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00년이었다.
네이버에서 메일을 개설하고(그래서 난 지금도 한메일이 낯설다.) "3분 만에 뚝딱"(네이버 제공)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 안에 담을 컨텐츠가 마땅하지 않았던 나는 고3 시절 현실도피용이었지만 나름대로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습작 소설을 게시판에 옮겨 놓았다.
그렇게 두달이 지났는데, 맨날 나혼자였다. 왜 아무도 없는가? 궁금하고 섭섭했다. 주소를 모르면 아무도 못 들어온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 무렵, '검색' 기능에 대해서 알아차렸다. 신기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한 배우 '초은준'을 검색했다. 고딩시절 내 아픈 현실에서 서툰 위로가 되었던 그 사람의 이름.
인터넷의 힘은 놀라웠다. 너무 많은 자료와 관련 홈페이지 기타 등등. 그 중 하나를 클릭했다. 지금은 없어진 홈이지만, 그때 당시 그 배우의 팬페이지로는 가장 유명했던 곳이고, 나는 내 홈에도 놀러오라고 방명록에 첫 발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날로부터 내 홈페이지에 방문자가 생긴 것이다. 그들은 내 게시판을 클릭했고, 다음 이야기를 요구했다. '독자'가 생겼다는 말. 신기한 세상과의 만남이었다. 그래서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카페/클럽' 활동 첫 시작.
그리고 2000년 12월 25일, 오프라인에서 첫만남을 가졌다. 울산에서 올라온 사람이 있었고, 우리 열두명은 크리스마스 대목날 무려 7시간이나 수다를 떨며 만남을 기뻐했다.
내가 좋아한 배우는 SBS "칠협오의"의 주인공 역인 '전조'(그래서 나는 '전호인'님 서재를 발견하고 많이 놀랍고 신기했다. 물론, 그 사진속 인물은 '하가경'이지만, 어쨌든 전조다. KBS전조)를 맡은 배우였는데, 그래서 그 배우의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도 같이 좋아했다. KBS 성우로 이름은 "홍성헌"(지금 지하철에서 방송 나오는 목소리다.) 난 초대 팬클럽 부회장도 해봤고, 성우 녹음 견학도 해보았고, 지금도 행사가 있으면 다녀가라는 연락이 온다.(계속 못 가고 있지만...;;;)
그 무렵의 내 생활은 그 사람들과의 만남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우리는 쉴새 없이 떠들었고, 무언가를 주고 받았고, 기억을 공유하며 추억을 생산했다. 적어도 2003년까지는 그 분위기가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애정도 조금씩 떨어지고, 서로를 잘 알다 보니, 전만큼 새로운 이야기가 없고, 누군가는 시집을 가서 아기 엄마가 되고 하니, 이전만큼의 떠들썩함과 설레임은 발견할 수 없었다.(그 배우도 나이를 먹었고, 이전만큼의 왕성한 활동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요 근래 케이블에서 방송을 많이 해주긴 했다. 일종의 박시연 효과도 있었고.)
그건 조금 슬픈 일이었지만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기도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벌써 수년째 유료서버를 유지하고 있는데, 하루 수백명씩 오고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별로 오가는 사람이 없는 조용한 홈이 되어 있다. (5년간 연재한 소설을 중단한 게 일년 되어 간다. 지금은 신기할 정도로 적막하다.)
예전엔 컴퓨터 부팅을 시키면 제일 먼저 내 홈에 방문하고 메일을 확인했는데, 요새의 나는 알라딘에 먼저 접속해 보고, 그 다음에 메일을 확인한다. 내 홈은... 나중에 잠깐 들어가 본다.
지금의 나는, 알라딘 서재질에 길들여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수년째 서재질을 하신 분들 중에는 간혹 서재를 닫기도 하셨나보다.(사실 닫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글을 쓰지 않고 접속을 하지 않는다는 말인지.. 아니면 공중폭파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며,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신기하고 재밌고, 또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아서 참 감사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의 서재는 '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거의 '홈페이지' 수준의 개인 관리와 또 교제가 가능한지라, 이곳도 어느 때가 되면 시들해질 수가 있고, 멀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경험했듯이, 또 내가 다른 경로로 경험해 보았듯이.
그렇지만, 내가 과거에 그토록 열광하며 만났던 나의 지인들을 지금도 소중히 생각하며, 그때만큼은 아니어도 가끔 전하는 소식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이 서재에서 교제했던 사람들도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들로 기억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런 게 '정' 이니까.
언젠가 시들해질 나의 열정을, 혹은 관계를 미리 아쉬워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걸 대비해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웃기다. 그저 열심히 지내고, 사귀고, 만나면... 서로의 이유로 멀어진다 해도 덜 아쉽고 안타까울 것이 아니겠는가.
쓸데 없이 우울해져서 끄적여봤는데, 이제 알라딘 싫어.. 뭐 이런 것 절대 아니다. ^^
난 여전히 서재질이 재밌고, 이곳의 알라디너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