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의붓남매가 서로를 챙겨주고 생각해주는 스토리 자체가 일본적인 색채를 짙게 풍긴다. 오밀조밀하게 세심하게 배려한 장치들 역시 일본답다. 울음을 자아내는 신파조도 그렇고. 그닥 눈물은 나오지 않지만.

 

안쓰럽고 안타까운 남매 이야기도 감동적이긴 하지만, 내 눈에 띄는 것은 다른 데 있었다.

<HIDEAWAY>라는 클럽 풍경이다.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떠돌이 뮤지션으로 등장하는 클럽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님 중에 미군이 여럿 있다. 이 장면에서 예전 생각이 났다.

 

오산미군비행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시절만 빼고 이 미군부대기지 근처를 배회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 대부분이 이 동네에서 사는지라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골목골목을 누비게 된 것이다. 대학 이후부터는 미군들이 드나드는 클럽에 구경삼아 몇 번 가보기도 했다. 우리나라나 오키나와나 미군이 주둔한 곳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클럽 분위기가 비슷하다. 생활 풍경도 비슷하겠지. 어려서부터 보아온 익숙한 미군기지 풍경 덕분인지(때문인지)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전세계를 돌아다녀도 미국만은 가지 않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도 아직 펄펄 살아 있다. 왜? 우리가 사는 방식이 이미 미국식인데 굳이 미국까지 가서 확인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다.

 

미군이 주둔하는 땅, 오키나와를 단순 여행지로 여기자니 이런저런 생각거리들이 밀려온다. 오키나와는 희생양의 땅이다. 일찍이 우리나라의 미군기지 주둔지역이 그렇듯이.

 

오키나와에 대해서 공부할수록 재밌어지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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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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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삭은 능청스러움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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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사진 읽기 -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이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는 다른 눈
신수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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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사진→다시 심리학으로, 경계를 넘나든 사람이 쓴 사진책이다. 이쪽 분야에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이 책에 소개된 사진가들이 대부분 낯설다. 아주 유명한 작가인 배병우, 김영갑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몰라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만연체의 글을 내가 잘 참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 책도 내게는 약간 만연체로 읽혔다. 다섯 줄 중 한두 줄을 건너뛰며 읽었다. 오늘은 시간도 넉넉했는데 찬찬히 읽히지가 않는다. 책을 서너 권 쌓아놓고 읽은 탓도 있다.

 

그래도 다음의 밑줄은 읽고 또 읽었다. 경계를 넘나드는 것도 좋고, 경계를 확인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도 좋다. '경계'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래, '머무는 자에게 기회는 없다.'

결과적으로 난 사진과 심리학을 둘 다 활용하는 사람이 되었다. 좋아하는 두 가지를 전부 지켰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내가 선 땅이 위태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이 부분에 있어선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한가지 분명히 배운 것이 있다면 경계를 확인하는 작업을 지속해야만 경계를 넘나들 수 있고, 그래야만 내가 선 땅을 넓고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머무는 자에게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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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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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의 글을 읽는 건 숨겨놓은 양심을 바깥으로 꺼내는 것 같아서 종종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별로 재밌지도 않다. 그런데도 묘한 매력이 있는데, 그 글을 읽음으로써 양심의 세계에 한발을 들여 놓았다는 안도감 같은 게 생기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있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러나 이 분의 또 다른 글인, 음악이나 미술에 관한 글을 읽을 때는 묘한 반발심도 생긴다. 순도 높은 이 취미는 또 뭐지, 하고.

 

이 책에서 그 단서를 발견했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엿보고 말아...처절할 정도로 고독했다.' 이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는 그게 '여행'이었으니까.

순식간에 콘서트가 끝나고 쌀 쁠레옐을 나오니 밤도 깊은데 추운 포부르 생또노레 거리를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오가고 있었다. 까페의 환한 유리창 너머 담소하는 남녀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곳엔 누구 한 사람 내가 아는 이가 없다. 여기는 나의 세계가 아니다.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된다....중학시절부터 뇌리에 각인된 시구가 있다. 스즈끼 키로꾸라는 시인의 <용서해요>라는 시다.

`또다시 音의 세계와 色을 즐기는 곳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텅 빈 지하철을 타고 까르티에 라땡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그 시구를 자꾸 떠올렸다. 나는 "음(음향)의 세계와 색(색채)을 즐기는 곳"에 있어서는 안된다. 내가 몸을 두어야 할 곳은 예컨대 한국의 감옥이 그렇겠지만 음도 색도 없이 치열한 투쟁만이 있는 그런 세계인 것이다. 원래 나는 그런 세계의 인간이고 그런 세계로 돌아가야 할 존재인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고독했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엿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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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얼떨결에 본 영화. 그것도 10여 분이나 늦게 입장했다.

 

아무런 정보, 심지어 제목조차 처음 들어보는 낯선 영화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정보 검색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정보와 담 쌓고 무지하게 사는 것도 때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리 알거나 너무 알 필요가 없다. 살아있는 생생한 느낌을 위해서는.

 

이렇다 할 컴퓨터그래픽 같은 장치도 없는,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력 하나로 승부를 보는 영화로 구성도 단순하고 주제도 단순하다. 독종 선생에 독종 제자. 그 지독함이 내용의 전부인데, 그 지독함에서 영화다운 카타르시스를 가슴 한가득 느끼게 된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 강렬하다.

 

멋진 영화다. 시원하다.

 

기억에 남는 대사 한마디: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

 

*whiplash: 채찍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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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3-1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가 학교에서 드럼을 하고 있어서 같이 보면 좋겠다 하고 물어봤더니 벌써 다운받아서 봤다네요 ㅠㅠ 우리 나라에선 지금 개봉했지만 나온지 좀 된 영화인가봐요?
흠, 혼자라도 한번 가서 봐야겠어요.

nama 2015-03-16 07:08   좋아요 0 | URL
오우, 아드님이 드럼을....저도 드럼을 좋아해요.
볼만해요. 자극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