇던 몸부림이자 상처이자 훈장이다. (47p)

 

 

  - 내가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낳는다. 지금 나를 있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받은 것 만큼 돌려주지 못한 채 오히려 폐만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미안한 마음이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 내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면서 품어주는 자연과 대지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이다. 가장 깊은 연결은 가장 큰 존재, 즉 전체성과의 접촉이다. 나를 이루는 가장 본질적이고 깊은 부분이 다른 존재들, 그리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전체와 연결되어 있고 하나라는 자각이다. 이런 자각은 다른 존재에 대한 깊은 배려를 낳는다. (123p)

 

 

  - 과거에 느림은 왠지 게으르고 무책임한 인상을 주었다면 요즘에는 느림 속에 웰빙, 인간다움, 정성, 배려가 떠오른다. 섬세는 느림이다. 한 올 한 올 엮어가는 정성이며, 움직임 하나하나에 깊은 사색과 배려가 담긴 느림이다. 기계로 판박이처럼 찍어내는 편리함이 아니며, 자신의 편익과 이익만을 위해 달려 나가는 조급함도 아니다. 편의를 위해 내면의 소리와 자신의 기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148p)

 

 

  - 아이의 의식은 아이가 보고 자란 하늘의 크기만큼 자란다. 의식은 공간과 매우 닮아 있다. 의식이 맑고 넓어지면 자신이 자각하는 공간 또한 함께 넓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무한히 확장된 의식은 우주에 비유된다. 광활한 대지와 하늘을 많이 접할수록 우리의 의식 또한 더 넓고 커진다.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좁은 하늘을 보고 자란다. 부모들은 아이가 누굴 닮아 저렇게 집중력도 없고 까질한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쉰다. 아이들은 보고 자란 하늘과 자연을 닮았을 뿐이다.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191p)

 

 

 - 삶 속에 어느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은 신체의 감각과 함께 그리고 잔잔한 빛의 번짐과 함께 찾아온다. 그리고 그 빛은 시간이 흐르며 금색으로 번져 나중엔 그 순간을 떠올릴 때면 아련하게 축복처럼 쏟아지는 황금빛 입자들 가득한 장면으로 한가득 떠오른다. 그 순간은 소중하다는 말로는 담을 수 없을 만큼 경이와 아름다움으로 충만해서, 가령 누군가 집채만 한 다이아몬드를 준다고 해도 결코 그 순간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런 순간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찾아오기도 한다.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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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사진도, 물론 멋지고 분위기 있다.

의외로 굉장히 - 만족한 에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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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홀로 서면 외롭지 않다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진짜 인생 찾기
김이율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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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울한 청춘에서 우월한 청춘으로 <청춘, 홀로 서면 외롭지 않다 - 김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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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가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혼자사는 것'이라고.

이렇게 외로움으로 가득차있는 사람의 인생에서, 특히나 청춘의 시기는 더욱 외롭게 느껴진다. 모든 것을 자신의 선택으로 일구어내야 하고, 그래서 모든 책임이 자신의 것이 되고,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쓸 돈을 벌기도 하고. 나또한 처음 청춘의 시기라고 말하는 대학생활을 접하게 되었을 때, 혼자 만들어내는 수강 시간표와 혼자 벌어서 내가 사고 싶은 걸 사는 그 일이 설레긴 했어도 낯설었다. 혼자 하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잘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을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대화상대가 급격하게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리고 많은 청춘들이 친구들과 함께, 알코올을 조금 보태어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이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김이율 작가는 제목을 통해 우리에게 외로움의 극복 방법을 환기시켜준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 죽겠는데 홀로 있으면 외롭지 않다고? 작가는 책 속 어떤 부분에서 말한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외로움을 껴안고 풍덩 빠지는 거라고. 외로움에 풍덩 빠질 수 있는 방법, 작가에게는 책 읽기, 글쓰기가 효과적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책의 구절들을 보면 작가가 외로움을 달래고 또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책읽기였음을 또한 알 수 있다. 작가의 경험을 통한 많은 에피소드를 읽고 있으면 그렇게 좋다고 하는 글쓰기가 끔찍하게 어려운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듯이 자신의 이야기로 지금 글을 써보기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청춘에게 말하고 싶은 조언들은 자신의 에피소드를 통해 말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책 또한 소개하고 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에피소드 중 '꿈보다 해몽'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그 이외의 내용들은 물론 좋지만, 난 중간 중간 문단의 내용을 미리 말해주는 제목들이 마음에 들었다. 전직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날렸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있다고 생각했다.

 

 

 

Underline

 

 

 

  - 꿈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서는 순간,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다. 외로움을 껴안고 풍덩 빠지는 수밖에. 나처럼 염치 없고, 예의 없고, 무례하기도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댈 수 있다면 그 방법도 좋다.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안 된다면 명상도 좋고 영화감상도 좋고 독서도 좋고 운동도 좋다. 외로움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건 시를 쓰는 일 같다. 시 쓰기가 어렵다면 글 쓰기도 좋다. 외로울수록 한 줄 글은 더욱 빛이 난다. (22p)

 

 

  - 살아 있다는 건 단지 호흡을 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은 바로 자신의 존재감이 타인에게 혹은 세상에 알려졌을 때 더욱 절실해진다. (...) 모든 사람에게 있어 존재감은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사람들이 내 존재감을 알아주지 않을 때,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껴질 때, 아니면 누군가에게 잊힌 존재가 되었을 때 얼마나 상심이 크고 비참할까. (87p)

 

 

  - 함박눈이 아름다운 이유를 아는가?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기 때문만도 아니다. 함박눈이 아름다운 이유는 세상의 모든 허물과 아픔 그리고 상처를 따뜻하게 덮어주기 때문이다. 남의 잘못을 질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 안아주는 그 넓고 하얀 마음, 함박눈이 참으로 필요한 세상이다. (112p)

 

 

  - 착각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착각은 자유니까. 착각한다고 해서 돈을 지불할 이유는 없다. 착각은 공짜니까. 착각하는 데 일정량을 제한하지도 않는다. 착각은 무제한이니까. 착각하는 데 어떤 장소건 어느 때건 구애받지 않다. 착각은 시공간을 초월하니까. 이처럼 착각은 자신의 의지와 생각대로 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뇌 활동이다. (1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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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엔 힐링이란 말을 여기저기 갖다붙여서 내가 '힐링'이라는 말을 잘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책은 청춘들을 위한 힐링의 책이라고 말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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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강신주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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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고의 계기를 주는 한 마디를 모아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 강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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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일단 움찔- 하게 되는 게 나뿐만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그 '움찔'에 위안을 받기 위해서 나는 '철학은 삶의 방식이니 우리가 살아가는 일과도 같다'하고 광범위하게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철학은 접할 수록 더욱 어려워진다. 물으면 물을수록, 이론에 접근할 수록 더욱더 골치아파진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책'은 그 어려운 철학으로 자주 나를 이끈다. 생각 - 생각 - 또 생각 - 그리고 철학적 의미를 찾기 위한 생각으로. 아직도 철학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어렵게 도달하는 생각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철학임을 나는 조금은 짐작하고 있다. 사소한 것에 의미를 강구하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또다시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이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임을 가끔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계기로든간에 철학적 사고의 문앞까지 도달하는 것은 그나마 쉽다. 그 뒤가 어려울 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책이나 영화 등 많은 것들을 통해 그 쉬운 순간들을 겪는다. 책이나 영화를 제외한다면 아마 철학자들의 '명언'이 있을 것이다. 철학자들의 명언들은 인터넷에서 짧게도 떠돌아다니고, sns나 카카오톡 많은 곳에 자신의 좌우명처럼 쓰여지기도 한다. 이처럼 철학적 사고의 문앞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면 그 문 앞을 제대로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전문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거나 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일텐데, 그 중 유명한 작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철학자 강신주가 자신에게 통증을 주며 사유의 시간으로 이끈 철학자의 책 구절들을 모았다. 그는 '책에도 도끼날처럼 날카로워 마음에 핏빛 상처를 만드는 핵심구절이 반드시 있다' 말한다. 나의 경우 그 구절들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 곳곳 있었고, 강신주 철학자 또한 자신이 읽은 수많은 책들에서 그 구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을 흔들어논 그 구절들은 이 책에 한 페이지에 하나씩 소개되어 있다. 철학적인 이론이 숨겨져 있는, 철학자의 사유가 그대로 담겨있는, 철학적 사고로 이끄는 서슬퍼런 한 마디 말, 우리는 그것을 읽고 사유할 수 있고 별로 감흥이 없는 말들은 넘겨가며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그토록 어려운 철학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철학적 사고의 문 앞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짧은 한마디에 감흥이 인다면 그 밑의 공백을 보면서 조금 더 한숨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이 책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 유명한 철학자인 강신주가 엮은 만큼 철학자들의 그 구절을 고른 이유를 덧붙인다거나, 그 구절들이 의미하는 바를 주제로 묶거나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바람이다.

 

 

 

Underline

 

 

 

  - 소동에 의해서든 아니면 음악에 의해서든 또는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에 의해서든 진리는 화들짝, 돌연한 일격을 당한 듯 자기 침잠에서 깨어나기를 바란다.

 진정한 작가의 내면에 갖춰져 있는 비상경보기를 헤아릴 수 있을까? '집필한다'는 것은 그런 비상경보기를 켠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21p, 발터 벤야민)

 

 

  - 여러분이 깊이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집중'과 '깊이', 이 두 상태는 동전의 양면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집중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깊이의 비밀을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깊게 파고드는 사람이 아니라, 반대로 세계의 무엇인가로 열려 있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었던 겁니다. (65p, 강신주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중에서)

 

 

  - 자네가 이 꽃을 보기 전에는 이 꽃은 자네와 함께 고요한 상태에 있었네. 자네가 와서 이 꽃을 보는 순간 이 꽃의 모습이 일시에 분명해졌네. 이로써 이 꽃은 자네의 의식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네. (66p, 왕수인)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침묵해야만 한다. (77p, 비트겐슈타인)

 

  - 철학이 삶은 회고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 그렇지만 그 순간 우리는 또다른 구절 하나를 망각한다. 삶은 미래를 향해 살아내야 한다는 것. (95p, 키에르케고르)

 

  -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처럼 우리는 즐거워하고 즐긴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판단하는 것처럼 우리도 문학과 예술을 읽고 보고 판단한다. 마찬가지로 세상 사람들이 거대한 군중 앞에서 움츠러드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움츠러든다. 세상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것처럼 우리도 충격을 받는다. 확정적인 것은 아니고, 그리고 비록 단순히 총합은 아닐지라도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일상성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 종류를 미리 규정한다. (172p, 하이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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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한페이지에는 한글과 영어, 혹은 한글과 중국어로 함께 적혀있어서

그 언어로도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영어로 읽었을 때 더 좋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도 있으니까. 

물론 난 귀찮아서 한글만 읽었다. (과연 귀찮아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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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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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를 극복한 조지메이슨 대학의 최고 교수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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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나의 먼 친척도 그랬고, 일하다가 본 단골 손님도 그랬다.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 그들을 볼땐 아무렇지 않으려해도 조금 흠칫- 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무표정일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몸이 불편해보이면서도 항상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었다. 이 책의 주인공도, 신생아 황달로 인해 뇌성마비를 앓게 된 분이다. 조금 다르고 힘든 과정을 삶에서 겪었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저자의 사진들에는 항상 활짝 웃는 모습이 담겨있다.

 

  남들과 조금 달랐지만 저자는 그 다름을 뒤로한 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공부를 꾸준히 했다. 공부에선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그녀는 역시 당찬 포부로 유학을 택했다. 영어를 공부하고,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의 삶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보조공학을 공부하였다. 그리고 결국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지 메이슨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최고 교수로도 선정이 되었다. 그런 특별한 삶을 일궈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은 그녀의 남다른 끈기와 주변인들의 사랑, 그리고 AAC라는 보조공학 기구 덕분이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 달랐다. 조금 어렵지만 끝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응원했다. 가족, 친구, 교수, 동료, 학생 등.. 물론 처음 만난 그녀의 모습에 당황해하거나 멈칫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보곤 이해와 관심으로 응원해주었다. 또한 한국말도 매끄럽게 말하지 못하는 저자가 최고의 강의로 손꼽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AAC라는 것이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글을 음성으로 바꾸어 내보내주는 기계인 AAC, 그것을 통해 매끄럽게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하룻동안의 바쁜 준비가 필요할지라도.

 

  저자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현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이제 엄마를 '조금 다른 사람'이 아닌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여긴다. 그녀는 장애인 주차장과 화장실을, 자신보다 더욱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양보한다. AAC를 통한 강의를 하다가 기계의 고장이 있더라도 장난스럽게 넘어갈 유머를 가진 사람이고, 학생의 발표에는 Perpect라고 직접 이야기한다. 좌절하는 법은 있지만 절대 넘어진 채로 있지 않는다. 책을 통해 만나본 저자는 괜찮은 사람을 넘어서 참 멋진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녀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욱더 긍정적이고 겸손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당차고 멋진, 가슴벅찬 꿈을 일궈낸 특별한 여성이다.

 

 

 

Underline

 

 

 

 

 

 

 

  -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이란, 상자에 담긴 모양과 색깔이 서로 다른 초콜릿과도 같아요. 어떤 초콜릿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죠." 어떤 초콜릿이 주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면, 하필 나에게 왜 '불량인생'이 왔을까 하며 울고 또 울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만일 내게 새 초콜릿을 고를 기회가 주어진대도 나는 여전히 똑같은 초콜릿을 고를 것 같다. 내 인생이 '장애가 없는 정유선'이라는 초콜릿이었다면 나는 그저 밋밋한 맛에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뇌성마비 장애인 정유선'이라는 초콜릿은 생각 외로 달다. 그 초콜릿이 내게 온 덕분에 나는 더욱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고 겸손해질 수 있었다. (25p)

 

 

  - 나는 그날까지 얼마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지 모른단다. 며칠을 두고 망설이다가 그날은 단단히 결심을 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무심한 너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또 마음이 흔들려서 마지막 순간에 그냥 지나갈 뻔했다. 그러나 이렇게 우유부단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에서 힘을 내어 너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네가 일어나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읽어가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솟아 넘쳐 그걸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네가 혼자 힘으로 다 읽고 앉는 것을 보고 나는 칠판을 향해 돌아서지 않을 수 없었단다. 지금도 책을 읽는 도중에 내가 도와주려는 것을 뿌리치고 혼자 해내려고 하던 네 집요한 표정을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나는구나. 유선아, 나는 다만 너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자신감과 기쁨을 주고 싶었다. (45p, 선생님의 편지)

 

 

  - 어떤 사람들은 내게 나보다 처지가 안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라고 위로한다. 예를 들면, 평생 자리보존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네 경우는 얼마나 다행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찾고 싶지 않다. 그들의 삶을 내 멋대로 끌어내려 내 처지보다 못하다고 단정 짓는 건 너무 건방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처지가 그렇다고 해서 나보다 더 불행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내 우월함을 확인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가진 것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게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55p)

 

 

  - 드디어 연극의 막이 올랐다. 연극이 중반쯤으로 치달았을 무렵, 내가 무대 위에 오를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가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고는 몸을 'ㄱ'자 모양으로 만들엇다. 그러자 한 아이가 내 등 위에 빵이 놓인 도마를 올리고는 그걸 써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맡은 배역은 바로 탁자였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객석의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의연하게 몸을 구부리고는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물론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연습할 때는 다들 심각했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했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 역할이 참 우습고 바보 같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몇 초에 불과한 그 순간이 마치 1시간이라도 되는 듯 길게만 느껴졌다. (102p)

 

 

  - "장애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예쁜 사진도 있지만, 그걸 본 사람들이 장애인 같지 않다고 해서요. 그게 문제가 되어 어쩔 수가 없네요." 몇 해 전 한 매체에서 '장애를 극복한 정유선'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했는데, 담당 기자님이 기사에 실을 사진을 정한 후 보여주며 한 말이다. '장애인 같다'는 것은 과연 어떤 뜻일까? 왜 나는 사람들에게 그냥 정유선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장애인 정유선'으로 보여야 하는가? (...) 인터뷰 당시 사진을 찍을 때 옆에 엄마가 계셔서 마음이 편한 상태였고, 사진 기자님도 순간순간 웃음을 주시며 셔터를 열심히 눌러주시기에 그렇게 찍은 수십컷 중 그래도 괜찮은 사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담당 기자님이 보낸 사진은 내 특유의 활짝 웃는 표정이 아니라,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을 어정쩡하게 일그러트린 것이었다. 그 사진 속 일그러진 모습도 나 정유선이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평소의 내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대표하는 모습은 아니지 싶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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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 덕분에, 더욱더 열심히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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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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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무라카미 하루키>

 

 

 

 


 

 

   첫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는 읽지 않았었고, 두 번째였던 채소의 기분을 읽었을 때는 하루키라는 이름이 불러오는 기대가 엄청 컸던지, 생각보다 묵직하지 않은 무게감에 '어라?'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물론 재밌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 때 두번째 시리즈를 읽고 하루키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기분에 어깨를 으쓱이면서 다시 한번 세번째 시리즈를 들었다. 멍한 얼굴로 샐러드를 마구 흡입하고 있는 표지의 사자를 보니까 왠지 그 사자 얼굴에다가 하루키 얼굴을 붙여보고 싶다. 아 그리고 책이 참 예쁘다. (비채는 특히 책표지를 정말 이쁘게 만든다!!)

 

  솔직히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역시 세계적인 작가야!!!'라는 칭찬을 하는 건 좀 오바다. (라고 생각한다.)

일단 난 그정도까진 아니고, 이 시리즈를 읽으면 왠지 기분이 말랑말랑 좋아진다. 나는 하루키의 열렬한 '빠'까지는 아니지만 호기심에 소설을 조금 읽어보고 '와 멋있다'하는 정도인데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내가 상상했던 소설가 하루키의 모습과는 너무 의외의 모습이어서 적응이 안됐다. 그치만 이제 그 세계적인 소설들을 마구 뽑아내는 소설가 하루키(내 상상속의..)보다 에세이에 나오는 사람 하루키의 모습이 더 좋다. 일본어 번역에 따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투도 재밌고,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나오기도 하고, 그리고 갑자기 진지해지기도 하고. 일단 가볍게 볼 수 있어서 더더욱 좋다.

 

  하루키는 에세이를 쓸 때, 꼭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쓰게 된다고 하는데 (이를테면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쓰면서 또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즐겁게 읽고 있으니, 이보다 행복한 일이 더있나 싶다.

  

 

 

 

 

  - 중학생 시절, 조금이라도 많은 지식을 익히고 싶어서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한 적도 있다. 그런 무모한 짓을 잘도 했구나 싶지만, 당시는 지식욕이 넘치는 순수한 소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백과사전을 독파하여 도움이 됐는가 하면, 특별히 도움이 된 건 없는 것 같다. 그때 머리에 넣어둔 것은 전부 어딘가 먼 곳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져버렸으니까 (그런 지식을 위한 코끼리 무덤 같은 곳이 있는 것 같다).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63p,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 그런데 늘 희한하게 생각하는 것. 언제부터 소설가를 '작가님'이라 부르게 된 걸까? 옛날에는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채소가게 님' '생선가게님'같은 느낌이다. 뭐 사운드 면에서 편하긴 하지만, 그렇게 불릴 때면 이따금 "아, 예, 예. 어서 옵쇼"하고 두 손을 비비며 나가야 할 것 같다. (83p, 일단 소설을 쓰고 있지만)

 

 - 여행지에서 매일같이 낡은 옷을 버리고 갈 때의 기분이란 상당히 상쾌하다. 셔츠 한 장, 양말 한 켤레, 대단한 무게도 아니지만 나라는 인간이 그때마다 가벼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괜찮다면 한번 시도해보시죠. 그런데 거꾸로 말하자면 여행지가 아니면 좀처럼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여행이 주는 효용이겠죠. (119p, 여행을 떠나자)

 

 - 인생을 길게 살다보면 심한 말을 듣거나 심한 처사를 당하는 경험이 점점 쌓여가기 때문에 그냥 예사로운 일이 돼버린다. '이런 일로 일일이 상처받으면 어떻게 살려고'하며 툴툴 털어낼 수 있게 되고, 그 칼끝을 능숙하게 급소에서 치우는 요령을 익힌다. 그런 게 가능해지면 물론 마음은 편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곧 우리의 감각이 둔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상처입지 않도록 두꺼운 갑옷을 입거나 피부를 탄탄하게 하면 통증은 줄지만, 그만큼 감수성은 날카로움을 잃어 젊을 때와 같은 싱싱하고 신선한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없게 된다. 요컨대 우리는 그런 손실과 맞바꾸어 현실적 편의를 취하는 것이다. 뭐, 어느정도 불가피한 일이긴 하지만. (144p, 낮잠의 달인)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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