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평전 - 다큐멘터리와 소설을 넘어선 역사읽기
김탁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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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BGM "독도 아리랑"  (by LEE.J )

김탁환씨의 책을 즐겨보곤 했지만, 그래도 별 다섯을 주기는 처음이 아닐 지... 내가 솔직히 그분께는 좀 박한 편이다^^;;;

이 책은, 매우 독특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도의 일대기를 쓴 책인데, 독도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가상과 역사가 함께 아우러진, 그래서 소설과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선 독특한 작품이다.

독도를 미시사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거시사적으로, 그곳의 유구한 역사를 인간과 함께 비추어 낸 글이다.

제목은 딱딱하고, 표지도 그닥 맘에 안 들었지만, 내용만은 진국이었다고 강조할 수 있다.

지금이야 독도 문제가 온 국민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지만, 이 책은 지금보다 덜 관심 받을 때 나온 책으로, 적어도 상업성에 의존해서 쓴 책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을 때 많이 혼동이 온 것은 시작과 끝의 설정 때문인데 작가 '김탁환'씨의 이름이 실제로 등장하고, 그의 약력이 그대로 적용되어 진짜 김탁환씨가 경험한 일인가 싶을 만큼의 리얼리티가 있었다.  (그래서 맘에 안 들기도 했었다^^;;;)

김탁환은 비행기 안에서 일본인 한 남자의 황당한 제안을 받는다.  독도가 누구 땅인지를 함께 학문적으로 증명해 보자고. 일년 뒤에 다시 만나서 서로의 성과를 보여보자고, 이 황당한 제안에 김탁환은 독도에 대해서 파고든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그가 몸담았던 해군 훈련을 위한 뱃길에서 그는 꿈을 꾼다.  처음 자신에게 황당한 제안을 했던 그 남자의 어린 시절 학교 모습이 펼쳐진다.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잃어버린 자국 영토를 대라는 선생님의 요구에 아이는 쉽사리 독도를 말하지 못한다.  그 바람에 야단을 맞고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열 번 외치라는 주문을 받는다.

.... 이런 내용이다.  소년의 외침이 울리면서 작품은 끝을 맺는데, 어찌나 스산하던지 섬뜩하리만치 무서웠다..;;; 정말 꿈에라도 나올까 봐...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작품을 직접 보아야 감이 올 것이다.  결코 손에 쥐어서 후회없을 책!

게다가 맨 뒤에 작가가 참고로 한 문헌을 친절하게 이야기하듯 풀어놨는데, 그 또한 아주 유익했다. 두루두루 공부가 되는 책이다. 꼭 읽어보기를,....

독도는 우리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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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혼의 주술사 - 상
노아 고든 지음, 윤희기 옮김 / 꿈꾸는돌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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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미신이나 샤머니즘 등등... 뭐 그런 느낌이 나지만, 오해는 마시길. 전혀 그런 책은 아니니까.

미국이 한참 개척되고 있을 무렵 영국에서 건너간 한 의사.  그가 새 땅에 정착하여 그곳의 의사로 자리를 잡고, 그리고 남북 전쟁을 겪으면서 그의 신념을 위해 어떻게 삶을 견디어 냈는가와, 그리고 대를 이어 그의 아들이 의사로서 그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 일대기, 연대기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기만 하면 2권 모두 합하여 거의 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가 나올 리른 없을 터.

참 많은, 다양한 삶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모두 거대한 역사의 한 줄기에 붙어 저마다의 조각들을 감당하고 있으니,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역사와 관습과 사람들, 심지어 그들의 편견과 잘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도 모두 함께 어우르고 있는 대서사시라 할 수 있겠다.

듣지 못하며 따라서 발음도 자연스레 어눌해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아들)은 아버지의 친구였으며 자신의 친구이기도 했던 인디언 수장의 지혜를 고스란히 배운 인물이었다.  그가 자연과 교유하며, 사람의 영혼을 바라보는 단면들은 몹시 인상적이었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들 집안은 대대로 사람의 영혼이 몸에서 나가는 것을 체험하며 느끼는 힘을 지녔다.  말로  풀어내면 사이비같지만, 글 속에서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 없이 자연스레 교감이 된다.)

그리고 그 인디언 친구의 죽음과, 거기에 얽힌 음모와 배신 등은, 작품을 후반부까지 추리소설 버금 가는 긴장감으로 무장하게 만들어, 실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았을 때의 그 배신감과 허탈함은 참으로 쓰디쓴 맛이었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의사로서 거듭나기 위해 뿌린 땀과 노력을 함께 추적해가는 과정도 내게 있어 몹시 의미있는 일이었다.  또 그런 그를 품어주려고 노력한 교수님들도..

뿐이던가.  그런 주인공과 그의 형, 그리고 반려자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옮겨놓을 수는 없지만, 모두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느낌이어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머니 사라는 대체 결혼이 몇 번인지.ㅡ.ㅡ;;;;;

내가 좋아하는 재생지를 썼는데, 두꺼운 페이지에 비해 책이 아주 가볍다. 또 책장도 엄청 금방 넘어간다.  그만큼 재미있으니까.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 않고 역사를 훔쳐 보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몹시 솔솔했다.

그리고 링컨에 대한 제대로 보기가 더 인상적이었고 말이다.  그에 대한 신화는 좀 깨질 필요가 있다^^;;;

내 책상 위의 책을 동료 직원이 보겠다고 가져갔다가 주술사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고 다음 날 고스란히 돌려준 기억이 난다.  그 사람도 좀 더 인내를 갖고 더 들춰보았더라면 이 멋진 이야기를 결코 피해가지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누군가는 이 책을 원서로 보았다고 하니....;;;; 음, 마이 부러웠다ㅡ.ㅡ;;;;; 음..... 그랬다고...;;;

하여간, 좋은 책은 원어로 보나 한글로 보나, 두루두루 읽힐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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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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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작가는 '삼미 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처음 만났다.  피할 수 없이 팬이 되었고 이후 그의 행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구 영웅 전설도 아주 재밌게, 그리고 의미 심장하게 보았고, 간간히 문학 소설집에서 그의 단편들을 보았었다.  그런데 그렇게 찔끔찔끔 보던 단편들이 책으로 모아 나왔다. 이름도 독특하게, "카스테라"

총 열편의 단편들을 모았는데, 첫 느낌은 '실험정신의 총체'랄까.

독특, 독특, 또 독특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형식미인데, 쉽표와 줄간으로 문장의 의미를 대신한다는 놀라운 경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그냥 쉼표를 나열하고 엔터키를 많이 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생략과 축소, 또 상징이 동반하기에 가능한 작업들이었다.  그래서 작가의 주문대로 함께 쉬어 읽고, 한줄 건너 뛰어 읽다 보면, 그의 호흡과 동시에 독자의 호흡이 같이 숨을 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작품의 매력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매우 유머러스한 그이지만, 그 속에는 고단한 생에 대한 성찰과 통찰, 측은히 여기는 마음과 또 세상을 향해 마음껏 비웃어 주는 통렬함 등이 녹아 있다.  또 그 점이 내가 작가 박민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그랬듯이., 지구 영웅 전설이 그랬듯이...

단순히 가볍게 웃고 마는 일회용짜리 이야기가 아닌, 두고두고 곱씹어볼 문제 제기를 하며, 또 현실과 상상의 허구 경계를 가볍게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가 나는 자랑스럽다.  소설책은 잘 보지 않는 친구가 좋은 소설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말에 바로 그의 책을 추천했듯이, 또 내 좋은 지인에게 조건 없이 이유 없이 주려고 고른 선물이 바로 그의 책이듯이, 작가 박민규는 애게 있어 일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는 현실의 고달픔을 얘기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좇아가지 못할 유머 감각을 자랑하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늘 잊지 않는다.  그 놀라운 상상력과, 그 대찬 배짱과, 삶과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언제까지고 유지될 거라고 감히 기대하고 또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데 돌발질문!  왜 제목이 카스테라일까? 으하핫, 이것 또한 무지 웃기며 또 역시 진지한 이야기인데, 작품을 직접 보시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니까. 그의 깨는 이야기 실력과, 그럼에도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힘을 체험하시길. 나처럼 그의 팬이 되지 않고는 못 견딜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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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문의 비밀 - 하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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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방각본 살인 사건에 이은 후속작이 되겠는데, 연결된 내용은 아니지만 방각본-을 읽은 뒤라야 더 재미있을 듯 싶네요.
불멸의 이순신으로 더 유명해진 김탁환 작가는, 역사를 소재로 한 글을 많이 써 왔는데, 늘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것은 방대한 지식과 자료 조사입니다.
때로 그게 지나쳐서 너무 현학적으로 글이 흐르고,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쓴다는 느낌은 나지만 타고난 글쟁이임은 부인하지 못하겠네요.

방각본 살인 사건보다 훨씬 치밀해졌고 반전도 기막혔고 긴장감도 더 높았습니다. 이 소설 안에는 조선 후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가 모두 녹아 있습니다. 그 시대의 단면을 정확히 짚어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심지어 정조 대왕에 대한 화광 김진의 진단은 거의 정확했다라는 안타까운 동조도 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시대의 탓이란 쓸쓸함과 함께 말입니다.

작가 김탁환은 훌륭한 소설가이지만, 아직까지 그의 글 속에서 가슴을 심히 울리는 깊은 절망과 깊은 감동은 받지 못한듯 싶어요.
단적으로 같은 이순신을 그린 '칼의 노래'와 비교한다면 제 기분이 전해질까요?
재미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감동이 덜합니다.


그건 제가 아멜리 노통의 책을 엄청 재밌게 읽지만 감동은 받지 못함과 같아요.
일개 독자가 작가한테 들이대는 비판으로는 건방지기까지 하지만,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진화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로 나올 그의 작품들에선 좀 더 사람 내음이 나고 깊은 통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질 거란 기대가 보였습니다.

박하게 평을 한 것 같지만 추천방에 글을 쓸 만큼,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책을 덮으며 좀 더 뒤에 앞서 방각본 살인 사건과 이 작품을 연이어 다시 읽어보리라 다짐했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큰 즐거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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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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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고 기회가 닿기만 한다면 분출할 준비를 하며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이 작품이 첫 작품이었고, 영화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소설을 쓸 거라고 그닥 기대해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멋진 소설을 써 내었고, 또 그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아주 기발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그가 활동을 한 영화라는 영역이 그의 상상력을 더 키워주었을 거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을 이동하여 에피소드가 발생한다는 설정은 간혹 우리가 봐오던 설정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 주인공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라는 설정은 매우 독특했다.  게다가 이 판타지적 소설의 제목이라는 것이 고전 소설의 대미이기도 한 "제인에어"를 납치한 내용이라니.. ^^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 내 마음에 맞게, 나의 구미에 당기에 작품의 결말이나 설정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정말 내 맘대로 바꿔보겠다는 행동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작가는 그것을 멋지게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용기 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제인에어의 결말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처음 설정이 그보다 밋밋했다는 내용으로 진행했지만, 그래도 멋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무래도 처녀작이다 보니 아주 매끄럽거나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미숙함마저도 장점이 될 만큼 작품이 재미 있었다. 제법 두께가 나가는 편이지만 금세 읽을 만큼 재미있다.  그의 다음 작품 얘기를 듣지 못했는데, 아마 첫 작품이 나왔던 시간 만큼 오래 걸릴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날 알라딘에 접속했는데, 재스퍼 포드의 신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면 몹시 설레일 것 같다.  기분 좋은 기다림에 또 하나의 책이 추가되는 것 뿐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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