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이름은 안옥순, 우리 이모 이름은 안옥희. 바로 그 안옥희에 가면 입을 만한 괜찮은 물건이 많아요."

 

30대 후반의 우리의 여행인솔자가 교사라는 직업을 택했더라면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습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훌륭한 교사가 되었을 것이다. 표정이면 표정, 내용이면 내용, 분위기면 분위기 등을 독특하고 유쾌하게 이끌어 나가는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 때 인도로 여행왔다가 인생이 바뀌었다는 그녀. 그간 내가 만나 본 여행 인솔자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가장 꼼꼼하고 가장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인솔자의 말대로 코친에 있는 아노키 매장은 우리 여사들의 정신줄을 홀딱 빼놓고 말았다. 인도스타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직물들은 모던하면서도 세련되었다. 인도여성들의 옷을 보면 디자인에서 오는 세련됨을 추구하기 보다는 전통을 고수한 모양새에 색상과 무늬에 변화를 주어 화려함을 추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색상이 다양하고 화려한, 한마디로 '예쁜' 옷을 좋아한다. 인도 현지에서야 그들을 흉내낸다한들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지만,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그 옷을 입기에는 문화적인 감각이 너무나 달라서 감히 몸에 걸칠 생각을 못한다. 그 거리감을 최대한 줄여 외국인이 선호하게 만든 제품이 바로 아노키제품이다. 흠, 이건 내 생각이다.

 

친구들은 이런저런 옷을 잘도 구매했으나 내게는 너무나 옷들이 컸다. 일단 가슴이 많이 파인 옷은 안 되고, 길이가 긴 옷도 제끼고, 너무 펑퍼짐한 옷도 그렇고, 크기도 적당하고 알맞게 맞는 옷은 실용도가 떨어지고....결국 내 옷은 못 사고 남편 셔츠와 스카프, 필통, 손수건 몇 장을 건졌다. 다음에 다시 인도에 가게 된다면 기필코, 필히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아노키 매장을 확인하고 찾아가리라.

 

 

 

 

 

 

 

 

위의 문양은 사람이 잉일이 찍어낸 것이라 한다.

 

 

http://www.anokhi.com/

http://www.anokhi.com/photos/photo_archives/odori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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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도 여행 중 제일 기대를 하고 갔던 곳이 함피였다. 기대를 너무 했었나. 실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한가했더라면, 숙소가 호스펫 시내가 아닌 함피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말이다.

 

여행사에서 가는 단체여행은 숙소가 대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예컨대 바라나시 경우, 갠지스 강변에는 수많은 숙소가 있는데 단체여행객들이 묵는 숙소는 릭샤를 타고도 한참 가야하는 거리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솔자에게 물어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라나시 강변에 위치한 숙소들은 굳이 하루 정도 머물다 가는 단체여행객들에게 방을 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알아서들 찾아와서 며칠씩 묵고 가는 손님들이 넘쳐나니 그들을  환영할 수밖에 없단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다. 아, 이해가 된다. 늘 그게 궁금했었다.

 

함피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아쉽다고 다시 갈 것 같지는 않다. 떠난 님처럼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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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1-26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둥의 조각 하며, 돌로 만든 마차 (마차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차 바퀴 까지, 정말 정교하네요.
그러고보니 nama님 바뀐 대문 사진이 함피에서 찍어온 사진이었군요. 기둥을 저렇게 블록으로 엇갈리게 쌓아 만든 건줄 모르고 처음에는 사진 촛점이 잘 안 맞아서 저렇게 보이는 줄 알았지 뭡니까 ^^

nama 2017-01-26 12:56   좋아요 0 | URL
인도엔 정교한 석상들이 아주 많지요.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의 석가탑, 다보탑 정도는 이름도 못 내밀 정도지요. 규모도 크고...대단한 게 많아요. 그냥 카메라만 들이대도 그럴 듯한 사진이 나와요.^^

서니데이 2017-01-2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nama 2017-01-26 16:0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건강하시고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도의 화폐개혁으로 새로 나온 고액지폐.

 

 

 

 

 

 

간디의 얼굴이 왼쪽에 있다는 게 특징이다. 2,000루피는 우리 돈으로 약 4만 원, 500루피는 약 1만 원이다. 

 

 

 

인도에는 지역마다 언어가 있다보니 화폐의 액수표기도 주요 공용어인 지방언어를 모두 표기한다. 영어를 빼고도 15개의 언어로 되어 있다. 예전 90년대 중반에는 12개쯤되는 언어였는데 그 사이 몇 개 늘었다. 몇 년 후 다시 인도에 가면 한두 개 늘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다보니 북인도와 남인도 사람들이 만나면 그들은 영어로 대화한다. 영어를 사용할 수 밖에. 영어는 그들에게 생존언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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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1-26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가 다양한 건 이해가 가는데 그 종류가 시간이 가면서 더 늘어나기도 하는군요. 이례적이네요.

nama 2017-01-26 10:50   좋아요 0 | URL
북인도의 카슈미르 지역이 독립투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어떤 특정한 곳이 목소리가 커지면 통합 차원에서 어느 정도 그 요구를 수용하는 게 아닐까요. 워낙 다양한 곳이라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나라가 인도 같아요.
 

 

친구들아.

 

혹시 눈치챘으려나 모르겠다. 네 번의 야간침대열차에서 유독 내 자리는 항상 1층이었다는 것을 말야. 키 큰 포토여사, 과일킬러여사는 늘 3층을 이용했는데 나는 한번도 1층의 내 자리를 양보하지 못했네. 우리 중 인생경험상 제일 어른인 토이여사는 한번쯤 3층에서 자겠다고 나서기도 했지만. 자기 다리가 길다고 우기며...

 

세 번째 열차를 탈 때까지도 그저 내가 운이 좋고 내 작은 키를 배려했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네 번째 열차를 타기 직전 우리의 씩씩하고 재미있는 인솔자가 몰래 애기해주더군. 여행사 이사님이 내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셔서 열차침대를 1층으로 배정했다는거야.

 

이 여행사와 나와의 인연은 너희도 대강 알고 있을 터. 더군다나 이번 여행에는 8명 신청이라는 혁혁한 공을 세웠잖아, 내가. 그래서 내게 고마워하는 이사님의 뜻을 조용히 받아들이기로 했지.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나는거야. 그냥 입 다물고 있자니 미안해지기도 하고.

 

두 번째인가, 2층 침대를 쓰게 된 아가씨여사가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그냥 묵살해버렸던 일도 생각이 나네. 그때도 나는 내 작은 키에 고마워했다네. 에이, 키는 왜 이리 작아가지고...

 

밥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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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1-2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도 키 작으시구나... 저도 키 작거든요 ^^
nama님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인도 여행기를 읽으며 인도가 넓은 나라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네요. 지역마다 언어도 매우 다양하다고 하던데 그런가요? 인도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긴 하는데 저는 도통 인도 사람이 하는 영어를 잘 못알아듣겠더라고요.

nama 2017-01-25 22:15   좋아요 0 | URL
5척밖에 안 되는 키로 발버둥치며 살고 있지요.^^
인도는 무척 다양한 곳이에요. 종교만해도 힌두교, 이슬람교, 카톨릭, 자이나교, 시크교, 불교...사람도 다양하고 언어도 다양해요. 다음 글에서 인도의 화폐를 소개할게요.
인도식 발음을 알아듣는데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지만, 이들의 언어감각은 뛰어나요. 언어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2017-01-28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8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9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에 여행을 함께 다녔던 어떤 친구가 했던 말이 어느새 삶의 지침이 되었다.

 

작은 것을 아끼면 사람을 잃는다.

 

 

나를 앞세우지 않기.

내 몫을 챙기려고 연연해하지 않기.

좋은 것, 맛있는 것을 남에게 양보하기.

내가 먼저 지갑 열기.

남에게 아픈 말하지 않기.

남의 실수를 곱씹지 않기.

남에게서 무언가를 얻을 것인가 눈치보지 않기.

 

그냥 베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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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8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8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bina 2017-02-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성당 강론 말씀의 요지와 같은 말씀이네요.
널리 알려진 예수님의 말씀이었어요.
‘가장 보잘것 없는 이에게 베푼 것이 바로 내게 베푼 것‘ 이라는. .
나는 얼마나 베풀고 사는가 . .
성당에서 한 번, 나마님 글을 보고 또 한 번 반성합니다.

nama 2017-02-06 07:26   좋아요 0 | URL
여행하다보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내 행동을 반성할 때가 있어요. 생각나는대로 한번 적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