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시위대가 농성을 벌이고 전경과 대치중일 때, 난 경복궁 역에 위치한 매장에서 언니 대신 가게 일을 봐주고 있었다.

비는 무섭도록 쏟아지고 버스도 끊기고 지하철도 막아 놓은 상태.  그 비어버린 도로를 전경들이 무섭게 달려간다.  청와대 방향으로.

잠시 뒤 이번엔 시위대가 무섭게 달려간다.

그리고 또 잠시 뒤 전경들이 그 뒤를 쫓는다.  가만?  그럼 샌드위치 되는 건가??  슬슬 걱정이 된다.

좀 더 지켜보니 이젠 반대 방향으로 시위대가 달려나가고 다시 또 그 뒤를 전경들이 쫓는다.

청와대 방향까지 갔다가 뚫지 못하고 돌아온 듯하다.

이미 시청 광화문 종로 사직 터널 방향까지 모두 꽉 차 있을 게 분명하다.

가게에 방문한 몇몇 시민들은 버스도 지하철도 없어 비를 맞으며 엄청 고생했다고 툴툴 거린다.

그래도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이만큼도 안 하면 그게 더 바보인 거잖아요.... 하니, 그건 그렇다고 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시위대에 끼어 있는 게 아니라 비 피할 수 있는 곳에 남아있는 게 많이 미안했다.

가게 문을 닫고 돌아올 때에는 시위대도 해산을 한 모양이었지만 전경들은 비 맞으며 계속 대기중이다.

그들도 불쌍하다.  그들도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올라오는 시위 동영상을 보니 방패? 같은 걸로 사람 밀쳐낸다.  곤봉으로 때리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 정도도 무섭다.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뭔가 씁쓸하다.

전경들조차도 시민들 편에 서서 한마음을 모아줄 수 있다면... 이런 상상은 너무 공상적인가...

그냥...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ttp://nadri.hankooki.com/lpage/weekzine/200607/wz2006071117560873300.ht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떤 사람을 만나면 나의 에너지가 함께 충전되어 기운이 나고 위로가 되고 마음이 기뻐진다.

또 어떤 사람을 만나면 가끔 에너지를 받을 때도 있지만, 함께 있어 나의 에너지가 깎이기도 한다.

그래도 이 경우는 +와 -로 도합 0가 되니 손해는 아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안 보고 사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건만, 정이라고 하는 것이 쉽게 끊을 수 있는 성질이 못 되어 에너지가 깎이는 것을 알면서도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전태련 선생님이 에너지를 깎는 사람은 그냥 무 자르듯 만남을 자르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건만, 세번째의 이유로 그건 절대 쉽지 않다.  그래서 미운 정이 무섭다니까.ㅡ.ㅡ;;;

그런데, 고마운 것은 내게도 첫번째와 같은 경우의 사람이 있다.  그래서 많이 그립고, 보고 싶고, 늘 떠오르지만 쉽게 만날 수는 없는 사람...

마치 빵장수 야곱과 같이 지혜롭고 따뜻한 사람이 내게 있다.

그 사실이 가슴 뿌듯하고 내가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사실, 세번째 같은 사람을 짜증난다 말하기 전에, 나 자신이 과연 세번째가 아닐 수 있는지, 두번째는 가까스로 되는지, 그리고 감히 첫번째 같은 사람은 되는지 돌아볼 일이다.

문득,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가 떠오른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괴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너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한 사람을 가졌는가 !

 

사실, 그 한 사람을 가지기보다, 그 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을....

짜증많았던 하루를 정리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내일은 더 많은 감사의 입술이 되기를 소망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좋은 생각 메일진

제1021호 2006년 7월 6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6-07-0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운 언어에 아름다운 생각입니다. 감탄하며 옮겨보아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35717.html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6-06-27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옥순 교수는 이화여대 교수에 연대 교수이기도 한 건가??? 아무튼, 기사 내용은 새겨들을 일..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