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노벨상의 계절이다. 노벨상의 꽃으로도 불리는 문학상은 관례대로라면 내주 목요일쯤 발표될 예정인 걸로 아는데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후보들이 매번 쓴잔을 마셨던 '관행'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의외의 다크호스가 등장하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노벨문학상 얘기를 꺼내자고 한 건 아니다.  '북데일리'의 '세계의 책' 코너를 오랜만에 훑어보다가(한동안 활발하게 기사가 올라오던 이 코너는 현재 '개점휴업중'이다) 작년도 전미도서상 픽션부문을 수상한 <유럽센트럴>에 다시 눈길이 갔다.

연휴의 막간에 잠시 수다를 늘어놓자면, 작년 12월쯤인가 우연히 기사를 읽고서 나로선 생소한 작가 (하지만 '젊은 거장'이라는) 윌리엄 폴만(1959- )의 책들을 두어 권 아마존에서 구입한 기억이 있다. 물론 <유럽센트럴>을 포함해서. 부담스런 분량 때문에 국역본이 곧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미국내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상의 하나인 전미도서상도 아직까지 한국의 독자나 시장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란 사실만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혹 관심있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거의 1년 전 기사를 여기에 옮겨놓는다.    

북데일리(05. 11. 21) 소설 '유럽센트럴' 전미도서상 수상

미국 현대문학의 다크호스로 알려진 윌리엄 T. 폴만(46)의 소설 <유럽센트럴>(바이킹. 2005)이 올 전미도서대상 픽션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내셔널 북 기금'이 주관하는 전미도서대상은 미국에서 매년 픽션, 논픽션, 시, 아동문학 4부문에서 매년 뛰어난 문학작품을 저술한 작가들에게 주는 문학상으로 퓰리처상과 함께 미국의 가장 큰 문학상 가운데 하나다.

폴만은 픽션과 저널리즘의 서술 기법을 차용해 작품의 독창성과 대담한 묘사로 독자와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어 왔다. 추리소설을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쓰거나 창세기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폴만은 "예술을 위해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적인 장르에서 영혼을 불러내는 작품을 쓸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유럽센트럴>의 37개 에피소드는 2차대전을 전후한 당시 나치와 소비에트 전체주의의 광신적인 유럽 통치체제를 그리면서 이에 대항했던 알져지지 않은 저항사를 복원시키고 있다. 폴만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소설은 인상깊은 스토리라인을 특징으로 하면서 각 에피소드는 연대순으로 나열돼 소설의 구성을 완성시키고 있다. 2차대전이 발발하기 전 정치체제부터 독일의 급부상, 동쪽으로는 러시아의 반격 그리고 동서체제로 나뉜 베를린의 냉전으로 끝을 맺는다.

20세기 소련과 독일의 호전적인 권위주의 정치문화에 눈을 돌린 폴만은 전쟁이 가져다 준 비극에 대한 인간의 행위와 저항에 초점을 맞춘다.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혹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한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전쟁의 극한 상황에서 내려야만 했던 윤리적인 판단과 목숨을 건 결단을 비교하고 대조시킨다.

특히 시인과 미술가 등 예술가들이 겪어야 했던 고뇌와 갈등도 눈길을 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소련 작곡가 드리트리 쇼스타코비치, 그와 그의 작품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공격했던 스탈린주의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쇼스타코비치와 엘레나 콘스탄티노프스카야, 영화감독 로만 카르멘 사이의 삼각관계도 다루었다.

나치친위대 SS장교인 쿠르트 게르슈타인의 생은 보다 극적이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을 모집했던 임무를 맡았지만 게르슈타인은 전세계에 나치포로수용소의 위험성 경고했다. 케테 콜비츠(독일 여성판화가), 안나 아흐마또바 (러시아 여류시인), 마리나 쯔베따예바(러시아 여류시인), 반 클리번(미국 피아니스트) 등 당시 예술가에 얽힌 에피소드 담아냈다.

소설의 중심적인 배경은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을 알리는 바르바로사 작전, 스탈린그라드와 쿠르스크 전투에서 독일군의 패퇴 과정이다. 전쟁의 역사 속에서 상처와 고통을 입은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폴만은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로 전쟁의 역사 속에 묻힌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06. 10. 06.

 

 

 

 

P.S. 대략적인 줄거리만으로 '이거다!' 싶은 소설이었다. 문학의 죽음이나 종언론 따위가 엄살이라는 보여주려면 이 정도의 스펙타클은 써줘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소설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일컬어지는 '제1세계'에서 아직까지 이런 문학의 씌어진다는 사실이 (좁은 견문에) 다소 의외였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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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최고의 웅변가이자 정치가 마르쿠스 톨리우스 키케로의 <수사학>(길, 2006)이 번역돼 나왔다. 최근에 나온 책들에서 다룰까 했지만, 역자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띄길래 따로 자리를 마련한다. 키케로의 책으로 오래전에 출간된 <의무론>(서광사, 1989)와 작년 천병희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된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도서출판 숲, 2005) 정도를 꼽아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화술에 대한 책들이 그간에 더 출간돼 있었다. 양태종 교수의 번역으로 나온 <화술의 법칙>(유로서적, 2005), <화술과 논증>(유로서적, 2006)이 그것이다. '말하기의 규칙과 체계'란 부제를 달고 있는 <수사학>이 같은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얼마간은 겹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수사학에 관한 책들이 아주 드물진 않다. 박성창, 김욱동 교수의 입문서가 각각 <수사학>(문학과지성사, 2000), <수사학이란 무엇인가>(민음사, 2002)로 출간돼 있고, 고전수사학과 수사학의 역사 등을 다룬 번역서들도 여러 종 나와 있다. 물론 아직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도 번역되지 않았으니까 사정이 '양호'하다는 말은 못하겠다. 더불어 서양 수사학의 고전들과 함께 리쾨르의 <살아있는 은유>(영역본은 <은유의 규칙>) 정도까지 출간되어야 어느 정도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해서 갈길은 아직 멀다 하겠지만 이번처럼 역량 있는 전공자들에 의해서 고전들이 번역/출간된다면 먼길의 수고가 그래도 많이 덜어질 수 있겠다. 소개에 따르면 이번 책은 "그리스의 수사학 전통을 집대성한 수사학의 대가인 키케로의 책 <수사학 : 말하기의 규칙과 체계>를 분석하고 라틴어 원문을 함께 담았다. 사론이나 그릇된 내용을 현학적으로 수식한다는 편견을 넘어, 수사학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 체계로서 전달하고자 하였다."

눈에 띄는 건 책에 들인 공인데, "라틴어 원문과 현대어 해석과 더불어 상세한 옮긴이 주"가 달려 있는바, "일례로 비유법에서 알고 있는 은유, 환유, 제유, 아이러니 등의 기법을 실제 정확히 이용되도록 환유, 제유 등의 실례를 들고 그리스 로마의 학술 전문 용어에 대해서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고 한다. "또한 'stasis'를 '쟁점'으로 바꾸는 등 우리나라 어문학계에서 아직 수사학 전문 용어로 정착되지 못한 것을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시도하였다"니까 여러 모로 눈길이 가는 책이다. 게다가 아래 인터뷰 기사의 사진을 보니 안면도 있는 양반이 아닌가?(나이 들어서 오히려 젊어보이누만.)

경향신문(06. 09. 16) ‘고전문헌학’입각 키케로 원전 번역

그리스·로마 고전 번역서가 있다. 영어판이나 독어판의 ‘이중 번역’이 아니라 그리스어나 라틴어 원전 번역이다. 이쯤 되면 번역서로는 최상급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질문 한 가지. 과연 그 원전이 원저자의 저술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고전 문헌들이 원저자의 필체로 기록되지 않은 데다, 설령 그것이 원저자의 기록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서양 고전문헌학은 ‘주어진 텍스트’를 ‘원전’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합니다. 모든 필사본을 수집해 이들 중 원전에 가장 가까운 것을 찾아내고, 다른 필사본과 비교해 오류를 바로 잡고 원전을 복원코자 하는 학문입니다.”



안재원 서울대 강사(38)는 국내 몇 안되는 ‘고전문헌학’ 전공자다. 최근 키케로의 ‘수사학’(도서출판 길)을 국내 최초로 고전문헌학의 원전 작업 방식에 입각해 번역했다. 한글 번역 아래에 라틴어 원문을 수록하고, ‘비판장치’(다른 판본들과의 비교)를 본문 밑에 넣었다. 또 옆 페이지에는 옮긴이 주를 상세하게 달았다. 이 때문에 원 텍스트는 40쪽 정도지만 번역서는 400쪽이 넘는다. 이처럼 지난한 작업을 자처한 것은 “이제 우리도 우리의 원전을 갖자는 노력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19세기 독일·영국·프랑스 등은 그리스·로마 고전의 부활을 외치면서 그들만의 시각으로 원전에 접근했고, 이는 그들 각각의 문화적·사상적·이념적인 고유성과 독창성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정본 텍스트에 대한 주석 작업을 통해 우리 문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모색하자는 거지요.”

그는 “원전 번역 같은 기본적인 것이 안된다면 인문학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원전’들과 그에 대한 지식들이 쌓이면 그것이 우리 사회의 ‘아이덴터티’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인문학이 ‘수입학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작업을 용기내 해보면 더딘 작업과정 중에 그들보다 나은 시각과 깊이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전문헌학은 글자 하나하나의 해석에 매달린다는 점에서 ‘미시 진리(micro veritas)’를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 해석 하나 하나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작업이다. “조그마한 미시 진리가 결국 거시 진리와 연결됩니다. 우리 사회는 거대 담론에 강하지만 과연 그것이 구체적인 대안들을 만들어 냈습니까. 거대 담론 하는 것도 좋지만 겸손하게 텍스트를 잘 번역하고 주석을 잘 다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왜 ‘키케로’이고, ‘수사학’일까. 키케로는 단지 빼어난 연설가나 정치가가 아니라 그리스 정신과 사유세계를 서양 사회에 ‘번역’한 인물이고, 보편시민이 가져야 할 덕목을 강조한 인문학자였다. 키케로가 말한 수사학도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수사학은 한 인간이 공동체에서 어떤 입장과 언어 표현을 가지고 갈등을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학문입니다. 이는 보편교양인으로서의 시민사회와 연결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시민사회의 진입로에서 개인들이 갈등하고 투쟁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요. 이런 의미에서 키케로와 수사학은 지금의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다른 길이 없겠다. 논술과 함께 웅변도 입시과목에 집어넣는 수밖에.)

06.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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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De 2008-12-23 21:58   좋아요 0 | URL
양태종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것과 안재원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것은 키케로의 같은 텍스트입니다. partitiones oratoriae (연설의 부분 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이 책에서 분명하게 밝히기를, 양태종 선생님은 독어본을 번역한 것이라고 하네요. 서양 고전학적 안목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쉬웠다고 했습니다. 같은 텍스트를 번역한 것입니다.

로쟈 2008-12-23 23:4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실물을 확인해보지 못해서 긴가민가했습니다.^^
 



 

 

 

러시아의 사상가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국역본은 <만물은 서로 돕는다>)을 해설한 책이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의 여섯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책이 나온 건 지난주이고, 나는 몇 가지 이미지들을 챙겨놓았었지만, 외부 리뷰들을 참조할 수 없었던지라(더불어 옮겨올 수도 없는지라)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 알라딘의 소개를 참고로 해서 몇 개의 이미지 정도만을 띄우도록 한다. 저자는 이미 아나키즘 관련 문헌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하승우씨이다.

"러시아의 사상가 표트르 크로포트킨이 쓴 아나키즘의 고전 <상호부조론>은 당시 유행하던 다윈의 진화론으로부터 나온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이 사회발전의 원리라는 사회진화론적인 논리에 대항하면서 아나키즘의 당위성을 세운 저서로,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아나키즘 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이다." 일제하 한국의 아나키즘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러시아의 귀족 출신인 크로포트킨은 역사, 과학 등에 박식한 지식인이기도 했지만 귀족의 작위를 버리고 인민들에 대한 애정을 보인 혁명가의 면모를 가진 아나키스트이기도 했다. 그런 크로포트킨이 사회진화론의 논리에 맞서 내놓는 개념은 '상호부조'이다. 생존경쟁이나 적자생존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에 기초한 '상호부조'가 인간사회의 이끌어온 힘이었으며, 그 힘은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동물학, 역사학, 인류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증명한다." 아래는 러시아에서 출간된 크로포트킨 선집이다. 제목이 <아나르히야>로 돼 있다. '아나르히야(αναρχία)'는 '아나키(anarchy)'의 그리스 어원이다 



"책은 크로포트킨의 삶과 <상호부조론>으로 촉발된 아나키즘 운동의 역사 전반을 짚으면서, 그의 사상이 한국 아나키즘운동과 맺는 관계에도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강한 엘리트가 살아남아 약자를 지배한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상호부조론>은 당시 식민 상태에 있던 한국인들에게 식민지 침략을 반대하는 근거로서 굉장한 매력을 지닌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해방 전후의 아나키즘 운동의 맥락을 새로이 복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아나키즘에 관해서는 이전에 관련서들을 훑어본 바 있어서 따로 다루지 않는다. 아나키즘 또한 여러 이론과 운동의 분파를 거느리고 있는데, 최근에 강세를 보이는 건 생태주의와 결합된 아나키즘인 듯하다. "상호부조의 전통에서 아나키즘의 정당성과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는 한편, 비폭력적인 투쟁을 지지하는 크로포트킨의 사상에서 테러리스트로 지목받곤 하는 아나키즘에 대한 일반의 오해를 풀기도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 신자유주의 반대운동 등을 통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아나키즘의 그림자를 만나볼 수도 있다." 아래는 크로포트킨의 저명한 자서전(재작년 모스크바대학 구내 헌책방에서 구한 책이다). 러시아어 제목은 <한 혁명가의 수기>이다.

매트 리들리가 쓴 <이타적 유전자(원제: 미덕의 기원)>(사이언스북스, 2001)에 보면 프롤로그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게 이 크로포트킨 공작의 탈출기이다. 1876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차르의 감옥에서 탈출한 사건이야말로 크로포트킨의 살에 있어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었는데 리들리는 이렇게 덧붙인다.



"오랜, 아주 오랜 세월 뒤에도 탈옥수는 자신의 자유가 손목시계를 넣어준 여자와 바이올린을 연주한 여자, 마차를 몬 동료와 마차 뒤에 앉아 있던 의사, 그리고 마차가 도주하는 동안 길이 막히지 않게 도와준 여러 친구들의 용기 덕택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의 탈옥은 동지들이 힘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기억은 그의 머릿속에 뚜렷이 남아 오랜 세월 후에 인간의 진화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점화시키도록 예정되어 있었다."(11쪽) 그 '인간의 진화에 관한 새로운 이론'이란 게 바로 '상호부조론'이었던 것(그러니 '상호부조론의 기원'이라 할 만하다). 아래는 리들리가 참조한 <크로포트킨 평전>(1950)과 영역본 <상호부조론>.



요컨대, 우리가 서로 돕는 존재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빵'에 가봐야 하고 또 거기서 '탈옥'해 봐야 하는 것. 물론 빠삐용처럼 탈출하면 안되고 반드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탈옥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광복절 특사' 같은 걸로 나오는 것도 곤란하다. 아나키스트가 되는 대신에 내셔널리스트가 되지 않겠는가?..

06. 08. 27.

P.S. 성공한 탈옥을 다룬 영화로 기억에 남는 건 베아트리스 달이 주연한 영화 <샹떼>(1992)이다. 영화에서 베아트리스 달이 수감돼 있는 남편을 탈출시키기 위해 마차를 몬 게 아니라 헬기를 몰았다는 게 크로포트킨의 경우와는 좀 다르다고나 할까(아니면 이건 그냥 '부부부조론'의 사례에 불과한 걸까?)...



P.S.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의 저자 인터뷰 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6. 09. 09) “아나키즘은 무정부 아닌 공동체”

-'아나키즘(anarchism)’은 흔히 무정부주의로 번역된다. 그 어원(語源)인 그리스어 ‘아나르코스(anarchos)’는 ‘지도자가 없는’ ‘선장이 없는 배의 선원들’을 뜻한다. 아나키즘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나키즘 하면 ‘무질서’ ‘혼란’ 같은 단어들을 떠올린다.



“아나키즘은 결코 질서 없는 사회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크로포트킨을 봐도 무정부가 아니라 코뮨(공동체)과의 연대를 말했고, 분별 없는 테러리즘을 비판했어요.”

-하승우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36)는 최근 펴낸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그린비)을 통해 아나키즘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낸다. 아나키즘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한 표토르 크로포트킨과 그의 저서 ‘상호부조론’을 중심으로 아나키즘 운동의 역사를 되짚고, 그 현재적 의미를 살폈다.

-<상호부조론>은 인간사회를 이끌어온 힘이 적자생존이나 생존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에 기초한 상호부조라고 주장한다. ‘사회진화론’이 갈등과 경쟁만을 강조함으로써 강자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반대했다. 하교수는 “당시 사회주의조차 사회진화론의 영향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고, 사회진화론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나키즘은 힘을 가진 자들이 만들어낸, ‘무정부주의’와 ‘테러리스트’라는 오해와 비난 속에 역사에서 점점 사라졌다. 서구에선 지배층의 탄압과 볼셰비키의 성장으로 세력을 잃어갔다. 사정은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일제의 극심한 탄압과 분단, 한국전쟁, 군부독재를 겪으면서 쇠퇴했다.

-아나키즘은 최근 들어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책머리에서 밝혔듯이 ‘사회가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하면 할수록 ‘푸른 초원을 힘차게 질주하는 야생마의 자유로움’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아나키즘은 ‘마음 한 구석에 몰래 남겨뒀던 사람냄새 나는 공동체’를 소환한다. “우리 사회가 ‘20대 80의 사회’로 간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같은 사회를 꿈꾸지는 않을 겁니다. 모두들 냉혹한 생존경쟁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대안을 찾고 있는 겁니다.”

-현실화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아나키즘은 단순한 이상이 아닐까. 그는 “아직 큰 물줄기를 이루지 못했을 뿐이지 아나키즘은 현실에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풀뿌리민주주의운동, 신자유주의반대운동, 대안공동체운동, 생태주의운동 등은 아나키즘의 명칭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그 근본정신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사회에서 아나키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 사회는 새로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1987년 이후 사회운동세력은 위에서 아래로의 조직화 노선을 걸어오면서 자기체계를 갖춰갔지만 권위적, 관료적 노선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나키즘은 그 같은 방식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아나키즘은 또 기존 사회 흐름의 반대 방향에서 그 대안을 고민토록 하고 있습니다. 아나키즘이 현대사회의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진지한 화두는 던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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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06-08-28 15:19   좋아요 0 | URL
혹시 <크로포트킨스캬> 역시, 저 양반의 이름을 딴 건가요?

로쟈 2006-08-28 16:20   좋아요 0 | URL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지난달 말 러시아 인터넷 서점(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점은 '오존'이다)에 주문했던 책들을 소포로 받았다. 정확히 4주 정도가 소요됐는데, 내심 오늘 책을 받았으면 했는지라 배달된 책들이 반갑고 기특했다(그래서 이런 페이퍼까지 쓰는 것 아니겠는가). 내친 김에 러시아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늘어놓는다(아래 사진은 우리의 교보문고에 해당하는 모스크바의 '돔 끄니기', 직역하면 '책들의 집').

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러시아책들은 대략 주문 접수 후 발송까지 2-3주의 기간이 소요되고 실제 배송에 8-10일 가량이 소요된다. 이번에 받은 책들은 8월 17일자 소인이 찍혀 있는데, 8일만에 받을 수 있었으니까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대신에 발송까지 걸린 기간이 거의 20일이었다. 그건 한꺼번에 책주문을 할 경우 발송대기까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책들이 한두 권은 있기 마련이어서이다.

아마존 같은 미국서점과의 차이는 배송료를 건수가 아니라 책의 무게로 문다는 것. 그러니까 여러 권을 주문할수록 배송료 부담은 더 줄어든다. 이번에 주문했던 책은 모두 6권인데, 책값은 대략 55,000원이었고 배송료는 13,000원 가량이 들었다. 무거운 책이 없긴 했지만, 건당 9,000원 가량 하는 아마존의 배송료에 비할 바가 아니다.

Деррида за 90 минут

두 권의 전공관련서를 제외하면 오늘 받은 책들은 지난달에 검색하다가 발견한 데리다의 신간들과 벤야민의 책이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먼저 <90분에 읽는 데리다>(악트, 2005). '90분에 읽는 철학' 시리즈는 재작년 러시아 체류시절에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작년에 데리다편이 출간된 것. 호기심에 주문한 것이고 책은 거의 팜플렛 수준이다. 112쪽이고 가격은 1,500원 정도. 참고로, 폴 스트라턴의 원저는 지난 2000년에 출간됐다. 96쪽이고 가격은 7.95달러, 그러니까 7,000원 정도이겠다.

두번째 책은 드디어 러시아어본이 출간된 <마르크스의 유령들>(로고스알테라, 2006). 받아보고 나니까 소프트카바라서 별로 본때가 나는 책은 아니지만(아래의 이미지 그대로이다) 어쨌거나 매우 반가운 책이다. 256쪽이고 가격은 15,000원 가량이니까 상당히 고가의 책이다(우리와는 달리 러시아의 인터넷서점의 책값이 시중에 비해 약간 더 비싼 경우가 많다).

Призраки Маркса

<마르크스의 유령들> 같은 경우는 아마존에서 구할 수 있는 영역본(루틀리지, 1994)이 15달러 정도 하니까 이번에 나온 러시아어본이 얼마나 '고가'의 책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현재 품절상태인 국역본 <마르크스의 유령들>(한뜻, 1996)은 당시 9,000원에 출간됐지만, 근간 예정으로 있는 새 번역본은 최소 20,000원 이상의 가격이 붙지 않을까 예상된다(한번에 좋은 번역본이 나오지 않으면 이렇듯 이중으로 돈을 쓰게 된다). 우리의 책값이 싸다는 얘기는 이젠 먹히지 않을 얘기이다.

Маркс и сыновья

그리고 세번째 책은 <마르크스의 유령들>과 같이 나온 <마르크스와 아들들>(로고스알테라, 2006). 이 책도 거의 팜플렛 수준인데, 104쪽이고 10,000원이 좀 안되는 가격이다(역시나 저렴하진 않다).

불어본은 2002년에 출간된 걸로 돼 있는데, 이미지가 뜨지 않아서 독역본(2004)을 대신 띄워놓는다.

   

한편, 이 책의 영어본은 (내가 알기에) 아직 단행본으로 나와 있지 않다. <마르크스의 유령들>에 대한 심포지움 발표논문들을 마이클 스프링커가 묶어서 펴낸 <유령적 경계들(Ghostly Demarcations)>(Verso, 1999)에 실려 있는 데리다의 글 'Marx & Sons'가 원본 노릇을 하는 텍스트가 아닌가 한다. 

Происхождение немецкой барочной драмы

이제 끝으로 독일의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의 <독일 비극의 기원>(아그라프, 2002)(러시아어 제목은 <독일 바로크 드라마의 기원>이다). 이 책을 구함으로써 러시아어로 번역된 벤야민의 책들은 대부분 손에 넣게 되었다. 지난 2000년에 출간된 걸로 돼 있지만 내가 러시아에 있을 때는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을 얼마전 오존에서 발견하고 주문했던 것. 288쪽의 하드카바이며 가격은 9,000원 가량.

지난 1998년에 버소(Verso)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하드카바의 영역본은 42달러나 하니까 좀 비싼 책이다(중고 소프트카바는 주로 10달러선이다). 나는 영역판의 복사본을 갖고 있다. 듣기에는 벤야민 선집의 한 권으로 조만간 국역본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려나 여기에 띄운 이미지들을 전부 국역본으로 자신있게 대체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06. 08. 25.

P.S. 당장 다음주부터 개강이어서 마음이 바쁘기도 하고 울적하기도 한 며칠이다(이건 마치 리허설도 제대로 못 끝내고 부랴부랴 무대에 올라야 하는 배우의 처지 같다). 이번 가을에 내가 꿈꾸는 것은 미뤄두었던 데리다 읽기를 얼마간 보충하는 것이다. 그게 소위 여가이고 휴식이다. 생각만큼의 여가와 휴식을 가질 수 있을지는 확실히 미지수이지만, 여하튼 서재의 이미지도 며칠전에 데리다로 바꾸었다. 평일엔 지젝을 읽고 휴일엔 데리다를 읽는다? 평일엔 푸슈킨을 읽고 휴일엔 셰익스피어를 읽는다? 물론 그 전에 고래라도 한 마리 잡아야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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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침'에 관한 얘기를 쓰다 보니까 문득 아침 신문에서 읽은 작가 박영한씨의 별세 소식이 생각났다. 한때 이문열만큼의 지명도와 인기를 누렸던 작가이지만 근간의 소식은 뜸했었는데, 향년 59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까 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병상에서는 "문학이 암보다 더욱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니까(그만큼 치열했던 작가정신의 토로이기도 하겠다) 그가 건너간 세상은 문학이 없는, 문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이기를 기원하면서 그의 명복을 빈다.

아침에 내가 읽은 건 경향신문의 기사였지만 한겨레의 기사를 발췌해서 읽어본다.

한겨레(06. 08. 24) <왕룽 일가> <머나먼 쏭바강>의 작가 박영한씨가 23일 오후 6시3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백병원에서 별세했다... 박영한씨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부산 초량동 산동네를 전전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3년 동안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부랑 생활을 경험했다. 스물셋 나이에 연세대 국문학과에 입학했지만 곧 휴학하고 군에 입대하며, 베트남전 파병을 자원한다.

 

 

 



-1976년 서른 살 늦은 나이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이듬해 중편소설 <머나먼 쏭바강>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나선다.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살린 이 작품은 곧 장편으로 개작되어 작가에게 제2회 ‘오늘의 작가상’을 안겨주며,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10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당대의 화제작이 된다(*제1회 수상자가 한수산씨였고 제3회 수상자는 이문열씨였다). <머나먼 쏭바강>은 한국문학에서 베트남전쟁을 다룬 최초의 소설로 꼽힌다. 베트남전쟁의 국제정치학에 대한 엄밀하고 객관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후 한국문학이 베트남전쟁을 형상화하는 데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안정효씨의 <하얀전쟁>과 황석영씨의 <무기의 그늘> 등은 <머나먼 쏭바강>의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머나먼 쏭바강>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방 한 칸’을 장만하기 위한 작가의 고투는 계속되었다. 덕소, 능곡, 김포 등 서울 부근의 도농 접경지대를 떠돌며 목격한 변두리 인생들의 삶의 세목은 <왕룽일가> 연작으로 갈무리되었다.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지옥에서 보낸 한 철>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잘 알려진 <우묵배미의 사랑>이 바로 이 연작에 포함된 작품들이다. “서울시청 건너편 ‘삼성’ 본관 앞에서 999번 입석을 타고 신촌, 수색을 거쳐 50분쯤 달려와 낭곡 종점” 근처에 있는 변두리 마을 ‘우묵배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연작들은 서울에서 밀려난 이주민들과 예전부터 그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이 어울려 펼치는 ‘반농 반도(半農半都)’의 독특한 풍경을 돋을새김한다(*<왕룽일가>는 TV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많은 인기를 얻었었다).

-<우묵배미의 사랑>을 표제로 삼은 책의 후기에서 작가는 “인간을 생짜배기 알몸뚱이 그대로, 충분히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에서 좋은 소설이 나온다는 신념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밑바닥 인간들의 삶의 진면목을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드러내려는 박영한식 소설 작법의 표현에 해당한다. 박영한씨의 다른 작품으로는 <인간의 새벽> <장강> 등이 있으며, 2002년에 펴낸 <카르마>는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됐다...

장선우 감독이 만든 <우묵배미의 사랑>(1991)은 그가 만든 가장 좋은 영화에 속하는데, 원작 자체의 힘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겠다. 한편, 타계 며칠 전에 작가를 인터뷰한 세계일보의 조용호 기자가 아마도 그의 생전 소식을 전한 마지막 기사를 쓴 듯하다. 카피라이트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마지막 육성을 보존하는 것도 그만큼은 중요하겠기에 부분적으로 옮겨온다(앞으로 서평이 아닌 인터뷰 기사들은 필요할 경우 옮겨올 예정이다).

세계일보(06. 08. 21) “문학으로는 안 돌아가… 그거, 암보다 더 고통스러워.” 1978년 <머나먼 쏭바강>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문단에 나와 도시 변두리의 삶을 다룬 <우묵배미의 사랑> <왕룽 일가> 등을 펴내며 한국 문단의 중추적 작가로 살아온 소설가 박영한(59·사진)씨. 그가 지금 위암으로 생사의 접경을 넘나들며 힘겹게 투병 중이다. 20일 전 일산백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의사의 권유로 일반실로 내려와 진통제로 생을 버티고 있다.

-의사는 지인들에게 연락해 평소에 보고 싶었던 이들을 만나보도록 권유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가 병상에서 만난 그는 “퇴원하면 어떤 작품을 쓰겠느냐”는 질문에 암보다 더 문학이 고통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얼마나 문학의 길이 힘들었으면 흙빛이 된 얼굴로 메마른 입술을 겨우 달싹이며 문학을 증오할까.

-박씨는 2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위의 3분의2가량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그가 평소에 즐기던 술과 담배를 여전히 끊지 못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통음과 하루 2갑이 넘는 흡연이 일과였다. 술 생각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술, 그거 만만한 놈이 아냐. 괴로워.” 오랜 친구의 병상을 지키던 김영창(59)씨가 “이제야 철이 든다”며 농을 한다.

-병실에는 그가 투병 중에도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던 인터넷 문학카페의 제자들 6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다. 제자들이 든든하지 않느냐는 말에 “하나도 안 든든해”라며 일축한다. 그는 “처음에는 열심히 하는 척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져버린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는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일일이 그들의 아이디를 호명했다. “네오, 똑순이… 가만, 너는 누구더라. 말하지 마. 내가 맞혀볼게…” 그는 제자들을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더니 고통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제자들은 스승이 기적처럼 병상에서 일어나 다시 특유의 호통을 치며 자신들을 이끌어주기를 기원하며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

06.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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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4 20:46   좋아요 0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자림 2006-08-24 20:57   좋아요 0 | URL
앗, 오늘 신문 안 봐서 몰랐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암보다 더 고통스러운 문학"이란 말에서 문학을 대하는 고인의 치열한 장인 정신을 읽으며 숙연해집니다.

비로그인 2006-08-24 21:25   좋아요 0 | URL
마음이 아픕니다.

비연 2006-08-24 21:41   좋아요 0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푸른괭이 2006-08-24 23:24   좋아요 0 | URL
<머나먼 쏭바강> 재미있게 읽었고, <왕룽일가>는 어릴 때 티브이로 본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웬만하면 70, 80은 넘기는데,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