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만나면 나의 에너지가 함께 충전되어 기운이 나고 위로가 되고 마음이 기뻐진다.
또 어떤 사람을 만나면 가끔 에너지를 받을 때도 있지만, 함께 있어 나의 에너지가 깎이기도 한다.
그래도 이 경우는 +와 -로 도합 0가 되니 손해는 아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안 보고 사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건만, 정이라고 하는 것이 쉽게 끊을 수 있는 성질이 못 되어 에너지가 깎이는 것을 알면서도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전태련 선생님이 에너지를 깎는 사람은 그냥 무 자르듯 만남을 자르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건만, 세번째의 이유로 그건 절대 쉽지 않다. 그래서 미운 정이 무섭다니까.ㅡ.ㅡ;;;
그런데, 고마운 것은 내게도 첫번째와 같은 경우의 사람이 있다. 그래서 많이 그립고, 보고 싶고, 늘 떠오르지만 쉽게 만날 수는 없는 사람...
마치 빵장수 야곱과 같이 지혜롭고 따뜻한 사람이 내게 있다.
그 사실이 가슴 뿌듯하고 내가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사실, 세번째 같은 사람을 짜증난다 말하기 전에, 나 자신이 과연 세번째가 아닐 수 있는지, 두번째는 가까스로 되는지, 그리고 감히 첫번째 같은 사람은 되는지 돌아볼 일이다.
문득,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가 떠오른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괴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너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한 사람을 가졌는가 !
사실, 그 한 사람을 가지기보다, 그 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을....
짜증많았던 하루를 정리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내일은 더 많은 감사의 입술이 되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