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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이 2 [dts] - 할인판
옥시드 팽 외 감독, 서기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디 아이 2>
또 하나의 눈은 어둠을 응시한다!
유부남을 사랑한 조이(서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버림을 받고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나 구사일생으로 깨어난 그녀에게 임신이라는 뜻밖의 소식과 무시무시한 현상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주변으로 다가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 사악한 기운, 죽음의 공포 등은 그녀로 하여금 뱃속의 아이를 점점 불신하게 만든다.
인간의 부덕함이 저주가 되어 악령의 씨앗을 낳고 악령은 태아의 몸을 통해 세상으로의 부상을 꿈꾼다.(기시 유스케의 호러 소설 '검은 집'을 살짝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악은 유전적으로 되물림 되고 종국엔 악으로만 넘쳐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리라)
<링>, <주온> 이후 아시아 호러의 새로운 신호탄으로 떠오른 <디 아이>는 태국과 홍콩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 지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장백지의 대타로 출연해 호연했던 여주인공 이심결은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판권을 사들인 헐리웃에서 발빠르게 리메이크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헐리웃의 이러한 움직임은 아시아의 히트 호러영화 <링>의 성공적인 리메이크에 고무되어 참신한 이국의 호러에 눈을 돌리려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미 진행중인 작품들로 <링2>, <주온>, <검은 물밑에서> 등이 있다.
이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서기라는 막강한 배우 파워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개봉한 <디 아이 2>는 1편의 흥행에 세 배에 달하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며 다시 한번 <디 아이> 파워를 과시했다. (물론 속편도 헐리웃에서 발빠르게 사들여 리메이크 작업을 진행중이고 감독인 팡 브라더스는 시리즈의 3편인 <디 아이 10>을 기획 중에 있다)
이러한 엄청난 성공의 일등 공신은 뭐니뭐니 해도 감독인 팡 브라더스의 놀라운 재능에 있다. 뛰어난 호러 감각을 지닌 이 천재 쌍둥이 감독은 <디 아이> 시리즈를 통해 아시아 호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고 매너리즘의 늪 속을 헤매는 장르 반복적 이미지에 신선한 충격을 가했다.
사실 <디 아이>를 창조해낸 팡 브라더스의 재능이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아주 특별한 발견은 아니다. 이를테면 케빈 윌리엄스가 <스크림>에서 보여주었던 장르의 해체와 재조합이라는 뛰어난 발상의 힘 같은 것이 <디 아이>에는 없다. 오히려 <디 아이>의 중심 설정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놀라운 히트작 <식스 센스>에서의 설정인 '죽은 사람이 보인다'에서 빌려온 듯하다.(물론 팡 브러더스 감독이 진짜로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디 아이>를 구상해 왔으며 1편의 경우는 태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하니)
그렇다면 <디 아이>만의 특별한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링>처럼 정교한 시나리오나 위력적인 캐릭터, 텍스트의 전복 같은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디 아이>는 <주온>과 색이 닮아 있다. 팡 브라더스는 재기 넘치는 젊은 감독이며 호러 분야에 탁월한 감각을 지닌 마니아들임에 분명하다. 그들은 구태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기 보다 장르적 관습에 임펙트를 넣어 줌으로서 매너리즘에 빠진 호러 장르를 매혹적으로 빛낸다. <주온>이 그랬듯이 <디 아이>도 관객의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공격적인 공포 장치로 승부를 낸다. 그러나 이 단순해 보이는 방법이 사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 만큼이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국내 호러 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장치, 탁월한 호러 감각이 없다면 절대로 자신 할 수 없는 방법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의 차용 만으로는 아무리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효과음을 울려대도 지루하고 짜증날 뿐이다.(자, 어째서 국내 호러 물은 아직 <링>의 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벗어나기보다는 <주온>으로 적절히 옮겨가고 ! 있으니, 이제 더 이상 기대할 힘도 없다!)
<디 아이> 1편에서 몇 개의 장면들만 예를 들어보더라도 감독의 호러적 재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 장면, 주인공이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장면 등은 히트한 <링> 이나 <주온>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인 장면이며 그러한 감각적인 부분들을 헐리웃에서 높이 평가한 것이리라.
<디 아이 2> 역시 감독의 신선한 호러 장치들로 넘쳐난다.(전체적으로 <디 아이 2>는 전편에 비해 신선함은 조금 줄어들었고 드라마는 더 탄탄해졌다. 하지만 뒤통수를 치는 듯한 섬뜩한 장치들은 여전하다) 물 속을 부유하는 듯한 혼령의 모습, 임산부의 뱃속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드는 혼령의 움직임, 낙하하는 모자의 시체 등은 극장 안이 떠나갈 정도로 고함을 지르게 만드는 탁월한 장면들이다.
무엇보다 <디 아이> 시리즈가 좋았던 것은 주연 여배우들의 호연 때문이다. 전편의 이심결도 그랬지만 속편의 서기 역시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전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스토리라인을 힘있게 이끌어내는 것은 서기의 놀라운 연기력이며 그것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감독의 탁월한 호러 장치들과 반응하며 관객들에게 완벽한 공포를 전이시킨다.(에로틱한 이미지로 각인된 서기는 비로소 <디 아이 2>로 재평가를 받아야 할 훌륭한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국내 호러가 안 되는 이유는 감정 이입이 될 만큼 생명력 있는 호러 연기를 펼치는 여배우가 부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버액션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 절실하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처럼 사유하는 호러 걸작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차라리 호러 마니아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낼 줄 아는 재능이 필요하다. <주온>의 위력적인 공포가 그러했다.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주온>의 꼬리표는 아시아의 전설이 되어버렸고 태평양을 건너가 셈 레이미 감독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국내 호러가 계속 겉도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기본에 충실하지가 못해서이다. 기본이 충실하지 못한 마당에 뭔가를 자꾸 사유하려고만 든다.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이고, 분석적이고자 하는 과욕으로 넘쳐난다. 그러한 어설픈 과욕들이 오히려 기본 마저 무너뜨리고 퇴행시키고, 얄팍한 흉내내기로 짜증을 유발시킨다. 이러한 국내 호러의 악순환은 오래전 젊은 천재 감독 셈 레이미가 <이블 데드>로 그랬듯 정말로 제대로 된 '호러를 위한' 호러영화를 누군가가 만들어내어 신호탄을 알리기 전까지 계속 될 듯해 비관적이다.
<디 아이>를 보라! '귀신을 보는 자' 라는 간단한 명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남은 숙제는 '귀신을 보는 자'의 공포 심리를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이할 수 있을까, 하는 것뿐이다. 그 호러적 장치에 전력을 쏟기에도 바쁘다. 억지스러운 감동, 작품성까지 두루 겸비하려고 욕심내지 말자! 그것은 제대로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애벌레가 벌써부터 날려고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디 아이 2>는 극장에서 제대로 된 호러를 만끽하고 싶은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이며 그 이상이나 그 이하를 기대하는 사람들(특히 불법파일로 감상하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운 영화일 수 있다. 단, 서기의 조언대로 '임산부는 관람을 삼가해야할' 영화이다.
살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