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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1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산들의 왕!
이 지상의 왕!
에베레스트...!
1924년 에베레스트 원정대 맬러리와 어빈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눈앞에 두고 실종된다. 그리고 1993년 네팔의 어느 상점에서 후카마치는 맬러리가 등반당시 지녔던 카메라를 발견한다. 하지만 카메라의 주인을 자처하며 나타난 신비한 사내 비카르산. 후카마치는 그가 오래전 일본 산악계에 전설적인 등반가로 불렸던 하부 조지라는 걸 알고는 그의 행방을 쫓는다. 하부와 맬러리의 카메라, 그리고 오를 수 없었던 신들의 봉우리- 에베레스트...
산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산악영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K-2'도 아직 안 봤다. 물론 '클리프행어'나 '버티칼리미트'는 재밌게 봤다. 이 영화들은 산을 소재로 한 액션 오락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산, 등반 그 자체에 초점을 둔 '산 이야기'는 아무래도 너무 진지할 것 같고, 다큐처럼 딱딱할 것 같다.
'신들의 봉우리'는 '음양사' 시리즈로 유명한 유메마쿠라 바쿠가 쓴 본격 산악소설이다. 그것을 다시 '열네살', '아버지'라는 걸작 만화를 탄생시킨 타니구치 지로가 만화로 옮겼다. 이 두 조합만으로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다. 먼저 소설로 읽고 싶었으나 소설은 절판이라 구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만화로 구입했다.(이마저도 절판되기 직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그동안 가졌던 선입견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그저 산 이야기, 산 사내들의 이야기, 산 사내들이 산을 끝없이 오르는 이야기, 그뿐인데도 재밌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마치 에베레스트에 홀린 책 속 남자들처럼. 무엇보다 타니구치 지로의 거칠면서도 섬세한 터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 에베레스트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영상도 아니고 그림으로 이토록 생생한 산의 현장감을 느끼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한 마디로 압도적인 서사, 압도적인 박력, 압도적인 전율- 이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