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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적적인 생명체야. 현명한지 어떤지는 몰라도. 다만, 생명체로서의 기능과 능력은 무서울 정도로 복잡해. 기적이야, 이건. 생물이나 진화 같은 걸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인거야. 알겠어? 우리들의 배경에는 몇십억 년이라는 세월이 있어. 기적에 의해 살고 있는 셈이지. 그런 생각을 해보면, 굳이 종교 같은 걸 내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존경하고, 감사하고, 자랑스러워 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인간이라는 생명체야. 살아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대단한 일이니까

 

 

*****

 

 

"자네가 졸업 무렵에 한 얘기가 생각나."

사사오카가 목소리 톤을 높여 말했다.

"자기만의 독창적인 삶은 불가능하다, 내게 그렇게 말했었지."

"그랬었나?"

"세상에는 루트만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이야. 그런 말을 했었어. 인생을 길이라고 한다면 표지판과 지도만 있다고. 루트를 벗어나기 위한 루트까지 있다, 숲속으로 들어가도 표지판이 있다,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나서도, 그것을 위한 책도 있다, 노숙자가 되기 위한 루트마저 준비되어 있다."

"내가 그렇게 괜찮은 말을 했었나."

구로사와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말을 알아들었기 때문에 난 취직했었던 것 같아. 그때의 난 평범한 회사에 취직하는 데 의문을 느끼고 있었거든. '과연 이런 인생으로 괜찮을까?' 하고 말이야. 그런데 자네 말을 듣고 마음이 가벼워졌었지. 어디를 가도 결국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던 거야."

 

 

*****

 

 

"사람에게 배신당했어. 빚도 졌고. 내 인생은 실패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러시 라이프라는 노래 알아?"

"아니."

"러시(Lush)는 술주정뱅이라는 뜻인데, 술꾼의 자포자기 인생쯤 되겠지. 자네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그런 새로운 삶의 방식일지도 모르겠어."

"난 술도 못 마시고 자포자기도 안 해."

구로사와는 친구의 표정을 보았다.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말라고 하면서 쾌활하게 웃어보였다.

"아까 내가 프로 도둑이란 말 했었지."

"응."

"하지만 말이야, 인생에 관해서는 누구든 아마추어야. 그렇지?"

사사오카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누구든 첫 출전이야. 인생에 프로가 있을 리 없어. 가끔 자기가 무슨 인생의 프로라도 되는 양 잘난 척 하는 놈도 있더라만, 실제로는 모두가 아마추어고 신인이야."

"아마추어..."

사사오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구로사와는 친구가 그 말을 이해했는지를 가늠하면서 말했다.

"처음 시합에 나간 신인이 실패했다고 의기소침해 하다니, 웃기잖아."

사사오카가 구로사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봐, 겸연쩍게."

"자네와 얘기하고 있으면 내 주위에서 근심이라는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아."

"얼마 전에 텔레비전 야구해설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 '신인답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경기에 임해줬으면 좋겠네요.'"

 

 

*****

 

 

"인간을 신이라고 말하면 그건 벌써 신흥종교야."

"아버지 말투는 마치 사람은 신 같은 거 믿으면 안 된다는 것처럼 들려."

웃음소리가 들렸다.

"난 봤어."

"뭘?"

아버지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17층에서 뛰어내릴 때였어. 내 눈앞에는 점점 아스팔트가 다가 오는 거야. 자전거보관소의 녹슨 지붕이라든가, 쓰레기장에 모여든 새의 부리 같은 것이 선명하게 보이더군. 그리고 바로 그때 뭔가가 눈앞을 가로질러 갔지. 그게 뭔지 알겠니?"

"아니, 뭐가 지나갔는데?"

"모기야."

"모기?"

"다리가 긴 소금쟁이처럼 생긴 거 있잖니. 그게 눈앞을 쓱 지나갔어."

"그게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가와라자키는 기가 막혀 거칠게 말했다.

"난 신이란 게 뭔지 알았어."

"어째서 모기가 신이라는 거야?"

"죽기 직전에 보았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지. 저거야말로 신이며, 다른 모든 것으 거짓이란 걸 말이야. 네가 지금 믿고 있는 건 전부 거짓이야."

"모기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게."

"모기는 수액이나 혈액을 빨아먹지. 쭉, 쭉, 키스하듯이 입을 대고 말이야. 신의 역할이란 원래 모든 인간에게 키스를 해주는 것이 아닐까?"

가와라자키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황당한 논리로 억지를 부리는 반미치광이 같은 어투가 살아있을 때의 아버지와 똑같았다.

"사람은 두 손바닥으로 탁, 쳐서 모기를 간단히 뭉개버리지. 의외로 신이란 그런 존재야. 가까이에 있어. 사람은 그 고마움도 깨닫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탁탁 쳐서 죽여 버리는 거지. 신을 말이야. 그래도 그 녀석들은 화를 내지 않아. 신이니까. 뭉개지는 순간 '또야!' 라고 웃어버려. 우리가 일상적으로 죽여 버리는 것, 그런 존재만이 신이 될 수 있는 거야."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현실감이 가득했다. 지금도 그 빨간색 챙 모자를 쓰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눈을 떠!'"

 

 

*****

 

 

"그러고 보니 우리 화랑에도 좀 특이한 청년이 드나들었었어. 표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었는데 우리 화랑에 자주 왔었지. 경력이 좀 특이해. 전에는 시스템 엔지니어 일을 했다는데, 전과자라는 소문도 있었어. 표구점 주인이 마음에 들어 고용했다던데, 젊고 똑똑하고 얘기를 해보면 조리가 있다는 거야. 액자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근데 그 청년이 가끔 '허수아비' 얘기를 해주었어."

"허수아비?"

"말하는 허수아비 얘기야. 그 허수아비를 직접 만난봤다는 거야."

구로사와가 유쾌한 듯 쿡쿡, 웃고 나서, 비유냐고 물었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 말하는 허수아비가 모든 걸 꿰뚫어보고 모두를 지켜준다는 게 그 친구의 주장이야. 이해가 가더군. 말하는 허수아비가 아니더라도 뭔가 안심할 수 있는 존재가 나를 지켜봐 준다면, 불안에 떨지 않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친구가 종종 이런 말을 했어. '미래는 신의 레시피에 의해 결정된다'고. 필경 그가 말하는 '신' 이란 보편적인 무언가를 의미하는 걸 거야."

"'신의 레시피'라... 참 묘한 말이네."

"'운명' 보다는 훨씬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

 

 

"돈이 아니고 인생의 충족감이란 거요."

"인생의 충족감?"

구로사와는 이야기를 계속 시키려고 장단을 맞췄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벌써 이런 나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오. 이 사람과 오십 년이나 살아왔는데, 그게 한 순간이란 느낌이 들었지요."

구로사와는 표정만으로 다음 말을 재촉했다.

"바로 지난달이었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 뭐요. 머지않아 우리들에게도 저승사자가 찾아올 테고 그럼 인생이 끝나버릴 텐데 마지막으로 이벤트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래서 급성 강도병에 걸렸단 얘기군."

"우리는 참으면서 열심히 살아 온 사람이오. 언제나 남을 배려하고 불만이 있어도 토로하지 않았소. 손해를 보는 일은 있어도 공짜로 득을 보는 일은 없었지요. 뭐 그렇게 살아 왔지요."

안경 낀 노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주름이 조금 움직였다.

"그런데, 우리가 이대로 조용히 사라진다한들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을 게요. 수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상을 받는 것도 아니란 말이오. 그렇다면, 상상도 못 해 본 일을 저질러 보는 것도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추억."

구로사와가 읊조렸다.

"꼭 이런 게 아니어도 좋았겠지만..."

노부인이 덧붙였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이 총을 손에 넣게 되어 이 사람과 의논해서 결정했지."

"한심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우리를 귀찮은 물건 취급하며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인양 무시하고 냉대하던 사람들이 총 하나에 태도가 싹 달라지더란 말이오. '어이 할배, 꺼져!' 라고 버릇없게 굴던 놈이 갑자기 풀이 죽어 얌전해지는 거요."

"그게 기분이 좋았어?"

"통쾌할 때도 있었고 씁쓸할 때도 있지요."

노인의 한숨은 연출이 아닌 진심인 것 같았다.

구로사와는 다시 한 번 노부부 강도를 번갈아 살펴보았다.

슬쩍 팔을 내렸지만 그들은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노인은 괴로운 표저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 같은 노인이 젊은 사람들과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려면 총이 있어야 겨우 오십 대 오십이지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래요. 노인이 자기주장을 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오. 지금까지 줄곧 참기만 했지만 역시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일생이란 하루하루가 쌓여서 이루어지는 거겠지?"

"그럴 거야."

"인생이 릴레이라면 좋을 거란 생각 안 들어?"

"릴레이?"

"내가 좋아하는 그림 중에 그런 게 있었어. 제목이 '연결'인데, 그 그림을 보고 생각했어. 일생 중 딱 하루만이 내 당번이야. 그날은 내가 주역이 되는 거야. 그리고 다음 날은 다른 인간이 주역을 맡아. 그러면 유쾌하지 않을까, 하고."

"그렇다면 자네 차례는 언제야?"

 

 

 

*****

 

 

 

도요타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발걸음을 떼다가 문득 개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늙은 개는 해가 지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을 들고 느긋하게 해가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었다. 개의 옆모습을 본 순간, 가슴 속의 응어리진 불안이 불현듯 가벼워졌다. 초조와 공포, 불안과 후회로 안개 자욱하던 머릿속이 갑자기 맑아졌다. 청년의 비명도 멀리 사라졌다.

개의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더럽고 늙은 개는 모든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학생시절에 읽은 소설의 한 구절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인공이 백치여성에게 했던 말이다.

"두려워하지 마. 그리고 내게서 떨어지지 마."

눈앞의 늙은 개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작 회사에서 해고당했다고 마음의 안정을 잃고 한심스러울만큼 갈팡질팡하는 자신에 비한다면, 이 개는 얼마나 당당한가.

권총에도 기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겁내지도 않는 늙은 개가 용감해 보였다. 근엄해 보였다.

개의 얼굴을 꼭 껴안았다.

"넌 정말 대단해."

 

 

 

이사카 고타로 '러시 라이프' 中에서...

 

연쇄 토막 살인사건으로 뒤숭숭한 일본 센다이를 무대로 빈집털이, 신을 해체하려는 청년, 정부의 아내를 살해하려는 여자, 총을 갖게 된 실직한 남자, 그리고 떠돌이 개가 펼치는 좌충우돌의 기막힌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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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은 이미 장편 데뷔작 '깊은 슬픔'이 공전의 히트를 거두며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바가 있다. 하지만 오늘 날 신경숙 문학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그 영혼은 아마도 이 작품 '외딴방'에서 부터 출발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이후 신경숙 문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되돌아 보면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자. 그것이 너무나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 날의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자화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다. 재미있지 않다면 추천하지도 않았다~! 그 정도로 재미와 문학성을 동시에 갖춘 대단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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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수수께끼>

랜디 코미사

 

어느 승려가 던진 수수께끼 하나! 인생이야 말로 진정한 벤처다!

낯선 여행지에서처럼 인생과 사업에 언제나 존재하는 선택의 갈림길, 그 선택의 길에서 깨달은 삶과 직업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주는 지침서!

"계란이 하나 있다고 칩시다. 이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독특한 책은 바로 어느 승려가 던지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아서 떠나는 인생 여행이다. 실리콘 밸리의 CEO인 저자는 20년 이상 실리콘 밸리에서 활동해온 최고 경영자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이다. 그는 독특한 행동과 생각으로 실리콘 밸리에서도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통한다. 이 책은 그가 들려주는 인생과 비지니스에 대한 유쾌한 성공 철학이다. 벤처를 인생을 여행하는 것으로 비교하는 랜디는 그래서 여행을 유난히 좋아한다. 이 책은 그가 낯선 땅을 여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승려를 만나 묘한 수수께끼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의 대한 답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온라인 장의사 벤처 사업을 창업하려는 가상의 인물 레니를 통해 승려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 책은 소설이자 성공 철학서이자 인생 지침서이다. 랜디와 가상의 인물 레니와의 대화 속에서 실리콘 밸리와 그 게임의 법칙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언뜻 딱딱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 책을 이틀만에 다 읽을 정도로 굉장히 흡입력이 강한 책이다. 무엇보다 여타 비지니스 철학서와는 달리 소설 형식에 간결하고 독특한 문체가 읽는 재미를 살려준다. 랜디는 성공을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언지를 래니와의 대화와 자신이 걸어온 길을 통해 자연스럽게 피력하며 삶과 비지니스의 돌파구를 제시해 준다.

감명 깊었던 말은 의지와 열정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열정이란 어쩔 수 없이 어떤 대상에 끌려드는 것을 말하지만 반면 의지란 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일로 떠밀려가는 것을 말한다' 즉 성공의 의지만으로는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가서 수수께끼의 정답이 밝혀진다. 벤처는 곧 인생이고 인생은 곧 여행이다. 여행은 다른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기쁨인 것이다. 비지니스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재정이 아니라 애정이다. 그 자체만으로 힘이 되어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뻗어나갈 수 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나 기대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 자체에서 행복과 만족, 보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느날 문득 삶이 지치고 힘들때, 꿈을 잃어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을때 이 책은 분명 단비같이 메마른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실리콘 밸리는 (Silicon Valley)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타 클라라에 있는 유명한 반도체(semi-conductor)생산지를 말하며 다수의 반도체 기업이 모여 있고 세계 제1의 생산량을 자랑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마이크로프로세스 공장, 칩 제조실, 소프트웨어, 인터넷 사업지원 등 유행의 사이클이 바뀔 때마다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가 승자가 좁혀지면 또 다른 사업의 리더가 되고 싶은 벤처 지망생들이 순식간에 밀려와 빈자리를 매우는 곳. CEO(Chief Executive Officer)란 최고 경영인을 말한다.

랜디 코미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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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어린 시절의 기억속으로~

'창가의 토토'는 뒤늦게 발견한 보석같은 작품이었다. 일본에서만 900만부가 팔리며 전세계적으로 200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였지만 '창가의 토토'라는 작품을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우연히 인터넷 써핑으로 알게된 이작품을 곧바로 구입한 후 삼일 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감동을 주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 류의 책들 중 국내에 나와있는 작품들은 대다수가 감동을 억지로 주기 위한 설정들이 많다. 가난한 달동네, 희생적인 어머니, 삼라만상을 통달한 듯한 멋진 아버지, 이웃의 불우한 아이들, 고아, 미치광이 노인네, 술주정꾼 등을 포석처럼 깔아놓는다. 그리고 그 위에다 '좀머씨 이야기''앵무새 죽이기''새의 선물'등이 이미 이루어 놓았던 문학적인 미덕들을 교묘히 차용해서 뿌려놓는다. 이런 류의 책들은 이제 질린다)

'창가의 토토'는 감동을 주기 위한 장치들보다 5,60년 전 아이들의 일상을 너무나도 섬세하고 세밀하게 포착해 내고 있다. 마치 그 시절로 확 돌아가 아이들 바로 옆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감이 간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을 어린 시절 기억들을 아우르고 있어서 전세계 어린이라면 누구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자국적인 것인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어설프게 외국 성장소설 배끼려다간 이 것도 저 것도 아닌 비빔밥이 되고 만다)

지극히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약 50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있다) 토토가 학교에 입학해서 새로운 학년을 맞을 때까지의 일상들을 디테일하게 포착한다. 그리고 평범한 에피소드 속에서 삶의 작은 교훈들과 올바른 교육의 의미등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특히 일본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작가의 시선등은 굉장히 이채로우면서도 날카롭다. 그리고 마지막장에 그것은 적지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세계 3대 성장 소설로 꼽고 싶다. (좀머씨 이야기, 앵무새 죽이기, 창가의 토토) 읽다보면 아이의 심정과 완전히 일치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p.s 일본 만화 중에서 '모모는 엉뚱해'라는 작품이 있다. '창가의 토토'를 읽는 내내 모모는 엉뚱해가 떠올랐다. 아이의 일상을 세심하게 다루었다는 점이 비슷했다. 모모는 엉뚱해는 거기에다 유머와 오락적인 면이 가미되어 있다. 여유가 된다면 이 만화도 꼭 추천하고 싶다. (이작품은 일본에서는 '짱구 시리즈'보다 더 유명하고 인기있는 장수 만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엇비슷하게 배낀 유사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영 재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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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정신을 뒤흔든 통렬한 메시지!

 

특별한 홍보 없이도 지금까지 꾸준히 매년 수십만 부 이상씩 팔리고 있는 초베스트셀러. 필자로선 이 책을 너무 늦게 읽었다는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상당히 멋진 작품이었고 필사까지 해 가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진 소설!

퇴학을 당한 홀든 콜필드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의 부조리와 추악한 현대인의 단상, 그리고 꽉 짜여져 돌아가는 틀에박힌 세상의 질서와 권위에서 느껴지는 혐오감들. 이 모든 것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성장기 소년의 눈과 입을 통해 적나라하고 거칠게 모사된다. 그 느낌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통쾌하다!

1951년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문단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셀린저 특유의 거침없는 언어와 사회성 짙은 메시지, 성장기 소년의 예민한 심리 성찰 등으로 출간 즉시 엄청난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젊은이들에겐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 반면 청소년 들에겐 금서가 되어 버렸다. 노벨상 수상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극찬을 했다.

한번 책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주인공 콜필드의 내면 세계로 동화되며 겉잡을 수 없을 속도로 빠져든다.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사회를 비판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소설에 거부를 느끼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낼만큼 멋진 작품이다!

반 세기 전에 출간된 이 소설이 지금까지 전 세계 젊인들의 정신세계를 주도하는 이유는 콜필드가 바라본 세계가 세대를 초월한 세상의 부조리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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