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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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목숨을 건, 성난파도 같은 288쪽! 이것은 추리소설을 가장한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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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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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살해 죄로 기소된 남자가 무죄로 풀려난다. 남자는 자신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의 옆집으로 이사한다. 남자는 억울한 누명을 벗겨준 판사 및 그 집안사람들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한다. 남자는 살가운 이웃으로 환영받지만 단 한 사람- 그 집안의 며느리만은 남자를 다른 시선으로 살핀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다. 남자의 질척거리는 친절 뒤에 숨겨진 섬뜩한 공포를...


시즈쿠이 슈스케는 '범인에게 고한다'로 일본에서만 150만부를 팔아치운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 작품의 평이 워낙 좋아 보여서 '한 번 볼까?' 생각했는데, 절판이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고른 책이 '불티'다. 철야책이라는 별명을 얻은 괴물 같은 작품답게, 책장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혔다. 거짓말이 아니고, 바로 지난밤에 잠깐 어떤 느낌의 소설일지 보려고 몇장 넘겼는데 밤을 꼬박 새우고 지금 새볔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처럼 일단 도입부를 지나고 나면 뒤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놀라운 힘'이 책 속에 숨어있다. 필력이 그만큼 엄청나다는 뜻이다.


소설을 읽으며 언뜻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브리짓 폰다, 제니퍼 제이슨 리 주연의 '위험한 독신녀', 짐 캐리 주연의 '케이블 가이' 그리고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본 키타가와 케이코, 후카다 쿄코 주연의 공포영화 '룸메이트'등이다. 세 편 모두 장르적 색깔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집착과 광기'라는 키워드에서 닮아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선을 넘어오는' 부류의 질척거리는 인간들이 말하는 비틀린 '관심과 우정'은 그들이 멋대로 정해놓은 잣대에 의해 쉽게 '배신과 심판'으로 탈바꿈한다. 이 소설 역시 광기 위에 덧씌운 친절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흔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플롯이다. 그래서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패를 반쯤 보여주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도 독자를 마지막까지 쥐고 흔든다. 이웃집에 한 남자가 이사 오고부터 수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간단한 설정 위에 작가는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 겪는 갈등과 고충을 함께 아우르며 차곡차곡 긴장감을 쌓아간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긴장과 공포는 마지막에 이르러 놀라운 폭발력을 보인다. 그렇게 훅, 하는 순간 우리는 500 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소설이 벌써 끝났음을 깨닫게 된다. 정말이지 단 한순간도 긴장과 재미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심리 스릴러의 모범'과도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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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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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죽음을 당한 오컬트 작가의 집에서 찾은 원고. 즈우노메 인형에 관한 그 소설은 한 소녀가 겪은 고통과 공포의 기록이다. 출판사 직원인 후지마는 원고를 읽으면서 죽은 작가와 즈우노메 인형이라는 도시 괴담에 관해 캐들어간다. 그러던 중 먼저 원고를 다 읽은 직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아직 안 읽었다면 빨리 읽어, 지금 당장 전부! 무슨 일이냐고 묻는 후지마에게 그는 말한다. 가까이 다가왔어... 인형이야... 지금 눈앞에 있어... 


'보기왕이 온다'로 2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사와무라 이치. '즈우노메 인형'은 '보기왕이 온다'의 후속작이며 히가 자매 시리즈 중 두 번째 작이다. '보기왕이 온다'는 근래 보기 드물게 체감 공포를 전달한 수작 호러소설이었다. 그래서 이 히가 자매 시리즈가 국내에 모두 출간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전작이 보기왕이라는 전승 괴담을 소재로 했다면 이번에는 즈우노메 인형이라는 도시 전설이 주된 소재다. 인형, 도시 전설, 가정문제, 저주 등의 키워드만 놓고 보면 조금은 흔한 스토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의 솜씨는 역시 탁월했다. 죽은 작가가 남긴 '즈우노메 인형'이라는 소설 원고, 그리고 그 원고를 읽는 이들에게 찾아오는 괴사건. 소설은 이렇게 '원고 속 내용'과 '원고 밖 현실' 두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두 개의 스토리는 서로에게 복선과 미스터리를 던지며 뒤로 갈수록 절묘하게 하나로 엮인다. 


소설의 전반부는 즈우노메 인형에 얽힌 괴담과 그 저주에 걸려든 이들에게 서서히 찾아드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저주의 실체와 인형과의 격돌을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가 더 마음에 들었다. 초중반까지는 음산한 분위기로 일관하며 한 소녀가 겪는 끔찍한 가정사, 개인사가 이어짐과 동시에 후지마가 즈우노메 인형의 저주에 서서히 다가가는 이야기로 일관하는데- 공포소설적인 분위기는 이쪽이 더 좋지만, 사실 조금 루즈한 면도 있었다. 소녀가 겪는 '문제'들도 조금은 빤한 것들이고, 후지마의 괴담 추적도 이미 '링' 같은 소설에서 봐 온, 익숙한 패턴이었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슬로 스타터인 셈이다. 오히려 히가 마코토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는 후반부에서 소설의 재미와 긴장감은 커졌다. 특히 마지막 챕터에서 즈우노메 인형의 본체, 저주의 시한, 마코토와 인형의 격돌, 그리고 뜻밖의 반전- 등이 연이어 터지며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소설은 스즈키 코지의 '링'에 많은 빚을 진 작품이다. '링'과 거의 같은 플롯이며, 소설 속에서도 '링'을 무수히 언급한다. '링'으로부터 많은 것을 빌려온 셈이지만- 좋게 말하면 '링' 혹은 '링' 세대의 문화 코드들에 대한 메타 픽션적 세계관의 창조라고 할 수도 있겠다.('링'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포소설, 공포영화, 도시괴담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사실 호러 마니아로서 이 부분은 무척 반갑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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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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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제작 의뢰를 받고 외딴 마을로 간 남자는 그곳에서 괴팍한 성격의 노파와 어린 소녀를 만난다. 노파는 죽은 이의 유품으로 가득 찬 박물관을 원한다. 남자는 노파의 집에 머물며 병이나 사고로 죽은 마을 사람들의 유품을 훔치는 일을 한다. 그리고 때를 같이해서 조용한 마을엔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과연 그들은 원하는 침묵 박물관을 만들 수 있을까? 때로는 무수히 쏟아지는 말들 속에서 내 모습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음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내 영혼이 너덜너덜해지고, 존재감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 그럴 때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오롯이 나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침묵의 의미는 뭘까? 


'임신 캘린더', '박사가 사랑한 수식', '미나의 행진'등 오가와 요코의 소설은 간간이 챙겨보는 편인데, 지금껏 읽은 작품은 다 좋았다. '침묵 박물관'은 '박사~'나 '미나~'보다는 '임신 캘린더'와 분위기가 비슷한 작품이다. 조용히 흐르는 서사 속에 인간의 속마음을 해부하는 듯한 서늘한 감각이 녹아있다. 담담한 문체와 뚜렷한 플롯 없이 전개되는 서사 기법은 하루키 소설의 느낌도 난다.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남다른 시선이 행간에 넘쳐나는 것, 가독성이 뛰어난 것도 닮았다. 하루키와 다른 점은 응집력의 차이다. 하루키는 뭔가 인물이나 스토리가 저절로 끝까지 가버리도록 내버려 두는 타입이라면, 오가와 요코는 결국 그 모든 서사와 정서를 주제의 끈으로 강렬하게 묶어낸다.


세상의 끝에 존재하는 듯한 마을, 그 마을을 한 번도 벗어나지 않은 노파와 소녀, 묵언으로 수행하는 침묵 전도사,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단조로운 일상을 파고드는 폭탄 테러와 연쇄살인. 소설은 삶을 담담하게 관조하는 듯하지만 곳곳에서 죽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죽은 이가 남긴 물건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만들고자 하는 노파와 건축 기사의 이야기는 죽음이나 끝이 아닌, 죽음 이후의 계속되는 '스토리'를 말하고 있다. 


침묵이란 뭘까? 침묵은 '존재의 부재'가 아니다. 소설 속 침묵 전도사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은 허용한다. 때문에 침묵은 나에게로 쏟아지는 세상의 이야기다. 몰랐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러므로 죽음 역시 '존재의 끝'이 아니다. 삶과 죽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연결된 고리다. 라스트의 섬뜩하면서도 몽환적인 반전은 이 기묘한 소설 속 세계의 주제를 더욱 증폭시킨다. 작가는 죽은 이의 유품을 통해 침묵 너머의 삶까지 인간의 의식을 확장시킨다. 건축 기사는 노파의 뜻을 받들어 죽은 이를 기억할만한 물건을 훔치고, 그 물건에 새로이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침묵 박물관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유품을 마주하는 이들이 있기에 '죽음 이후에도' 이야기는 언제까지고 이어진다. 반대로 산 사람은 유품이 자신에게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죽음은 삶에게 삶은 죽음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침묵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침묵이란 뭘까? 그것은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자세이고, 삶 전체를 관조하는 시선이다. 그러니 아무리 바쁘고, 말의 홍수 같은 일상에 시달려도- 가끔은 눈을 감고, 입을 닫고, 침묵의 속삭임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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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거울은 거짓말을 한다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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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눈빛‘ 나츠메 형사 시리즈 2편. 뛰어난 가독성과 나츠메 형사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 이 시리즈의 후속작이 계속 출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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