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친구 덕분에 알게된 메뉴. fatboy brekky. 친구는 자신이 먹고 있는 걸 사진 찍어 보내주었는데 와 - 완전 내 스타일인거다. 완전완전완전완전 내 스타일. 이름에서 알려주듯, 뚱뚱한 소년의 아침 쯤이 될텐데, 아, 뭔가 독립하고 싶어진다. 독립하고나서 매일 아침을 저렇게 먹고 싶다. 그럼 완전 슈퍼 팻걸이 되겠지..괜찮아..저런 아침을 먹는거라면 기꺼이 이 비루한 육체쯤 버리겠어.. 돼지가 되고 행복을 찾겠어! >.<


구글에서 찾은 이미지들.








아-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저거 다 싹싹 비우고 다시 침대로 가 드러누워 잠들고 싶다.....네번째 사진은 너무 빈약하고, 세번째 사진은 좀 고급지네. 나는, 제일 첫번째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두번째도 좋고 말이지. 내 스타일이야 진짜 ♡



저런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면 남자 따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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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2-1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펫~ 걸 펫펫펫~ 걸 탐스럽다 ㅎㅎㅎ

저 콩 설탕 조림 좋아해요 ㅎㅎㅎ

다락방 2014-12-19 10:43   좋아요 0 | URL
전 스크램블 에그, 반숙 계란후라이, 고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버터랑 orz

비로그인 2014-12-1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남자고 음식은 음식인 것입니다 : D 미리 배제하진 마세요 ㅎㅎ 저희집에도 기꺼이 난 돼지야~말하며 아구아구 먹는 아이들이 ㅎㅎ

다락방 2014-12-19 10:43   좋아요 0 | URL
백키로 찍으면 남자랑 함께 사는 건 힘들것 같아서요 아른님 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방안에 있기 답답하고 귀찮아질 것 같아요. 꺼져버려라, 기분이 될듯.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백키로찍고 남자 몰아내느냐, 남자 차지하고 저 음식을 참느냐. 전 전자를 선택하는 여자사람인 겁니다!! >.<

세실 2014-12-1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지금 빵 먹고 싶어서 사러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말랑 말랑 구운 토스트에 잼이랑 버터 듬뿍 발라서 커피랑 먹고 싶어요.

다락방 2014-12-19 10:42   좋아요 0 | URL
아흑 저 너무 힘들어요 세실님. 저런 사진을 보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이 기분이라니. ㅠㅠ
세실님 빵 사오시거든 제게도 하나 보내주세요. 툭- 하고. 하앍-

Mephistopheles 2014-12-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어제 과음으로 인해 이런 사진은 고통이라는....

다락방 2014-12-19 11:1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뭔가 약올리고 싶어지는 이 기분... ㅎㅎㅎㅎㅎ)

야클 2014-12-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 정도면 도전해 볼만한 음식이네요.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물론 내가 다 만들어야 한다는게.... ㅠㅠ

다락방 2014-12-19 12:40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가 해준대요. 행복해요 ♡

moonnight 2014-12-19 17:12   좋아요 0 | URL
애처가 야클님 ㅎㅎ

moonnight 2014-12-1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어 보여요. +_+; 양은 좀 많긴 많겠^^;;;
저는 나이가 드니까 확실히 먹는 양이 똑같아도 살이 찌더라구요. 나날이 생애최고 몸무게를 경신하고 있는데 뭐 그러려니 하고 있다는 -_-;;;;;;;;;;

다락방 2014-12-23 14:20   좋아요 0 | URL
전 아침 식사도 헤비한게 좋아요. ㅋㅋㅋㅋ 양 많고 고칼로리 ㅋㅋㅋㅋㅋㅋㅋ인생 사는거 백년인데 백년동안 먹을 수 있는거 다 먹겠다!! 의 마음이랄까요. 아하하하하.
저도 생애최고 몸무개를 매일 갱신하다가 요즘엔 멈췄습니다. 어휴.... 힘들었어요......

서니데이 2014-12-1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봐도 맛있겠어요. 아침보다는 저녁에 먹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녁 전이라서 그런지 오후에 보았을 때보다 더 맛있어보이나봐요. ^^

다락방 2014-12-23 14:20   좋아요 0 | URL
전 아침에 먹으면 더 좋을것 같아요. 저녁에 먹으면 술하고 먹으면 되고. 히히히히히

보물선 2014-12-1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아침을 차려주는 남자면요??

다락방 2014-12-23 14:20   좋아요 1 | URL
기꺼이 제가 돈을 벌어올 것입니다!!
 

돌겠다..

















이 두 책을 읽었고, 읽으면서는 각각의 권에 대한 페이퍼나 리뷰등의 글을 쓰고자 마음 먹었는데 어휴- 마음이 막 너무 거시기해져서 도무지 쓰지를 못하겠네. 히친스 아저씨한테 반했고, 그걸 꼭 표현해야 겠는데, 지금은 마음이 너무 울렁거려서 못쓰겠다 ㅠㅠ 


나는 내 삶에서 '이성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 것'을 배제해놓고 있는데- 그것은 자의적 선택이었고, 이제는 상대를 위해서도 그게 낫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훅- '60년간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했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노라니 무슨, 가슴속에 말뚝 박힌 것 같은 기분이다. 



앞으로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절대 이 두 책을 같은 시기에 읽지 말라는 팁을 꼭 드리고 싶다. 후폭풍이 너무 세다. 


각각의 책에 대한 글은 이 마음이 좀 진정이 되면 쓰는걸로.



아..기운없어..


고기 먹으러 가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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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2-1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천국엔 히친스가 없어서 안가기로 했어요. 히친스히친스히친스

다락방 2014-12-17 15:40   좋아요 0 | URL
아 히친스 너무 좋아요. 휘모리님 덕에 히친스를 처음으로 읽어봤어요. 러셀한테 반했는데 히친스도 러셀 만큼 좋아요. 멋져.. ㅠㅠ 고인이 됐다니 슬퍼요 ㅠㅠ

다락방 2014-12-1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마음이 너무 힘들어 ㅠㅠ

라파엘 2014-12-17 16:13   좋아요 0 | URL
토닥토닥 ㅠㅠ

다락방 2014-12-17 16:19   좋아요 0 | URL
ㅠㅠㅠ

Mephistopheles 2014-12-1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 것`을 배제....정말요,,,????

다락방 2014-12-17 16:20   좋아요 0 | URL
네? ( ˝)

Mephistopheles 2014-12-17 16:36   좋아요 0 | URL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라는 사실은.........으흠..

다락방 2014-12-17 17:15   좋아요 0 | URL
네? ( ˝)

Mephistopheles 2014-12-17 17:18   좋아요 0 | URL
아..네...!

blanca 2014-12-17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빨랑 써줘용.

다락방 2014-12-17 17:30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 저 두 책 모두 블랑카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전 저 두 권에 별 다섯씩 줍니다. ㅎㅎ
네, 마음을 좀 잠재우고 쓸게요. 지금은 너무 아파요 ㅠㅠ

감은빛 2014-12-1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승전 고기~~ ㅎㅎ
어떤 책일지 다락방님이 어떤 기분이신지 무지 궁금하네요 ^^

다락방 2014-12-18 09:02   좋아요 0 | URL
오늘은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실 그 감정일 때 바로 적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쵸?

감은빛님, 안녕?

그렇게혜윰 2014-12-17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이 다섯개! 좋소이다!문제는 7세 남아의 취향엔 어떻겠소??

다락방 2014-12-18 09:18   좋아요 0 | URL
제가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혜윰님. 그치만, 이 책이 그렇게혜윰 님께는 좋을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제게` 좋은 책이었으니까요. 전 이 책을 조카가 아니라 여동생 읽으라고 주려고요.

에르고숨 2014-12-17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장바구니로- `쓰지 못한` 리뷰에 미리 막 감동;; 다락방 님 고기 많이 드시고 멋진 글발 날려주세요!

다락방 2014-12-18 09:18   좋아요 0 | URL
고기를 어제 먹지 않았으므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 멋진 글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친구랑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애인(혹은 남편)이 바람을 핀다면 나는 그와 헤어질 것인가, 하는. 그때 나는 뭐, 나 모르는 데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상관없다, 의 마인드였지만 여기에 구체적 인물을 대입시키면 대답이 달라진다고 말했었다. 그저 막연히 나를 사귀면서도 다른 사람을 또 사귄다면, 뭐 순간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할거라 여겼는데, 여기에 그당시 내가 좋아하던 남자를 대입해버리니 대답이 달라지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그 남자가 다른 여자랑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 여자를 만나길 기대하며, 눈을 마주치고 함께 웃고 섹스를 하고 다음날 아침 민낯을 마주하는 걸 생각하니, 정말 돌아버리겠는거다. 이미 다른 여자한테 그런 마음을 품은 남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다시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그전까지의 개념적인 대답으로는 '그러든 말든 괜찮다' 였다가 구체적 인물을 대입해보고 '아니 나는 그 사람을 떠날 것이다' 로 바뀌었다, 는 대화를 친구랑 했었던 거다.


일전에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고 나서도 그랬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젊음을 포기하는 장면을 보고, 저건 너무나 모성을 강요한 영화잖아, 뻔한 결말이야, 했었더랬다. 왜? 나는 젊음이 좋으니까, 젊음을 포기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젊음을 움켜 쥐고 싶을 테니까. 그러나 그 뻔한 결말에 구체적 인물을 대입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만약 내 젊음을 반환하고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 라면, 이를테면 조카나 여동생 남동생 이라면, 그렇다면 나 역시 영화속 할머니와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은 거다. 이렇듯 개념적인 것에 구체적 인물을 대입하면 정말이지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내 사고방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토머스 캐스카트'의 《누구를 구할 것인가?》에서 바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면, 답도 내려주지 않는 이 책이 뭔가 다르게 느껴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저 구체적 대입에 있어서만큼은 무릎을 탁, 쳤다. 나는 '절대'를 말하는 사람 앞에서 '구체적 인물'을 대입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당신의 대답이 달라질 거라고. 이 대입은 공감능력과도 연결되어 질텐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어쩌면 개인의 능력일런지도 모르겠다.



자, 일단 이 책의 소재가 되는 '전차 사건'에 대해 옮겨보겠다.



어제 클리블랜드의 커닝햄 지방검사(샌프란시스코)가 2012년 10월에 체스터 '쳇' 팔리(샌프란시스코)가 전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대배심이 대프니 존스(오클랜드)를 기소했다고 발표했다(미국 사법제도에서 대배심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소배심은 유무죄 여부를 결정한다-옮긴이).

대프니 존스는 선로 전환기 손잡이를 당겨 폭주 전차의 경로를 지선으로 바꾸는 "뛰어난 순발력과 용기를 발휘한"공로로 12월에 시장에게 상을 받은 바 있다. 전차가 본선本線으로 계속 달렸다면 다섯 명을 치어 사망케 했겠지만, 존스 덕분에 지선에 서 있던 쳇 팔리만이 목숨을 잃었다. 커닝햄 검사는 다섯 명 대신 팔리가 죽는 것이 낫다는 존스의 판단에 대해 대배심이 "존스 양은 신처럼 행동할 권리가 없다"라는 올바른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p.15-16)



이 책은 이 일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또 그렇게 끝난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이해가 되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또 그 말도 이해되는 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건 퍽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중 내 관심을 끌었던 건 책 속의 '스텔라'의 대답이었다. 



(니체의 '선과 악'에 대해 언급하다가) 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불우한 사람들에게 사회가 더 도움을 베풀어야 할 것 같아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사람이나 나이들었거나 허약하거나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리고 니체의 철학을 나치가 악용했다는 것도 알아요. 그럼에도 니체의 말에는 일말의 진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습게 들리겠지만 티 파티(미국의 보수 단체-옮긴이)보다는 <오프라 윈프리 쇼>나 <닥터 필>같은 토크쇼에 가까운 것 같네요. 예, 알아요, 하하, 그래도 끝까지 들어주세요. 남의 밑씻개가 되지 않는 건-특히 우리 같은 여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다른 뺨을 돌려 댔어요(니체의 선과 악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서, 누가 한쪽 뺨을 대리면 다른 뺨도 돌려대는 것을 선하다고 생각해요' 라고p.96 언급한 바 있다) . 니체의 말이 맞아요. 그건 '좋은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 거였죠! 우리에게도, 우리의 딸에게도 건강하지 않다고요.

그렇다면 이게 선로에 묶인 사람과는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손잡이를 당겨서 전차가 자신을 치게 하는 건, 안 그러면 다섯 명이 죽더라도 자연적이지 않고 건강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그녀는 지금 이타주의로 혼자 있는게 자신이었어도 다섯명을 살리고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마브 라는 남자에 대해 반박하는 중이다). 전차가 저 말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참, 전차가 우리 아이나 남편이나 엄마나 심지어 이웃을 치게 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건 자연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가족과 친구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끼기 때문에, 낯선 사람 다섯 명을 구하려고 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건강하지 않게 느껴져요. (p.99-100)




내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정확히는 스텔라의 이 대답이라기 보다는, 스텔라의 대답을 분석한 '세라'의 말이라고 해야 옳겠다.



남녀가 서로 다른 윤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를 읽은 적이 있어요. 여자는 도덕적 딜레마에 맞닥뜨렸을 때 여기에 어떤 인간관계가 결부되어 있는지를 먼저 따진대요. 이 방법 말고 저 방법을 선택했을 때, 저 방법 말고 이 방법을 선택했을 때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고민한다는 거죠. 그런데 남자는 같은 딜레마를 추상적 사안으로 바라본다고 하네요. 무엇이 정의로운가? 무엇이 공평한가? 누구의 권리가 침해되었는가? 이런 식으로요.


마브와 스텔라의 얘기를 들으면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 것은 문제를 서로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브는 대체로 자신이 전차에 치일 의향이 없으면 전차가 쳇 팔리를 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마브는 다섯 명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과 손잡이를 당겨서 전차가 친척이나 친구나 자녀를 치도록 하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하지 않았어요. 자신이 아니라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선로 위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다르게 판단했을 거예요.) 하지만 선로에 누가 있는지, 그가 나와 어떤 관계인지 - 그리고 내 행동에 따라 그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스텔라에게서 눈에 띄는 점은 지선에 누가 있는지, 그 사람이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거예요. 자녀, 남편, 엄마, 이웃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올랐잖아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요.

두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전혀 다른 행동을 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브는 실제 상황에서 정말로 자신을 희생할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요점은 여자는 남자에 비해 문제를 추상적 도덕성의 사안으로 바라보려는 생각을 덜 한다는 거예요. 남자는 문제를 (구성 요소를 넣고 뺄 수 있는) 일종의 수학 문제로 보려는 반면에 여자는 (실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이야기로 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p.105-107)



나는 구체적 인물을 대입했을 때 대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학처럼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남자들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들을 개념적으로 접근하고 추상적으로 대답하는 것보다는 구체적 인물을 대입하고 그 사람이 되어보고 그 상황에 있다고 가정해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내가 '특별히 남자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아니다. 감정에 흔들리는 게 여자의 전유물이고 이성으로 판단하는 게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것처럼.

실제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장미와 주목》에서는 감정에 이끌리는 걸 혐오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화자인 '휴 노리스'의 형수가 바로 그녀인데, 그녀는 시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감정에 빠지는 걸 질색 하니까요, 언제나." 


(‥‥‥)


"감정이 내 의지나 이성을 밀어내고 앞자리를 차지한다는 느낌을 참을 수 없거든요. 난 행동을 제어할 수 있고 어느 정도는 사고도 통제할 수 있어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건 내 자존심이 용납하질 못해요. ‥‥‥내게 굴욕감을 준다고요." (p.173)



책 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휴 노리스의 좋은 말벗이 되고 사람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주는데, 그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이끌리는 걸 이성에 이끌리는 것보다 더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부터도 그랬고. 그러나 이성적 판단을 하기에 앞서 그보다 먼저 이끌리는 것이 감정이라고, 누군가의 글에서 봤는데..아무개님의 [바른 마음]에 대한 페이퍼였나..여튼. 나는 최근까지 내가 감정이 앞서는 사람인 것이 좀 속상했더랬다. 휴 노리스의 형수처럼 혐오하는 것 까지는 아니었지만, 내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을 보면 마냥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이제는 감정에 이끌리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추상적으로 개념적으로 내놓는 답보다 좀 더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감정이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감정적 인간인 것이 전혀 굴욕스럽지 않다. 내 자존심은 나를 용납한다. 내가 내 자존심을 용납하듯이.







크- 

그러나 그런 한편 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

아무리 필립 클로델을 사랑한다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그의 모든 작품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이 재미가 없어...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내게 전달이 잘 안돼...

애정하는 작가에 나는 기꺼이 '필립 클로델'의 이름을 적어넣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나는 당당하게 그 앞에서 그건 별로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칼같은 여자...인 것이다. 나는 이 책 읽기를 포기한다.

나는 얼음나라 공주..인 것이다. (응?)






- 아침엔 친구로부터 '캬라멜 마끼아또' 기프티콘을 받았다. 안그래도 출근길에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 집에서 텀블러를 챙겨왔는데, 아니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신나서 원래 5번 출구로 나가 2,900원짜리 아메리카노 마시려던 걸 포기하고 8번 출구로 나가 스벅에 가서 기프티콘을 내밀었다. 씐나! 출근길에 마시라며 보내주는 센스! 우히히히히 우걀걀걀걀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회사까지 걷는다. 에피톤 앨범을 한데 모아 재생목록을 만들었는데, 요즘엔 거기서 랜덤으로 듣고 있다. 마침 어제 듣다 말았던 '꿈에 네가 보인다' 가 나오는데, 이게 끝나고 뭐가 나올까 두근두근 하는데, 꺅 >.< '눈을 뜨면' 이 나오는 게 아닌가! 아 좋아 ㅠㅠㅠㅠㅠㅠㅠ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러면서 생각했다. 8번출구로 나오면 나는, 대체적으로 행복하구나, 하고. 8번 출구로 나와서 걷는 길은 그러고보면, 계속 행복함을 느끼게 해줬던 것 같다. 물론 8번 출구로 나간 것은 오늘, 커피를 준 친구 덕분이고, 커피를 바로 지금 마시겠다는 나의 의지 덕분이었다. 또한, 에피톤 재생목록을 랜덤으로 듣기로 한 것도 나의 의지였고. 그러니 이 행복은 내가 만들어낸 것.




- 아침에 ㅊ님의 트윗에서 '행여나 지각할까 쫄깃한 출근길' 이란 글을 보았는데, 하아- '쫄깃한' 이란 단어를 보자 그냥 막 좋았다. 두근두근. 일전에 T 님이 내게 멘사에 대한 페티쉬가 있다고 했고 며칠전엔 B 가 내게 손에 대한 페티쉬가 있다고 했는데, 아, 나는 뭐 이렇게 늙어갈 수록 페티쉬가 늘어나. 나는 '쫄깃한' 이란 단어에 페티쉬가 있는 것 같다고, 오늘 아침 생각했다. 실제로 쫄깃한 그 무엇 보다는 '쫄깃한' 이란 단어와, 말. 나란 인간, 변태 인간...




- 어제 남동생과 대화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무지 사랑하는 사람의 다른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가 **라면 진짜 정 떨어질 것 같아. 나는 그 사랑을 포기할거란 생각이 들어. 더이상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라고. 그러고보면 나는 사랑을 머리로 하나봐, 라고. 가슴으로 사랑한다면 그가 무엇이든, 어디에 소속되어 있든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나는 못그러겠더란 말이지, 그건 안돼. 그러자 남동생은 '그건 나도 그럴 것 같은데?' 라고 했다. 나는 사랑을 머리로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안되는 기준 같은게 있는 건 좀 괜찮은 것 같다. 






이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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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1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어...일하기.....

무해한모리군 2014-12-16 10:50   좋아요 0 | URL
ME TOO

다락방 2014-12-16 10:57   좋아요 0 | URL
하지말까요... -0-

무해한모리군 2014-12-16 11: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얘기를 하자면 저는 조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허리야..

다락방 2014-12-16 11:31   좋아요 0 | URL
아..조퇴라니..Orz

조퇴하는 만큼 푹 쉬세요, 휘모리님. 허리 빨리 나아야지요. 얼른 가요, 얼른, 얼른!

무해한모리군 2014-12-1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루만 먼저 향수에 대한 얘기를 다락방님께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ㅎㅎㅎㅎ

다락방 2014-12-16 10:5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는 궁금해서 사서 읽었을 거에요. 이건 포기! 이긍..

라파엘 2014-12-1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 또 생겼네요. 공감이란 것에 대해서 요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4-12-16 15:25   좋아요 1 | URL
혹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보셨다면 이 책이 뭐 더 특별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재미있게 읽긴 했어요. 워낙에 생각해보는 걸 좋아해서요. :)

뽈따구 2014-12-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소설책을 굳이 구해서 읽지는 않아서,
서평 책으로 ˝향기˝가 올라왔을 때 쿨하게 넘겼는데,
필립 클로델을 좋아라하며 ˝향기˝를 구입하는 ˝다락방˝님을 보면서
`나도 신청할 걸 그랬나?` 하고 살풋 후회했는데
˝향기˝ 재미없다니 왠지 다행스럽네요.
재밌다고 올리셨으면 계속 후회했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12-16 15:26   좋아요 0 | URL
필립 클로델의 [향기]는 소설책은 아니고요 산문집이에요. 저는 대체적으로 산문집을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편이긴 한데 `필립 클로델`이란 이름만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한 거지요. 그렇지만 .. 정말 재미가 없... ㅠㅠ

향기 대신 다른책을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뽈따구님! ㅎㅎㅎ

아무개 2014-12-1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내가 너를 사랑하니 나의 모든 것을 받아 들여라!` 라는 것은 굉장히 유아적인 사랑이라고 합디다.
그 반대도 다르지 않을꺼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꼭 그렇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이 하면 싫은 행동도 `그 사람`이니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정도가 뭐...

2.<누구를 구할것인가> 왠지 제목만으로 짜증이나서...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게 만드는 선택지를 주는게 너무 싫어요.
그게 삶의 `부조리` 이겠지만....싫어 힝~

3.<바른마음>은 두껍긴 해도 어렵지 않아서
저도 충분히 읽을만 했어요.
다락님도 도전해보심이 ^0^

다락방 2014-12-16 15:31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댓글을 `에미`같이 달아요. 번호 붙여서 ^^ 그래서 아무개님이 번호 붙인 댓글 읽을 때마다 에미 생각나요. 나의 에미. 난 레오가 더 좋지만. 근데 레오 밉기도 하고...미아랑 섹스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삼천포로 가는 날 말려줘요! ㅠㅠ)

1. 별 생각 없다가 최근의 뉴스들을 보고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만약 저렇게 한다면`을 대입해보고 나니,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별 도리없이 돌아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제가 용납할 수 있는 범위 라는게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용납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실제로 며칠 전에는 누군가에게 물어봤어요. `너 혹시 **냐...` 라고. 아니, 라는 만족스런 답변을 얻었습니다. 아닌 줄 알았지만 그래도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더라고요. 우히히히

2. 아무개님이 저 제목을 짜증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오히려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기는 힘든 거군요. 갈 길이 멀어...전 좋았어요. 전 막 책 읽다가 혹은 누군가의 얘기 듣다가 생각해보는 게 너무 좋아요. 만약 나라면? 만약 당신이라면? 내가 뭔가 잘못 생각했나? 이러면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게 너무 즐거워요! >.<

3. 바른마음은...비싸서..패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몽테뉴의 수상록도 사놓고 회사에 처박아 두고 있어놔서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샀냐 ㅠㅠ)

moonnight 2014-12-1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구체적인 누군가를 대입했을 때 맘이 확 바뀔 때가 있죠. (불현듯 어떤 생각이 ㅠ_ㅠ;;)
지금 더 드롭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다음 책을 못 정해서 우왕좌왕 하다가 창비세계문학을 잡았는데,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장미와 주목>을 읽고 싶어졌어요. ^^

다락방 2014-12-16 16:41   좋아요 0 | URL
문나잇 님도 장미와 주목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아 빨리 또 책사고 싶어요. 더 드롭...저 오늘 산 책 아직 배달도 안됐는데..내일 배달 될텐데 벌써부터 또 사고 싶어지는 이 미치고 조급한 마음... ㅠㅠ

2014-12-16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7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4-12-17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인용하신 저 책의 내용은 정말 궁금하네요.
5명대 1명이라.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아마 큰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였을텐데,
문득 아내가 물었어요.
만약 바다에 자기와 아기가 빠졌다면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아! 난 이런 류의 질문을 무척 싫어하는데, 그때 좀 고민을 했죠.
처음엔 당연히 아기를 먼저 구할 거라고 말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아내를 먼저 구할 거라고 말했죠.
지금 나에게는 자기가 그만큼 더 소중하다고 말이죠.
아내는 내 어깨를 쎄게 때리고는 무조건 아기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어요.

과연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아니 어떤 선택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궁금해지는 아침이네요.

다락방 2014-12-17 09:3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의 댓글을 읽고 저도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만, 어쨌든 어떤 선택이든 하긴 해야 둘 중 하나라도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은 변함없네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둘 다 잃게 될테니까요. 그렇다면 그 `하나`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느냐 하면...하아- 역시 감은빛님, 생각하기 싫은 질문이에요.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생각하기 싫은` 이라고 써놓고 나니 생각이 나서요.
저는 앞으로 조카가 살아가면서 어떤 위험이 닥치진 않을까 생각하다가 되게 힘들어지곤 해요.
되게 심하게 힘들 때는, `그런 고통-조카가 다치거나 상처받거나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것-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나의 죽음`이 아닌가 싶어지기도 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을테니,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건 내가 없어져 버리는 거라는.
`생각하기 싫은 선택`에 대한 댓글을 읽고 나니, 그때의 기억이 나네요.
한참 우울하던 때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다시 힘들어질라고 해요.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면 딱히 새로울 건 없거든요. 그런데도 여전히 답을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좋은 아침 보내고 계십니까, 감은빛님!
 

일전에 여차저차해서 신경정신과에 방문한 일이 있었고, 그때 닥터는 내게 걸으면서 책을 읽지도 말고 영화도 보지 말라고 주의를 줬던 적이 있었다. 나는 네, 라고 답했고 나름 지키려고 생각했지만 그게 잘 되진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걸으면서 문자메세지를 보내다가 상대로부터 걸으면서 문자메세지 보내지 말라는 주의를 듣고는, 이제 꼭 멈춰서서 문자메세지를 보내게 되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이 잘 안바뀌는지라, 토요일에 외출하면서 나는 책을 읽으며 지하철을 기다렸고, 책을 읽으면서 지하철을 탔고, 지하철 안에서도 책을 읽었고, 갈아타기 위해 내리고 또 타는 과정에서도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내려서는 대한극장이 나오는 1번 출구로 쭉쭉 나갔다. 나는 워낙에 길치랑 방향치인지라, 낯선 곳이라 느꼈지만 내가 언제 어디는 익숙했냐 싶어 그냥 계속 나갔다. 사람이 평소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리고 극장은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고....뭐여, 왜이래, 하고 걷는데 벽에 이정표가 그려졌는데, 거기에 '충무로'란 단어가 보이는 거다. 으응? 나는 충무로에 와있는데 왜 충무로 가는 노선을 표시해주는 거야? 원래 그랬나? 그러면서도 나는 병신같이 계속 걸었다. 걷다가 또 충무로를 가기 위해 4호선을 타야 한다는 이정표를 만난다. 아니 그러니까 왜, 충무로에서 충무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거지? 나는 멈춰 선다. 그리고 이 역이 충무로 역이 맞는지 확인해보려는데, 어디에도 역 표시가 없다. 계단을 오르면 1번 출구로 나가니 올라가서 볼까 하다가 간이매점 하시는 분께 여기가 어디에요? 물어볼까 하다가, 에라이, 이정표대로 되돌아 가보자 싶어 화살표가 끄는 대로 다시 '지하철 타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거기에 가서야 비로소 내가 '동대문'에서 내렸음을 알게 된다. 하아- 두 시에 영화 시작이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나는 조금 일찍 내려 여유롭게 책을 읽기 위해 출발했었고, 충무로인줄 알고 내렸던 동대문 역에서도 내리자마자 벤치에 앉아 책을 조금 더 읽었던 터다. 시간이 촉박할 듯 한건 아니지만 몹시 지쳤다. 나란 인간, 대체 뭐야?

 

다시 표를 대고 들어가 지하철을 탄다. 친구에게 이러저러한 일로 다시 되돌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충무로 가는 열차를 탔어야 했는데, 반대 방향 열차를 탔다고 말했다. 그나마 한정거장 이라는 걸 알고 무조건 한정거장 가서 내린 거다. 하아- 다시 되돌아가는 길, 그리고 되돌아나와 대한극장으로 가면서 한숨이 나왔다. 나중에 저녁 먹을 때 친구는 내게, 영화 시작 전에 한숨을 너무 크게 쉬더라, 고 말했다. 하아- 나는, 나한테 너무 상처를 받았다. 나, 진짜 뭐냐. 그때, 닥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지하철에 타면 그때만 책을 읽으라고, 걷는 동안에는 읽지 말라고, 큰일 난다고.

 

반대방향의 열차를 탄 것이 사실 그렇게 큰 일은 아니지만, 그런 조언을 들었으면서도 병신같은 짓을 한 것 같아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실망했다. 히융- 으, 쓰다보니 그때의 지친 기분이 지금 다시 확- 올라와...싫어...

 

 

그때 내가 읽던 책은 이거였다.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그래서 읽다보니...저런 멍청이 같은 짓을.. Orz

 

이 책을 읽으면서는 《봄에 나는 없었다》와 《딸은 딸이다》에 조금 못미치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뒷부분을 다 읽고나니, 끝까지 읽고나니, 느낌이 달라졌다. '장미의 순간과 주목의 순간은 같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도 어렴풋이 알게 됐달까. 이 책 속의 화자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고통스러워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나는 '조조 모예스'의 책, 《미 비포 유》의 남자주인공을 떠올리기도 했다. 결국 이 책속의 화자 휴 노리스는 자신이 자살하기 위해 모아둔 약을 버렸던 것처럼, 미 비포유의 '윌'도 삶을 선택했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더 불편하고 더 아픈 게 윌 쪽이긴 했지만, 그도 삶을 선택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도 '다시 산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그 '좋다'는 기준은 윌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내 생각만 하고 그가 삶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거다.

 

 

별채에서 아득하게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와는 전혀 다른 여름밤의 삑삑대고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동물들이 제 할 일을 하면서 기어다니는 소리,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저 멀리 부엉이 우는 소리‥‥‥

막연한 만족감이 밀려들었다. 내가 테리사에게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나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과거와 제니퍼는 빛나지만 실체가 없는 꿈 같았다. 그 꿈과 나 사이에는 고통과 암흑과 무기력의 늪이 있었고, 나는 이제야 겨우 거기서 빠져나오려 하고 있었다.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단절은 확실했다. 내가 시작한 삶은 새로운 삶이었다. 이 삶은 어떤 것일까? 나는 이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새로운 휴 노리스는 누구이며 어떤 인간일까? 흥미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p.197-198) 

 

 

 

사람에게는 포지션에 따른 여러가지 모습이 있다. 같은 포지션을 가졌다해도 상대에 따라 또다른 모습이 보여지기도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기적인 쌍년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바보처럼 착한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똑똑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식한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차갑고 무심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모습들 중에 어떤 것이 나이고 어떤 것이 내가 아닌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 모습 모두가 다 나인 것이다. 약하기도 하고 강하기도 하며 못되기도 했고 착하기도 한 것이 모두 나인 것이다. 이 모두가 진짜 나인 것이며 이 모두가 진짜 나인지 알 수 없기도 하다는 것이다.

 

휴 노리스에게는 이사벨라가 그랬다. 그는 자신이 보는 이사벨라와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사벨라가 다르다는 것에 크게 혼란스러워한다.

 

 

"정말 당황스러운 건, 누군가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이사벨라만 해도 그래요. 앤 모돈트는 이사벨라가 똑똑하다고 했어요. 나는 전에 이사벨라를 바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나는 그녀의 두드러지는 성질 가운데 하나가 정직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하지만 카스레이크 부인은 이사벨라가 교활하다고 말하더군요. 교활이라니! 혐오스러운 단어예요. 또 존 게이브리얼은 이사벨라를 무례하고 거만하다고 말해요. 형수 ‥‥‥형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타인의 사적인 면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으니까요. 아무튼‥‥‥사람에 따라 그렇게 다르게 보이는 인간의 진면목이란 대체 어떤 걸까요?

웬만해서는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는 로버트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불쑥 말했다.

"그게 핵심이지 않을까? 한 인간이 상대에 따라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인다는 게? 사물도 마찬가지지. 나무나 바다도 그렇고. 두 화가가 세인트 루 항구를 그리더라도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을 내놓을걸." (p.153-154)

 

 

내일모레면 나이 마흔인데, 나는 아직까지도 내 자신을 잘 모르겠다. 내가 모르겠는 나의 어떤 면들을 이제야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하-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새로이 발견되는 면들을 보며 내가 나한테 놀라는데, 이런 나에 대해서 누가 잘 알수 있을까. 내가 아직 나를 잘 모르듯이,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도 일부분만 보고 판단하는 것일 테다. 사랑에 빠진 상대가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랑에 빠진 내가 특별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처럼. 어차피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고나면 이놈이 저놈이고 저놈이 그놈이듯이, 사랑에 빠진 순간에는 '이 남자는 달라'가 아니라 이 남자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는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면을 보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토요일에 친구를 만나 맛있는 걸 함께 먹고 마시면서, 우리는 관계에 대해 얘기했다. 아마 영화를 보고나서 더 할 말이 많았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나는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다. 자기가 얼마나 약한지, 아픈지, 힘이 드는지를 주구장창 얘기하는 걸 듣고 있는게 때로 힘이 들기도 한다고. 일대일의 관계에서 만나면 내가 말을 하고 또 네가 말을 하고가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때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 힘든 애기를 들어주기만 하다가 돌아오게 된다고. 그럴 때 얼마나 지치는지에 대해서 얘기했었다. 처음엔 힘을 내게 도와주려고 해보지만 반복되는 징징댐 앞에 더이상 듣기 싫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것. 나는 사람을 만나서 기빨린 채로 돌아오는 건 싫기 때문에, 주고받고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관계를 원한다. 끊임없이 관심을 호소하는 사람들 앞에 겁나게 피곤해진다. 왜 저사람의 삶은 다른사람들의 삶보다 더 불행에 가까운가? 왜 그들은 항시 불행하다 말하는가? 그들은 정말 불행한가?

 

 

"난 제니퍼가 그 일에 대해 자책하길 바라지 않아요. 불행해지는 것도 바라지 않고요."

"그녀는 그러라고 내버려둬요!" 테리사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그녀는 불행을 원해요. 그걸 모르겠어요?"

 

(‥‥)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만해요. 제니퍼는 앉아서 매사에 어떻게 잘못됐는지 애태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불행을 곱씹기를 좋아하는 거라고요.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살아가길 원하는데, 안 될 이유 있나요?" (p.41-42)

 

 

나도 아프고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도 분명 있다. 우울하고 외로울 때가 있고, 그럴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기도 한다. 누군가의 한 마디 말이, 혹은 그 순간의 내 말을 들어주는 조용한 태도 같은 것들이 위로가 되고 또 그 시기를 버텨내고 견뎌내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나는 힘들때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건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 궁극적으로 한 사람이 힘을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른 사람이라고도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빈번하게 한쪽만의 일방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일방적인 청자가 되어줄 수만은 없다. 네가 힘든 만큼 나 역시도 언제나 이십사시간 행복한 채로, 에너지가 넘치는 채로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지친 상태로 한숨까지 쉬어가며 보기 시작해서였을까. 이 영화는 그냥 남녀간의 사랑 영화인데 중간에 나는 손수건을 꺼내들고 눈물을 닦았다. 닦으면서도 나는 미쳤나..했다. 왜 이 장면에서..하고. 그러니까, 로지는 대학진학을 앞두고 자신의 단짝 친구인 알렉스와 미국에 공부하러 가기로 했는데, 덜컥 임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알렉스에겐 비밀로 한 채로 로지는, 호텔경영학을 배워 호텔의 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한 채, 아기를 낳기를 선택한다. 낙태수술은 종교상의 이유로 선택할 수 없고, 아이를 키우자니 꿈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 그녀는 낳자마자 입양을 보내기로 하는데, 막상 태어난 아이를 그녀는 보낼 수가 없었던 것. 이제 막 태어난 아이, 뱃속에 열달간 품고 있었던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결국 로지는, 그녀의 좋은 엄마가 되는 삶을 선택한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운명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생각은 때때로 들곤 하는데, 케이티가 로지의 딸로서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살아야 할 운명이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그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일상을 포기해야 했지만, 케이티를 낳았던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그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알렉스에게 말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로지가 이해되기도 하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품에 안는 로지를 보는 순간, 그때가 그렇게나 좋았던 거다. 울었어 ㅠㅠ 아마 나에게는 앞으로 결코 오지 않을 순간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저걸 해보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그 장면에서 했으니까.

 

 

로지와 알렉스는 어릴때부터 친구였다. 단짝 친구였고 그렇게 같이 성장해간다. 서로의 비밀을 알고 서로의 꿈을 안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서로 상대를 이성적인 마음으로 좋아하기도 하지만, 상대가 나를 친구로만 생각한다고 알고 있으므로 그들은 각자 다른 연인들을 갖는다. 다른 사람과 잠자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고, 다른 사람과 결혼도 하고. 그 과정들 속에서도 알렉스와 로지는 관계를 끊지 않는다. 그러나, 매번 엇갈린다. 이제는 고백해야 겠다고 생각해 달려가면, 항상 그때마다 상대에겐 다른 사람이 옆에 자리를 잡은 거다.

 

이 영화가 해피엔딩이라고 한다면 해피엔딩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로지와 알렉스는 결국 서로를 선택했다. 서로를 기다렸고, 그렇게 서로에게로 향한 채 결국은 마주서고 함께 하게 됐다. 그러나 그 긴 시간동안 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혼과 이혼하는 과정들이 그 사이에 그들에게 있었다.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들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일 수 있다. 결국은 너에게 오기 위해 나는 그동안 그 사람들과 그런 일들을 겪었는가봐, 하는 그런 거. 그렇지만 이 영화가 알렉스와 로지의 포옹과 키스로 끝난다고 해서 앞으로 그들의 삶이 포옹과 키스로 연결될 거란 보장은 없는 거다. 로지와 알렉스도 어쩌면, 시행착오 중일지도 모르니까. 그걸 대체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운명의 상대란 게 정말 있다면, 그 상대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 시행착오는 그러나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내가 되어 지금의 이 상대를 만날 수 있게 해준 건, 그 시행착오들 덕분이었을 테니까. 내가 당신을 만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었듯이, 당신 역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지금 우리가 서로의 운명이라 호들갑 떤다 한들 우리 역시 서로의 상대이기 보다는 시행착오일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가 최종적으로 누군가를 만나 함께하기를 선택하며, 우리가 서로의 상대임을 확신하는 순간이 오기까지, 우리는 누군가의 시행착오였을 것이다.

 

 

영화속에서 로지는 아버지의 유산으로 결국 꿈에 그리던 호텔 사장이 된다. 바닷가 근처의 작은 호텔을 사서 수리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그 호텔로, 가장 기다리던 사람이 찾아든다. 사실 아버지의 유산으로 호텔을 살 수 있다니, 진짜 일이 너무 잘 풀리는구나 싶긴 하지만, 뭐, 영화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_- 나는 가만히 앉아서 꿈이 이루어지는 걸 보면 화딱지가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저 꿈을 똑같이 나도 꾸었던 적이 있었으므로 마음이 몰랑몰랑해졌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낯설고 먼 어느 나라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는 꿈. 그 미래에서 나는 조용히, 언제 찾아들지 모를, 아니 찾아올 확률보다는 찾아오지 않을 확률이 더 큰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렇게 살겠다고 생각했었다.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일흔이 되어서라도, 언젠가 한번은 그가 여기를 들러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겠다고. 그런 마음으로 박정대 시인의 시집을 읽고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싶어 찾아보았다. 아, 여기 있다! http://blog.aladin.co.kr/fallen77/5022039

 

 

크- 뭔가 갑자기...아흑-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렇지만 안터진다고, 나의 구원이 말했더랬지.

 

 

친구랑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역시 사랑은 타이밍, 이라고 얘기했는데, 금요일밤 여자 넷이 모여 술 마시고 깔깔대면서도 사랑은 타이밍, 이라고 했던 게 생각나 웃었다. 사랑은 타이밍! 크- 소주 마시고 싶네.

 

그리고 친구와 와인을 마시면서 영화속 댄스파티에 대해 말했다. 아흑 싫어. 나는 댄스 파티 같은 거 정말 싫다고.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트와일라잇 영화속에서 에드워드와 벨라 얘기도 잠깐 하다가, 우리는, '우리에게 댄스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할 사람이 없을 텐데' 라는 공통적인 고민을 하게 됐고, 그랬을 때 나는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를 생각하니, 댄스파티 없는 우리나라 학교가 나에게는 더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ㅠㅠ 나는 수줍은 여인이라 남자에게 먼저 가서, 나의 댄스파트너가 되어주지 않겠냐는 말을 결코 하지 못했을 거고, 어쩌면 내게도 아무도 그런 말을 건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 그럴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아마도 다른 아이들이 댄스 파티에 가서 서로의 파트너와 깔깔대고 웃다가 저쪽 방에 들어가 서로의 몸을 탐험하는 그 시간에, 내 방에서 텔레비젼을 보며 캬라멜 팝콘만 잔뜩 먹고 있었을 것이다. 그 나이가 십대 후반쯤 됐을테니 아마도 술을 마시지는 못했을 것 같고, 세숫대야 한 가득 팝콘을 먹다가 목이 마르면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뭔가 처량해 좀 울다가, 아니야 나는 똑똑한 여자니까 하고 책을 보다가, 외로운 마음에 불을 끄고 야한 동영상을 좀 찾아 보다가, 욕구불만에 생크림 케익을 먹다가 아마 백키로를 찍게 되겠지................문 밖으로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뚱뚱해져서 더 안에 처박혀 책만 파고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니, 그때부터 삼류 포르노 소설을 쓰는 거다. 그 소설이 대박 터져서 전격 영화화 되고, 나는 떼돈을 벌고, 그 돈으로 전신성형을 감행하여 드디어 문 밖으로 탈출.........

 

 

일요일 밤이다. 책이나 읽자꾸나.

 

 

토요일엔 여동생 가족들이 와서 어찌어찌하다가 나와 여동생, 첫째 조카와 둘째 조카가 한 방에서 자게 되었다. 여동생은 허니버터칩 먹어봤냐며, 먹어보라고 올 때 가져왔는데, 집에 돌아와서 두 개쯤 먹고 조카들 옆에서 잤다. 새벽에 조카와 나는 동시에 깼는데, 크- 혹시 자기 동생이 깰 새라 조용히 내게 속삭이더라.

 

이모, 허니버터칩 먹었어?

 

나는 응, 이라고 답하고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궁, 귀여운 나의 조카.

 

 

 

 

아, 그리고.

 

 

이 핸드폰 케이스 <갤럭시 s 5>용 하나 새걸로 있습니다. 그 기종 쓰시는 분중에 이 케이스 갖고 싶으신 분 댓글 달아주시면 보내드릴게요.

 

 

 

 

 

 

 

그날 밤은 그 여름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밤이었다. 사람들이 롱 반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휘스트 드라이브뿐만 아니라 가장假裝을 하고 댄스도 즐겼다.
내가 구경할 수 있게 테리사가 휠체어를 밀어주었다. 모두가 들떠 있었다. 게이브리얼은 기분이 좋아 보였고 사람들 틈에서 말을 받아치거나 재치 있는 대답을 던지며 이야기하고 있엇다. 그는 유난히 쾌활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나는 그것이 게이브리얼의 영악한 면모라고 생각했다. 그의 전염성 있는 활력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전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p.194)

"일이란 이미 일어났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그런데 지레 걱정하는 사람이 있죠‥‥‥"
그러는 것조차 이사벨라에게는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끝난 일을 가지고 고민하는 건‥‥‥그래요, 그건 들판에 산책을 나갔다가 소똥을 밟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말은 산책하는 내내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안 밟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길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앞을 잘 보지 않고 걸었기 때문이야, 하며 맨날 바보 같은 짓만 저지른다고 후회해봤자 소용없다는 뜻이예요. 소똥은 이미 신발에 묻었고 그 사실에서 벗어날 수도 없으니 그 일을 마음속에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거긴 다른 것들이 있잖아요‥‥‥들판, 하늘, 울타리, 같이 걷는 사람‥‥‥거기 다 있잖아요. 다시 소똥을 떠올려야 하는 때는 집에 돌아와 신발을 닦아야 하는 순간밖에 없어요. 그때는 물론 다시 생각이 나겠죠‥‥‥" (p.259)

"그를 많이 좋아하죠, 밀리? 그렇죠?" 내가 물었다.
그녀의 갈색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 그래요‥‥‥정말 그래요. 이제까지 전‥‥‥그런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나도 존 게이브리얼 같은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지만, 밀리 버트처럼 그에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분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 할 거예요. 정말 그럴 거예요."
"그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그냥 내버려둬요." (p.264-265)

"`난 정말 바보짓을 했어`하면서 웃어넘기는 건 정말 마음이 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예요. 마음이 약한 사람은 뭔가 지탱해줄 것이 있어야 해요. 그런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그저 어쩌지 못한 실패가 아니라 명백한 결점, 비극적인 죄악으로 보죠."
그녀가 불쑥 덧붙였다. "나는 악 자체가 존재한다고는 믿지 않아요. 이 세상의 해악은 약자들이 불러오는 거예요. 그들은 선의를 지니고 있고 아주 낭만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죠. 난 그런 사람들이 두려워요. 그들이야말로 위험하니까. 암흑 같은 바다를 떠다니다 멀쩡한 배를 침몰시키는 표류선 같아요." (p.26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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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12-1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저도 걸으면서 책 읽고 그랬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넘어지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그냥 전철에서만 책을 읽어요. 대신 요즘은 걸으면서 오디오북 들어요. ^^ ㅋㅋ 점점 나이들어서 오디오북도 못 들어으면 왠지 슬플듯.

허니버터칩은 전 아직 못 먹었어요. 별로 궁금하지 않더라구요. ^^;;뭐, 찾아서 먹기 귀찮기도 하고 누가 한봉지 주면 그때나 먹어보려나???

다락방 2014-12-15 13:16   좋아요 0 | URL
위험하다는 거 뻔히 알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는 거 보면 왜저러나 싶으면서도 제가 그러고 있네요. 게다가 그 버릇을 버리지를 못하고..이젠 진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어요. 반대방향의 열차를 탄 게 한두번도 아니고, 사실 그다지 별 일이 아닌데, 그런데 토요일에는 진짜 엄청 스스로가 싫어지더라고요. 계속 말했어요. 내가 나한테 너무 상처를 받았어, 라고요. 히융.

허니버터칩은 저도 관심 없었는데, 먹어본 후에도 별로 관심 없네요. ㅎㅎ

마립간 2014-12-15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을 타고 책을 읽다고 내려야하는 역을 놓치는 일이 일 년 1~3번 정도 꼭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책을 너무 많이 읽지 말라는 충고를 받죠. 그러나 내가 책을 읽은 이유는 도피와 안식입니다. 다른 대안이 없는 한 독서는 계속되겠죠.

다락방 2014-12-15 13:18   좋아요 0 | URL
독서 자체를 금하진 않아도 되겠지만, 갈아타는 과정, 즉 걸으면서도 읽는 건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일상에 피해를 주니까요. 뭐, 그렇게까지 큰 피해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말이죠. ㅠㅠ

아무개 2014-12-1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가끔 읽던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전철에서 내려서 역사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계속 책을 읽었던 적은 있지만, 걸어가면서 까지는 못읽겠던데요.
안그래도 잘 엎어지는데 책까지 읽다간...

2.흠...왠지 내가 기빨아 가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ㅠ..ㅠ

3.`너는 내 운명` 이라고 서로 속고 있는 동안이 사랑이겠죠.
한 쪽이라도 먼저 제정신이 든다면 뭐....

다락방 2014-12-15 13:22   좋아요 0 | URL
저도 역사안 의자에 앉아서 읽을 때가 더러 있어요. 한꺼번에 사람들 우르르 내리면 같이 올라가기 싫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람들 다 빠질 때까지 책을 읽을 때도 있답니다. 걸어가면서 읽다가 전봇대에 부딪힐뻔한 적도 있어요, 저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도 정신 못차리고 이게 무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봤자 또 반복되려나요...

기빨리는 거에 대해서는 만나서 얘기합시다. 뭐, 토요일에 친구한테 다 말해서 또 말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ㅠㅠ

저는 사실 사랑에 빠진 동안 `네가 내 운명이다` 라고 생각하는 일은 거의 없고요, 그보다는 일전에도 한 번 페이퍼에 쓴 적 있는데, 내 운명의 흐름에 있는 사람, 정도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길을 걸어갈지 모르지만, 그 과정속에 존재해야 했던 사람, 이라고 말이지요. 저는 사랑의 실패가 저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한다고 믿는 편이라, 시행착오들에 있어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마찬가지로 저 역시 누군가에게 시행착오였을 수도 있다는 걸 기꺼이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래도 물론, 서로의 시행착오는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때가 오기는 하는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4-12-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자주 그래요 ㅎ 부끄럽게도 삼국지를 25살에 처음 완독했는데 그때 몇번이나 출근길에 내릴 역을 지나쳐서 지각을 했어요 ㅎㅎㅎ

또다시 부끄럽게도 제 마음이 힘이 들면 어디론가 숨어요. 모두에게 연락을 끊고... 오히려 누군가에게 투덜투덜대는게 더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말이 잘 나오지를 않아요... 그러다보니 숨어버려요. 아마도 저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은 아니겠구나 싶어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함께인 순간이 짧더라도 삶에서 품고 살 인연을 갖는다는 것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4-12-15 13:2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저 같은 경우에는 힘이 들고 고민이 되는걸 분위기에 따라 말하느냐 마느냐 결정하긴 하는데, 말한 후에 위안을 얻은 적도 많았어요.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말을 상대가 억지로 끌어내려고 할 때, 굉장히 힘들게 머뭇거리다 시작해서는 줄줄줄 내뱉으며 후련한 적도 있었고요. 그러나 제가 말한 것보다 제가 듣는 게 더 많다고 저는 생각되어집니다. 제가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또 단단하게 생각되기 때문에 의지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을테고요. 저는 약한 사람에겐 힘이 되어주는 게 도리임을 알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제가 계속 힘을 줘야만 하는 관계라면, 저 역시 도망치고 싶어져요. 역시 제 살 길을 제가 잘 찾는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 않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함께한 순간이 짧더라도 삶에서 품고 살 인연을 갖는다는 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휘모리님.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결국 짧고 강하게 곁에 있다 멀어진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반면에 그런 사람이라면 놓치지 않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어때요, 휘모리님? 요즘 잘 지내고 있어요?
저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지옥과 천국을 오락가락 하고 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4-12-15 14:32   좋아요 0 | URL
왠지 다락방님 댓글을 읽는데 눈물이 나요.
잘못지내나봐요.
지금은 겨울잠 자는 곰처럼 행동을 최소화해서 마음의 힘을 싾는 중이예요.

다락방 2014-12-16 10:53   좋아요 0 | URL
마음을 단단히 단련시켜요, 휘모리님.
그래야 이 추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지 않겠어요?
추운 겨울 단단히 버텨내고 나면 또 봄이 옵니다.
기운내요.

2014-12-15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6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12-1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댄스파티, 카라멜팝콘, 아이스크림, 구절구절 제 마음과 똑같네요.
저도 선택받지 못하는 그런 여자애였을 거예요. 파티는 싫은데...
그래도 드레스는 입고 싶어요.
어떻게 안 되겠어요?

다락방 2014-12-16 10:5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언젠가 제가 파티를 열겠습니다. 제가 여는 파티는 결코 댄스파티가 아닐 것입니다. 하하핫
그냥 먹고 마시자 파티가 되겠지요. 그때 드레스를 챙겨입고 오세요. 가슴과 등이 기이이이이이잎게 파인 드레스로요. 오케? 히히.
 














플래너리 오코너가 책 이름인지 작가 이름인지 알지도 못한 채로 그냥 일단 보관함에 쑤셔 넣었다가, 이것이 현대세계문학단편선 시리즈라는 걸 알고는, 그 시리즈의 특성상, 아 그렇다면 플래너리 오코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겠구나, 했다. 그렇게 보관함에 들어간 수많은 책들중의 하나로 이 책을 포함시킨 뒤, 나는 하던 독서로 다시 돌아와 책장을 넘겼다. 


내가 읽고 있던 책은 이 거였다.















이 책은 단편집인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저 책의 표지와 제목만 보고 나는 당연히 작가가 남자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책 날개를 보고서는 아, 의외로 여자로구나, 라고 생각하며 제일 처음의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단편 하나를 다 읽었을 때는 잠들기 직전이었는데, 하아- 욕이 나왔다. 너무 무서워서. 쉽게 말하면 '설마, 이러진 않겠지' 했던 것을 이 책에서는 '설마가 어딨어, 설마가!' 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달까. 단 한 편만 읽고도 너무 무서워서 악몽을 꿀 것 같았다. 다음편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두번째 이야기를 읽고 진짜 쌍욕 튀어나올 뻔 했다. 하아- 이렇게 계속 무섭다니, 나는 이제 어째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고민을 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을 것이냐 말 것이냐. 중도에 포기하고 다른 책을 꺼낼 것이냐 말 것이냐. 일단 자자. 라고 생각하고 잤다가 다음날 다른 단편들도 내처 더 읽어보기로 한다. 크- 역시나 무섭다. 아름답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 같은 건 이 책에서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몹시도 힘겨웠다. 


혹시라도 오해할까 하는 말인데 이 책이 그래서 엉망이라거나 나쁜 책이란 얘기는 결코 아니다. 나는 다만 이것이 내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거다. 일전에 읽었던 '사이먼 밴 부이'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도 내게는 엄청 무서웠다. 그 책 전반에 걸쳐 무서운 게 아니라 단 하나의 이야기가 무서웠는데, 아이가 엄마를 지하철 역에서 잃어버리는 거였다. 엄마와 아이중 한 명만 내리고 한 명은 지하철에 탄 채로, 아직 둘다 타거나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철 문이 닫히고 출발해버리는, 그래서 아이가 미아가 됐다고 말하는 이야기였다. 와- 나는 이게 너무나 무서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거다. 


내게는 참을 수 없는, 견디기 몹시도 힘든 이야기들이 몇 있다. 위의 이야기가 그런것들 중 하나다. 나는 그 뒤로 내 여동생이 조카를 데리고 외출을 한다고 할때마아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또한 내가 조카와 지하철을 타게 될 때는 탈때나 내릴 때 손을 놓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조카가 내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다. 특히나 밤에 잠들기 전, 온갖 무서운 상상이 나를 파고든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날까봐 나는 자기전에 한번씩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머리를 막 저어보기도 한다. 안돼, 이런건 안돼. 잊자, 생각하지마. 


'안데슈 루슬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이 쓴 《비스트》는 읽고 싶어서 구매했지만, 초반 몇 장을 읽고 포기한 채 얼른 중고샵에 팔아버렸다. 성폭행범의 입장에서 희생자를 물색하고 타겟을 정하는 장면이 초반에 나오는데 진짜 돌아버릴 것 같은거다. 일전에 이 두 작가가 한 편이 되어 얼마나 좋은 책을 써냈는지를 알고 있으므로-《리뎀션》이 그것이다-, 끝까지 읽으면 아마 하고자 하는 이야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가 나올거라고 믿었지만, 그 믿음은 두려움 앞에 힘이 없었다. 나는 도무지 더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책장을 덮었다. 어떤 이야기들은 내게 몹시도 힘이 든다.










언급한 책들이 어떤 장면들에서 그러했다면, '플래너리 오코너'의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실린 단편 모두가 그렇다. 이야기가 모두 힘들다, 모두. 네 개의 단편을 읽고 망설이다가 갑자기 퍼뜩, 내가 보관함에 넣었던 책, 《플래너리 오코너》가 생각났다. 어? 플래너리 오코너????? 그 작가 이 작가 아니야? 하고 나는 내 손에 있던 책의 작가 이름을 본다. 맞았다. 플래너리 오코너다. 제기랄. 이 작가의 책 한 권을 다 읽기도 이렇게 힘이 든데, 다른 하나를 또 사서 읽는 걸 할 수가 없다. 나는 플래너리 오코너의 이름을 외운다. 나는 앞으로 이 작가를 피해갈 것이다. 그리고 보관함으로 달려간다. 최근에 넣었던 책, 《플래너리 오코너》를 삭제한다. 어휴, 나는 당신을 읽을 힘이 없습니다, 미안해요. 당신을 읽는 것은 다른 강한 사람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나는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악한 사람에 비해 선한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악한 사람들 조차도 본래 악하게 태어난 게 아니라 상황이 악한 성향을 툭툭 건드려 내뱉게 했다고도 생각한다. 인간이 지구를 망치지만, 더 많은 인간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인간이 만든 제도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걸 뜯어 고치자고 말하는 사람들도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인간을 신뢰한다. -오빠 믿지?와는 다른 문제다. 오빠는 믿어서는 안돼.- 그래서 플래너리 오코너는 나와 대치지점에 서있는 것 같다. 우린 마주보고 서서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싸우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거다. 이 책,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제목이 말하는 바 그대로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는 걸 계속, 거듭 얘기하고 있다. 이 세상에 좋은 사람은 없고, 혹시나 싶어 한 줄기 희망을 가져볼라치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그런 사람들과 그런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물론, 나는 이 이야기가 작가가 과장되게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렇게 매번, 짓밟을 수 있을까. 하아- 너무 힘들다. 정말이지, 플래너리 오코너는, 좋은 사람은 없다니까!!!!!!!!!!!!!!!!!!!!!, 하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있을 줄 알았지? 꿈 깨! 없어. 



아마도 이 책은 인간에 대한 혹은 삶에 대한 희망이 그다지 없거나 모든 일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봐, 내 말이 맞다니까' 하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플래너리 오코너를 피해갈 것이다. 힘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쨌든 끝까지 다 읽긴 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힘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헤드 씨는 나이를 먹는 것이 대단한 축복이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만이 삶을 차분히 이해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고 그런 뒤에야 비로소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달에게 일러주고 싶었다. 적어도 그가 경험한 바로는 그랬다. (p.166)




요즘에는 내가 점점 더 예뻐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매일 한다. (응?) 나는 어떻게 나이들수록 예뻐지냐..라고.. (  ") 일전에 정식이가 '너는 삼십대 되고나서부터 포텐 터졌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후반에 이를수록 더, 더, 더, 더 멋져지는 것 같다. 삶에 있어서, 관계에 있어서, 여전히 나는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나 될 수 있었던 건, 이만큼을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도무지 건질만한 게 없었던 대학시절, 기억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 이십대 중후반의 삶 같은 것들. 나는 내 젊음을 정말이지 길바닥에 그대로 패대기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겪고 나니, 나는 그때보다 나은 인간이 되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더라. 어떤 것들이 상대에게 실례인지는, 내가 실례를 해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내가 어떤 부분들에 있어서 함부로 다가갔었기 때문에 깨닫게 된 건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한다면, 과거의 시기들을 거쳐 그나마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내 젊은(혹은 어린)시절이 딱히 좋을 게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시간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 있었던 시간일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분명 어떤 점에서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꼿꼿하고 도무지 꺽일줄 모르는 성정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어릴때나 지금이나 솔직한 성격임에도 변함이 없지만, 이제는 말을 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신중해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사십대가 되고 오십대가 되어 지금의 나를 돌이켜봤을 때 어쩌면 이리도 어수룩할 수 있었을까,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십대의 나 보다는 지금의 내가 낫다. 



부족한 게 있다면 색기...인데(응?), 나는 내 눈에서 분명히 색기를 보는데, 어제 대화중에 B는 내 눈은 '착한 눈' 이라는 거다. 하아- 상처받았어. 나 색기 있다고 바득바득 우기노라니 B 는 '그럼 나 안보이게 감춰놨나보다' 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내 눈에서 색기를 봤고, 그래서 남동생에게 '야 내 눈에 색기있지?' 라고 물었었는데, 그때 남동생은 '그건 색기가 아니라 똘끼지' 했었더랬다. 크- 내 눈에 색기는 나만 보는가 싶어, 오늘은 여러사람들에게 물었다. 회사 여자동료에게 물으니 착한 눈이란다. 색기는 없단다. 그렇지만 아이라인으로 만들어 보자며....정식이에게 물었더니 선한 눈이란다...물새 눈이라고....물새는..뭐여...여자친구 다른 두 명에게 물었더니 착한 눈...이란다..강아지 눈이라고...하아- 왜 아무도, 아무도 내 눈에 색기를 못보지? 왜 나만 보지? 나 고양이 눈 같지 않어? 했더니 '곰 눈 같다'고 여동생은 말했다. 하아- 이것만 있으면 완벽해질 것 같은데. 하아- 이래저래 갈 길이 멀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기전, 그러니까 아침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 회사 동료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오늘 점심 돈까스 먹자.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이렇게 계획적인 여자사람인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먹으러 갈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졸 하루 계획 다 짜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일 약속 모레 약속 글피 약속 있는데 이미 먹을거 다 정해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계획적이고 이성적인 여자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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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0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12-1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돈까스 드셨습니까????
돈까스 덮밥이 진짜 정말 엄청 먹고 싶네요 ㅠ..ㅠ

2.플래너리 오코너의 책은 저도 패스.
저는 이미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3.흠...그래도 착한 눈이, 강아지 상이 나을것 같은데 말입니다.
저는 늘 싸나운 눈, 뱀눈, 새눈깔(물새눈 이런게 아닙니다!)이런 이야기를 듣는데요.........
그래고 색기는 뭐 언젠가 애인에게만 직접적으로 쏴주면 되는거죠 . ^^

4.아! 다음번에 만나면
야!!!
이....색기가!!!!! 라고 해 드릴께요
^0^

다락방 2014-12-10 17:31   좋아요 0 | URL
1. 당연히 돈까스 먹었지요. 맛있게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2. 아무개님은 왜 그렇게 믿게 되었을까요?? 그렇게 믿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3. 저는 착한 눈, 강아지 눈을 원하지 않습니다. 색기있는 눈, 쌍년 눈을 원합니다. 이런 순딩이 눈이 아니라요..축 쳐진 순딩이 눈 ㅠㅠ

4. `이 색기가` 라는 말을 아무개님까지 총 세 명에게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어주는 여자 2014-12-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저희 회사식당 메뉴 계란볶음밥에 돈가스 나왔어요 ㅋㅋ
하하 이런 타이밍 ㅋㅋㅋ 맛있게 큰 조각으로 3개나 먹었네요 ..
오늘 이 글 저 글 보면서... 친해지고 싶고. 더 알고 싶고.. 궁금해요 모든게 ㅋㅋㅋㅋ

다락방 2014-12-10 17:32   좋아요 0 | URL
계란볶음밥에 돈까스라뇨...잇힝 맛있고 배부르고 따뜻했을 것 같아요.
저도 돈까스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기가 두꺼워서 몹시 흡족했어요. 돈까스 고기는 자고로 두꺼워야 하니까요! 불끈!!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반갑습니다, 헤헷.
자주 봬요.
:)

Mephistopheles 2014-12-10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찾아보시면.....돈가스를 리필해주는 식당도 있습니다...

그것도 무려 ˝무한˝으로....!!!!!!!!!!!!

다락방 2014-12-10 17:32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제가 리필해 먹을 정도로 양이 많은 여자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도 메피스토님이 가장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네?

Mephistopheles 2014-12-10 19:01   좋아요 0 | URL
느낌표를 두번이나 거푸 쓰시며 은연 중 동조를 호소하셨지만, 어림없습니다.

에르고숨 2014-12-1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나온 오코너 단편선에 책세상판 작품들이 다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저는 <좋은 사람은>을 삭제하고 현대문학판을 보관 중이었답니다.ㅎㅎ 다락방 님이 무섭다하시니 어째 더 혹하는 제 마음;;(이것도 `똘끼`인지?) 고백건대- 다락방 님의 매력은 색기보다는 선한 똘끼... (도망)

다락방 2014-12-10 17:34   좋아요 0 | URL
에르고숨님은 저보다 더 이 책을 잘 읽으실 것이고 좋아하실 거라고, 저도 생각해요 에르고숨님.
에르고숨님께는 흡족한 단편집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하아- 역시 제게 어울리는 건 색기보다 똘끼...일까요? 어쩐지 제가 가지고 있기도 그 편이 더 편한것 같긴 합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4-12-1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떤 것들이 상대에게 실례인지는, 내가 실례를 해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아... 무척... 공감이 갑니다!
- 오늘 업무시간에 무거운 서평 낑낑 쓰며 ˝그래, 역시 이 맛이지˝ 라고 씨익 웃으면서

다락방 2014-12-10 17:3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뽈따구님도 주로 근무시간에 글을 쓰는, 그런 분이신가요? 하하하하하

유부만두 2014-12-1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전 강하고 쎈 독자인거군요.
근데, 그거 아세요? 오늘 전 <환상의 빛>을 완독했는데요,
이 책 역시 환상적으로 선하기만한 세상을 보여주진 않아요... 하지만 오코너 책 만큼 무자비하게 권총으로 독자의 마음을 갈겨(?)대진 않아요. 겁나시죠? ㅎㅎ

다락방 2014-12-10 17:45   좋아요 0 | URL
아오, 근데 오코너는 모든 단편이 그래놓으니 아주 그냥 지치더라고요. 무서워 ㅠㅠ
뭐랄까, 왜 로맹 가리는 단편이 서늘- 하잖아요. 로맹 가리도 세상이 아름답고 룰루랄라 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서늘한 세상을 보여주잖아요. 로맹 가리의 단편은 완전 좋은데, 캬- 기가 막히는 구나, 하는데 오코너는 그냥 무섭다는 생각 밖에 안들어요. ㅠㅠ
환상의 빛..이 그래요?
이번 지름에서 빼버려야겠어요. 흥!!

유부만두 2014-12-10 18:01   좋아요 0 | URL
근데, 어쩌죠? ... 환상의 빛, 아름다운 소설이에요....

다락방 2014-12-10 18:03   좋아요 0 | URL
그러면 좀 생각해보는 걸로... ㅎㅎㅎ

mira 2014-12-10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스트 몇장읽고 끔찍해서 안읽고 있는데 ㅎ

다락방 2014-12-10 17:47   좋아요 0 | URL
전 팔아버렸어요. 너무 힘들어서...휴.... Orz

dreamout 2014-12-1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이어서 안샀어요.. 아주 긴 소설도 못 읽어, 짧은 소설도 못 읽어.. 저는 그렇네요. ㅠㅠ

다락방 2014-12-14 20:14   좋아요 0 | URL
대신 드림아웃님은 어려운 책도 잘 읽으시잖아요. 전 드림아웃님 서재에서 간혹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책을 만나는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드림아웃님?
:)

2014-12-11 0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4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1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4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4-12-1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언제 같이 돈까스 먹읍시다♥

다락방 2014-12-14 20:17   좋아요 0 | URL
좋습니다! 돈까스 좋죠, 아른님도 좋고! :)

스윗듀 2018-03-1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다락방님! 이 책 아직 있으세요?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요ㅎㅎㅎ 검색해보니까 절판인데 현대문학 단편선은 읽지도 않고 팔아버려섴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플래너리 오코너라는 이름이 자꾸 밟혀요.......

다락방 2018-03-15 19:25   좋아요 0 | URL
없어요! 읽고나서 바로 팔아버려서...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