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촬영한 영화, <보이후드>를 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에 잘 나와 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660177.html

 

18년 동안 3편의 비포시리즈를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예사로운 양반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다달이 월급 받으며 하는 일도 지겹고 괴로운데 12년 동안 오로지 투자만 해야 하는 작업을 어떻게 해낼 생각을 했을까,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6살짜리 주인공이 18살이 되기까지 변화되는 모습의 사진이다. 적당히 우울한 분위기가 나는 외모인데 이런 표정과는 전혀 다른 밝고 외향적인 얼굴이었다면 어떤 다른 영화가 탄생되었을까? 이런 주인공을 선택한 걸 혜안이라고 해야 할까?  멋있다.

 

내용은...삶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에 사고쳐서 애를 낳으면 인생이 꼬이기 십상이고, 싱글맘으로 애를 키우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결국 친정부모에 기대는 수밖에 없고, 폭력적인 남편과는 살 수 없고, 의붓자식은 의붓자식일 수 밖에 없고, 둥지를 떠나 보내는 엄마의 심정은 동서양이 다를 리 없고...그저 우리네 삶의 풍경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인데 특별하게 다가오는 영화. 기억하고자 몇 자 썼다.

 

다만 이 영화는 남편이나 나 보다는 10대 후반인 딸아이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 수능 끝나면 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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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는 게 아쉬운 영화다. 이런 영화라면 밤새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눈빛 연기가 매혹적이다. 열 마디의 말을 몇 초간의 눈빛으로 담아낸다.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전편 <Once>의 풋풋함과 투박함이 좀 더 세련되고 영화다운(?) 면모로 발전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때론 빈 구석이 많고 어딘가 부족한 것에 더 마음이 쏠리기도 하는데, 빈 구석에는 내가 끼어들 여지가 남아 있지만 완벽한 것에는 그냥 구경꾼으로 머물고 만다.

 

<Once>는 등장인물들이 적어서 주인공들에게 오로지 전념할 수 있었는데 반해 <Begin Again>은 두 쌍의 커플들이 중첩되어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게다가 사춘기 딸까지 등장한 다소 교육적인 내용도 드러난다. 가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듯도 싶고. 영화 제목이 시사하듯 한 단어와 두 단어의 차이점이라고나 할까.

 

 

 

 

 

 

 

 

 

 

 

 http://blog.aladin.co.kr/nama/3078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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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4-10-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Begin Again...
토요일밤에 즐기기 좋을 것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춤추고 싶어서 안되겠다는 여주인공 말처럼 저도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거든요.
적당히 끼가 넘침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행보는 상업적 체제를 거부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어찌보면 회사보다 더 상업적일 수 있는 통신매체를 선택함으로써 결과물을
확인해야만 하는 인간 근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느낌은 영화 전체에 흐르는 다양한 언더그라운드적요소들에 묻혀버리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저같은 평범한 식자들의 성향에 맞아떨어져 만족감을 주기에도 충분했습니다.
똘끼 충만한 아티스트들의 말투, 즉발적이고 성급해보이고 끊어지는 말투가 처음엔 살짝 거슬리고 낯설어 몰입을 방해했지만,그런 것쯤은 음악이 덮어 주더군요.
딸아이교육은 너무 쉽고 단순해 유치해보이기까지 했지만,그것이 메인스토리가 아님을 감안하면 윤활유정도로 보아 넘길 일이겠지요.
전반부의 역순행적 구성이나, 지역을 돌아다니며 음악녹음을 한다는 발상은 참 참신하네요.
여배우 의상까지 음악 컨셉에 맞춰 현란하게 바꾸는 연출은 어쩔 수 없는 영화적 본능 일까요?
아무튼 언더그라운드적 디자인, 색감에 맞춘 듯한 의상은 깡마른 여배우몸매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영화보는 내내 그녀의 매력에 휘둘렸습니다.
(패션감각은 제로인 저도 여자인가봐요 ㅋㅋ).
얄미울 만큼 적당하게, 탈상업적, 순수, 창작, 열정, 천재적, 가족, 성공, 등등 보통의 우리들이 호감갖는 요소들에,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을, 음악을 믹싱하여 잘 빗어낸 영화라 생각됩니다.
상업적이지않으려한 상업적인 영화?


nama 2014-10-06 16:16   좋아요 0 | URL
위의 글보다 더 멋진 댓글을 ..._()_
계정 하나 분양 받고 본격적으로 써보심이 어떠신지요^^

sabina 2014-10-0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애고 ! 그 무슨 당치않은 말씀을 ... 과찬이십니다.
 

의미를 모를땐 하얀 태양 바라봐
얼었던 영혼이 녹으리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리 빛으로 반짝여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걸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피리
드넓은 저 밤하늘 마음속에 품으면
투명한 별들 가득
어제는 날아가버린 새를 그려
새장속에 넣으며 울었지
이젠 나에게 없는걸 아쉬워 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 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눈물 잉크로 쓴 시 길을 잃은 멜로디
가슴과 영혼과 마음과 몸이
다 기억하고 있어
이제 다시 일어나 영원을 향한 여행 떠나리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이런 노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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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2004년/2013년

남주인공: 에단 호크(1970.11.06)

여주인공: 줄리 델피(1969.12.21)

 

어제와 오늘, 이 세 편의 영화와 함께 뒹굴었다. 계속 밖으로만 돌다가 집안에 처박혀(?) 있으니 무위가 제일 어렵고 겁난다. 이럴 때 미뤄두고 보지 않은 이런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니...모든 영화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나 할까.

 

20대 초반의 풋풋한 하룻밤의 사랑에서 40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전부인 다소 밋밋한 설정이지만 두 주인공의 늙어가는 모습을 따라가는 맛이 인상적이다. 주름도 그대로, 튀어나온 뱃살과 두리뭉실해진 허리곡선도 그대로, 보톡스로 가미하지 않은 여주인공의 늙어가는 얼굴도 그대로, 셔츠 차림의 남주인공도 그대로, 끈 달린 옷을 즐겨입는 여주인공도 그대로이다. 이 '그대로'의 모습처럼 그들의 사랑도 그대로 남아 있다, 결국엔.

 

각각 비엔나, 파리,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어떤 글을 보면 유럽 여행 전에 이 영화를 볼 것을 권하지만 후편으로 갈수록 배경은 그렇게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삶도 그렇잖은가. 젊을수록 장소같은 주변환경이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주위환경에 좌우되는 대신 자신의 행동과 말에 더 집중하게 되잖은가. 행동은 굼끄게 되지만 느려진 행동을 말이 대신하게 되어 점점 더 말이 많아지고 그 말 때문에 주위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이 영화의 3편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장면은 없고 대사만 쉴 새 없이 이어져서 살짝 피곤해질 정도였다. 2편 후반부와 3편을 보게 된 남편은 3편에서는 차라리 영화에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말이 너무 많다고. 자신도 늙어가면서.

 

셋 중에서 한 편을 꼽는다면 역시 1편이 제일 영화답다. 배경 설정이나 두 주인공의 푸릇푸릇한 젊음이 지나간 청춘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갖게 한다. 후편으로 이어질수록 영화는 일상의 우리네 삶과 다를 것 없는 리얼리티를 보여주는데, 낭만에서 리얼리티로 이행되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혹 두 주인공이 진짜 부부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만큼 잘 만든 영화라는 얘기가 되겠다.

 

영화 한 편을 또 보러 나가야 되기에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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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4-08-16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8년 동안 세월의 흔적 그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높이 사 줄
만한 영화네요 . 그 대단한 기획과 열정에 찬사를 보내고 싶군요.
시네마 천국의 토토나 알프레도와 같은 순수하고 꾸밈 없는 열정과는 좀 다르지만.

세상에 영화가 없다면 얼마나 팍팍할까?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아련한 추억들과 함께 기억나는 영화 몇 편 쯤은 누구나 있지요.

어제, 친구와 함께 오래 기억할 만한 독특한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장시간 그 친구와 함께 했다는 것을,그 영화와 함께 추억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시대가 달라져 헐리우는 극장 앞에서 토토와 동네사람들이 영화와 함께 했던
옛시절을 추억하듯 말이죠. ^*

nama 2014-08-16 13:54   좋아요 0 | URL
세상에 영화가 없다면, 그 영화를 대체할 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요?
세상에 친구가 없다면, 그 친구를 대체할 만한 게 무었이 있을까요?

추억에게 미처 자리를 내주기 전에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삶을 채울 수 있기를...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나는 타고난 소질이 있다고 지금까지 믿어왔다. 바느질이면 바느질, 레이스뜨기면 레이스뜨기, 그림이면 그림...내가 서예를 배우지 않은 이유: 서예에 빠져버릴 것 같아서. 이런 자만심 가득한 내가 도예를 하게 되면 아주 잘 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 번에 걸쳐 기본적인 도예작업을 해본 결과 얻은 결론은. 도저히 도자기세계에 빠져들 수 없다는 것이다.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소위 예술작품을 보면 도자기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져가는데, 꼭 공부 못하는 아이들처럼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연속적으로 끌어대는 것이다.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에 몰입하지 못하여 끝내는 그 세계에서 이탈하는 경험은 이전에도 있었다. 미대 진학을 위해 그림을 그릴 때도 늘 마음이 무겁고 삭막하여 세상과는 동떨어진 낯선 세계를 헤매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렇게 헤매다가 고3이 되어서 공부에 전심전력을 기울일 때의 그 해방감이라니...

 

종교도 그랬다. 강요에 의해 카톨릭으로 개종을 하고 나름 신앙생활을 충실히 한다고 생각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온갖 이유와 비난과 불평에 사로잡히게 되어 끝내는 그 세계에서도 나와야 했다.

 

그러면 지금은? 난 아직도 공공연히 '학교를 싫어한다.'라고 말하곤 한다. 학교를 좋아해본 적?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학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다녀야하니까 다녔을 뿐이다. 지금은? 생각을 애써 하지 않을 뿐이다.

 

나이 먹으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내가 원하던 길을 확실히 걸어가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속절없이 머리만 하얗게 세고 있을 뿐, 그저 하얗게 세가는 머리를 보며 애써 젊어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려 애를 쓸 뿐. 머리마저 까맣게 물들이면 행여 내 처지를 착각할까싶고, 그래서 하얀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인생의 유한성을 순간순간 깨닫곤 한다.

 

도자기 연수 마지막 날인 오늘, 연수생들과 함께 연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리움미술관에 다녀왔다. 삼성공화국에 살고 있음을 또 한차례 확인한 셈이지만.

 

 

 

흥미가 가는 작가들 이름을 적어왔다. 데이미언 허스트, 박서보, 수보드 굽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순식간에 정보가 좌~악 뜬다. 그런데 이들 작품을 알아서 뭐하지? 하는 생각도 든다. 지식을 쌓아서 뭐하지?

 

무언가를 새로 알게 될 때마다 드는 회의. 이걸 알아서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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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8-09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미언 허스트는 며칠 전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 가보니 거기서 하고 있더군요. 사실 데미언 허스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천안에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가 함께 떠오르는데 서울보다 천안이 좀 더 가까운데도 아직 못가봤어요. 박서보와 수보드 굽타는 저도 처음 들어봐요. 이름을 보니 수보드 굽타는 인도 사람인가봐요?
저도 예전에 직장 그만두고서 혹시 잉여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여 이것 저것 시도해본 것들이 꽤 있는데 지금은 그것들이 아무 소용없더라고 했더니, 옆에서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알고 보면 다 연결이 되지 않느냐고요. 말을 들어보니 그런 것도 같은게, 전혀 연관 없어보이는 일들인데 전혀 무관하지도 않더군요.
미대 진학을 위해 그림을 배우셨었군요!

nama 2014-08-09 07:22   좋아요 0 | URL
천안에 그런 갤러리가 있군요. 백수시절에 천안 거리를 하릴없이 거닐곤 했었지요.
데미언 허스트는 자극적인 면이 도드라지는데 그게 강한 인상을 남기네요. 수보드 굽타는 인도사람인데 인도인의 일상용품을 작품으로 만들어 다시보기를 권유하고 있어요. 도시락을 커다란 대리석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을 봤는데 나름 의미가 있어보였어요.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누구의 말처럼 예술 역시 창조하는 게 아니라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특히 현대미술이라는 것을, 미술관에서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고 내린 결론입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미친 짓을 글쎄 딱 끊어버릴 수 있을까 싶어요. 또 불평을 해대면서 뭔가를 꼼지락거리고 있을 거예요.

sabina 2014-08-1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언가를 알고자 하면서 이걸 알아 뭐하지? 란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돌이켜 생각해보니 얼추 내 나이 오십에 가까워 지면서 인것 같습니다.
나이듦의 반증처럼 ...
살아온 나날의 무상함을 문득 느낄 그 나이 즈음, 앞으로 알아지는 것들에 대한
허무와 실망를 예감하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때로는 머릿속에 게획과 바램을 담아보기도 하지요.
언제 실현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nama님은 불평을 하면서라도 연수를 통해 끊임없이 배움을 실현하고
있으니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것 같네요.

nama 2014-08-15 09:04   좋아요 0 | URL
사실, 무엇인가를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더 힘들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주변에 훌륭한 분들이 무척 많지요.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보는 재미가 아주 좋습니다.
그 재미도 일종의 놀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