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귀신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1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지음,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그림,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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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귀신 -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어느날 수학귀신이 꿈 속에 나타난다. 그 때부터 수학귀신은 매일 아이에게 신기한 수학세계를 조금씩 알려준다. 수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해야만 하는 '교과서'적인 학문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 그리고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판타지'와도 같음을 깨닫게 해준다. 모든 수의 시작이 되는 1의 의미는 무엇이며 가장 위대한 수라 불리는 0의 의미는? 


이 책은 초등학생 용 답게 쉽고 재미있게 수학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지식의 깊이는 대학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 이론까지 아우르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수의 세계를 친절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해 줌으로써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피보나치 수열 등, 우리가 평소 접근할 수 없었던 수준높은 수학의 지식들을 탐색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것- 물론 수학귀신이 아무리 여러 수학이론들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지만 나중에 가서는 조금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초등학생들은 따라오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기본적으로 동화책 같은 구성을 하고 있기에 거부반응이 들지 않는다. 초등학생이라 해도 동화책을 넘기듯, 계속 읽고 또 읽다보면 적어도 뇌 속에는 그 이론의 체계가 자신도 모르게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먼 훗날 그 수학이론을 제대로 공부하게 될 날이 오면 적어도 이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 비해 훨씬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아무튼 수학귀신과 함께 떠나는 수의 신비한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고 유쾌하다. 몰랐던 지식을 알아가는 지적 흥분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마지막 날 밤, 수학귀신이 아이와 함께 '수학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은 왠지 모를 감동마저 느껴졌다. 수학귀신과 함께 한 나날 속에서 투정쟁이 아이는 스스로 뭔가를 깨우치려 하는 성숙된 소년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의 신비를 알아가는 것은 곧 인생의 신비를 알아가는 것과 다름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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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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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강력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팬데믹에 빠진 인류. 이 바이러스 때문에 조류와 포유류, 어류가 거의 전멸한다. 치료제 덕분에 인간은 살아남지만 육식이 사라진 세상이 되어 버린다. 이로 인해 인간의 클론을 대량으로 사육해서 그것으로 육식을 대체하게 된다. 인권주의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지만, 소수의 부자들은 인육을 먹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긴다. 육용으로 사육되는 클론은 안락사 후 반드시 머리를 잘라 제거한다. 이는 최소한의 윤리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머리는 먹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머리가 잘린 몸통은 가공 처리되어 식품으로 배송되거나,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몸통 그대로 배송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전직 장관의 집에 클론 몸통과 함께 잘린 머리까지 함께 배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기까지 설정만 놓고 봐도 이 소설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시라이 도모유키는 일본 내에서 파격적인 상상력과 엽기적인 설정으로 유명한 추리작가다. '인간의 머리는 먹기 힘들다'는 금기시되는 카니발니즘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심장이 약한 사람은 읽기 전에 주의해야 한다. 다만 그러한 세계관을 가진 소설 치고는 그렇게 잔인하거나 혐오스러운 장면 묘사는 별로 없다. 이 소설은 고어 스릴러도, SF 호러도 아닌 어디까지나 본격 추리소설이다. 클론과 식인이라는 독특한 키워드는 작가가 본격 추리를 마음껏 발휘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그만큼 엽기적인 설정 위에서 펼쳐지는 가설과 추리는 탄탄하고 논리 정연하다. 


특히 배송된 잘린 머리 하나를 두고 논리적인 가설이 쏟아지고, 몇 번이나 뒤집히는 추리 전개가 가히 압권이다. 이는 작가의 다른 작품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와 비슷하다. 이 작가는 작법은 독특한 설정 하나를 던지고 그 속에서 각기 다른 무수한 추리의 실을 뽑아내는 것이다. '추리-반박-새로운 추리' 이렇게 '추리 부분'에 있어선 빈틈없이 꽉 짜인 완성도를 선보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드라마 부분이었다. 추리 전개에는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반면 드라마성은 조금 약하다. 어쩌면 작가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어서 이야기에 '드라마'가 약하다는 약점을 엽기성 혹은 플롯 비틀기로 채우려는 게 아닌가 싶다. 


파격적인 상상력과 곳곳에 드러나는 작가의 악취미 같은 설정들로 인해 괴작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역시 '불가능해 보였던 사건'을 치밀한 논리로 뒤집는 '추리 파트'는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본격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 엽기적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를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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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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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회 메피스토 상 수상작 구로사와 이즈미의 '인간에 맞지 않는'은 어느 날 자식이 벌레로 변한다는 충격적인 설정의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도 카프카의 '변신'의 오마주라고 밝힐 만큼 '변신'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다른 게 있다면 이 작품은 일본 사회 특유의 닫힌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를 좀 더 내밀하게 담고 있다는 점이다. 히키코모리와 니트, 가족 붕괴, 더 나아가 열정을 상실한 일본 사회의 절망적인 부분까지 작가의 날카로운 펜끝이 닿아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 몇 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아들의 방문을 열어보니 아들은 기괴한 형체의 벌레로 변해있다. 지렁이와 지네를 합친 듯한 외모에 몸체보다 큰 듯한 둥그런 머리와 더듬이, 길고 가느다란 네 개의 앞다리. 아들은 뮤턴트 신드롬이라는 병에 걸린 것이다.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라 불리는 특이병으로 10대에서 20대 사이의 은둔형 젊은이들이 특히 많이 걸린다.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으로 이 병에 걸리면 즉시 사망 신고를 해야 한다. 즉 이형체로 변하면 그때부터 그 존재는 인간이 아니다. 시체, 혹은 야생 동물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소설은 벌레로 변한 아들을 그래도 정성껏 돌보는 엄마의 이야기를 축으로 이형체를 둔 다양한 가정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어릴 때 아버지의 책장에서 '전설따라 삼천리'라는 소설을 발견하고 뭔가 무서운 책인 것 같아 조마조마하며 읽은 기억이 난다. 몇 개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었는데 워낙 어릴 때라 어린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유독 한 편만은 비교적 쉽게 읽혔다. '내 아내가 지네라니'이라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수십 년간 함께 부부의 정을 쌓아온 아내가 알고 보니 지네 요괴라는 이야기다. 지나가던 스님이 지네 요괴를 죽일 방도를 알려주지만, 남편은 끝내 지네로 변한 아내를 죽이지 못한다. 아무리 겉모습이 흉측한 지네 요괴라도 그간 지내온 가족의 정이 있었기에 차마 죽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인간에 맞지 않는'을 읽으며 어릴 적 읽은 이 소설이 문득 겹쳐졌다. 


아들이 벌레가 되고, 아들의 사망 신고를 하고 나서도- 엄마는 차마 아들을 외면할 수 없다. 아무리 괴물 같은 모습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 아들의 혼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차마 없앨 수 없다. 남편은 당장 버리라고 소리치고, 주변에서도 따가운 시선을 보내지만, 엄마이기에 끝까지 아들을 지켜줄 수밖에 없다. 소설은 그렇게 벌레가 된 아들을 끝까지 보살피는 엄마의 분투와 이형체 가족 모임이라는 '물방울회'라는 집단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진행된다. 그렇게 이어지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뜻밖의 전개를 맞는다. 이형체가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커다란 위기와 공포에 직면한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시대에 조금은 어울리는 소설이기도 하다. 또 청년 실업과 은둔형 외톨이 문제 등 극단의 개인주의로 치닫는 오늘날의 세태를 날카롭게 꼬집고도 있다. 독특한 소재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전개, 그리고 요소요소마다 잔혹, 비애, 비정, 애수 같은 극단의 감정이 방점을 찍는다. 특히 벌레가 된 아들을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모정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런 상상력을 가진 작가의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p.s. 조금 아쉬운 것은 이런 특이한 설정을 가지고 너무 가족극으로만 범위를 좁혀서 서사가 더 크고 흥미롭게 뻗어나갈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는 점이다. 그 차단의 공백에 작가의 목소리가 제법 많이 들어갔다는 점이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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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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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측한 벌레가 되어도 끝까지 지켜주는 이는 오직 엄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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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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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부터 기대작이었는데- 떡하니 파본이 왔다.

해냄 정도면 그래도 이름있는 출판사 같은데, 책을 이렇게 밖에 못 만드나?

320페이지부터 337페이지 사이가 누락되었다.

누락된 부분에 앞선 내용이 중복 수록되었다.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맥이 딱 풀린다.


교환 신청을 해뒀지만 이미 이 책에 대한 애정은 식었다.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다른 소설도 아니고 추리소설을- 그것도 하일라이트 부분에서 딱 멈추고

교환 도서가 오기까지 몇날며칠을 기다렸다가 뒤이어서 읽는다면

제대로 된 재미를 느낄수 있을까?


어째서 이런 기본적인 검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화가 난다.

출판사의 미숙한 일처리 때문에 '좋은 작품'하나를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돈과 시간도 아깝지만 무엇보다 나에게서 '읽는 재미' 빼앗아간

출판사에게 가장 분노를 느낀다.


언제 올지 모를 교환 도서를 기다리는 동안 내 안에서 살아 숨쉬던

유리코는 저멀리 사라지고 없어질 테지... 독자에게 잊혀질 테지...

그렇게 유리코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320페이지에서 갑자기 289페이지로 되돌아간다.

그렇게 중복 수록이 이어지다 느닷없이 337페이지로 점프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진 채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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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출판사 2021-03-03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독자님 해냄출판사입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책을 구매하셨을 텐데,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소설의 경우 내용상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파본으로 인해 많이 화가 나셨을 독자님의 심정을 잘 알 것 같습니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인쇄 과정에서 간혹 이러한 파본 도서가 발생할 경우가 있기에,
구입하신 서점 또는 해냄출판사 본사에서 최대한 빠르게 교환처리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이미 교환 신청을 하셨다고는 하나, 출판사 (02-326-1600 내선 104번)로 전화 연락 주시면
저희 쪽에서도 최대한 빠르게 새 책을 배송해드릴 수 있으니, 이 점도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후 출간 도서에 대해 더욱 세심하게 검수하고 제작에 주의를 기울여, 독자님께서 불편을 느끼지 않고 신뢰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해냄출판사 도서에 깊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