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됐다. 무척 바빴다. 일도 바빴지만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허해서 무엇도 일이 잡히질 않았다. 이럴 때는 오히려 바빴던 게 더 약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월요일에는 직원 산행대회가 있었는데 중간에 통행제한을 하고 있었다. 사체가 발견되어 현장 검증 중이라나. 5년 전에 묻은 사체가 뒤늦게 발견되었단다. 작년에도 우린 같은 코스로 움직였는데 그때 우린 시체 위 어디를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 비가 많이 와서 사체가 발견된 것일까? 누군지 불쌍하다.
2. 인간인지라 실수가 많은 건 인지상정. 고사 본부에 앉아 있다보면 다양한 사례가 잡힌다. 우린 1교시에 3학년이, 2교시에 1학년이, 3교시에 2학년이 시험을 보는데 1교시 3학년 시험을 볼 때였다. 같은 보기가 두 개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1,3번 답이 같고 2,4번 답이 같다. 얼씨구! 이런 경우는 드문데. 편집교사를 호출했는데 아직 출근 전이란다. 헉... 그래서 좀 바쁘게 뛰었다. 아무튼 수습은 했다.
3. 다음 날, 또 다른 신고가 들어왔다. 보기가 1.2.3.4.4.5로 여섯 개란다. 이것도 꽤 드문 케이스! 게다가 문제는 답이 4번.ㅎㅎㅎ 역시 편집교사를 찾았는데 송이 따러(드시러?) 부 전체가 지방으로 이동 중이란다. 헉! 그래서 같은 과 다른 교사를 찾았는데 이미 시험 감독 중. 그래서 또, 바쁘게 뛰어야 했다.
4. 1학년 학생 하나가 얼마 전 가사 실습 중에 접시를 깼는데 오른손 손가락 인대가 나갔다. 그래서 시험을 치르기 힘들다 해서 도서관에서 혼자 시험을 보게 했다. 추가 시간 10분 더해 주고. 그런데 도서관 선생님이 부서 협의회 나갔을 때 감독 교사가 없어서 방송실에서 보게 했다. 시험 대기 선생님이 대신 감독을 했는데 대뜸 들어오자마자 자기네 부서(거긴 5층)에 가서 시험을 보면 안 되겠냐는 거다.(장난하나...-_-;;;) 아무튼, 아이를 맡기고 나왔는데, 그 후 시험이 종료되고서 방송이 나오질 않아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알고 보니 감독 들어가신 샘이 애 시험 보는 동안 컴퓨터를 사용했는데 그 바람에 셋팅해 놓은 게 꺼져서 방송이 전혀 나가지 않은 거다. 다행히 듣기 과목은 아니었지만 여튼....;;; 근데 이게 다 인간이니까 나올 수 있는 실수 맞던가? ㅡ.ㅡ;;;;
5. 수요일에는 부서 회식이 잡혀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였는데 울 감님이 친히 와인을 준비하신 거다. 그래서 와인 잔을 빌리고(대여료 1만원!) 직원을 불러서 와인을 따 달라고 내밀었는데 이 와인은 물병처럼 돌리면 되는 와인이었다. 게다가 큼직한 글씨로 '가.정.용'이라고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인원도 많아서 병아리 눈물 만큼만 받아 마시는데 울 모두 챙피챙피...;;; 게다가 맛없..;;;;
6. 어제는 과별 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그러니까 시험 기간 중에는 전체 모임, 부서별 모임, 과별 모임, 동호회 모임, 학년 모임 등등의 일정이 잡혀 있는데 어제는 우리 과 모임이 있던 날. 5명 중에서 두 분이 자녀 운동회로 불참, 국어과에서 한 분이 더 참여하셔서 넷이서 움직였다. 원래는 국립중앙박물관 '황남대총'을 보러가려고 했는데 거기 가고 싶어했던 두 분이 빠져서 연행로로 대체했다. 조선 시대 사신들이 지나가던 그 길을 그대로 밟는 것이다. 광화문을 출발해서 서대문 찍고 홍제 지나서 지축에서 밥을 먹었다. 메뉴는 아구찜. 급식에서는 늘 콩나물밖에 없는 아구찜을 먹어서 아구가 이렇게 살이 많은 고기라는 걸 처음 알았다! 파주에는 생각 이상으로 볼거리가 참 많았다. 우리는 약간 노선을 벗어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용미리 마애 석불. 고려시대 것이다. 이렇게 커다란 석불 처음 보았다. 관촉사 은진미륵불 크기와 비슷할까. 거의 18미터에 육박한다. 남자와 여자일 거라는데 정겹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파주 삼릉(공릉, 순릉, 영릉)도 갔는데 시간 관계상 공릉만 들렀다. ㅎㅎ
율곡제를 한다고 해서 자운 서원까지 볼 줄 알았는데 시민 회관이 금요일이고, 율곡제는 토요일이라고 해서 못 들어가게 했다. 6시 마감이라는데 우리가 20분 전에 도착했으니 20분 동안이라도 보겠다니까 또 막는 거다.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그래서 6시까진 나오겠다고 하고 들어갔다. 자운서원은 못 보고 율곡 이이의 가족 묘만 보고 왔다.
7. 파주에 오면 꼭 들르라는 또 다른 감님의 당부가 떠올라, 우리는 헤이리로 방향을 잡았다. 헤이리 예술 마을에 집을 지었는데, 이게 작품인 거다. 유명 작가의 건축물인데 덕분에 여기저기서 장소 섭외가 들어오는 지경.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도 여기서 찍었다 한다. 집에 와서 다시 찾아보니 정말 그 집이다. 가구며 인테리어도 손 안 대고 그대로 찍었다. 손댈 것 없는 작품이란 소리지...
근처 식당에서 곤드레 덮밥을 먹었는데 뒤쪽으로 이주헌씨가 앉아 있었다고 감님이 나중에 말씀해 주셨다. 얼굴을 못 봤네. 아까비...
파주에서의 긴 여정을 마치고 집에 오니 거의 12시다.(수영 못 갔다.ㅜ.ㅜ) 덕분에 슈퍼스타 K2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짐작한 결과가 딱 들어맞았다. 아마도 맞춘 사람 많을 거다.. -_-;;;
8. 아침에 건강 검진을 받았다. 기본 검사라 별 다른 건 없었다. 단백뇨가 있다는데 피검사 결과가 나와야 확실히 알 것 같고... 시력 검사 결과 양쪽 다 2.0이 나왔다. 라섹 수술하고 2년이 조금 못 되었는데 화들짝! 이렇게 좋다니!
9. 갑자기 시간이 생긴 친구가 서울로 놀러왔다. 명동에서 만나 밥 먹고 차 마시고 좀 걸었다. 덕수궁에 가려고 지하보도를 다 건넜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입장료가 있을 줄 알았는데 기쁘게도 무료였다. 1층에서 황남대총 전시회를 보았다. 경주에서 발견된 가장 큰 무덤인데 남분이 먼저 세워지고 나중에 북분을 연결해서 세웠다. 남쪽이 왕의 무덤이고 북쪽이 왕비의 무덤이다. 정확히 어느 왕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장품이 대단했다. 역시 신라는 황금의 나라! 좀 더 신분이 높았던 왕비의 무덤이 높이도 더 높고 부장품도 훨씬 훌륭했다. 왕비 쪽이 금이면 왕 족은 금동... 뭐 이런 분위기.ㅎㅎ 해설까지 곁들여서 설명을 들으면 더 좋을 것이다. 다른 전시관에 무덤도 재현해 놓았다고 하는데 저질 체력의 나는 여기만 보고는 힘들어서 나와버렸다.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10월 말까지 전시다.
입구에 금관 쓰고 사진 찍을 수 있게 해뒀는데 저게 생각보다 무겁다. 저 주춤한 자세를 보라지...
10. 오늘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무척 우울했을 것이다. 언제나 큰 위로를 주는 친구는 이번에도 무너져버린 내 마음을 잘 다독여 주었다. 아무 것도 현실을 바꿀 수 없지만, 마음 한줌의 보탬이 설움을 달래 주었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