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만나서 동대문시장에 갔다가 지인의 지인인 화가의 전시회를 보러 갔다.

 

화가 김종숙. 이 전시회의 정보는 한겨레신문을 통해서였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679786.html

 

검색해보니 박기범의 아래 책에 삽화를 그린 분이었다.

 

 

 

 

 

 

 

 

 

 

 

 

 전시회장의 또 다른 방에서 <그 꿈들>의 삽화그림도 전시하고 있다.

 

그림은....짠하면서 힘찬 느낌이다. 매우 강하다.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감히(?) 찍지는 않았다. 사람을 마주보며 아무런 허락없이 사진을 찍는 행위 같아서였다. 함께 간 친구들에게 지인에게서 얻어들은 화가의 이력을 대충 설명해주며 그림감상에 들어갔는데...친구들 마음에 그림이 박히기 시작했다. 잠시 후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서로에게 그림을 사라고 종용내지는 권유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화가에게 직접 그림을 사는 건 아니고 큐레이터를 통해서 사는 것이라는 친구A의 말에 따라 친구B가 담당 큐레이터의 명함을 얻어가지고 왔다. 건대앞에서 생선구이 식당을 하는 친구B는 전시회 그림중 <열갱이>그림을 마음으로 점찍고 있었는데, 평생 그림구입을 해본 적이 없은 처지들이라 이런 과정들이 너무나 멋적고 낯설어서 망설이기만 했다. 일단 전화나 해보자고 친구C와 내가 서두르자 친구B가 번호를 누르고 친구A가 통화를 시도했다. 결과는....직접 작가와 협의해보란다.

 

우여곡절 끝에 가격을 알게 되었는데...평생 그림 한점 사본 적 없는 소심한 우리들은 침만 흘리고 말았다는. 100만원 넘는 그림가격에 발발 떨어서야 어디 평생 그림 한 점 사겠는가.

 

그간 이런저런 그림 전시회를 다녀보았지만 그림을 사고 싶은 생각은 거의 한번도 들지 않았었다. 집에 걸어둘 공간도 없고 돈도 그렇고... 그러나 이 화가의 그림을 보고 강한 구매욕구를 느꼈다. 삶의 고달픔과 말 못할 슬픔이 붓질 하나하나 비늘처럼 박혀있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 아픔을 그려넣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너무나 강렬해서 내 슬픔이 알알이 떠오르다가 결국 눈물이 핑돌게 된다. 그런데 그림에는 또한 힘이 있다. 그게 슬픔을 이겨내는 힘인지, 힘을 내서 살아보자는 결의인지, 슬픔에도 힘이 있다는 역설인지는 모르지만 힘이 있는 그림임에는 틀림없다. 묘한 매력이다.

 

질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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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01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jin 2015-03-0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속도다` 전시회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질러보고싶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nama 2015-03-04 19:32   좋아요 0 | URL
전시회 제목이 `속초다`인데요....`강원도` 화가라는 게 중요한 듯싶어서요.
 
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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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나가며 예전에 읽었던 이 분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그 책은 이 책만큼 가슴속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고 다 읽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헌데, 이 책을 참 모범적(?)으로 잘 읽긴 읽었는데 리뷰를 쓰려고하니 좀 난감해진다. 하나를 가르치기 위해선 10개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평소의 나의 신념?) 한 줄을 쓰려면 10개를 이해해야 하는데, 10개를 이해했는데도 한 줄을 못쓰는 건, 한 줄을 쓰기 위해 열 줄을 쓰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래도 뭔가 독후감을 남겨야 할 것 같아 쓰기는 쓰는데...

 

특히 이쾌대에 대한 꼭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저자의 지식과 내공이 사뭇 느껴지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기울였을 노고가 문득 문득 떠올라서 감히 한꺼번에 단숨에 읽어나가기가 저어했다고나 할까. 소제목 '분열이라는 콘텍스트'는 이쾌대를 설명할 뿐 아니라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처럼 생각된다.

 

재일조선인 2세인 저자부터가 이미 분열된 의식의 소유자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분열된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쾌대의 분열된 의식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던 것도 이 디아스포라는 정체성 때문일 것이다.

 

'성별조차 초월한 이단아(신윤복)' 이나 '이름이 많은 아이(미희)'도 근저에는 '분열된 의식'이 내재한다고 읽혀졌다. 그들도 경계에 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휴~...쓰고 싶은 열 개 중 겨우 한 개를 끄적거렸다. 이 시간이면 이미 잠에 빠져들었을 시간인데, 낮에 산책 나갔다가 우연히 모델하우스에 들어가서 얻어마신 커피 덕에 그나마 깨어있긴 한데 내일을 위해 억지로라도 자야 할 시간이 되었다.

 

호텔의 방 한 칸을 분양 받으면 수익률이 얼마라는, 믿지도 믿고 싶지도 않은 투자 얘기를 듣는 댓가로 얻어마신 커피. 아무래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되리라. 잠도 오지 않는 밤, '분열된 의식'을 곰곰히 내 생에 대비해보는 밤이 될 것 같다.

 

(다음 날 덧붙임)

p.243  일본인들이 가노파나 에도 시대 우키요에의 뛰어남을 칭찬하면 무신경한 내셔널리즘을 내비치는 듯 느꼈다.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과 문학 같은 다른 영역에서도 그런 느낌은 많건 적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학창 시절, 내 일본 고전문학 성적은 최악이었다.

 

p.121 '한국인'이란 한국인이라는 '본질'을 지닌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문맥'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연두의 작품이 '한국적'인 까닭은 한국이라는 본질을 주장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문맥을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이다.

 

p.187  따라서 이쾌대라는 화가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독해하기보다 이 화가 안으로 들어가 서로 모순되면서도 뒤얽혀 있는 복수의 '콘텍스트'-이를테면 동양과 서양, 조선과 일본, 전근대와 근대,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남북 분단과 대립-가 갈등하고 충돌하는 '장'으로서 읽어보는 시도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쾌대라는 화가 개인에 대한 평가를 바로 내리지 않고 그에게 나타나는 복합적인 콘텍스트의 상호관계를,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보는 것. 이것이 '프랜시스 베이컨 전'을 통해 내가 얻은 착상이며 이 글의 주요한 관점이다.

 

이렇게 '문맥'은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 개념이다. '한국인', '일본인' 이라는 본질이 아니라 '일본', '한국'이라는 문맥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문맥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온 몸으로 살아낸 분의 한마디 한마디는 의미심장하고 육중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분의 삶이 그러했을 테니까. 디아스포라는 결국 '복수의 콘텍스트'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복수의 콘텍스트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분열된 의식은 어쩔 수 없는 것일 터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아티스트들 중 나중까지 내 기억에 남을 사람은 이쾌대와 미희가 아닐까 싶다. 신경호, 정연두, 윤석남...이분들도 모두 개성 있고 나름의 세계를 펼친 분들이고, 홍성담은 이미 유명한 분, 신윤복을 보는 관점도 흥미롭지만 저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작가는 역시 이쾌대와 미희라는 분일 것 같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미희는 해외입양아이다. 이중삼중의 '복수의 콘텍스트'를 읽어내지 않고는 이 작가를 이해할 수 없다. '이름이 많은 아이-미희' 부분을 읽으면서 이 분의 얼굴이 궁금해서 뒷장을 먼저 살펴보았는데 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떤 선머슴 같은 사내만이 수인번호 같은 숫자판을 들고 있을 뿐. 나중에야 이 선머슴이 '미희'라는 것을 알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모습,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모습이었다.

 

책의 제호 조차 '한국미술'이 아닌 '조선미술'이고, 여느 책처럼 '..미술 감상'도 아닌 '..미술 순례'다. 역시 복수의 콘텍스트로 읽어야 할 제호이다. '조선'일 수 밖에 없고, '순례'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저자의 디아스포라적인 관점에서 나온 분열된 의식의 결과이리라. 미술이 '순례'일 수 밖에 없는 것... 내게는 내내 묵직한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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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수업은 무슨 수업. 가르칠 마음도 들을 마음도 없는, 이심전심의 유유자적한 해방의 시간.

영화 한두 편으로 서로의 무안한 마음을 살짝 옆으로 밀어놓는다.

 

 

 

 

 

 

중2 아이들에게 이 두 영화를 보여주면 하나같이 이렇게 묻는다.

"이거 진짜 실화예요?"

영화 보기 바빠서 설명도 짧게 짧게 자막 넣듯 하다보니, 딱 한 마디 이 말 만큼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이 영화가 너희들이 살아가야 할 세계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이미 가족과 함께 봤다는 여학생이 있다.

"우리 엄마가 이런 영화는 꼭 봐야 한다고 해서 식구끼리 봤어요." ...이쁜 녀석. 수업 시간에 항상 진지하더니 그 뒤에는 진지한 어머니가 계셨군.

 

2,000원 주고 다운로드했다고 하니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나를 바보 취급한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고. 애들은 알맹이 없이 약기만 하다. 진짜 세계에는 눈 가리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면 스마트해지는 줄 알고 있다. 어디 애들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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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si bon.( It's so good.)

 

대학 때 트윈폴리오를 매우 좋아한 친구가 그들의 노래를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준 적이 있었다. 그 테이프를 많이 듣기는 했지만 테이프가 끊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테이프가 늘어나거나 끊어질 정도로 들었던 노래는 Lynyrd Skynyrd 의  Free bird 나 Deep Purple의 강한 사운드의 노래들이었다.

 

팝송 보다는 덜 좋아했지만 그래도 우리세대에게는 쎄시봉이 진한 향수를 일으키는데...그 옛 향수를 일으키기에 이 영화는 좀 작위적인 설정이 많다. 스토리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이야기 진행에 억지가 보이고 우연한 장면들을 안일하게 배치했다. 이야기 전개상 어쩔 수 없겠지만 좀 더 덜 영화스럽게(?) 할 수는 없었을까?

 

특히 트윈폴리오의 노래는 들을 만하면 중간에 툭 끊기는 토막노래만 나와서 감질만 났다. 이런 비교는 그렇지만, 영화 Once 의 음악성 짙은 노래들이 줄줄이 나오는 장면 같은 장면들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만의 음악영화로 머무르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이 영화가 음악영화 맞나?). 영화 Once 같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단순히 과거지향적인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만으로는 쎄시봉의 소재가 아깝지 않은가. 좀 많이 아쉽다. 기왕 만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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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실시한 경제직무연수에 다녀왔다. 국내경제와 세계경제를 두루 섭렵(?)한 건 감히 아니고 기초적인 개념 및 앞으로의 전망 등을 듣고 왔다. 교직에 있으면서 이런 연수를 받을 수 있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더더군다나 닷새 동안 진행된 연수가 숙식 포함 모두 무료였다. 배정 받은 기숙사는 전망 또한 감동이었다.

 

연수 내용은 내 얄팍한 지식으로는 풀어놓을 상황이 못되고 그저 기숙사 창문으로 보이는 호수 풍경을 올리고자 한다. 서울 자양동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쿨하우스가 기숙사 이름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은 건국대학교 대학병원으로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 순서대로 배열하였고 , 마지막 사진은 호숫가 다른 쪽에서 찍었다.

 

 

 

달이 뜨고

 

 

 

달은 여전한데 먼동이 트기 시작하고, 유리창으로

 

 

 

지는 달과 뜨는 해의 공존, 역시 유리창으로

 

 

 

 달이 지고 해 뜨고

 

 

 

해가 더욱 떠오르고

 

 

 

 해가 더욱 떠오르고

 

 

 

오후

 

 

 

 

 

 

해질녘

 

 

 

 2G폰으로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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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1-09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호수 이름이 일감호이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

nama 2015-01-09 20:0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서울 시내에 저런 큰 호수를 그대로 두었다는 게 놀라워서 새삼 건대의 위대함(?)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름을 가질 만한 호수지요^^

2015-01-10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0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