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흑백의 방 주인이 바뀌면서 묘하게 재미도 반감한 느낌. 다소 늘어지는 전개에 비해 가슴을 때리는 한방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기본 재미는 보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몰입감 높은 공포소설. 공포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름하고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한 정신병원에 젊은 의사 파커가 온다. 그곳에서 누구도 접촉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환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여섯 살 이후로 30년간 입원 중인 그 환자에게 파커는 각별한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간의 치료기록을 읽으며 충격에 빠진다. 그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모두 죽거나 미쳤다. 그 환자를 오랫동안 보살핀 조무사나 간호사도 모두 죽거나 미쳤다. 파커는 오래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 환자의 치료를 자처해서 맡는다. 처음엔 순조로워 보였던 진료는 어느 순간 커다란 위험으로 다가와 파커의 몸을 휘감는다. 그의 귓가에 들릴 리 없는 웃음소리가 들리면서부터 그는 통제불능의 공포 속으로 빠져든다. 


재스퍼 드윗의 '그 환자'는 모처럼 만나는 정통 공포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언뜻 의학 스릴러의 모양을 취하고 있지만 그 속은 뼛속까지 철저한 공포소설이다. 영화화가 결정났다는데, 정말로 한 편의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를 보듯 생생한 묘사와 스피디한 전개, 깔끔한 서사가 몰입감 높은 공포를 전달한다. 의사가 자신이 겪은 믿을 수 없는 공포담을 토로하는 도입부는 포우의 소설을 연상케한다. 또한 첫 장에서 파커가 문제의 정신병원으로 들어서는 으스스한 묘사는 '어셔가의 몰락'과 닮았다. 그리고 소설은 공포소설의 모범적인 플롯을 따르며 독자를 단번에 책 속으로 끌어당긴다. 


접촉한 모든 이들을 자살하거나 미치게 만든 문제의 환자. 그 환자에게 서서히 접근해가는 주인공 파커. 소설은 초반부에는 환자를 직접적으로 등장시키지 않고 그간의 진료기록과 서류, 녹음테이프 내용 등으로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를 심장사하게 만들고, 또 미칠 듯한 공포감에 창밖으로 떨어져 자살하게 만드는 '그 환자'의 존재는 그렇게 서류 기록 만으로도 고도의 긴장과 흥미를 자아낸다. 


이어서 파커와 환자가 대면하게 되고, 그때부터 이 이야기는 독자의 예상을 언제나 두 박자 앞서간다. 이렇게 흘러가겠지, 생각하는 순간 스토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쪽으로 방향을 틀며 순간순간 뒤통수를 친다. 크고 작은 비밀이 연이어 터지고, 긴장과 공포가 겹겹이 쌓이며 마침내 모든 복선이 하나로 합쳐지는 라스트의 충격은 실로 엄청나다. 어떻게 서사를 직조해나가야 독자에게 커다란 공포를 던질 수 있는지 작가가 제대로 알고 있었다. 불안과 공포를 차곡차곡 쌓아가서 터뜨리는 필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공포'란 무엇일까?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심연의 질문을 곱씹어 보면-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보통 공포란 외부에서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공포는 스스로가 만드는 상념의 구체화다. 벽지 무늬가 귀신 얼굴처럼 보이거나, 컴컴한 지하실 구석에 시커먼 괴물이 웅크리고 있을 거라는 상상이 결국 공포를 만드는 것처럼... 이 소설은 바로 인간의 그러한 불안한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믿는 것을 믿는다. 공포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그저 돌멩이일지라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법이다. 그토록 연약한 존재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소설은 의학 스릴러가 아니다. 뭔가 정신 분석학적인 결론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이 소설은 공포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스티븐 킹의 '잇'과도 닮은 부분이 있다. 모두를 죽거나 미치게 만든 '그 환자'에 얽힌 충격적인 비밀과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에 빠져들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야시, 가을의 감옥, 초제, 천둥의 계절, 금색기계, 멸망의 정원까지-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는 쓰네카와 고타로. 그의 놀라운 상상력과 마법같은 서사에 빠져들어보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지구를 덮어버린 미지의 존재. 커다란 해파리 같은 것이 지구를 덮고, 그로 인해 지구상엔 푸니라는 찹쌀떡같이 생긴 괴물이 등장한다. 푸니는 아무리 공격해도 분열할 뿐 끝없이 생존한다. 불에 태우면 죽지만 그로 인해 대규모 화제가 발발, 지구는 대재앙에 빠진다. 과학자들이 해파리를 분석한 끝에 하나의 결론에 다다른다. 해파리 중심에 핵이 있고 그 핵 바로 옆에 뭔가가 뒤엉켜 있다. 그것은 행방불명 된 스즈가미 세이치라는 사람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지겹고 무의미한 하루를 시작하는 스즈가미 세이치. 문득 무기력한 절망감에 빠진 세이치는 출근길을 이탈하고, 의식도 없이 길을 걷는다. 그러다 눈을 떠보니, 평화롭고 아름다운 낯선 풍경이 보인다. 모두 친절하고, 원하는 것을 쉽게 이룰 수 있는 마을. 세이치는 그곳에서 이상형의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딸까지 생긴다. 모든 게 만족스럽고 평온하던 그때, 한 남자가 세이치를 찾아와 말한다.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닙니다. 저는 선생을 설득해서 이 세계의 핵을 파괴해 지구를 구하고자 왔습니다.


'야시', '금색기계'등 이제껏 한 번도 만족하지 않은 적이 없던 쓰네카와 고타로의 신작 '멸망의 정원'. 이계와 현계의 이야기가 교차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대재앙을 다룬 아포칼립스물에 가깝다. 느닷없이 지구에 들러붙은 미지의 존재로 인해 지구엔 푸니라는 괴물이 발생하고, 인간도 건물도 자연도 모든 것이 푸니화되며 지구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푸니 대책반 요원들이 푸니와 싸우고, 그런 한편 지구에 붙은 존재의 핵을 파괴하고자 그곳으로 돌입대를 보내기도 한다. 사실 줄거리를 더 얘기하면 독서의 재미가 반감하므로 여기서 줄거리를 더는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금색 기계'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이 작가는 스토리텔링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 '멸망의 정원'은 평화로운 이계와 지옥이 된 현계가 교차하며 두 세계가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금색 기계'와 비슷하게 이 작품에도 많은 인물이 등장하며 제각각의 사연을 풍성하게 담아낸다. 그들 모두가 주인공이며 또 장대한 서사의 줄기 속에서 자신의 몫을 다한다. 때문에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독자의 마음은 미묘해진다. 두 세계가 격돌할 수밖에 없을 때, 과연 독자는 어느 세계에 더 마음을 줄까? 작가는 그 미묘한 지점을 쥐고 흔드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인다. 평화로운 이계도, 푸니와 맞서 싸우는 지구인들도- 어느 쪽도 미워할 수 없는 아득한 여운이 밀려든다. 아름다운 꿈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힘든 현실을 버려도 되는 것일까?(그래도 나는 세이치를 응원했다) 


과연 지구를 덮은 '미지의 존재'는 무엇일까? 책을 덮고 그것을 생각해봤다. 어쩌면 그것은 '희망을 잃은 시대'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마침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 재앙의 시대다. 그뿐 아니라 세상을 둘러보면 온통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로 뒤덮였다. 희망보다는 절망 쪽으로 무게추가 한참 기울어진 세상이다. 희망은 모두 소멸해서 우주 저편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간 희망들이 뭉쳐진 결정체가 어쩌면 그 '미지의 존재'일 테다. 미지의 존재가 절망을 부른 게 아니라 지구는 이미 절망으로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다. 멸망은 우주의 어떤 존재가 아닌 인간들이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구를 덮은 '미지의 존재'는 지구인에게 희망을 던진다.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결국 희망을 갖게 한다. 


정말로 뒷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도저히 책장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가독성이 있는 작품이다. 다시 한번 쓰네카와 고타로의 필력에 감탄하며 빨리 작가의 다음 작품이 출간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분명 과작하는 작가는 아닐 텐데, 일본 출간작은 꽤 많을 것 같은데 좀 다른 작품들도 출간해주길 바란다) 놀라운 상상력과 매력적인 세계관, 흥미로운 인물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의 아련한 슬픔을 자극하는 마법 같은 스토리에 빠져들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