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안 풍경 전집 - 김기찬 사진집
김기찬 지음 / 눈빛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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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카오루의 신부 이야기는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 이야기이다. '공동체'가 살아 있는 그들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은 거의 사라진 이런 골목 안 풍경들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골목 안에서도 충분히 심심하지 않고 재밌을 수 있었던 공간. 널판지 지붕 위에는 주말마다 실내화가 말라 가고, 이 궁핍한 살림 살이에도 화분을 곱게 키우는 여유가 있다. 커다란 대야 한가득 물만 부어주면 그 자체로 개인용 풀장이 되던 저런 풍경 속에 나도 어릴 적에 살았었다. 



초딩 시절에는 즉석떡볶기 집이 유행했는데 디제이 부스가 있어서 엘피 판을 틀어주곤 했다. 크게 유행을 타다가 급 망해 버리더니, 다시 또 세월이 흘러 그런 분위기의 분식집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떡볶이는 즉석이지! 기타 좀 만지는 저 청소년들을 보니 그때 그 풍경이 떠올랐다. 92년 풍경답게 티셔츠엔 태지 보이즈가 적혀 있다. 중3 추석 때 저런 대청마루에 배 깔고 앉아서 삶은 밤 먹던 게 생각난다. 대청마루에 그저 누워 있을 뿐이었는데 어찌나 시원하던지.... 지난 밤 내 방 온도는 32.8도였다. 아, 자다 말고 일어나서 세 번이나 다시 씻어야 했지.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날들이 날마다 이어지고 있다. 마당 있던 시절에는 저리 등목도 했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아무리 더워도 저리 찬물로 바로 샤워는 못하지만....;;;;



방 안 가득 이불 펼쳐놓고 아주 커다란 대침으로 이불 꿰매던 엄마 모습도 생각난다. 이불 뒷면까지 바늘이 닿아야 했기 때문에 아주 크고 굵은 바늘이어야 했다. 풀 매겨서 뻣뻣했던가? 암튼 이불 호청의 그 빳빳함의 시원함은 생생히 기억 난다.

동네에 저런 미니 놀이기구 갖고 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나 더 어릴 적에는 못 보았는데 6학년 때 동네에 나타나셔서 아이들이 죄다 저기 가서 놀았다. 나보다 어린 애들만 타고 있어서 마음은 굴뚝이지만 차마 타지 못하고 구경만 했는데 할아버지가 초등학생이니까 타도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백원인가 내고 나도 탔던 기억이 난다! 치마 입었지만 기꺼이!



알록달록 우산이 정겹다. 일자 눈썹이 유행한 건 순악질 여사 때문일까?

지금은 몹시 비싼 저 자개 상이, 저때는 왜 그리 흔했을까? 그때는 좀 저렴했었나???

펌프 있는 마당 집에 샀았더랬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는데, 그 앞에서 똥을 밟아서 막 울고 있었더니 옆집 아줌마가 나오셔서 발 닦아주셨던 것도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아줌마 참 고마우신 분!



목욕탕 가는 길? 혹은 다녀오는 길? 그럼에도 멋는 부려야 하는 법!

집에서 날마다 샤워할 수 없던 시절에는 일주일에 한 번 목욕탕 가는 게 나름의 큰 행사였다.

한 번 가서 세 시간씩 놀고 오고, 나오면서 바나나맛 우유나 요구르트 하나 먹는 게 그야말로 꿀맛!



6년이 지나도 오누이는 사이가 좋아 보였다. 



참 정겨운 모습이다. 엄마 표정이 유난히 좋다.



꼬꼬마는 22년 뒤 엄마를 번쩍 업을 만큼 장성했다. 얼마나 든든하실까.



떡잎부터 남달랐던 누이 사랑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발넓은 아주머니가 자고 있던 청년 하나를 끌고 나왔다는 데에서 빵 터졌다. 잘 생기게 자랐구만!



다닥다닥 붙어 있던 골목들엔 아파트가 들어섰고, 어깨를 겨눌만큼 서로 가난했던 이웃들은 아파트에 입주해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 긴 시간 참 성실하고 착실하게 살으셨을 테지. 저 골목에서도 밀려난, 지금은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웃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오래된 앨범을 모처럼 넘겨 보는 기분이었다. 자동으로 소환되는 기억들에 조금씩 미소 짓기도 했다.

이제 이 골목 시리즈들은 다시 만나기 어렵지만, 오래오래 추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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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3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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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나는 너의 그늘을 베고 잠들었던 모양이다.

깨보니 너는 저만큼 가고.

나는 지는 햇살 속에 벌거숭이로 눈을 뜬다.

몸에게 죽음을 연습시키는 이런 시간이 좋아.

아름다운 짐승들은 떠날 때 스스로 곡기를 끊지.


너의 그림자를 베고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는 지구의 시간.

해 지자 비가 내린다.

바라는 것이 없어 더없이 가벼운 비.

잠시 겹쳐진 우리는

잠시의 기억으로도 퍽 괜찮다.


별의 운명은 흐르는 것인데

흐르던 것 중에 별 아닌 것들이 더러 별이 되기도 하는

이런 시간이 좋아.

운명을 사랑하여 여기까지 온 별들과

별 아닌 것들이 함께 젖는다.


있잖이, 몸이 사라지려 하니

내가 너를 오래도록 껴안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날이야.

알게 될 날이야.

축복해.


43쪽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믿기지 않았다. 사고 소식이 들려온 그 아침만 해도 구조될 줄 알았다. 어디 먼 망망한 대양도 아니고 여기느니 코앞의 우리 바다.

어리고 푸른 봄들이 눈앞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동안

생명을 보듬을 진심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사방에서 자동인형처럼 말한다.

가만히 있으라, 시키는 대로 해라, 지시를 기다려라.


가만히 기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만족을 모르는 자본과 가식에 찌든 권력,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오만과 무능이 참혹하다.

미안하다, 반성 없이 미쳐가는 얼음 나라,

너희가 못 쉬는 숨을 여기서 쉰다.

너희가 못 먹는 밥을 여기서 먹는다.


환멸과 분노 사이에서 울음이 터지다가

길 잃은 울음을 그러모아 다시 생각한다.

기억하겠다, 너희가 못 피운 꽃을.

잊지 않겠다, 이 욕됨과 슬픔을.

환멸에 기울어 무능한 땅을 냉담하기엔

이 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

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잠들지 마라, 부디 친구들과 손잡고 있어라.

살아 있어라, 산 자들이 숙제를 다할 때까지.


98쪽

달걀 삶는 시간


(엄마는 반숙을 좋아한다) 냄비에 물을 채우고 달걀을 넣은 후 가스 불을 켠다 말갛게 쫄깃한 흰자 속의 노른자 목숨이 되려던 우주 (우리는 먹고 먹이고 먹힌다) 물이 끊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7분 반숙의 최적 기술은 시간을 맞추는 일


물이 팔팔 끓는 순간부터 시계를 본다 1분이 지난다 놀라며 흔들리는 2분이 지난다 견디는 3분이 지난다 2분 전의 그 달걀이 아니다 다른 우주 회오리친다 4분이 지난다 1분 전의 그 세계가 아니다 엉기기 시작한다 인생처럼 5분 6분 7분이 지난다 가스불을 끈다 매 분마다 죽음ㅇ르 통과해 매 분마다 달걀은 변한다 찬물에 집어넣는다 찬물 속에서 다시 5분


자주 내 이름을 잊는 팔순 엄마의 입속에 4등분한 달걀 반숙을 넣어드린다 (기억은 먹고 먹이고 먹힌다) 엄마가 웃는다 괜찮다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변화해가는 것일 뿐이다 달걀도 엄마도 나도 정신도 마음도 존재한다면 신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그러니 있는 힘껏 잘 변해보자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나를 향해 엄마가 웃는다


147쪽


花飛, 먼 후일


그날이 돌아올 때마다

그 나무 아래서

꽃잎을 묻어주는 너를 본다


지상의 마지막 날까지 너는 아름다울 것이다

네가 있는 풍경이 내가 살고 싶은 몸이니까


기운을 내라 그대여

만 평도 백 평도 단 한 뼘의 대지도 소속은 같다

삶이여

먼저 쓰는 묘비를 마저 써야지


잘 놀다 갔다

완전한 연소였다


160쪽


10억 광년의 신호가 내내 떠올랐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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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e 2017-08-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그런생각을 했어요. 예전에 가끔 시를 올려주셨던 분이 계셨는데. 오랫동안 그분 서재에 가보지 못했구나 하구요. 그랬는데 마노아님이 올려주신 글을 보았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저 10억 광년의 신호 지금 들으려구요.

마노아 2017-08-05 23:45   좋아요 0 | URL
가끔은 시가 필요한 날이 있더라구요.
이렇게 지칠 만큼 더운 날씨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서는 시 한구절이 최고의 사치 같기도 했어요. ^^

2017-08-05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사탕 그림책이 참 좋아 3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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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의 신작 '알사탕'을 읽고 감탄을 했던 게 두달은 지난 것 같다. 사진 찍어둔 지도 두달은 훌쩍 지난 듯.

그때의 감흥을 되살려 뒤늦은 리뷰를 써본다. 


혼자서도 잘 노는 동동이.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만 축처진 어깨가 아이의 외로움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 



구멍가게 아저씨의 추천으로 받아든 알사탕들. 어디선가 본듯한 무늬들이지만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첫번째로 고른 체크무늬 알사탕은 진한 박하향으로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맞닥뜨리게 된 놀라운 경험!


익숙해 보였던 알사탕의 무늬는 거실 소파의 무늬였다. 그리고 알사탕을 먹게 된 순간 소파와 대화가 가능해졌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리모콘도 찾았고, 소파의 '민원'도 들어주었다.

알사탕이 다 녹아버린 순간 더 이상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차례대로 만나게 된 목소리들. 동동이가 만나야 했던, 알아야 했던 진심들이 알사탕을 통해 전달된다. 

점박무늬 개 구슬이와 함께 산지 8년. 그동안 오해했던 것도 풀고 오랜 우정의 장을 마련했다.

그리고 까칠한 아빠 수염을 연상시킨 알사탕은 이 책의 백미! 

아빠의 그 장황하고 진절머리 나는 잔소리들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코끝이 찡해진다. 


알사탕의 기적은 계속됐다. 하늘나라 계신 할머니의 소식과, 아파트 밖을 가득 메운 단풍나무들의 아우성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남은 투명한 알사탕으로 동동이가 내딛게 된 한발자국은 얼마나 소중하던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친구 사귀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림과 책을 함께 소개했다. 

한 걸음의 용기가 부디 생기기를 바라며...


백희나 작가님의 책들은 늘 감탄과 찬사를 동반한다. 인형으로 표현되는 놀라운 창의력도 빼어나지만, 그 이야기 속의 진심과 감동이 나를 더 벅차게 만든다. 이번에도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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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4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7-06-14 22:16   좋아요 0 | URL
작가님들의 샘솟는 창의력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고 부러워요. 백희나 작가님은 그 중에서도 발군이지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금세 반할 거예요.^^

2017-06-14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4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7-06-1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여름에 내가 인천에 가면 우리 만나요!^^
우리들의 변호사 좋아요!♥

마노아 2017-06-14 22:22   좋아요 0 | URL
뜨거운 여름을 기약하며! 박준영 변호사님도 함께 응원합니다.^^

2017-06-20 0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1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7-06-2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수욜에 강연에서 사인받았어요~^^

마노아 2017-07-03 21:24   좋아요 0 | URL
후후훗, 의미있는 시간 보내셨네요. 멋져용^^

2017-07-03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3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친 Kitchien 6
조주희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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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은 7권까지 있는데 실수로 7권을 먼저 읽고 6권을 나중에 읽었다. 그래서 사실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난 키친이 되겠다. 




엄마가 처음으로 노크를 한 날, 그리고 커피를 마시게 해준 날, 그렇게 사춘기를 지나 어른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아이가 깨닫는 순간을 표현했다. 좀전에도 언니와 사춘기 이야기를 했더랬다. 절정의 순간을 2년 반 정도 지나는데, 그게 늦게 와서 고3에 겪으면 재수 삼수 가는 거고, 고1 안에 끝나면 그나마 제 나이에 대학을 가더라는... 대학까지는 모르겠고, 저렇게 사춘기를 잔뜩 앓고 나면 품안의 자식이 다 커서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요새 조카를 보면서도 나 역시 부쩍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 깨달으며 마구마구 섭섭해진다. 그 자그마하던 아이가 이제는 나보다 키가 커져서는 아저씨스러워지고 있다니!!



동아리 후배들 닥달하는 못된 선배들인가 했더니 후배들을 제대로 대접하기 위한 그 시점을 재촉한 거였다. 와아, 이런 선배들은 아주 바람직한 걸! 동아리 생활을 못해봐서 저런 후배도 선배도 알지 못하지만....ㅜ.ㅜ



신혼여행이 고별여행이 될 뻔했던 커플의 이야기였다. 서로 밑장까지 보여줄 지경으로 싸웠지만 부부싸움을 칼로 물베기로 만들며 훈훈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철딱서니없는 남편과 달리 빠르게 현실적응하며 분위기 변화를 주도한 아내의 지혜로움에 감탄!



작가님 후기가 재밌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뜨거운 밥과 마가린과 간장의 조합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강렬한 유혹!

삼양라면 해피라면도 떠으로고...(해피라면 맞나? 급 자신감 떨어짐...)



석유곤로의 냄새도 잘 기억하고 있다. 커다란 냉장고를 샀을 때는 그게 우리집 국보 1호라고 했다가 친구가 그럼 보물 1호는 뭐냐고 해서 머쓱해지기도 했다. 



쥬스가루로 만든 아이스바와 수박화채도 당연히 추억의 음식이다. 수박화채는 최근 몇 년 동안 못 먹은 듯.. 아무래도 설탕을 추가로 뿌려 먹는 것에 대한 어떤 거부감 때문일 듯!



바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 집집마다 저런 에피소드가 있던데, 난 바나나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애당초 존재를 몰라서 먹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바나나를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바나나가 꽤 보급된 뒤였다. 초등 4학년 때 키위를 처음 먹은 기억은 난다. 생긴 것도 신기했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시큼함에 깜놀! 골드키위를 처음 맛본 거였으면 달달함에 반했을 텐데, 그 시디 신 그린 키위는 이걸 왜 먹는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더랬다. 지금은 시지 않은 그린 키위도 알고 있지만...



식빵을 계란물 입혀서 데워 먹는 걸 제일 좋아한다. 식빵으로 먹을 수 있는 모든 간식 중에서!

초기엔 야채 호빵을 더 선호했는데, 피자맛이랑 기타 등등 여러 호빵을 섭렵해본 지금의 결론은 역시 팥호빵이 진리라는 것!

이래서 오리지널이 중요하다. 



어제 누가 대왕카스테라 들고 가는 걸 보아서 근처에 있었던 매장을 방문했지만 그새 다른 업종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왕카스테라 파동으로 못 버텼나 보다. 안타까워라... 대신 와플을 사들고 귀가했음...



오, 모두 내가 좋아하는 하드들이다. 콘보다 하드를 더 좋아한다. 콘은 마지막에 과자 때문에 청량하게 먹었다가 텁텁하게 마무리가 되어서 하드를 더 선호함! 



산도를 왜 쪼개서 먹는지 잘 이해가 안 감. 아껴 먹느라고???

쿨피스는 요새 분식집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 특히 오뎅 국물 안 파는 떡볶이 집에서 더 열광적으로 팔리는 모양이다. 저 CF를 보니 사랑해요, 밀키스!가 확 떠올랐다. 어제 장국영을 생각해서 그런가? 



경양식집에 처음 가봤을 때, 우리와 전혀 다른 식문화에 긴장 빡!하고, 촌스러워 보이지 않으려고 밥 대신 빵 시키고 했던 무지 촌스럽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게 응답하라 1988에서 잘 묘사되었지.



보온 도시락을 처음 갖고 다닐 무렵 같은 반 남자 아이가 장난 쳐서 떨어뜨렸는데 그 바람에 보온 유리가 깨져서 화났던 게 떠오른다. 다행히 시장에서 내부 유리만 갈아주는 집이 있었다. 2,000원쯤 했던가? 지금 생각해 보면 보온 효과가 아주 좋지는 않았는데 찬 밥 먹던 시절에 비하면 상전벽해!!



계란물에 묻혀서 구운 소세지, 진정 사랑합니다. 사실 지금도 사랑함!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계란과 두부!



어깨 뽕 들어간 자켓하며 스프레이로 닭벼슬 앞머리 세우던 것, 롤러장 가서 바지 찢어진 것도 모르고 놀던 기억, 여러 음악들 녹음해서 테이프 선물했던 기억들.. 아 추억이 얼마나 방울방울 열리던지.... 고등학교 때 우리 매점에서 유일하게 먹을 만했던 게 쫄면이었다. 찬 면발에 소스 올려져 있고, 오이채가 올려져 있던 그 한그릇이 700원. 옥상 반대편에 있던 매점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 뒤, 쫄면을 먹고 다시 전속력으로 달려 10분 내에 교실로 돌아오던 그 기억들....


히야.... 키친 6권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추억들을 되새겼는지.... 

요즘의 아이들은 급식 세대니까 도시락 미리 까먹는 추억은 별로 없을 테지. 

그들은 그들대로 2000년대의 문화에 맞는 새로운 걸 써내려갈 것이다.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에 열광했던 것처럼 그들은 또 그들 나름의 것들에...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엄청 나이 먹은 것처럼 느껴진다.(많이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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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7-04-02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네요! 이런 리뷰는 정말 감사할때 많아요~^^ 그런데 책이 품절이네요. ㅠㅠ

마노아 2017-04-08 20:23   좋아요 1 | URL
아아 품절이었군요. 이 작품은 에피소드들이 영화로 만들어도 딱 좋을 것 같아요. 영화 관계자들이 관심 가져주면 좋겠어요!

2017-04-24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6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2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3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아노의 숲 25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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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자인 폴란드의 레프 시마노프스키. 쇼팽의 나라 폴란드에서 밀어주고 기대하는 천재 피아니스트다. 주최국의 명예를 살려 그가 우승을 해주는 걸 폴란드 출신 심사위원과 연주자들, 그리고 관객들은 바라겠지만, 음악은 정직한 법!



그래도 적어도 그가 출신 국 파워로만 이 자리에 올라온 건 아님을 보여주는 이 춤씬! 몹시 마음에 든다. 

신의 물방울에서 보면 와인을 마시고 난 뒤의 느낌을 엄청 오버해가며 보여주곤 했는데, 피아노의 숲에서 음악을 들은 관객들이 느끼는 감동은 도를 넘기지 않으면서 적절히 그 흥분감을 전달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더 멋질 것 같다. 카이가 피아노의 숲을 만나고 아지노의 제자가 되는 초반 이야기는 애니로 봤는데, 무척 짧았었다. 그 다음 이야기도 애니로 있었던가???



훌륭한 조율사가 꿈이라고 말하는 무카이. 그의 연주도 훌륭했다는데, 분명 읽었지만 너무 오래 되어서 사실 인물도 기억이 안 나지만... 누군가의 전속 조율사가 되고 싶을 만큼 반해버린 운명의 피아니스트! 그런 피아니스트를 만난 것으로도 무카이가 느끼는 감동이 전달된다. 조율사가 피아니스트 못지 않은 훌륭한 역할임을 그가 증명해 주길 바란다. 



아마도 그 운명의 상대였을 피아니스트가 자신이 끼친 영향이 본인이 듣고 싶었던 평가라니... 서로가 서로에게 큰 감동이 되어주는 순간이다. 



정치 빼고 계산 빼고 그저 피아노로, 마음의 감동의 소리로만 채점하면, 평가표는 쉽게 정리될 수 있다.

모두들 당연히 길어질 거라고 여긴 심사가 제 시간에 끝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어린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의 영웅이 되어버린 카이가 멋지다. 진정한 슈퍼 히어로! 

카이가 스무살 언저리인가 했더니 17세란다. 본인도 아직 한참 성장해야 할 나이이지만 피아노 앞에서 그는 이미 거인이다. 



원래 쇼팽 콩쿠르에 순위 말고도 다양한 상이 있나 보다. 상을 발표할 때의 장면도 어찌나 드라마틱하던지!

결과를 알고 보는 데도 손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카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환희가, 감격이, 그리고 고마움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지노의 기쁨도 마찬가지다. 카이에게 있어 아지노는 구원이다. 그렇지만 아지노에게 있어서도 카이는 구원이고 재생이고 삶의 이유이다. 비록 그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을 제자를 통해서 이룬 셈이지만, 그걸 축복으로 받아들일 내공이 아지노에게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음악 영화가 실패하는 경우 거의 없다고 생가해 왔다. 음악 만화도 비슷하다. 보았던 작품들이 대체로 좋았다. 출판사가 계속 바뀌어서 앞의 9권은 옛날 버전이라 표지가 다른 게 몹시 불만이지만... 아무튼 정주행 한 번 꼭 해보련다. 일단 마지막 권부터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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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17-03-28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북으로 모으고 있는데...(종이책으로 모으다 이북으로 전환..) 좀 좋은 이북리더기로 읽으려고.. 읽지는 않고.. 모으고만 있네요 .

마노아 2017-03-30 23:44   좋아요 0 | URL
이북으로는 책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그림이 있는 이런 책은 가운데 접히는 부분 없이 더 선명한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겠어요! 확대해서 보기도 가능하겠죠? 그것도 신세계일 듯 싶어요.^^

무해한모리군 2017-03-2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으다 포기한 피아노의숲이네요. 나의 세번째 사랑이 방학때 나 읽으라고 빌려다 줬었는데 내가 아이엄마가 되었으니 도대체 얼마나 오래 연재한 만화인가요 ㅋㅋㅋㅋㅋ

마노아 2017-03-30 23:45   좋아요 0 | URL
저 오늘 바람의 나라 떠올렸는데 92년도에 연재 시작해서 25년 지났지만 아직도 안 끝나고... 뭐 잡지가 망해서 그런 거긴 하지만... 암튼 그걸 기다리는 팬들도 대단하다 뭐 그런 생각했어요.
이 작품도 신장판이 계속 나왔으니 참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ㅎㅎㅎㅎ

jeje 2017-04-01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어렸을때 읽다가 얼마전에 다시 찾아읽으며 마지막권까지 읽었습니다!! 완결을 보면 항상 그 다음의 이야기는 어떨까 참 궁금합니다. 하하

마노아 2017-04-02 14:43   좋아요 0 | URL
원래도 좋아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엔딩을 보여주어서 무척 흡족해요. 아, 카이 만만세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