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에서 심부름을 마치고 매장으로 이동하는 마을 버스 안.
같이 올라탄 아주머니께서 기사분께 말한다.
"에고, 만원짜리 밖에 없네." 그러면서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기사분 당황!
"얼마 갖고 계세요?"
"300원 있네요. 죄송해요."
이러면서 돈통에 300원 넣어놓고 딴청부린다.
난처해하시는 할아버지 기사님. 별 수 있나... 버스는 출발한다.
뒤에 앉은 나는 아줌씨를 노려보았다.
아니, 만원 밖에 없으면 잔돈을 거슬러 와서 버스를 타야지.(돈 바꿀 데가 없다고 하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
혹시 준비를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으면 다음에 더 내겠다라는 말이라도 있어야지. 어쩜 저리 뻔뻔할까???
나한테 만원 바꿔줄 잔돈 있었음 그 자리에서 바꿔주고 싶었다.
일종의 동병상련이랄까.
2000년부터 언니가 가게를 했는데, 그때부터 장사하는 사람 마음이 다 내 마음 같고, 서비스업 사람들이 다 가엾게 느껴져서 짠할 때가 많았다.
하다 못해 귤을 산다 해도 하나 더 달라는 말을 절대 못하겠더라.
며칠 전에는 지난 주에 신발을 사서 그 자리에서 신고 가신 손님이 한쪽 발이 아프다며 다른 새 신발로 교환해 달라고 오셨다.
어찌나 황당하던지...
사람마다 손이 짝짝이듯이 발도 짝짝이다. 그래서 한쪽 발이 더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
그럴 경우 기계로 신발을 늘려준다.
기막힌 건 그 손님은 29000원이 원가인 신발을 우격다짐으로 27000원에 사갔던 사람이라는 것.
안 신고 가져왔음 모를까, 내가 본 것만 해도 세번인데, 몇 번 안 신었으니 새걸로 가져가게 해달란다.
대한민국 모든 주부가 더 그렇게 억척스럽기만 하고 경우 없는 것은 물론 아닌데, '아줌마'라고 지칭할 때의 그 느낌에는 양심 없이 무조건 깎기, 거저 먹으려 드는 속셈... 뭐 이런 게 잔뜩 얹어진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장사해 보니, 아줌마 너무 무섭다.
3주 전쯤 왔던 한 외국인은 자신이 입은 옷이 아줌마 같아 보이냐고 걱정한다.
안 되는 영어로 어찌나 애썼던지... "You look young lady...." 뭐 이런 식으로 대답했던 것 같다...;;;;;;;
그 이도 한국에서 '아줌마'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여지는 가를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매장에 앉아 있음 '아줌마 이거 얼마예요!"하고 외치는 아줌마와 학생들이 꽤 있다.
우쒸... 내가 아줌마 같냐고...T^T
요새는 그리 부르면 불쾌해 하므로 대개 '언니'하고 부른다. 나 역시 50대 손님까지도 통상 언니라고 부른다.
그렇게 아줌마!하고 부르는 손님은 사가지도 않는다. 대체로 길 물어본다.(ㅡㅡ;;;)
나는 길 안내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런 사람들한테는 싸늘하게 말해준다.
체체... 그래서 귀찮아도 치마 입고 나오고 샌들 신고, 더우니까 렌즈도 끼고 외출한다.
(사진 펑!)
과도한 합성 사진은 정신 건강에 해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