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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 성인용 ㅣ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어린이용과 성인용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지금 알았다. 표지를 살펴보니 내가 읽은 것은 성인용이다. 어린이용은 얼마만큼 더 친절할 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금이씨 글이 참 좋다.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지만 어른 독자들도 얼마든지 반할 만큼 매력적이다. 교훈을 주지만 고리타분하지 않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철저히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한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섣부른 희망을 노래하기 보다 발전해 가고 성장해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 사람이 어른이건 아이이건 별로 중요치 않다. 어쨌든 그들은 더불어 살아가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시골 소재로 이사를 가게 된 미르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다. 엄마에게 화났다는 것을 시위하기 위해서 부러 날카롭게 털을 세우고 모든 이에게 차갑게, 까칠하게 굴지만 속내는 여리고 상처입은 소녀일 뿐이다.
소희는 유복자로 태어나, 할머니가 엄마를 쫓아내다시피 해서 재혼시키고 부모 얼굴 모른 채 할머니 손에 자랐다. 사진 속에 엄마도 할머니는 오려내버렸다. 추억이 없는 엄마는 그립지도 않다 여겼는데, 미르의 엄마를 보는 순간 부러움이 왈칵 솟는, 너무나 일찍 자라버린 애어른이다.
바우는 일곱 살에 어머니를 잃었다. 어머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던 여린 소년 바우는,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아버지와 세상을 향해 말문을 닫았다. 그랬던 바우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상처 입은 얼굴로 세상을 향해 문을 닫으려고 단단히 다짐한 미르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세 아이는 각자 처한 환경에 약간씩의 차이가 있지만 서로들 불안정하고 서로를 부러워 하고 또 서로의 마음을 자신의 상처에 빗대어 이해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가며 소통해 가는 과정을, 책은 미르과 소희와 바우의 시선으로 나누어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 바라보는 친구들의 모습을 '꽃'의 이름과 모습에 비추어 설명하는데, 그 표현들이 너무 아름답고 정겹다. 나로서는 보지 못한 그 풀꽃들을 기꺼이 상상해 가며 책을 읽어 보니 그 속에 내가 안긴 듯한 착각이 일만큼 책은 소설답지 않고 현실같이 드라마틱하다.
엄마가 미르에게 자신을 '한 여성, 한 인간'으로서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미르는 충격을 받는다. 언제나 '엄마'로서의 의무를 먼저 떠올렸던 자신의 생각이 대단히 이기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자신을 단지 '자식'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우 받았다는 생각에 미르는 한단계 성장하게 된다.
진료소 소장으로 계신 엄마 덕에 새벽 2시에 출산과정을 돕게 된 미르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는 그 경이로운 과정에 합류하면서 새로이 '어머니'라는 존재감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힘들게 지내온 어머니의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이 도움되지 못했던 것들을 반성하게 된다. 아이는 그렇게 몸과 마음이 균형이 잡히며 자라는 것이다.
아이 낳는 것을 지켜보고 그저 무섭다라고 말한 미르와 달리, 소희는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보다 훌륭하다고 말하며 자신은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자신한다. 생각의 방향이 역시 다르다. 누가 더 잘한다!라고 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제대로 나눠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우의 아버지와 미르의 어머니가 혹 결혼이라도 하는 것이 아닐까 촉각을 곤두세웠던 아이들. 작가는 이 부분에서도 뻔할 수 있는 함정을 지혜롭게 피해나가며 멋진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시종일관 따뜻하고 포근하게 안겨오는 그런 느낌의 책. 사람과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역시 이금이씨 책은 언제나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