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외국에서 신문매체는 정치적 당파성을 내세우는 게 익숙하다.
미국, 영국 등의 신문들이 대선이나 총선 며칠 전에 사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지지후보 또는 정당을 밝히는 게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선거후보자나 고위 공직자 검증에 이르면 매체의 당파성과 무관하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확립된 기풍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버락 오바마가 상원의원으로 활동할 때의 의혹어린 행적을 추적보도했다. 그의 후원자들이 관련된 조류인플루엔자(AI) 치료제 개발회사의 주식매입과 그 치료제 개발 지원법안을 오바마가 제출했다는 내용이었다. <뉴욕타임스>는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개지지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큰 공직선거 때마다 탐사보도 특별팀을 가동해 후보의 돈줄, 재산내역 등을 촘촘하게 검증한다.
<마이애미 헤럴드>의 탐사보도팀은 시장선거에서 매표 사례를 밝혀내 1999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제이비어 수아레즈 시장이 노숙자나 부랑인들에게 1표에 10달러의 매표행위를 한 사실을 적발함으로써 당선취소를 이끌어낸 것이다.
<보스톤글로브>는 오바마의 대학 때 주차위반 범칙금과 과태료 등 사소한 법률 위반 문제까지 샅샅이 추적했다. 결국 오바마는 19년이나 잊고 지낸 과태료 미납분을 올 초에 납부했다. 어쨌든 미국 언론계에선 후보검증이 우리 이상으로 활발하다. 그러나
특정 언론매체가 정치적 고려 속에서 이중의 검증잣대를 적용한다는 시비는 거의 없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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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총리검증’ 때와 보도행태 너무 다르다
지난 2002년 <한겨레>를 포함한 거의 모든 언론은 당시 장상·장대환 총리서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크고 작은 의혹들을 잇따라 제기했다. 두 총리서리는 쏟아지는 각종 의혹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국회 인준 투표에서 부결돼 낙마했다.
그러나 최근 조·중·동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보도는 이와 크게 비교된다. 당시에는 이들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등에 대해 철저한 검증 잣대를 들이댄 반면에,
최근 이 후보에 대해서는 비슷한 사안임에도 관대함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대통령선거의 유력 주자에게 오히려 총리보다도 느슨한 검증 기준을 적용하는 셈이다.
당시 두 총리서리 의혹 보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언론은 <동아일보>였다. 동아는 장상씨의 총리 지명 다음날인 7월12일치부터 사회면에 ‘아들 미국적 논란’ 기사를 시작으로 ‘학력기재 시비’에 이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잇따라 제기했다.
장상 총리서리 인준안 부결 직후 새롭게 지명된 장대환씨에 대해서도 의혹 제기는 이어졌다. 동아는 8월15일치 4면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은행 대출 특혜 의혹, 골프장 회원권 5개 보유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당시 장상 총리서리의 아들 미국적 논란과 학력기재 논란을 주요기사로 다뤘다. 장대환 총리서리에 대해서도 조선은 8월21일치 4면을 통해 재산 형성 과정, 자녀 문제, 신문사 경영 관련 등 세 항목으로 나눠 쟁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언론이 고위 공직자를 꼼꼼하게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총리 후보에게는 그토록 엄격했던 언론들이 더 중요한 대선 후보에게는 왜 다른 검증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