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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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채집을 위해 오지로 떠난 한 남자가 민박 집에 머물다가 억류된 이야기.

이 집은 귀신이 나오는 집은 아니지만 쉴 새 없이 모래가 쏟아져 내린다.  그래서 밤이 되면 야간 작업을.... 모래를 퍼 날라야 한다...;;;;;

당연히 이 집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절대로 떠나지 못하고, 당연히 도망가야겠다고 결심하지만 결코 떠나지 못한다.

그 집의 과부된 며느리가 붙잡고, 나중에는 마을 주민들이 한통속이 되어서 이 외부인을 감시한다.

마을이 통째로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 말도 안 되는 모래 왕국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은 단체로 미쳐버린 것처럼 범죄를 은닉하고 또 도와준다.

스물스물 쏟아지는 모래의 홍수는, 마치 피부 위를 바퀴벌레가 지나가는 것 같은 불쾌감과 불결함, 그리고 끔찍한 느낌을 전해준다.  뭐랄까.. 미저리 같은 기분?

그런데 작품의 전개는 또 엄청 느리고 숨이 막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지루한데, 결말이 궁금해서 멈출 수도 없다.(오, 갓...T^T)

이러니... 이 마의 소설은 독자에게 정신적인 흥분과 광분을 동시에 제공하니 참 아이러니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사내는 끝내 실종처리가 되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진다.

그리고 남자는 모래 끝 언덕 위에서 드디어 변화를 맞이한다.  그 변화의 내용이란...............

그 이상 말하면 안 되겠지? 읽고 놀라시길. 그러나 다 읽기까지 만만치 않은 고통이 따를 거라는 사실을 꼭 인지해 두고 읽기 바란다. 아니면... 정말 괴롭다. 뭐, 각오하고 읽어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일 거다..ㅡ.ㅡ;;;

정말, 마성을 지닌 책이다....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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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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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뒤늦게 리뷰를 써본다. 당시엔 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터여서 그닥 입소문이 많지도 않을 때였는데, 친한 지인에게 빌려 읽어보고는 결국 내 책으로 소장하고 싶어서 다시 주문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다시 읽어보진 못했지만, 직장에서 누구에게 빌려주었더니 그 주변을 두달을 돌며 책이 걸레가 되어 돌아오더라는...;;;; 새 책으로 빌려주었건만...(ㅡㅡ+++)

아무튼, 나로서는 지금 생각해 보아도 꽤 괜찮은 느낌이었고, 나중에 더 여유 있을 때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그런데 지금 리뷰들의 제목과 별점을 살펴보니 실망했다는 반응이 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의외였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

파울로 코엘료 작가는 아무래도 연금술사로 워낙 유명해졌다 보니까,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 출간된 것은 한권 빼고 다 읽어보았는데, 어떤 작품도 '스타일'이라고 규정할 만큼 비슷하거나 획일화된 것은 없었다.  다만 독특하게 카톨릭 신자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성경 문구가, 책장 첫 머리에 잠시 언급될 뿐, 특별히 소재에서 다루지 않는 한 기독교적인 내용이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책 11분은 꽤 독특한 것이... 주인공은 창녀인데 이름이 마리아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파울로 코엘료로서는 이 이름이 주는 의미를 모를 리 없을 터, 이는 의도적인 파격이 아닌가 싶다.

뭐랄까, 난 참 신선했다. 우리 나라 영화에도 '노는 계집 娼'이 있듯이, 으레 '창녀'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 등등이 나오면 내용이 좀 신파적이다. (딱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너는 내 운명'을 떠올려 보기를...)

그런데 이 작품은 대단히 산뜻하고 쿨하다. 그녀의 직업을 고결하다고 말할 수 없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성을 파는 행위를 박수쳐줄 수도 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리고 그 책임도 본인이 진다.  많은 돈을 벌었고, 더 벌 수도 있지만, 여기서 그만!이라고 스스로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맛도 이미 알고 있고, '진맛'도 알아버린 그녀로서는 말이다.(영화 '음란서생' 인용)

야하더라는, 그 수위에 대해서도 말이 많던데,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차에 따라 다르다. 내 경우 정말 얼굴 새빨갛게 되어서 심장 뛰어 죽는 줄 알았다.(그런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우리와 같이 유교적 문화 규범에 익숙해 있고, 또 스스로를 그 안에 규제하고자 하는 사람들(본인이 알든 모르든 간에)은 아무래도 이런 소재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밝게 묘사해도 오버하는 셈이 되고, 지나치게 어두워도 신파라며 돌 맞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이래도 불만이고 저래도 불만일 텐데... 그래서 각자 느낌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주인공 마리아가 어려서부터 갖게 된 '성적 관심과 로망 혹은 실망' 등등을 나이 순에 따라 서술해 나간 부분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인생 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 같은 기분이어서 말이다.

그녀가 도서관에서 만난 여인은 또 어떤가. 지극히 범생이 스타일의 그 아주머니 클리토리스와 오르가슴에 얘기하는 부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마리아가 사랑하는 S&M에 눈 뜨는 장면은 시각적 이미지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는데, 자꾸 깊게 빠져들어가려는 그녀를 되찾아 오고자 남자 주인공이 호숫가에서 그녀에게 부러 주는 고통과 그 너머의 세계는 투명한 빛과 유리 파편, 푸른 호수, 붉은 핏빛.. 이런 칼라들이 모두 중첩되어 묘하게 어울리는 가운데 신비한 이미지를 줄곧 유지하였다.  그러한 서술을 가능하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나는 참 놀랍고 대단해 보였다.

어쩌면 신파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유치해질 수도 있는 엔딩을 그렇게 끝낸 것도 나는 대환영이었다.  '완성도'가 어쩌느니 하면서 억지 해피엔딩이나 억지 언해피 엔딩이 아닌, 그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지 않은가.

이렇게 칭찬 일변도로 나오는 독자도 있으니, 역시 모든 책은 스스로 읽고 판단해 볼 일.  내게 좋았던 책이 그대에게도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남 핑계는 금물~!

덧글, 그런데 아시는감요? 표지 세로줄에 작게 나와 있는 그림이 꽤나 에로틱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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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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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기껏 썼던 글이 날라갔다.ㅠ..ㅠ

음.... 다시 써 보자면... 최대한 간단하게...;;;;

기대보다 재미 없었다는 것. 나는 보다 민중적이고 대중을 향한 애정 같은 것을 기대했는데, 말 그대로 첫사랑 얘기만 하고 끝났다.

그 첫사랑이라는 게, 우리의 향수로는 좀 예쁘고 아름다운, 로망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좀 시시해 보였다. 귀족들의 사랑 나부랭이..;;; 정도의 느낌이랄까.

게다가 이름들도 어렵고, 뒤에 같이 있는 단편은 맘이 동하질 않아서 읽지 않았다.

투르게네프는 괜히 내게 미운 털 박힌 셈...;;;

에, 한바닥 썼던 글이 날라갔건만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 쓰라는 계시...;;;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는 거니까... 아래 리뷰어들은 모두 후하게 평가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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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애인을 사랑했을까
김탁환 지음 / 푸른숲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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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역사소설을 쓰시는 김탁환씨지만, 내가 읽었을 때에는 역사 소설보다 현대물이 훨씬 더 재밌었다^^;;;

이 책이 그런 예인데, 단편들의 연작으로 이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큰 테두리 안의 하나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짧은 제목들과 마찬가지로 글 속의 내용도 짧고 간결하고 압축미가 있어 보였다.  오히려 시대물을 쓰실 때는 말을 너무 현학적으로 해서 거부감이 들었는데, 빠르고 간결하게 써 나가니 내게는 더 잘 맞아 보였다. 작가분께도 그리 보임..^^;;

첫편에서 목사 따님 자살 건은, 읽으면서 좀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개인적 신앙의 탓이었고, 전반적으로 작품은 재밌게, 그리고 인상깊게 읽혔다.

다만, 김탁환씨 본인의 이름이 등장하는 터라 상당히 난감했다.(것도 동성애자로 묘사되니..ㅠ.ㅠ) 작품 속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이 취미인 듯?  독도 평전에서도 그러시더만...;;;;

아무튼 뱀이 꼬리를 문듯 이어지는 내용의 구성이 상당히 특이하게 보였다.  나 황진이 등의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시는 듯 보인다. 뭐, 나쁘지 않다. 다만 형식이 내용을 묻어버리면 곤란하지만.

나는 김탁환씨의 글을 현대물에서도 보다 많이 보기를 원한다.  그건 이를테면 이런 비유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등을 쓰신 김훈씨는 시대물이 더 어울린다.  그것은 문체의 힘이고 스타일의 힘이다. 그렇지만 김탁환씨의 시대물은, 추리물 빼고는 그닥 감동을 받지 못했다. 추리물도 역시 앞서 지적한 현학적 보여주기 혹은 잘난척하기에 꼭 한 발자국씩 발을 들여놓지만, 그래도 현대물은 그런 느낌 없이 있는 그대로 감상하기에 좋았었다.  넓이보다 깊이를 더 추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응?)

아무튼, 이 책 무지 재밌었다. 아마 내가 김탁환씨 책 중에서 별 다섯 준 것은 독도 평전에 이어 이게 두번째인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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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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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유명해진 책이지만, 내게는 지난 2002 대선 때 가수 신해철이 노무현 후보 지지 연설 때 언급했던 책으로 더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오래 못 보다가 미용실에 가는 길에 들고 가서 한권을 다 읽고 나왔다. (미용실에서 오래 지체됐다는 소리..ㅠ.ㅠ)

짐작보다 더 진지했고, 덜 무거웠고, 보다 창의력이 넘쳤던... 그러면서 전작보다는 덜 감동적인... 나로서는 꽤 복잡한 느낌을 전달해준 셈이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배경, 대체 어느 시점인지 알 수 없는 시간대...

그곳에 모모라는 아이가 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그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고, 이야기 끝에 상처를 치유케 하는 묘한 힘을 가진 어린 소녀.

그녀의 주변에 자리한 마음 따뜻한 사람들, 그녀의 친구들, 또래 아이들...

그런 평화로운 마을에 시간 도둑이 나타났다. 우리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함을 가중시켜, 시간을 저축하라고 강요한 뒤, 저축된 시간을 도둑질하는 시간 도둑. 회색 옷과 회색 웃음. 중절모, 그들의 가방... 전형적인 도시인의 샐러리맨 같은 모습의 그들은 한기를 내뿜으며 등장하고 연기를 남기고 사라진다.

사람들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더 바빠진다. 잠시라도 따스한 온기를 나눌 여유는 없어지고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분주해지고, 마음은 더 날카로워져 웃음이라고는 모르는 사람들도 변해간다.

미하엘 엔데가 시간을 도둑 맞은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내용들은, 사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보다 성공하기 위해, 잠을 쪼개고, 꿈을 쪼개고, 마음을 쪼개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마음과 추억을 빼앗기는 것도 모르고 숨가쁘게 달려 왔다.  대체 왜 그렇게 달려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투쟁이고 도전인 지를 모른 채, 모두가 그렇게 달리기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한 발자국이라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아이들은 놀이가 무엇인지를 모른 채 학원이다 과외다 쫓겨가기 바쁘고, 어릴 때부터 자격증에 시달리고, 학교라는 공교육의 울타리에 들어가면 입시의 중압감으로 날마다 무거워지는 어깨를 이고 지고 산다.

아이들 뿐이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대학 가면 끝이 나나.  절대 그럴 리 없다.  입시보다 더 무서운 취업의 문이 딱 버티고 있고, 이어 결혼 출산 육아 노후 기타 등등... 챙겨야 할 것은 너무 많고, 감당해야 할 의무는 너무 많은데, 죽자 살자 들어간 회사라고 나의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고, 비정규직은 도처에 깔려 있고, 출산율이 너무 저조하다고 국가는 달달 볶지만 낳아놓는다고 저절로 자라나.  육아, 탁아 문제는 저 먼 섬나라 이야기이고, 키운다고 내 뜻대로 자라나...

헥헥... 이야기하자면 너무 끝이 없다. 그 숨가쁜 테두리 안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며 지내고 있을까.  그들 중에서 꿈을 키우며,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은 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들 모두가 시간을 스스로에게 도둑맞고 저당잡히며 산다는 것을 아는 이가 대체 몇이나 될까.

참 모순된 마음이다.  요새 월든도 같이 읽고 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문명의 이기를 떠나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라고 하면 그건 가능한가? 절대 노일 테지.ㅡ.ㅡ;;;;

뭐든 극단적으로 접근할 이유는 없지만, 어느 쪽도 참 편치 않다는 기분이 든다.

모모처럼 단순히 시간 도둑을 해치우고 마을에 다시 평화와, 창의력, 상상력을 찾아다 주는 해피 엔딩이 우리 사회에도 가능한 것일까.

대답은 결국 각자의 몫으로 보인다.  시간에 쫓겨 사는 것, 시간을 관리하며 사는 것... 그 모든 것은 누가 해주지도 않고, 해낼 수도 없다.  미하엘 엔데가 후기에서 말했듯이, 이같은 일들은 이미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앞으로 일어날 일일 수도 있는 것.

새벽이라 감정이 좀 복잡해져서 말이 많았다.  왜 이런 복잡한 마음들이 떠오르는 지는 책을 보면서 직접 판단하기를...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연령대와 마음 밭에 따라서 후기라는 것은 읽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는 멋진 모험담이 될 테니까. 

ps. 미하엘 엔데의 새 책이 나왔던데, 결국 보관함으로 직행. 아, 이 넘의 지름신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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