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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책 읽기 -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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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진심어린, 가벼운 책 길잡이 <젊은 날의 책읽기 - 김경민>

 

 

 

 

 

 

  요즘 들어 '책 목록이 가득 들어있는 책'들을 여러 권 읽게 된다. 이런 책들은 좋은 책 목록과 더불어 그 사람의 책에 대한 생각마저 엿볼 수 있으니 유익하기도 하고 얻을 것이 많다. 대충 그러한 책들에는 어려운 고전들의 목록들이 페이지마다 한 켠에 자리하고 있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을 인용하여 삶의 대한 자세와 같은 것들을 일깨워준다.  

 

 

    처음에, 내게는 그닥 특별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봐왔던 책을 소개하는 책들에게서 특별히 벗어나지도 않을 것 같았던 이 책의 목록을 보고 나니 '왠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피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일단 책들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했다는 사실이 좋았다. 어려운 고전부터 교양서, 에세이, 영화, 소설, 글쓰기, 연애 소설.. 이런 장르들을 갖고 있는 책들은 나에게 익숙한 제목도 많았지만 평소엔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아니면 몰라봤던 책들이어서 놀라움을 더했다. 뭐, 여기까지는 그닥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번째, 저자의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이 드러나는 '글'은 왠지 묘하게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그녀는 책 목록을 통해 뭔가를 가르치거나 교훈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좋았던 책들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이끄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서 어려운 책이 나와도, '정말 좋은가?'하고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책에도 위화감을 느낄 새 없이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젊은 날의 책 읽기>는 정말로 '젊은이'들이 읽는다면 좋을 책이다. 물론 나이에 대한 표현뿐만이 아니다. 청춘을 걷고 있는, 삶의 가르침을 얻을 젊은이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연륜이 깊지 않은, 말 그대로 독서초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책 목록또한 그리 부담되거나 어려운 것들이 많지 않으니 (단순히 많지 않다는 것. 있기는 있다. 예를 들어 명상록, 오이디푸스 왕 등....) 이 책을 독서 길잡이로 잡아 시작해나간다면 언젠가 독서향기에 물씬 빠져있는 길목에 서있지 않을까. 

 


 

   -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신경숙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간혹 심수봉의 노래를 듣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심수봉 특유의 목소리가 그러하듯 나에게 신경숙 특유의 문장은 살짝 '퇴행'의 느낌을 준다. 그런데 그것이 적당한 선에서 알맞게 표현되어 감미롭고 따뜻하다. 또한 심수봉 노래가 트로트라기보다는 그냥 '심수봉'노래로 느껴지는 것처럼 신경숙 소설 또한 하나의 독립된 장르 같다. 그냥 '신경숙 소설'이라는 장르로 말이다. (59p)

 

  - 간혹 글깨나 읽고 쓴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녀 (한비야) 특유의 문체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있지만 난 그녀의 글에서 숨 쉬고 있는 건강함이 좋다. 일단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술술 읽힌다.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읽기에 쉬운 글이 쓰기엔 어렵다'는 헤밍웨이의 말이 떠오른다. 글을 쉽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써본 사람은 안다. 안타깝게도 자신이 쓴 글이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독성이 있는지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지만. (85p)

 

  - 살다보면 '어떤' 사람을 만났느냐 못지않게 그 사람을 '언제' 만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엔 별 느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언제 읽었느냐가 그 책이 어떤 책이냐 못지 않게 독서의 질을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45p)

 

  - 당시 대학 2학년이었던 나는 학교 도서관 서고를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눈에 띈 <풍경과 상처>라는 책을 다른 책 몇 권과 함께 대출해 집에 가져왔고, 늘 하던 대로 자기 전에 누워서 읽을 요량으로 첫 장을 열었다. 그런데 몇 페이지 읽다 말고 나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켜 똑바로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낱낱의 문장들에는 온통 고압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고, 난 그 자리에서 감전된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김훈)의 문체는 그만의 개성과 자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래서 독자들에게는 절대 친절하지 않아보였지만 난 그때 예감했다. 바로 그 순간부터 난 그의 충성스러운 독자가 되리라는 것을. (249p)  

 

 

 

책을 소개하는 에피소드마다 이렇게 책 소개와 함께하고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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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전집 11
밀란 쿤데라 지음, 권오룡 옮김 / 민음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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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파헤치기 <소설의 기술 - 밀란 쿤데라> 

 

 

 

 

 

  

   소설의 기술이라는 제목과 작가인 밀란 쿤데라를 매치해보았을 때 떠올랐던 것은 이 책이 그가 소설을 어떻게 구성해나가는지, 즉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 하지만 이 에세이는 어떻게 쓰는가보다도 어떻게 읽어야하는가에 초점을 깊숙이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도 이런 착각에 있어서는 제목의 '기술'이란 단어에 내가 얽매여 상상의 나래를 펼친것일지도.

 

   <소설의 기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들은 문학작품이나 이 시대의 소설들에 대한 그의 견해와 쿤데라의 어시스턴트이자 평론가인 살몽과의 대담, 그리고 소설에 관한 쿤데라의 미학의 열쇠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속에는 쿤데라 자신의 작품의 언급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문학작품들도 줄곧 등장하는데 그것들을 통해 쿤데라가 중시하는 가치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준다. 그가 선호하는 작가들이 뚜렷하게 드러나있으며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 헤르만 브로흐 이 세 작가에 대해서는 거의 광적일 정도로 몰두해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헤르만 브로흐의 <몽유병자들>에 대한 단상의 챕터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쿤데라 마니아라면 그의 소설을 다시금 하나씩 떠올려 행복을 맛볼 정도로 중요한 그의 키워드가 나열되어있다. 가벼움, 소설, 소설가, 키치, 젊음.. 등.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쿤데라의 문학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나는 책에서 다뤄지는 작품들을 읽지 못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사전지식이 없는데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단지 많지 않았을뿐.... ^^; 만약 그의 작품을 기억속에 진하게 남겨둔 독자라면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아주 감사한 부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술에 있어서 그 작가의 작품에의 언급은 독자들에게는 통쾌한 즐거움이 되는 법이니까.) 책 소개에 의하면 '쿤데라의 소설을 만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이 책을 정의하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이 쿤데라의 소설을 모두 읽고 마지막에 펼쳐볼 '쿤데라 문학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식을 먼저 얻길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먼저 읽어도 좋겠다.) 그러나 만약 소설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작가의 견해가 궁금하다면, 혹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읽는 기술'이 필요하다면 순서는 굳이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정신은 복잡함의 정신이다. 모든 소설은 독자들에게 "사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라고 말한다. 소설의 영원한 진실은 이것이지만, 묻기도 전에 존재하면서 물음 자체를 없애 버리는 단순하고 성급한 대답들의 시끄러움때문에 점점 들리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정신에서 옳은 것은 안나나 카레리나 중 한 사람 뿐이다. 앎의 어려움과 잡을 수 없는 진실의 어려움에 대하여 우리에게 말하는 세르반테스의 원숙한 지혜는 거추장스럽거나 쓸데없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34p)

 

  모든 시대의 모든 소설은 자아의 수수께끼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당신이 어떤 상상의 존재, 인물을 창조해내는 순간부터 당신은 저절로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에 의해 포착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되죠. 소설 자체가 지닌 근본적인 물음 가운데 하나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소설의 역사에서 상이한 경향과 상이한 시대가 구분될 수 있는 것도 이 물음에 대한 상이한 대답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40p)

 

  소설의 인물은 살아 있는 존재의 모방이 아니에요. 상상적 존재지요. 실험적 자아고요. 이렇게 하여 소설은 그 시작과 함께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돈키호테를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하기는 무척 어렵지요. 그러나 우리 기억에서 그보다 더 생생한 인물이 누가 있습니까? 제 말뜻을 잘 이해하세요. 저는 독자와 그들이 지닌 욕망, 즉 소설의 상상적 세계에 실려 간혹 그것을 실제와 혼동하고 싶은, 소박한 만큼이나 정당한 욕망을 비웃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것에 심리적 리얼리즘의 기법이 필수불가결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54p)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어요. 즉 소설의 몸으로 들어오면 성찰의 본질이 바뀌게 된다는 겁니다. 소설 바깥에서 사람들은 확인의 영역에 있죠.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해 확신합니다. 경찰이건 철학자건 수위건 다 마찬가지예요. 그러나 소설의 영역에서는 확인하지 않습니다. 놀이와 가설의 영역이거든요. 그러니까 소설적 성찰이란 본질적이고 의문적이고 가설적인 겁니다. (116p)

 

  저는 항상 소설을 두가지 차원에서 구성합니다. 첫 번째 차원에서는 소설적 이야기를 구성하죠. 저는 그 위에다 주제를 전개합니다. 주제는 소설적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에 의해 끊임없이 가공됩니다. 소설이 주제를 버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만족해 버리면 싱거워지고 맙니다. 반대로 어떤 주제는 이야기 바깥에서 독자적으로 전개될 수도 있어요. 이러한 주제의 취급 방식을 저는 일탈이라고 부릅니다. 이 일탈이라는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잠깐 동안 소설의 이야기를 포기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키치에 대한 생각은 모두 일탈이죠. 소설의 이야기를 버리고 주제(키치)를 직접 공략하는 겁니다. (123p)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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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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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하나의 용기를 얻습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오늘, 또 하나의 용기를 얻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사랑의 따뜻함을 그려놓은 것도 많지만 힘을 주고, 많은 일을 극복해나갈 힘을 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새로운 곳을 접하고 슬럼프가 왔을 때 <절벽에 대한 몇가지 충고>라는 시를 만났었는데 그 짧은 시 안에서 문장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오랫동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오늘 만나게 된 그의 글은 그가 받은 격려와 의지의 말들을 다시 독자들에게 나눠주는 듯한 한 산문집입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 존경하는 사람들, 매체에서.. 그리고 그밖에 여러 곳에서 그가 얻은 소중한 교훈들이 시인의 따뜻한 말들을 더해서 우리에게 건너옵니다. 구구절절 어렵게만 느껴지는 말들이 아니라 그저 한번 눈으로 스치고 지나가도 마음에 남는 그런 쉬운 문장으로 우리들 마음에 단비가 내려진 느낌입니다.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 눈높이를 맞추어 풍족해질 수 있는 이야기, 가끔은 보고 지나칠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교훈들과 함께 정호승 시인이 끄적였던 시들이 딸려옵니다. 대체로 에피소드에 마지막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저는 그 시들이 참 좋습니다. 감사한 위로에 선물하나 떡하니 더 받은 느낌인 것 같아서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꼭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말들'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독자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정호승시인의 말투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에 차를 타고 가면서 듣는, 마음이 충만해지는 따뜻한 글들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이렇듯 매일매일 한개씩 읽으면 참 좋을 텐데, 저는 아쉽게도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밀린 책이 많다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혹시나 이 책을 서점에서 만나게 된다면 매일 한 에피소드씩 시간이 날 때 짬짬이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한가지 바람,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가 정말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서 매일 하나씩 들을 수 있다면 하루하루 참 행복한 아침이 될 것 같아요.

 

 

  

  손은 인생의 온갖 무늬를 만듭니다. 기쁨과 슬픔의 무늬가 고스란히 손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손은 그 사람의 인생입니다. 손은 그 사람의 삶을 대변합니다.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의 역경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손 또한 갖가지 모양과 표정을 지닌 얼굴입니다. 평생 농사를 지은 농부의 손은 고단하고 거친 얼굴을 지니지만, 아기의 볼을 쓰다듬으며 젖을 물리는 젊은 엄마의 손은 곱고 부드러운 얼굴을 지닙니다. (115p)

 

  인생은 형식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집니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사는 게 곧 인생의 형식입니다. 그 생각 속에 실수와 후회가 있고 고통과 상처가 있어도 그렇게 이루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인생에는 내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인생 자체의 힘에 움직여지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133p)

 

  인간은 목적을 달성한 이에게 관심을 갖지만, 신은 열심히 노력하는 이의 과정을 소중히 여깁니다. 목적은 결과일 뿐, 목적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목적이 중요할수록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목적에 몰두하되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목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그 목적에 다다르게 됩니다. (171p)

 

  저는 몽골에서 처음 말을 탈 때 천천히 달리던 말이 느닷없이 퍽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자칫 땅바닥에 나뒹굴 뻔했습니다. 다시 말을 타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말을 끌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말에 올라탔습니다. 그러자 말이 더 이상 저를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때 실패는 넘어지는 그 자체가 아니라, 넘어진 상태로 머무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24p)

 

  혼자 있는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라면, 홀로 있다는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입니다. 혼자 있다는 것이 외로움과 관계가 있다면 홀로 있다는 것은 고독과 관계가 있습니다. 외로움이 상대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라면 고독은 절대적이고 존재적인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때는 외롭지만 홀로 있을 때는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 있다는 것이 이기적이라면 홀로 있다는 것은 이타적입니다. 그래서 혼자 있으면 함께 있을 수 없지만, 홀로 있으면서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274p)

 

 

"산다는 것은 순간순간이다. 행복과 불행도 순간이고, 선한 생각과 악한 생각도 순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순간순간 자신답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정호승 시인도 공감했다는 법정스님의 말. 순간에 충실하자, 순간에 실망하지 말자, 순간을 사랑하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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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툰 사람들
박광수 지음 / 갤리온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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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을 추억하다 <참 서툰 사람들 - 박광수>

 

 

 

 

 

 

  어렸을 때 읽었던 광수생각 시리즈를 기억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을 정도로 열풍이었던 시리즈, 그리고 너무나 개성있었던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글씨체가 매력있었던 만화 광수생각. 사랑에 대한, 살아가며 소소한 것들에 대해 광수 캐릭터의 모습으로 들려주던 광수생각은 정확하진 않지만 희미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참 서툰 사람들>은 동네에 있는 중고 서점에서 만났다. 어린 아이가 쓱쓱 끄적이고 그린 것 같은 표지 때문에 내 손에 잡히게 되었던 이 책. 처음엔 광수생각 처럼 만화로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만화보다는 그림, 포토 에세이 같은 느낌이다. 그 이유가 책 속 어딘가 빼꼼하게 언급되어있는데, 박광수 작가가 이젠 그림보다 글이 더 좋단다. 그래서 그런지 시, 에세이, 포토 에세이 등 이 책에는 많은 글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사실 그 글 중에선 좋은 글도 있지만 가끔은 보기 민망했던 글도 있다. 하긴, 그래서 서툴다는 표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왠지 계속해서 넘기고 있었던 건, 옛날 광수생각 시리즈의 추억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모습들이 조금씩 지워져가는 듯 해서 아쉬운 마음이 많았던 이 책. 좋아하는 광수체도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너무 많이 쓰여서일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참 예쁜 책이긴 했지만 광수생각의 추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겐 왠지 쬐끔.. 아쉬울 것이다. 이 아쉬운 책이 작가의 새로운 도전과 함께 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긴 하지만..

  

 

 

   -  어떤 경기나 승부에서 이기려면 능숙함이 필요한 법인데, 내게는 그런 능숙함이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만일 오늘이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라면, 이렇게든 저렇게든 다르게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내게 오늘이라는 하루는 늘 생경한 새로운 출발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제의 나도 서툴렀고, 어제의 나도 서툴렀고, 불행히도 오늘의 나도 서툴다. (프롤로그)

 

  -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힘들 때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지만 나는 그 생각에,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 (친구이거나 타인이거나)이 울 때 같이 울어 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누군가를 걱정해 주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진짜 힘든 일은, 진짜 친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친구가 잘 되었을 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주는 일이다. (51p)

 

  - 우정이라는 그릇, 사랑이라는 그릇, 믿음이라는 그릇, 신의라는 그릇. 그 그릇들은 언제나 소중히 다루고, 잘 닦아야 하며 깨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각각의 그릇들은 품 안에 있을 때는 모두 아름답고 견고해 보이지만, 행여 잘못 다뤄 깨지기라도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깨지기 전의 그릇은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깨진 그릇은 여지없이 칼날이 되어 내게 향하기 마련이다. 뒤늦게 후회하며 깨진 그릇을 어떻게든 붙여 보려고 애쓰다 손을 베이면 그제야 비로소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품 안에 있을 때 소중히 여길 것. 깨진 그릇에 손을 베이고 나서야 배운다. (서툰 이야기 5)

 

  - 당신과 헤어진 날 마치 군대에서 나눠 준 건빵 두 봉지를 먹은 것처럼 목이 메었다. 목이 메어 어느샌가 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드니 밤하늘에 내가 그동안 흘린 눈물만큼이나 많은 별이 총총히 박혀 있다. 당신과 헤어진 날, 건빵 두 봉지를 먹은 것처럼 목이 메어 온 날, 밤하늘에 걸려 있는 별사탕을 세 개 따 먹는다. 아무도 모르게. (201p 별사탕)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며 체념을 배우는 일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인생에서 쓸쓸히 지워 나가며 스스로에게 체념을 가르치는 일이다. 해를 거듭하며 나이를 먹으며 깨달아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기에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지극히 간소한 삶의 정답. 생의 끝까지 가지고 가면 결국 제 스스로 힘들고야마는 지극히 간소한 삶의 정답. (207p 너의 결혼식장에서) 

 

 

 

아마도 이런 모습을, 광수생각 독자들은 기다리고 있었겠지?

그런 독자들을 위해 2012년에 광수생각 시리즈가 또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가가 하고 싶은 '글'과 독자가 바라는 '만화'가 함께한

광수생각 : 오늘, 나에게 감사해. 이 책은 조금 더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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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서재 -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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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할 이유를 찾는 책 읽기 <카프카의 서재 - 김운하> 

 

 

 

 

 

 가끔은 어둡고 캄캄한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외로울 때, 모든 것에 허무감이 밀려올 때, 더이상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질 때 다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김운하 작가가 딱 내 나이쯤이었을 때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한 것이 '책과 독서'였다. 그는 그 책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하나하나 깨우치기 시작했고 '나'에 대한 존재에 대한 사유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기 시작했다. <카프카의 서재>는 그가 힘을 얻고 자신의 존재를 탐구할 수 있게 한, 그가 사랑했던 십여권의 책의 목록이다. 쿤데라, 카뮈, 니코스 카잔차키스, 몽테뉴... 그 밖에도 많은 작가들의 책 속 부분부분 문장들이 그에겐 힘든 삶의 과제의 해답이 되어 주었다.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별의 심연처럼 위대하고 오묘한 것이 인생' 카프카가 삶에 대해 했던 말이다. 작가가 카프카가 남긴 글들을 읽고 동요했듯이 (그가 제목에 카프카의 이름을 넣은 것도 카프카에 의해 상상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나도 김운하 작가의 책을 거쳐 들어온 카프카의 글들에 동요했다. 어느하나 정확한 것 없이 지나가는, 그래서 답이 없고, 그래서 더 오묘하고 뒤죽박죽이며 순식간에 빠르게 가는 인생. 그 인생을 사는 법을 지금 나도, 책으로 배우고 있다. 나중엔 작가처럼 그 목록에 저마다 소중하고 귀중한 이름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시간에 대한 관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말했다고 한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크로노스는 우리의 육체를 지배하는 시간이자 물리학적인 시간이고 '카이로스는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것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시간이다'(181) 카이로스란 작가에 의하면 '목표물을 향해 화살을 당기는 순간'이다. 그 결정적인 시간이 삶을 살면서 몇번이나 나에게 왔을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그 시간들을 손에 잡을 수 있었고 얼마나 손 사이로 놓쳐버렸을까? 그러나 지나간 놓침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 '카이로스'의 시간들을 제대로 잡아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뿐이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그 시간들이 서로 꽉 채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길 뿐이다.

 삶 속의 모든 것, 그리고 그 사이에 서있는 나. 그것을 파악하는 철학적 깊이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힘든 만큼, 뼛속 깊이 깨달을 수 있는 교훈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실제의 삶은 일관된 주제가 없는, 다양하고 서로 무관한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인생이라는 소설에서 무엇이 에피소드이고 아닌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지극히 상대적인 관점에 따르며, 불순물처럼 취금될 수 있는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가 실은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더 나쁘게는 자기 인생이라는 소설을 써 나가는 작가에게 그런 에피소드의 주도권이나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 25p

 

시간이 우당탕 소리 내며 깊은 계곡을 세차게 흘러내리는 강이라면, 인간은 거기에 실려 떠내려가는 작은 나뭇잎들이다. 그러므로 운명이, 인간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예비해놓았는지,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놓을지는 미리 알 수 없다. 그저 방황하며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아이러니의 법칙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한, 삶은 어리석고 오만한 열광으로 시작되어 씁쓸한 회한으로 마감되는 덧없는 것이다. 저 경이로운 아이러니는 우리의 삶을, 우리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광대가 연주하는 가락에 맞추어 춤추는 서커스의 곰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고는 모든 진실을 깨닫게 된 연후에야, 우리는 비탄에 젖은 목소리로 아이러니를 운명으로 탈바꿈시키며 스스로를 위안할 뿐이다. - 37p

 

청춘이라는 짦은 터널을 다 통과한 후 뒤를 돌아볼 때, 그때 가서야 청춘의 방황이 방황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그렇게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보아야만 방황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 - 42p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행위는 이미 그 자체로 사회적인 행위이다. '의미'라는 언어적 범주는 이미 나를 포함한 타자들의 세계를 전제로 한다. 의미는 오직 사회 속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는 자들과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있는 자들이 없다면, 세계에는 어떤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98p

 

나는 이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내 삶을 생각할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왜냐고? 세상에 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어서다. 하긴 니체도 고뇌가 너무 많은 인간만이 웃음을 발명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을 때 우리는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 인생이 꼭 그렇다. - 120p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들은 실은 이 사회의 속박이며 굴레에 불과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책들은, 나를 결박하고 있는 문법들로부터 나를 해방시킨다. 사랑, 독서, 글쓰기, 음악, 밤의 어둠, 침묵.... 이런 것들은 우리를 익숙한 세계와 결별하도록 요구한다. - 162p

 

 

 

각 순간과 마주해 우리는 언제나 마치 그것이 영원인 것처럼 여기고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각 순간은 우리에게서 다시 덧없는 것이 되어버리기를 기다린다. - 모리스 블랑쇼 <기다림 망각>

 

가장 좋았던 한 부분. 발췌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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