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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평점 :
은모든 작가의 '안락'은 안락사가 합법이 된 근 미래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식들을 모두 키워내고, 그 자식들이 낳은 손자도 다 커버린 후- 이제 남편마저 떠내보낸 할머니는 오로지 자신만의 삶을 온전히 누리다 5년후에 안락사할 것을 가족 모두에게 공언한다. 소설은 그것을 둘러싼 가족들의 크고 작은 일상담을 담담하게 그린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안고 있지만 소설은 무척 일상적인 에피소드들로 촘촘히 채워진다. 감정적으로도, 독백적으로도, 사념적으로도 빠지지 않는 간결한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한 편의 '어른 동화'와도 같다. 인간은 누구나 다 엄마의 몸에서 태어나 엄마의 보호하에서 자라고 나중에는 그 엄마를 떠나보내야 한다. 일상의 편린들이 여러 색을 띠며 제각각의 스토리를 품고 있어도 결국 '언젠가는 엄마를 떠내보내야 한다'는 잔혹한 진실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이 소설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던진다. 그래서 소설 말미에 이르러 '이별까지 아홉시간이 남았다'라는 문장이 가슴 한 쪽을 아릿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하게도 느껴진다 마치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가기까지 아홉시간 남았다고 말하는 태아의 심장 박동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