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Habibi: Algerie De Ma Jeunesse
살림 하라리 (Salim Halali) 외 노래 / Warner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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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내용은 몰라도 하나같이 절창으로 이루어진 중동지역의 노래들. 낯설어서 좋고 이색적이어서 좋으니 한동안 빠져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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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
후 샤오시엔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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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감탄사를 남발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2005년 대만에 다녀온 후 늘 보고싶어서 안달하던 영화였다. 오늘 도서관에서 대만 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DVD가 눈에 띄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속으로. 역시 도서관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도서관에 올 때는 되도록 책을 갖고 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책을 뒤지는 가운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그리 호락호락한 영화가 아니다. 대만의 현대사(일본 패망 이후, 우리의 5.18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인 2.28 양민학살)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은 물론 영화에 나오는 네 형제의 인생역정의 줄거리도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영화에 비하여 화질이 많이 떨어지고, 자막처리도 중국어 위에 한글을 덧씌우고 있어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도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케이스 뒷면에 소개된 줄거리를 중심으로 네 형제 이야기를 겨우 꿰맞추고, 한글 자막 찾아서 겨우 내용 파악 들어가고...에고...이 영화가 궁금했던 건, 스토리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주펀이라는 동네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 멋진 동네를 심란한 시골 마을로 의미축소해버리는 슬픔을 맛보았다고나 할까. 하기야 영화 내용상 근사한 풍경을 자랑하는 것도 어울리지는 않겠다. 1989년에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배우 양조위가 이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사실 연기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좀 많이 경직된 모습이다.

 

그래도 명불허전이라는데 이 영화에서 명장면을 꼽으라면 엔딩크레딧이 나오기 직전의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다. 어찌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네 형제에게 차례차례 닥치는 비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폐인으로 남은 셋째 아들과 자식들을 잃은 늙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나머지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평소처럼 밥을 먹고 평소처럼 (아마도)마작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쓸쓸하다고도 즐겁다고도 말할 수 없는 장면이 2~3분가량 정지된 화면으로 이어지다가 막을 내린다. 분명히 땅을 치고 곡을 해도 시원찮을 상황인데 조금도 슬퍼하는 기색이 아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것은 없다, 독할 정도로. 절제된 슬픔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묘한 밝은 분위기, 그래서 더 애잔하고 쓸쓸해지고 슬퍼진다. 밝고 화기애애한 슬픔이라니...

 

The City of Sadness(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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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bibi (Hardcover)
Craig Thompson / Faber & Faber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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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지 16일만에 손에 넣을 수 있었던 665쪽의 만화책. 가격은 34,040원. 내가 만든 카테고리로는 Fiction에 들어가야겠으나 미술분야에 더 어울릴 듯하여 이쪽으로 분류한다.

 

아랍 문자와 코란, 이슬람 세계의 상징적인 문양 등이 이야기의 줄거리와 함께 장대하게 펼쳐지는 책이다. 소설이라면 묘사와 설명으로 족히 몇 쪽은  차지하게 될 어떤 장면을 단 한 컷의 그림으로 표현한 수많은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숨이 막혀온다. 새삼 만화의 세계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나 할까. 그간 만화책에 대한 편견 내지는 경시를 한방에 날려버린다.

 

이야기의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인상적인 것은, 아랍 문자를 그림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아랍 문자가 지닌 서체의 유연성과 어떤 특징들이 이야기의 줄거리와 결부되어 그림 속에 녹아드는 과정을 보다보면 내 안에 잠재된 호기심이 꿈틀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 서예라는 세계가 있듯이 이슬람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서체의 세계가 있음을, 그간 들어왔던 이런 세계를 비로소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슬람 세계에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이런 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이질적이라고 여겨져온 다른 문화와 문명을 풀어낸다면 - 예를 들어 힌두문화 같은 것, 허나 기독교문화는 제발 그만 -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덜 싸우게 되고, 덜 싸우게 되면 좀 더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 존 레논의 Imagine처럼 국경이 사라지게 되는...이런 상상을 하게 하는 이 만화책, 참 멋지다. 만화책 한권으로 세상의 변화를 잠시 꿈꾸어보게하니...

 

 

그러나 이 책은 무엇보다도 절절한 사랑이야기이다. 그 절절한 안타까움에 빠져들다보면 몇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린다. (물론 영어원서로 읽다보니 이해되지 않는 표현에 발목이 잡히기도 하지만) 아무리 재밌는 영화도 2시간 여의 상영시간이 끝나면 그것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것에 비하면 이 책은 그 몇배의 시간을 공들이게 하니, 가격대비 효과 만점이라고나 할까.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더니 바로 이런 나를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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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뉴튼 -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 현대 예술의 거장
헬무트 뉴튼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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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19금이 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이 책에 비하면 매우 건전한 범생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했을 때 책갈피끈이 한번도 손을 대지 않은 듯 정중하게 꼬여있던 것으로 보아 아마 이 책을 접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는 사람만 알고 있을 이 책의 운명 덕택에 다행히 19금이라는 딱지는 붙지 않았고, 글쎄 앞으로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이 책의 존재를 모를테니까.

 

356쪽의 절반 정도를 읽을 때까지도 여자와의 섹스 이야기는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데, 한편 어이없기도 하고 한편 재밌기도 하여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어떤 사람은 겨우 겨우 목숨 부지해가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데(<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처럼), 어떤 사람은 수많은 여자와 질펀하게 놀면서도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개척해 나간다. 이 책의 저자인 헬무트 뉴튼이 그랬다. 그 찬란한 섹스 경험을 고스란히 살려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가당치도 않을 이야기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단일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되바라진 삶'이 되어버린다.

 

이 책의 장점은, 이 책의 내용이 성공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거들먹거리거나 있는 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솔직하고 적나라해서 19금으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어쨌든 헬무트 뉴튼은 대단한 작가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무엇인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리고 그의 사진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마음 속에 묵직한 그림 하나를 남기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의 작가정신-헬무트 뉴튼에게는 좀 더 자극적이고 센 표현이 있어야겠지만-을 다음 구절에서 읽는다.

 

264쪽....카메라는 현실과 나 사이에서 하나의 보호벽 역할을 한다. 불쾌한 일, 가령 나의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과 1971년 뉴욕 병원에서 지지부진한 회복에 직면했을 때, 병원 침상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1982년 준이 대수술을 받았을 때, 나는 카메라 덕분에 수술대 위에 누운 그녀와 그녀의 몸에 가해지는 수술 행위를 냉정하고 용기 있게 바라볼 수 있었다. 늘 그랬다. 카메라는 내게 그런 적당한 거리감을 제공해주었다. 종군 사진기자들은 자신이 기록하고 있는 전쟁의 참상과 자신 사이에 카메라가 없었다면 과연 그 유혈 사태와 전쟁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을까.

 

제목에 붙인 '역발상'의 사진작가...그의 사진 작품이 사람들로 하여금 역발상을 하게 만든다고 한다나 어쩐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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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30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a 2013-10-15 07:18   좋아요 0 | URL
오해라니요...리장 어쩌고 써놓고보니 괜히 자랑하는 것 같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3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고행 같은 여행을 했던 인도가 떠올라서 마음이 들떴습니다.
쓰고보니 아, 이런 주책, 하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달아올라서 그냥 삭제했답니다.
여행 얘기만 나오면 저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되거든요.

고맙습니다.

2013-10-14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a 2013-10-15 07: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댓글 다는 게 무척 둔한 저를 보고 혼자 막 웃었답니다.
 
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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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평이 좋아서 구입한 책이나 한번도 손 대지 않았다. 만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고, 도자기에도 관심이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다가 어제 끝난 직무연수로 도자기에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연간 120여 시간을 채워야 하는 연수. 지난번엔 자연체험연수를 받았고 내친김에 도자기 직무연수까지 받았다. 그렇다고 새삼 도자기에 흥미가 생긴 건 아니었고, 뭐랄까 한때 미술학도가 꿈이었던 만큼 일종의 향수라면 향수라고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이라는 좀 더 고상한 표현이 어울릴라나...

 

닷새 동안 꾸역꾸역 도자기 빚는 흉내를 내고 나니 비로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별 생각없이 스치고 간 옛도자기들이 비로소 의미있게 다가온다. 역시 배우는 게 무서운 거구나, 혼자 끄덕거리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책이 재미있었다. '의외'였다는 거, 이런 연수가 아니었다면 도자기의 '도'자에도 관심이 가지 않았을 터이다.

 

백자 철화끈무늬 병 02.JPG

 

이를테면 위의 '백자철화끈무늬병'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소하고 잔잔한 재미가 있는 일화를 만화로 표현하였는데, 글이나 그림이나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자기 한 점을 앞에 놓고 지은이가 품었을 고민, 추억, 상상력, 즐거움 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유쾌하고 즐겁다. 더불어 어려워만 보이던 도자기에 대한 경계심(?)이 한꺼풀 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도자기 연수 끝에 읽는 책으로 더할나위 없이 적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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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주 2013-12-1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도자기는 너무너무 촌스럽다.
다른거보여주세요.

nama 2013-12-12 14:31   좋아요 0 | URL
촌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제가 원래 촌스럽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