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어. 슬리퍼를 정리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아이들의 눈길이 신경에 쓰여서 말이야. 난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하는 아이였거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힘이 세서 싸움에 이기는 것도 아니고 청소를 꼼꼼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어. 말하자면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아이는 아니었어. 그런 내가 갑자기 화장실 슬리퍼를 정리하면 이상할 거 아니니?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는 괜찮은데, 너도나도 드나드는 화장실이잖아. 누가 보면 어쩌지. 너 왜 갑자기 슬리퍼 정리하니? 그렇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지. 아무튼 그게 가장 고민거리였어." (p.52)
















이 부분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나는,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사람인걸까?

누군가에게는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사람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상추가 먹고 싶어서 갈비를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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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1-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살아남아 도착한 사람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순간만큼은 그냥 다른 생각없이 기쁠 것 같은데요. 나중에는 무인도라는 걸 알고 사소한 일로도 불만이 늘어가겠지만요. ^^;
(네꼬님의 추천도서였던 저 책을 못 샀어요. 아쉬워요.)

다락방 2014-11-24 09:32   좋아요 0 | URL
그치요, 다른 생각없이 일단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만으로도 기쁘겠지요. :)
 

J 와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같이 읽었다. 총 세 권이나 되는 책을 읽으면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읽다가 좋은 문장들을 문자메세지로 딩동- 보냈다. 그 세 권을 읽는 동안 그 시간들이 좋아서, 어떤 날은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읽다가 길동역에서 내려, 서둘러 집에 가는 대신 벤치에 앉아 책을 조금 더 읽고 들어가기도 했다. 나는 J 와 내가 그런 친구라는 사실이 무척 좋았다. J 와 내가 나누는 대화는, 다른 사람들(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와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책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일상을 얘기할 때도 직접적이기 보다는 돌리고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도 많았는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도, J 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며칠전에,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아, 좋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J 도 내게 그랬다. 내가 J 에게 까페라떼 같다고. 나는 J 에게 말했다. J 와의 대화는 광합성을 하는 기분을 준다고. 나는 당신과의 대화를 온몸으로 쭉쭉 빨아들인다고. 이런 대화를 하면서도, 이런 대화를 문자메세지로 나눌 수 있는 건, 우리가 'J 와 나' 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J 와 나의 대화는 이런 식이다. 우리 둘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좋아하는데, 어느 한날 뜬금없이 J 가 내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는거다. '지금 새벽 세시에서 아무데나 한 문장만 골라서 보내줘요' 라고. 그러면 나는 후다닥 그 문자를 보고 책장으로 달려가 새벽 세시를 꺼내서 이렇게 답을 보내는 거다.



<305페이지. 에미, 나에게 와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택시비는 내가 낼게요.>



J 는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좋아하고, 나는 이런 문장을 보내줄 수 있음에 좋아한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대화를 하고 둘이 꺅꺅 거린다는 거다. 나는 이런 대화가 몹시도 마음에 드는데, 이런 대화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J 와 나이기에 가능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 대화는 몹시도 오글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둘의 대화는 우리 둘만의 것이므로,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나에게 J 와의 대화는 순간순간 소중하다. 그런 J 와 나는 '다시' 대화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몹시 기쁘다. 하나하나, 나는 J 와의 대화를 흡수한다. 쭉쭉 빨아들인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 대해서는 하아- 할 말이 많은데, 나는 제일 처음 이 책을 조선일보의 신간소개코너를 통해서 알게 됐다. 제목이 너무 좋아서 그 신문을 보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주문했고 그러므로 내가 받은건 당연히 1쇄였다. 너무 좋아서 참 낡아질 정도로 들여다보고 밑줄 긋고 그랬는데, 몇 년후에 남동생도 이 책을 보고 그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이 책을 빌려줬다. 그리고 이 책을 돌려받기 전 남동생 커플은 헤어졌다. 하아- 나는 남동생에게 '내 책은?' 하고 물었지만, 남동생이 '헤어졌는데 차마 누나 책 돌려달라고 말할 수가 없더라' 하는거다. 나도 그럴거라고 생각해서 너무나 아깝지만 포기했다. 그리고 다시 샀어 ㅠㅠ 오늘 내가 가진 책을 보니 15쇄였다. 히잉-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났다. 몇 년전에 소개팅한 남자에게는 소개팅한 그 날 사귀기로 하고 그 다음번 만남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빌려줬는데, 돌려받기 전 헤어졌다(근데 이 책은 다시 사고 싶진 않다). 얼마전에 회사를 그만둔 직원에게 '에이모 토올스'의 《우아한 연인》을 빌려줬다는 걸, 그 직원이 더이상 출근하지 않게 된 다음에야 기억해냈다. 하아- 그만두기 전에 그런것 좀 챙겨주고 가....이렇게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상대와 다시 안 볼 사이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사실 책 한 권에 만 원 남짓하고, 또 책이라는 물건의 특성상 그걸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받을 생각 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한테 책 한권 선물 못하겠냐, 하는 마음으로. 다른 것도 아닌 책인데. 그렇지만...그게 내가 읽은 '내 책' 이라서 짜증이난다. 이왕 책 선물을 할거라면, 내걸 돌려받고 새 책으로 하고싶다. 내가 밑줄 긋고 내가 접은 책, 그건 돌려받고 싶다. 내가 그렇게 주었던 책들을, 그중에 정말 좋았던 책들을 다시 사긴 하지만, 이미 그 책들은 내 책 같지가 않다. 그 새 책 냄새 풀풀 풍기는 것들을, 내가 좋아했던 예전 그 감정 그대로 좋아하게 되질 않더라. 그래서 우아한 연인은 지금 사지도 못하고 있다. 어차피 사봤자, 그건 내 책이 아니야, 더이상... 하아-




나는 현재 개인 도서관이다. 살아있는, 숨쉬는 도서관. 회사 직원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있는데 지금 나한테 책 빌려가서 읽는 직원들이 여러명이다. 어떤 직원은 금세 금세 반납하고 어떤 직원들은 몇 개월이 지나도 안가져온다. 뭐, 재촉하지 않고 내버려두는데, 아마도 그래서 그만둘 때 본의 아니게 먹튀..하는 듯.. Orz


최근에 나에게 빌린 책을 다시 가져다주는 직원들은 하하하하, 가져다줄때 마다 뭔가 하나씩을 꼭 끼워준다. 커피이기도 하고, 젤리이기도 하고, 과자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한 직원은 무려 스타벅스 카드를 주더라!




내가 너무 놀라서 아니, 이런걸 주면 내가 앞으로 책을 어떻게 빌려주냐고 했는데, 직원은 그냥 꼭 드리고 싶었어요, 라며 주고 사라진다. 아마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뭐, 나를 좋아하는 게 이 직원뿐만은 아니지만. 인기투표 하면 이 회사에서 내가 일등할 자신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내가 먼저 책 읽어볼래요? 하고 시작한건데, 어쨌든 지금 그래서 책 읽는 직원들이 늘어나 씐난다!! >.<















나는 아주 오래전에 토이 1집에서 '조규찬'이 부른 <내 마음속에>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같은 노래도 좋아한다. 좋아했다. 이번 새로운 앨범을 들으며 약간 두근두근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들으면서 '아, 나는 이제 에피톤이 더 좋다' 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비교를 하며 생각했다. 


예전의 토이는 '나'를  노래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아프고 내가 서운한, 그런 노래. 그런데 지금의 토이는 약간 거리를 두고 '우리' 혹은 '너희들'을 노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다 이렇지' 의 느낌. 그런데 에피톤은 다르다. 에피톤은 지금, '나'의 노래를 한다. 지금 '나'의 상황, 감정, 생각에 푹 빠져서 부르는 '나'의 노래. 나는 그쪽에 언제나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오늘 출근길에 양재역에서 회사까지 걸으면서 들은 노래는 토이의 새 앨범에서, 이 노래가 신났다. 크리스마스 사랑 고백 송.





아하하- 하고 혼자 웃으면서, 이건 크리스마스에 사랑을 고백할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들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혹은,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듣고 크리스마스에 고백하면 되겠다, 라고도 생각했다. 혼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사랑고백 송, 사랑고백 용기부여 송, 이라고 하면 좋을텐데, 그래서 나는, 

이 노래로 고백하기는 싫다, 


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이번 토이보다 에피톤을 사랑하는 이유로 연결된다. 모두가 고백할만한 노래로 고백하고 싶진 않다. 모두가 고백할만한 노래로 고백 받고 싶지도 않다. 이건 대놓고 '이걸로 고백해', '이 노래 고백에 좋겠지' 하는 노래라서 듣기에 유쾌했지만 '아 너무 좋아' 하게 되진 않더란 말이다. 그보다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회전목마>쪽을 선호하게 된다, 나는. 그런데 왜 이렇게 쓰면서 희열이 형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는걸까...왜 내가 배신한 마음이 드는걸까......희열이 형, 미안해요. 뭔가...좀 미안하네요...새 앨범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내 취향이 에피톤으로 옮겨갔다는 거 뿐이에요.



그리고 다시, 
저 택시비에 대한 구절이 몇 페이지였나 찾으려다가 다시, J 에게 보내주고 싶은 이런 구절을 보았다. 267-268 페이지. 또 포스트잇을 붙였다. 차곡차곡, 포스트 잇을 붙이는 책장이 늘어난다.



2시간 뒤
Re:
떠나기 전에 하나만 더. 레오,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저에 대한 관심을 잃었나요?


5분 뒤
Aw:
정말로 솔직한 답을 바라세요?


8분 뒤
Re:
네, 물론이에요. 솔직하게, 그리고 빨리요! 요나스 깁스 풀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단 말이에요.


50초 뒤
Aw:
당신에게서 이메일이 와 있는 걸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어제 그랬고 일곱 달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꼭 그래요. 




엊그제는 뭐 좀 찾아볼 게 있어서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뒤져야 했다. 페이퍼를 쓰던 중이었고, 그 페이퍼에 넣기 위한 인용문을 찾는거였는데, 음, 독서공감에 그 인용문이 없더라. 아, 여기에 없군, 어쩐다, 기억에 의해 쓰자, 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독서공감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 페이퍼 쓰기로 돌아오기까지 엄청 시간이 걸렸다. 어딜 넘겨도 재미있어서, 아, 지구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인 것 같다, 고 혼자 감탄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어디든 낯선 곳으로 여행 갈 때마다 이 독서공감을 한 권씩 배낭에 혹은 캐리어에 넣어가야겠다. 이 재미를 나만 아는 건 지나치게 이기적이니까. 어딜 가든 두고 와야겠어... 이 재미를 모두와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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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9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9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4-11-1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빌려간다고 하면서, 돌려주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책과 함께 돌아온다니 좋은일이네요. 좋은 분들이구요.^^

다락방 2014-11-20 11:45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고 돌려주고 또 빌려주고 재미있게 읽고 하는 게 전 참 좋아요. 헤헷

moonnight 2014-11-1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다락방님 ^^ 저는 저부터도 책을 빌려읽지 않지만,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책 안 빌려줘요. 누가 이 책 재미있겠네 빌려주세요. 하면 차라리 한 권 사서 줘요. -_-;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는 제가 별로 안 좋아했는데-_- 매번 제 책들을 허락도 없이 빌려가곤 했어요. 물론 돌려주지는 않고. ㅠ_ㅠ 이후 그 동료가 직장을 관뒀는데, 자기 물건들을 정리하지 않고 나갔어요. 놔두고 간 책들을 다른 동료들이 지금 돌려읽고 있는데 그 중 태반이 제 책이더라는. -_-;;;;;; 지금 직원들은 관둔 동료를 언급하며 다른 사람들 읽으라고 책도 많이 놔두고 가시고 좋다. 라고 하지요. 내 책들인데 말이죠. -_-;;;;;;;;;;;;;;;;;;;;;;;;;;;;;;;;;;; 그런 책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ㅠ_ㅠ;

다락방님께 책을 빌리고 저렇게 고마워하는 분들은 책의 소중함을 잘 알고 또 다락방님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아 흐뭇해지네요. ^^ 그치만.. 역시, `개인도서관;이라니. 다락방님 존경스러워요. ㅜ_ㅜ;;


태그에 완벽 공감하며. 그리고, 맞습니다. 맞아요.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의 재미를 혼자만 알고 있는 건 너무 이기적이지요. ^^

다락방 2014-11-20 11:48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안빌려주는 쪽이었는데요,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주변의 책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읽게 된다면 책의 재미를 알게 될테고 생각도 하게 될테고 결과적으로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할테니, 그 밑거름을 제공하는 건 뜻깊지 않은가! 하고 말이지요. 집에 두면 그저 `내가 읽은 책` 이지만 나누어 읽으면 쓰임이 더 널리 퍼지는 것 같아서요. 마구마구 빌려주고 있는데, 사실 리스트 작성을 따로 해두지는 않으니 어디에 무슨 책이 가있는 지 모르고 있는 실정이에요. ㅠㅠ

이젠 리스트 작성을 해둘까 싶기도 하고. 헤헷.

책 잘 안읽던 동료들이 저 때문에 책을 읽게 된다는 게 전 너무 좋습니다, 문나잇님. 행복해요 ♡

마립간 2014-11-1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청소년 시절에 책을 빌려주고 마음 졸였던 기억때문에 책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마치 아이를 맡긴 것 같아서요. (pek0501 님 댓글에도 남겼지만) 학대 받거나 (라면 냄비 받침) 무시 당할 수도 (읽히지 않고 쳐박혀 있는 것) 있기 때문이죠. 누군가 책을 빌려 달라고 하면 새책으로 주문해서 선물합니다.

예외적으로 책을 빌려 주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가 독서가이며, 장서가인 애서가들에게만 빌려줍니다.

1970년 대 단막극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부부싸움을 할 때, 상대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의 대결 예를 들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선호를 경쟁하는 것이죠. J 님과의 에피소드에서 그 드라마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다락방 2014-11-20 11:50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는 책을 빌려주고 마음 졸였었는데, 이제는 전혀 마음 졸이지 않아요. 한 번은 동료가 한참 갖고 있어서 낡은 상태로 돌려주며 미안해하길래 괜찮다고 했어요. 전 정말 괜찮았거든요. 또 한번은 돌려주며 이 책 너무 좋아서 사야겠다고 하길래, 그냥 제 책을 가지라고 줬어요.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좋아하게 되는 것`인것 같아요. 물론, 돌려주지 않고 사라져버리면 몹시 서운하지만 말입니다.

J 와는 취향이 아주 많이 갈리는 데, 저렇게 어떤 부분에서 겹쳐요. 그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고 말이지요. 흣 :)

조선인 2014-11-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아직도 비빔툰 1권을 못 돌려받았어요. 인연이 끊긴 후배도 아닌데. 그애와 페이스북에서 잡담을 나눌 때마다 비빔툰 1권은? 속으로 삼켜요. ㅠㅠ

다락방 2014-11-20 11:51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그게 신경 쓰이신다면 말씀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전 엊그제도 K 에게 책을 빌려주고 싶은데 L 이 가져오질 않길래 말했거든요. 그 책 집에 두지 말고 갖다달라 고요. 그래서 L 이 가져왔어요. 이 책은 K 빌려줄거에요.

무스탕 2014-11-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작년에 같이 근무하던 직원에게 태백산맥 1~3권을 빌려줬는데 며칠전에 겨우 3권만 돌려받았어요.
이눔이 글쎄, 1권 반도 안 읽은눔이 꼭 읽겠다고 책을 안 돌려주네요.
1년이 넘어서도 못 보고 있으니 넌 그 책 못 읽는다, 책 보리지 말고 내 놔라, 해도 말을 안 듣네요 -_-+++
제가 갖고 있는 태백산맥은 30년 가까이 된 책이라 이젠 잃어버리면 짝도 체울수 없는데 이눔이 말을 안들으니 이를 어쩌죠?

다락방 2014-11-20 11:52   좋아요 0 | URL
아니 ... 그렇게 장기간 가지고 있으면서 꼭 읽을거라면..... 본인이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우선 1권만 사도 될텐데 왜 그렇게 오래 가지고 있기만 하면서 민폐를.. -_- 나쁘네요 그사람. 나쁘다.. ㅠㅠ

2014-11-19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0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4-11-2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오래전에는 가끔 책을 빌려주기도 했었는데, 몇 번인가 너무 늦게 돌려받거나 내 허락없이 여럿이 돌려보고, 또 누군가는 잃어버린 경험을 하고나서는 아무도 빌려주지 않게 되었어요. 사실 좋아하는 책은 어떻게하든 사보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것도 싫어하고 빌려주는 것도 싫어해요. 유일하게 책을 빌려주는 대상은 가족뿐이랍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네요. 모아놓은 책을 보면서 요란하게 관심을 표하는 분들일수록 책을 읽지는 않고 빌려가서 오래 keeping하는걸 많이 보는데, 저는 빌려주지 않으니까 고민은 없네요.ㅎㅎ

다락방 2014-11-20 11:57   좋아요 0 | URL
저는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서운하고 속상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빌려주는 거에는 꺼리질 않는 편이에요. 물론 예전부터 이랬던 건 아니고요, 예전에는 어쩌다 한 번 빌려주면 돌려받을 때까지 신경을 쏟았거든요. 그렇지만 이제는 어차피 내 방 책장에 두면 그저 내 소유물일 뿐이고 빌려줘서 다른 이에게 읽히면 그 순간 책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위의 댓글들에서도 썼지만, 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의 재미를 알게 되는 걸 원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뭐 제가 특별히 착하다거나 선량한 사람이어서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과는 거리가 멀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걸 제 스스로가 원하기 때문에 막 빌려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에 관심 없어 보이는 동료에겐 제가 먼저 막 책 줄거리 얘기하면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해요. ㅎㅎ 재밌겠지, 재밌겠지, 읽어볼래? 이러면서요. 히히.

시크발랄 2014-11-2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번 토이는 느낌이 좀 달랐어요.

다락방 2014-11-24 08:34   좋아요 0 | URL
크- 시크발랄님의 이미지를 볼 때마다 나도 저런 몸으로 거듭나겠다! 라는 생각이 불끈!! 강해집니다.
그래봤자 이런 비루한 몸뚱아리인채 머물러 있지만 ㅠㅠㅠㅠㅠ

열매 2014-12-0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새벽 세시... 를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다락방님의 친구 J분과의 관계도 무척 부럽습니다...
안나카레니나를 같이 읽고, 새벽 세시에 그 책 속의 문장을 나누는 사이란,,,
제가 보기엔 두분의 관계가 정말 근사하고 멋져 보여요.^^
이 페이퍼를 읽으니 책을 읽던 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기분이에요.
에이미와 레오의 메일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으로 설렘 반 긴장 반 책장을 넘겼었는데^^
저는 새벽 세시까지 깨어있을 때면 언제나 이책이 떠오르고,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고 싶은 생각도 들고,
나의 메일을 받은 상대가 우연히 그 시각 깨어있어서 나에게 답장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이거든요^^

+책 2쇄 찍으신 것 축하드립니다.^0^

다락방 2014-12-02 08:48   좋아요 0 | URL
네, 꿀이님. 저는 새벽 세시를 엄청나게 좋아해요. 레오를 사랑합니다. 에미는 분신처럼 여겨지고요. ㅎㅎㅎㅎ
저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책장을 덮고 나서 되게 먹먹했었어요. 이제 이들을 어떡하면 좋으냐 대체, 하고 말이지요. 또한 어마어마하게 이메일을 쓰고 싶어졌지요.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당시에 메신저 대화명을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싶어요> 라고 바꿔 놓았는데, 갑자기 메신저에 로그인한 남자가 제게 다짜고짜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제가 엄청 좋아했던 남자였어요. 물론 이메일 주소쯤은 알고 있었고요. 크- 추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

새벽 세시, 아름다운 시간이죠.
새벽 세시에 바람이 부는지 묻는 것도 아름답고요.

축하, 고맙습니다, 꿀이님.
:)
 

그 대화가 모린에게 오래 남았다. -레이철 조이스,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中

 

 

 

 

 

 

 

'매튜 맥커너히'가 분한 남자 주인공 '쿠퍼'는 뛰어난 파일럿이며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가 집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장인어른에게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돼요'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정말 놀랐다. 나는 우주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므로.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른 모두에게도 관심 분야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의 관심 분야와 내 관심 분야는 아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책에 관심이 많고 영화에 관심이 많고 남자에 관심이 많지만(응?), 누군가는 애니매이션에, 인형에, 축구에, 야구에, 암벽등반에, 동물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는 걸 지극히 잘 알고 있단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에 나는 '우주'를 끼워두질 않았다. 우주는 내게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었고, 먼 곳에 있으므로 먼 것이었다. 우주선 이라는 단어, 외계인이라는 단어는 내 귀에 와 닿는 단어가 아니었고, 그런 소재로 만들어진 책이나 영화를 나는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저기 저 스크린 속에서 맥주를 마시는 저 초섹시한 남자가,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된다고 말한다. 와- 뭐지, 우주를 생각하면 흥분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쿠퍼의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지금까지도.

 

 

영화속에서 나오는 대화를 모두 다 이해할 순 없었다. 왜 어느 행성에서의 한시간이 지구에서의 칠년과 같은지, 그 시간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더라. 다만, 그 행성에서 사고로 시간을 지체했을 때, 그래서 이십년이상을 잃어버렸을 때, 그때 눈물이 났다. 어린 딸에게 '돌아온다'고 약속했는데, 이십년 이상이 이미 훌쩍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 허망함 앞에서, 아빠가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잊을 거란 그 절망 앞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무엇보다 그 잃어버린 이십년 동안, 자식들의 중요한 일 앞에, 그는 있어줄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아들과 딸을 사랑했지만, 아들이 졸업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도 아빠는 거기 없었고, 딸이 박사가 됐을 때도 아빠는 거기 없었다. 누구보다 그들을 사랑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볼 수 없는 아빠라니. 맙소사.

 

 

가지말라고 말하는 어린 딸아이의 울부짖음이 가슴 아팠고, 지구로부터 아주 먼 곳에 떨어져서 이십년 이상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아버지 앞에서도 울었다. 나는 우주에 대해 쥐뿔도 모르고 칠판 가득 쓰여진 수학인지 화학인지 모를 공식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며, 시간의 상대성 이론은 무슨 변종괴물들이나 쓰는 말 같았지만, 그 이론들 틈틈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신하고 구원하려고 하는 모습들 때문에 자꾸만 마음이 움직였다.

 

게다가 이 영화속 매튜 맥커너히가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 로망의 실현이었다. 강하고 자상한 아버지. 아...정말 이런 아버지를 갖고 싶다, 라고 말하고 그의 프로필을 검색해보니 나랑 별로 차이가 안나는구나..내 아버지가 될 수가 없는 나이야. 나는 아마 앞으로 자식을 가질 일이 없을것 같지만, 만약 내가 자식을 갖게 된다면, 내 아이의 아버지는 반드시 저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런 사람이 아니라면 내 아이의 아버지로 만들어주지 않을테닷, 하는 굳건한 의지 같은 게 생겼달까. 만약 저기에서 조금 부족하다면 '인터스텔라 보고 배워' 라고 해야겠다. 아버지가 아이를 보호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건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강하고 큰 아버지가 어린 딸을 보호해주는 사소한 장면들에 마음이 휘청휘청했다.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아서 데리고 가는 장면, 차안에서 잠든 딸아이에게 한 손으로 운전하며 조심스레 한 손으로 이불을 덮어주는 장면 같은 것들. 그런 아버지인걸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우주에서 까먹은 이십년에 너무 분한 마음이 생겼다.

 

 

어린 딸은 어쨌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우주로 가는 아버지를 말린다. 울면서 가지말라고 말한다. 그 장면이 나는 또 무척이나 좋았다. 제 할머니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면 내 조카도 어김없이 가지마, 라고 울면서 소리친다. 이제는 제법 참기도 하지만 엉엉 울며 가지말라고 말할 때는 진짜 가슴이 찢어지는데, 나는 내 조카가 그랬듯이, 영화속에 딸이 그랬듯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래,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게 싫으면 떠나보내는 게 싫다고 엉엉 우는 거, 그게 맞는 거지. 그런데 왜 나는 그렇게 못할까.

 

 

무엇보다 인간을 구원하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이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나는 그런 메세지들에 아주 크게 기댄다.

 

 

 


매튜  맥커너히를 사랑하게 됐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많이 웃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평범한' 남자와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거다, 라고 쓰고보니 남자는 의사..가 됐고 여자는 어린 나이에 팀장의 자리에 올랐으니 안평범한가...여튼 남자와 여자가 그간 로맨스 영화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미남 미녀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이 크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반했지만 여자에겐 애인이 있었다. 그런 여자가 친구가 되자고 내미는 손을 남자는 잡는다. 그들은 사이좋게 지내고 대화도 잘 통해 아주 친한 사이가 되는데, 감정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이 '그렇게 오래'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권여선'의 소설 《레가토》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 '그렇게 오래 숨길 수 있는 건 없어.' 라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한 말이다.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여자는 남자에게 '처음부터 나를 여자로 봤으면서 나를 속였'다고 화를 내며 남자 앞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러다가 자신이 그를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 둘이 재회했을 때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관계가 뭐든간에 나는 지금 이걸 잃고 싶지 않아.

 

 

 

 

 

 

 

 

잃고 싶지 않은 사람, 잃고 싶지 않은 관계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짓는 남자와 여자를 볼때마다 매우 흡족해진다.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사실 이런 게 아닌가 싶어진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대화할 수 있는 관계. 그것이 거창하게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도, 단순히 오늘 면도하지 않은 턱수염에 대한 것이어도, 들어줄 수 있고 맞받아 대응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물론 그 대화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것이어도 좋고 말이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라면..

우주에 대한 얘기에는 드립력이 발휘될 수 없어....ㅠㅠ 매튜 맥커너히, 안녕... ㅠㅠㅠ

 

 

 

 

 

 

 

 

하아- 자정을 넘겼으니 지금은 월요일...인건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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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11-1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머피가 브레이킹던 시리즈의 르네즈미더라구요. 많이 자랐어요. 총명하고 이쁜 얼굴로~
인터스텔라를 보고 돌아오는 길, 얼마나 벅차던지요. 아, 쿠퍼 짱...
아, 그리고 앤 해서웨이 짱 예뻤어요. 짧은 머리가 훨씬 낫더라구요. 전성기 때 데미 무어 같아요.^^

다락방 2014-11-17 10:37   좋아요 0 | URL
르네즈미 폭풍성장 했죠!! 그리고 똘똘한 역할이 아주 잘 어울렸어요. 그 나이에 풀어내는 모스부호라니..난 뭔 말인지도 모르겠더만...나중에 `유레카` 외치는 나이든 머피도 참 근사했어요. 저는 똑똑한 사람한테 진짜 무한 매력 느끼는 것 같아요. 모르는 거 물어봤을 때 대답해주는 남자가 섹시한 것처럼요. 히융

안그래도 앤 헤서웨이 나오는 [비커밍 제인] 요즘 다운 받아 보는중이거든요. 글쎄 굳 다운로더에서 무료더라고요! 그거 보던 중에 인터스텔라 보니까 앤 해서웨이가 또 나오지 않겠어요? 숏 컷 잘 어울리더라고요. 난 안될거야..라고 생각했어요. -0-

마태우스 2014-11-1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 배우가 매튜 메커너히군요 전 뜬금없이 밴 애플릭인 줄 알았다는.... 글구 전 딸이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됐다˝고 하는 데서 마음이 아팠어요. 아무튼 참 재미있게 봤고, 보면서 이 극장은 왜 3D가 아니냐고 흥분했더랬지요. 저역시 다락님처럼 우주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잘 모르는 곳은 가지 않는 주의라 전 절대 안갔을 거에요. 가장으로서는 제가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인류를 구원하는 사람은 될 수 없는 그런 인간형이 바로 저...^^ 님도 그러신 거 같은데, 같이 지구를 지켜요

다락방 2014-11-18 09:15   좋아요 0 | URL
저도 인터스텔라 보기 전에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벤 어플렉 주연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왜그랬는지 모르겠네요.
맞아요, 마태우스님. 딸이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됐다` 고 할 때 어휴, 막 진짜 마음이 무너지더라고요.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훌륭한 파일럿 아버지 보다는 옆에서 내가 자라는 걸 봐주는 아버지가 더 좋다는 생각을 저는 했어요. 실상 나에게 필요한 건 전 인류를 구원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나 하나 잘 구하고 식구를 잘 보살피는 가장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을 한 아버지는 자랑스럽긴 하지만, 무척 야속하고 원망스러울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내 옆에 없었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네, 지구를 지킵시다, 마태우스님!!

그렇게혜윰 2014-11-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남은 아니지만 매튜메커너히는 쭉 멋이 있는 것 같아요.아~~ 영화보고싶다.^^

다락방 2014-11-18 09:1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렇게혜윰님!! 저는 매튜 맥커너히야 말로 미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완전 근사하지 않아요? 이렇게 나이 드는 남자라니, 이런 남자가 아빠라니, 딸이 부럽던데요! ㅎㅎ
이 영화 좋습니다, 그렇게혜윰님!! >.<

푸른바다 2014-11-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링차변에서의 매튜 메커너히가 훨씬 더 잘 어울리더군요. 솔직히 인터스텔라 별로였어요. 질소를 잔뜩 넣어서 크기는 빵빵한데 정작 먹을 과자는 별로 없는.^^;

다락방 2014-11-20 11:58   좋아요 0 | URL
저는 우주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으므로 어떤게 질소이고 어떤 게 과자인지 구분이 안되서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인간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링컨차에서의 매튜는 진짜 최고죠!

2014-11-18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0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1 0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4-11-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우주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주관적 판단으로 따진다면 어디에도 있는게 우주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면 겹겹 둘러친 살코기와 비계의 앙상플이나 소고기의 불규칙적인 방사형 마블링에도 우주는 존재하는 것이겠죠. 고로 쿠퍼가 말하는 ˝우주를 보면 흥분돼요˝ 란 말을 듣고 다락방님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구퍼의 말은 곧 다락방님이 말하는 ˝고기를 보면 흥분돼요˝ 와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락방 2014-11-20 11: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뭐 아닐 건 또 뭐람? 하게 되는 댓글이네요, 메피스토님? ㅎㅎㅎㅎㅎ 저를 흥분시키는 건 많죠, 메피스토님. 고기도, 술도, 재이슨 스태덤도... ( ˝) 그들은 제게 우주입니다. 킁.
 


여자는 남편의 이탈리아 출장길에 동행한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해서 남편은 바쁘고 자신은 혼자 관광을 한다. 남편은 여자와 놀아주기에 지나치게 바쁘고 피곤하다. 그러다 여자는 열아홉의 청년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런 상황 설정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비슷하다. 뭐, 사랑통역~ 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열아홉 청년대신 나이 많은 빌 머레이 아저씨를 만났지만. 어쨌든 두 여자 모두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했던 남편이 아니라.


영화속 여자는 처음, 당연히 이 열아홉 청년으로부터 도망친다. 넌 이게 뭐하는 짓이냐, 너 원래 이렇게 여자를 유혹하는 게 취미냐, 라는 식으로 모질게 말을 하고 그의 키스를 뒤로한 채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러나 남편은 여자에게 시선을 잘 두질 않고, 진지하고, 재미없고, 피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편과 잘 지내보려고 한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청년에 대해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남편과 손을 잡고 이탈리아 거리를 걷고, 밥을 먹고, 사진을 찍고. 늘 그랬듯이 일상을 보낸다.


사람은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살 수가 없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상대는 알 수가 없다. 설사 말했다고 해도 그 말이 반드시 진실 혹은 진심이란 법도 없다. 우리는 아주 많은 생각들을 혼자서만 간직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상대에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거짓된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행복조차 꾸밀 수 있다. 남편은 모르겠지만, 여자는, 남편과 손을 잡고 걸으면서,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그렇게 된 이상 게임 끝이다. 순간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이 젊은이를, 그녀가 어떻게 잊을 것인가. 그간 남편의 문제점, 혹은 약점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않았던 여자지만, 이 즐겁게 사는 젊은이를 만나고 난 후로 남편의 재미없음과 진중함이 크게 눈에 띈다. 그래서 여자는, 청년의 집 앞으로 찾아가 노크한다. 진지해질 필요를 버리고서.



뭐 특별할 것 없는 뻔한 영화다. 딱히 재미있지도 않고, 생각했던 그대로 흘러간다. 청년은 여자에게 '아름답고 섹시하다'고 말하지만, 내게는 모든 캐릭터들이 딱히 매력적이질 않았다. 남편의 상반신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 아마도 와이셔츠 탓이겠지? (응?) 그런데 이 청년과 여자 사이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둘이 처음 만나 함께 밥을 먹고난 후,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에서 도망친 것. 경찰이 쫓아와요! 라면서 마구 도망치며 그는 말한다. 돈이 없어서 음식값을 못냈다고.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도망친다. 한참을 도망친 후에야 청년은 숨을 고르면서 '사실은 당신 화장실 갔을 때 계산했어요' 라고 말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에게도 정확히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장면이 너무 특별했다. 차이가 있다면 내쪽의 친구는 실제로 계산을 했고, 영화속 청년은 아마도 실제로 돈을 안낸 것 같다는 것? 여튼 나한테 조용히 나가서 도망치자고 했던 친구에게 이 장면에 대해 얘기하니 다음엔 밥먹고 도망치게 달리기 연습을 해두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돈 내고 걸어나가자고. 크- 난 참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구나. 멋져. 떳떳해. 정정당당 다락방!! (  ")



영화속 청년은 여자에게 말한다. 


난 당신을 만나면 진정이 안돼요.


여자는 청년에게 대꾸한다.


난 너를 만나면 진정이 돼.







하아- 진정 안되는 청년이든  진정 되는 여자든, 도무지 이들은 일상을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강렬한 만남이 있는데, 일상을 어떻게 유지하지? 다 망가지잖아? 다 뒤죽박죽되잖아? 


여자는 티베트에 함께 가자는 청년의 제안에 남편에게 고백한다. 나 사실은 다른 남자 만난다고. 여자는 남편이 자신의 달라진 점을 눈치채주길 바랐다. 남편이 아니라 다른 남자를 만나는 자신을 눈치 채주기를. 그러나 남편은 여자를 보지 않았다. 


You don't see me.


여자는 그렇게 울부짖고, 남편에게 말한다. 나는 그와 떠날거야. 그러자 남편은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그녀몫의 비행기 티켓을 내밀며 말한다. 그게 너의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라면 그렇게 해. 그랑 떠나. 다녀와. 다만, 이 티켓을 줄테니 그걸 가지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 돌아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그와 떠난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한 후 돌아와' 라고 말하는 남자의 마음은 어떤걸까? 이건 이런 방식의 '사랑'인걸까? 이게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인걸까? 여자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을 보지 않는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라고 말하지만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의'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걸까?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걸까? 돌아오라는 건, 사랑으로 인한 걸까? 너가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 다만 돌아와. 이건, 사랑에서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가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온 것인가? 내가 고민해봤자 답을 내릴 수가 없다. 그저 나는 각자에게 나름의 사랑 방식이 있으니, 어쩌면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 아내를 사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해보았다. 재미없고 진중하지만, 아무것도 아내에게 궁금한 게 없지만, 부부 사이에서 별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없었지만, 그는 사랑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재미없고 진중한 이 남편도, 다른 여자를 만난다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 나누고 많이 궁금해했을 런지도 모른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해도, 다른 여자를 만난다면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 역시 순간순간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여자로부터 얻을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고. 그에게 그저 삶은 이렇듯 재미없고 진중하게 흘러가는 것이 맞는지도..


영화의 마지막 즈음, 누군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런 가사였다.


혼자이던 그때 내 마음은 가벼웠지

다시 혼자로 돌아가고 싶다


혼자이던 그때 내 주머니는 무거웠지

다시 혼자로 돌아가고 싶다


이 가사는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고 있었고, 여자는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얼마전에 읽은 '파비오 볼로'의 《아침의 첫햇살》의 결말도 이러했다.


















어제는 오후무렵부터 외로웠다. 외롭다는 감정은 좀처럼 나에게 잘 찾아들지 않는 감정인데 갑자기 폭풍처럼 밀려와 당황스러웠다. 뭘 어떻게 할지 몰라 원인을 분석하고 싶었다. 왜 외롭지? 왜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이것저것 이유를 생각해보았지만 좀처럼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퇴근을 하고 강남역까지 걷자, 싶었다. 이 기분으로는 그냥 집에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러나 얼마 걷지 않았는데 걷기가 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나는 p 에게 급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퇴근 했어? 이제 하려고. 소주 한 잔 할래? 뜨끈한 국물에 그렇게 할까? 그래서 p 와 나는 부랴부랴 강남역에서 만나 뼈해장국을 앞에 두고 소주를 마셨다. 나는 p 에게 고맙다고 얘기했다. 나와줘서 고맙다고, 나 오늘은 정말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고. p 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 마침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남동생과 비슷하겠길래, 남동생과 나는 집에서 맥주를 마시기로 쇼부를 치고 그렇게 했다. 방 안의 불을 끄고 잠들기 전에는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그런데 악몽을 꿨다. 악몽이라기 보다는 막장 꿈이라고 하는 게 나을텐데. 꿈에서 어떤 소녀가 차에 치어 죽었는데 장례식장에 모델 같은 여자가 찾아왔다. 아주 키가 크고 멋진 여자였는데 저 소녀는 자기 딸이라는 거다.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소녀의 엄마에게 이게 어찌된 일이냐 묻자 여러명의 자식을 둔 소녀의 엄마는 잽싸게 신발을 신고 도망쳤다. 그녀는 굉장히 파워가 센 여자였는데, 주변 모두를 휘두르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래서 어찌된거냐 따질 때 두려웠다. 나를 왕따 만들까봐. 그러나 왕따에 대한 두려움보다 소녀의 출생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겁나면서도 물었던 것. 나는 그 키 큰 모델녀의 말이 사실이란 걸 깨닫고 소녀에게 이 진실을 밝혀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만 소녀는 이미 시체..아, 너무 속상해서 그 시체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소녀야, 너의 친엄마는 네가 알던 그 엄마가 아니야, 라고. 그러자 죽어 있던 소녀의 시체에서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오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럼 누가 친엄마죠? 라고. 나는 방금 나간 모델녀라고 답하며, 그런데 너는 지금 힘이 없으니 내가 가서 데리고 올게,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하며 그녀를 찾으러 다다다닥 뛰어 나갔다...가 깼다. 난 막장 드라마도 잘 안보는데 왜 이런 막장 꿈을??




여튼, 점심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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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11-1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꿈은 정말로 드라마틱해요. +_+;;;;; 저는 최근에 한국시리즈 보러 가야 하는데 제가 표를 안 가지고 와서 집에 표 찾으러 가는 꿈을 꿨어요. 택시는 없고 버스도 안 오고 막 뛰어가는데 사자가 길 막고 있는 그런 꿈이었어요. 네. 사자입니다. -_-;;;;

순간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열아홉살 짜리는 도저히 감당안 될 거 같은데요. -_- 일찌감치 도망가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재미없는 인간입니다. (_ _);;;;

다락방 2014-11-14 09:20   좋아요 0 | URL
사자라뇨, 문나잇님. 뭔가 엄청난데요? 분명 일상적인 꿈인듯 한데 사자라뇨. 그건 다르잖아요! 로또 사셨습니까. 우앙- 사자라뇨!! 좋다. 저 사자 좋아해요. 하핫

저도 십구세 청년 감당할 자신은 없지만 며칠간 같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꼬마요정 2014-11-15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공주가 되어 납치된 이집트 왕자를 구하러 가는 꿈을 꾸었더랬죠. ㅋㅋ 커다란 배에 왕자가 있는데 배 밑에 구멍을 뚫고(엉?) 들어가서 왕자를 구하는데.. 배는 결코 가라앉지 않더라구요.. 왕자를 구했는데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어 제가 사는 집 내리막길에서 둘이 썰매를 타고 있었죠.. 일어나서 한참을 어이가 없어서..^^

저 내일 홍대에 프란세시냐 먹으러 갑니다요~ 서울에 지인 결혼식이 있어 가는데 간 길에 들르려구요~ 혹시 여름에 어떤 사람이 다락방님께 마카오에 프란세시냐 파는 데 어딘지 아느냐는 질문 하지 않던가요? ㅎㅎ

위의 영화.. 적어도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의 결말보다는 마음이 홀가분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4-11-17 00:27   좋아요 0 | URL
이집트 왕자는 잘생겼던가요, 꼬마요정님? 현빈처럼 생겼나요? 현빈은 동양의 왕자니까 이집트 왕자랑은 거리가 먼가...이집트 왕자면 부자겠네요? ㅋㅋㅋㅋ 이런 속물적인 질문 ㅋㅋㅋㅋ

오, 꼬마요정님. 여름에 마카오 프란세시냐 질문 받고 제가 홍대를 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꼬마요정님의 지인 분이었던 겁니까? 하하. 지금쯤이면 드셨을 것 같은데 어떻던가요? 꼬마요정님 마음에 들었나요? 전 거기서 와인하고 닭하고 아주 배터지게 먹고 취해가지고 까페 꼼마가서 책도 막 지르고 그랬어요. 아하하하하.

꼬마요정 2014-11-1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왕자 얼굴은.. 안 나왔어요 ㅎㅎㅎ 여름에 마카오.. 신랑이었답니다. 제가 다락방님 덕분에 프란세시냐를 알게 되어 신랑한테 마카오가면 꼭 먹자고 했는데, 신랑이 검색해서 다락방님을 찾아낸거죠 ㅎㅎ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답니다.^^

가르쳐주신 곳 일요일에 갔다 왔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요즘엔 선택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고 그렇게 크고 작은 선택들을 마주치며 우리는 지금 여기에 와있는 것이다. 어떤 선택은 쉬웠을 것이고 어떤 선택은 다소 어렵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가장 힘든' 선택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온다.


로빈에게는 일과 사랑이 그랬다. 이 두가지가 결코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일은 현재 그녀의 삶을 유지해줄 수 있도록 그녀가 매달려온 모든 것이고, 사랑은, 잃은 줄 알았는데, 끝난 줄 알았는데, 5년만에 다시 돌아온 바로 이 남자, 애덤이 다시 불러 일으켰다. 물론, 일과 사랑을 두 가지 다 가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을 고른다면 이 선택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 놓여있지 않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고민없이, 무리없이 앞으로 지금처럼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하필, 그녀는 애덤을 사랑했다. 5년전에 사랑했던 그를, 5년만에 다시 만나, 여전히, 사랑한다. 사랑은 끝났다고 내뱉어봐도 다 소용없다. 하필이면, 그다. 하필이면 애덤이다. 자신의 일, 바로 그것의 대척점에 놓여있는 사람. 



"한 가지 설명할게요. 당신은 나를 두고 떠났어요. 알겠어요? 나를 내팽개치고 떠났다고요. 내게 남겨진 건 일밖에 없었어요. 지난 5년 동안 내가 가진 건 이 직장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지난 10년 동안 여자 경찰관 가운데 형사가 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세 명이에요. 불과 세 명밖에 안 된단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경찰서 역사상 가장 나이가 어린 형사예요. 당신은 고향에 돌아온 지 불과 며칠밖에 안 됐어요. 알겠어요? 당신이 나를 떠났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갖추게 됐어요. 이건 내 인생이에요. 나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어요. 당신은 내가 이 일을 그만두길 기대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선 안돼요. 나를 이렇게 만들어놓고서 그러면 곤란하죠." (p.246-247)



로빈에게 놓인 '일'의 자리에 다른 것을 놓아도 마찬가지이다. 로빈에겐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일은 아니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나를 지금까지 버티게 하고 나를 지금의 나로 있게 한 것, 그것과 사랑이 함께 갈 수 없다면, 나 역시 로빈처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둘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은 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가장 최선이겠지만, 사람의 앞에 언제나 최선의 것만 놓이는 것은 아니니까. 아니, 최선은 굉장히 드물게 놓이는 것이니까. 그럴 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건 반드시 한쪽을 '아프게' 포기하는 선택일 것이고, 그 아픔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그 선택은 '용기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간혹 돌멩이 하나로 새 두 마리를 때려잡을 수도 있어요."

나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매우 작아 보였다.

"그럴 때도 있겠지.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영원히 가질 수는 없어. 얼마 안 있어 당신은 무엇이 자신에게 더 중요한지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해야 할 거야. 나와 일 중에서 말이야."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내가 말했죠? 당신은 나를 떠났어요. 나는 5년 동안이나 이 일에만 매달렸어요. 난 알아요. 분명 언젠가 선택을 해야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요."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로빈, 지겨워." (p.250-251)

   

그리고,


로빈은 선택을 했다. 그녀가 선택한 건 사랑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겨우 여기까지가 절반이다. 물론 이 책의 줄거리가 로빈의 사랑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녀가 용기 있게 선택을 하고, 힘들게 고민하며 선택했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리란 보장도 없다. 그러나, 분명히 그녀는 선택을 '해야'했고 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지금'이었다. 



"애덤, 나는 그동안 당신이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길가에서 어개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큰 갈등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로빈에게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경찰직, 그리고 그녀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그 둘을 모두 지키려고 그동안 노력했다. 지금까지는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간신히 생활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시간이 닥쳐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선택을 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나였다.

그녀는 추운 곳에 벌거벗긴 채 내팽개쳐져 있었다. 나는 로빈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한순간도 거기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두 팔을 벌렸다. 그녀는 마치 나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듯이 내 품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p.268)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책장을 넘기며 두고두고 곱씹어봐도 쉽게 결론이 내려지질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든 나는 포기한 쪽에 대해서 크게 후회할 것이다. 내가 여태 나를 지켜온 것을 포기하느냐, 혹은 이쪽의 가치에 더 매달리느냐. 어쩌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사치일런지도 모르겠다. 만약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놓인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만약 내가 로빈이라면, 나는 일을 선택할까 애덤을 선택할까. 나는, 그녀처럼 애덤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애덤이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오는 그런 사람이라면, 그를 놓친 걸 평생 후회하겠지. 그렇지만...지금의 내가 될 수 있게 해준 게, 앞으로의 나를 버텨줄 것이 바로 그간 내가 매진해온 일, 이라면, 역시 애덤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안전'하지 않은가.



존 하트는 역시 존 하트. 이 책 재미있다. 어젯밤에 자기 전에 읽으면서 으윽, 재미있다 다 읽고 잘까 싶었지만, 간신히 절반만 읽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잠을 자야 하니까... 그래서 이 책 정가제 시행되기 전에 어서들 사라며 재촉하고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품절..이다. 


품절

품절


.

.

.

절.


품절이라니. 로빈의 선택이 어떠한 방향으로 애덤과 로빈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끌었는지 이제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겠구나....아쉬워라. 


로빈, 행복하게 살아줘요, 부디.
















오늘은 조카를 주기 위해 백희나의 달력을 선택하고 책을 구매했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언젠가 사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20프로 할인이더라. 그래, 정가제전에 넣자.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는 1,2권이 모두 반값이다. 마찬가지로 내내 보관함에 있던 책이다. 이때 넣자. 《스웨덴 라이프》는 언젠가 스웨덴에 이민갈거라(뻥입니다) 궁금해서 넣어둔 책이었는데 지금 30프로 할인이니 이번 장바구니에 포함되었다. 《속죄》는 사실 몇 년전에 읽고 중고샵에 팔았는데 요즘 왜이렇게 다시 읽고 싶어지는지...정말 다시 읽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다시 읽고 싶어진 책이니 30프로 할인일 때 사두자, 싶어 넣었다. 《핏빛 자오선》은 '코맥 매카시' 니까 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코맥 매카시는 내가 다 가질 거니까 20프로 할인일 때 넣어두자. 《개더링》은 지금 현재 4천원이라 장바구니에. 이만큼만 결제하려고 했었는데, 크, 신간중에 저 《모나코》를 너무 읽고 싶은거다. 왜냐하면, 몇 주전에 경향신문에서 읽은 책 소개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책 띠지에 실린 작가가 훈남...인듯해서 사고 싶어졌다. 작가 '김기창'은 1978년생 마산 출신. 이제는 작가로 데뷔하고, 상을 받고 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나보다 어리구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뤄낸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질투이기도 할 것이고. 여튼 훈남에 대한 호기심, 질투와 시기 등등의 복잡한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 되시겠다.




일하기 싫은 마음이야 어제와 같고 지난달과 같고 십년 전과 같은데, 오늘은 특히나 사무실을 탈출하고 싶다. 사무실 바깥으로 나가서 그게 어디든 가서 앉고 싶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따뜻한 커피 향이 가득한 까페여도 좋겠고, 조금은 춥지만 바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바깥의 벤치여도 좋겠다. 아무래도 나, 가을 타는가 보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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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4-11-1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력을 선택하고 책을 구매했다`ㅋㅋㅋ 5만원짜리 달력에 책이 많이도 딸려오네요? 존 하트는 <라스트 차일드>의 그 존 하트입니까? 그 책 다락방 님 호평 보고 사 두었는데. 희희 비록 <다운 리버>는 없지만 아직 읽지 않은 <라스트 차일드>가 곁에 있어 든든합니다. 어차피 품절이니 <다운 리버> 결말도 나중에 알려주시면 좋겠어요.ㅎ 예보에 없던 비가 마구 쏟아져 너무 좋아 여기 왔습니담. 좋은 밤+잠+꿈- 다락방 님(+건배).

다락방 2014-11-12 14:18   좋아요 0 | URL
책이 벌써 왔습니다, 에르고숨님. 아아 저는 어쩌면 좋아요. 자, 이제 새로운 책을 사야 합니다. 아직 받아야 할 달력이 남아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이 존 하트가 그 존 하트 입니다. 후훗. 에르고숨님 취향에도 맞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에르고숨님과는 취향이 비슷한듯 하면서 또 갈리기도 하니까요. 물론 모두의 취향이란 것이 늘 그렇지만 말입니다.
어제는 술 마시느라 책을 한 장도 못 읽었어요, 에르고숨님. 결말은 나중에 네, 어딘가에든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비가 마구 쏟아질 때 깨어 계셨군요! 저는 아마 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핫. 자, 점심 건배!!

2014-11-12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3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11-1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책읽는 명화 달력도 엄청 예뻐욧 >.< 책베개에 이어 달력 때문에 책을 사재기하는 요즘이에요. ㅠ_ㅠ; 다운리버의 결말은 제게도 좀 알려주세욤. 품절이라니. ㅠ_ㅠ;

다락방 2014-11-14 09:34   좋아요 0 | URL
책읽는 명화달력도 곧 받을겁니다! 엄청 예쁠 것 같아요!! 다운 리버의 결말은 아예 스포로다가 구매자100자평 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나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