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평양의 교통경찰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양 트래픽 레이디스’(Pyungyang traffic ladies)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분주한 교차로 중간에 서서 수신호를 보내는 여자 경찰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마 외국인이 안내원의 눈을 피해 몰래 찍은 듯하다.

파란 제복을 입은 경찰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자동차에 신호를 보낸다. 두 발을 모으고, 팔은 언제나 직각, 한 번의 회전으로 뒤로 돈다. 그리고 교대 시간. 다른 여자 경찰이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팔을 흔들며 들어오고, 눈을 맞춘 두 경찰은 임무를 교대한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로봇 같다”는 반응에서 그쳤지만, 상당수는 북한 체제의 특성과 연관시켜 비판적인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저렇게 힘주지 않아도 되는데, 여하튼 교대할 때는 웃기다.”

하지만 이런 댓글도 있었다. “우리나라 백화점 가면 비슷한 로봇 많이 있던데, 저 정도 가지고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손도 이상하게 흔들고, 말투도 야리야리하던데… 둘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게 이상할지 상상해보니 웃음만 나온다.”(아이디 ‘우리나라도’, 판도라티브이닷컴)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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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전방위적 지식인 정약용의 치학治學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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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KBS 역사스페셜에서 조선의 과거시험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임금 앞에서 시험을 치루기 전까지 선비들이 치뤄야 하는 시험은 모두 세 번. 이 세 번의 시험을 통해 전국에서 서른 세명을 선발합니다. 이 시험을 위해서 조선의 선비들은 자신의 키 보다 높이 쌓인 수 권의 책들을 독파해야 했습니다. 시험의 시기나 방식, 내용이 오늘날의 고시와 무척 비슷하더군요.

- 정약용 선생은 이런 과거시험에 합격하고 관직에 진출합니다. 서인 노론을 견제하기 위해 남인 계열을 등용했던 정조의 정치전략도 한 몫 했을겁니다. 여튼, 정약용 선생은 서른 가까운 나이에 정조의 초계문신제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정조의 화성 건립에도 기여합니다. 이후 경관직 뿐만 아니라 외관직으로도 근무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천주교에 나름대로 관대했던 정조 사후에는 노론 벽파에 의해 강진으로 유배됩니다.

- 강진에서 선생은 200여권이 넘는 책을 지었습니다. 저술한 책도 있지만, 편집한 책도 많이 있었습니다. 주목할 것은, 그의 저작이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는 것인데요, 이미 잘 알려져 있는<목민심서> <흠흠신서>와 같은 정치 분야나 <아방강역고>와 같은 지리 분야 외에도, 교육, 토목, 의학, 자연에 이릅니다. 여러 편의 시도 썼고, 경학 예학 등에도 박식했습니다. 닭을 기르다가 <계경>(닭 기르는 방법)을 저술했다는 일화가 인상깊었습니다.

- 선생이 유배에서 풀려났을 때는, 머리와 이가 다 빠졌다고 합니다. 오직 건강에만 소홀했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의 엄청난 저작에 당시 선비들도 무척 놀랐다고 합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일본 알기 열풍이 불고있었다고 합니다. 북학의 태동기이기도 했지요. 조선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적지않은 책들이 저술되고 필사되어 유통되었습니다. 물론, 선생은 그 이상이었죠. 저자인 정민은 당시 선비들의 연구와 저술 활동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 같습니다. 저자는 선생의 엄청난 활동력에 놀라는 것과 동시에 저술 방법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선생의 방법 그대로 이 책을 지어냈습니다. 목차가 무척이나 깔끔합니다.

- 중복되는 부분이나 방법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을 제외하고, 간단히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초 학습에 충실한다. (2) 무엇을 공부하고, 왜 공부하는지를 명확하게 한다. (3) 주제가 정해지면 목차를 먼저 정한다. (4) 관련 자료를 꼼꼼하게 수집한다. (5) 수집한 자료를 충분히 읽고 중요한 내용을 초서(카드작업)한다. (6) 목차에 맞추어 카드를 분류한다. (7) 문제의식은 끝가지 쫓아간다. (8) 저술한다. 인데요,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공부" 라고 선생은 여러 번 강조합니다.

- 편집 외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1) 수시로 메모하라. (2) 문제의식을 확장하고 정돈하기 위해 서면 토론을 활용하고, 두 세명의 논평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라. (3) 작업을 하기 전에 조례를 정하고 작업을 분담하라. (4) 동시에 여러 작업을 병행하라. 등입니다. 공부하는 자세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학문 외적인 일에도 공부의 방법을 적용하라던지, 주기적으로 주변 정리를 하라던지, 일상에 운치를 곁들이라던지, 인간의 기본도리를 벗어난 공부는 쓸모가 없다던지 하는 조언을 하고 계십니다. 선생은 효용성이 없는 공부, 현실에 쓸모없는 공부, 공부를 핑계로 온 식구들을 배곯리며 고고한체하는 학문을 가장 혐오했다고 하네요.

-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선생의 방법일 뿐입니다. 실제, 자신의 공부 방법, 습관에 적용하는 것은, 분명 한 권의 책을 짓는 것 만큼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자 역시, 논문을 쓸 당시의 저자의 경험을 살짝 들려주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실거에요. 저 역시 꿰지는 못한 채 담고만 있는 수 개의 개인 블로그의 구슬들을 되돌아봅니다. 목적도 쓸모도 없이, 번듯한 분류에 갈무리만 해놓은 후에 거들떠보지도 않은 자료들이죠.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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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윤종찬 감독, 장진영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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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하나. 조선 땅에 일본 군대가 입성한다. 어른들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아직 민족 의식 따위가 없는 아이들에게, 일본 군대는 식민 지배를 위한 무력이 아니라, 그저 새로운 문화일 뿐이다.

- 장면 둘. 소녀 박경원은 아버지에게 학교에 보내달라고 말했다가 혼줄이 난다. 울며 뛰쳐나온 그녀가 밀밭에서 본 것은 (안창남의 것으로 짐작되는) 경비행기이다. 아직 민족 의식 따위가 없는 아이들에게, 조선은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 가난과 여자라는 이중 굴레 때문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나라일 뿐이다.

- 장면 셋. 일본비행학교에 입학한 박경원. 비행 기술을 배우는데 있어서 자동차 정비가 필수적이라는걸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아무튼 그녀, 밤에는 택시 회사에서 일을 한다. 학비도 벌고, 자동차 정비도 실습하고, 일석이조. 다만, 아쉽다. 실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되어있는 그녀의 자취가 영화에서 생략된 것이. 무척이나 겸손해보이던 감독이 영화적 재미 때문에 생략했을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문제였겠군.

- 장면 넷. 벚꽃비행이 있는 날. 승객은 참의원인 한지혁의 아버지, 조종사는 이등비행사가 된 박경원, 시설과 장소는 일본군의 기상장교가 되어 돌아온 한지혁이 마련한다. 그리고 박경원과 벚꽃비행을 취재하기 위해 건너온 조선의 신문기자까지, 벚꽃비행이 이들은 한 자리에 모은다. 조선의 신문기자는 갑자기 카메라 대신 총을 꺼내어 들고, 참의원들을 쏜다. 이내 총구가 한지혁을 향하는 듯 하다 자신의 관자놀이를 겨눈다. "조선적색단 만세! 조국독립 만세!" 그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 장면 다섯.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있는 후원회장. 박경원은 허탈해하고 있다. "조선 사람들이 도와줄 것으로 알았다."며 말끝을 흐린다. 실제, 재일 조선인들은 그녀의 고국비행을 유사 친일행위로 생각했고,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추측하건데, 조선인들의 냉담한 반응은, 그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고위관료들을 만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 장면 여섯. 박경원에게 전해진 한지혁의 유해와 편지. 한지혁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 의식없이 편한대로 세상을 살아온 나 같은 사람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 좀 엉뚱하긴 하지만, 이 두 장면에서 일제 시대의 풍경이 궁금해진다. 우리가 배워 알고있는 일제 시대의 풍경은, 대부분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일어났던 사건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테라우치나 사이토, 이승만이나 김구, 안창호, 김좌진, 신채호, 박헌영, 안중근 보다 박경원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뚜렷한 정치적 행위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좀 더 무게있게 다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른 삶들도 충분하게 다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지주가, 교장과 선생이, 사장과 관리자가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사람들은 농사는 짓고, 학교에는 가고, 세끼 밥을 먹고, 일자리를 찾았을 것이다. 나는 이들의 삶에도 관심이 있다.

- 장면 일곱. 박경원은 조선적색단 사건으로 감옥에 갖힌 한지혁을 면회한다. 한지혁은 박경원에게, 비록 일본의 전쟁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더라도, 고국비행을 하라고 격려한다. "조선이 네게 해준 것도 없잖아.." 하지만, 애국심 따위가 아니더라도, 전쟁의 선전은 고민거리가 된다.

- 마지막으로. 초반부에 소녀 박경원이 하늘을 나는 꿈 장면만 제외한다면,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비행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의 삶을 영화화 하는 데 있어서 무척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던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아쉬운 점, 물론 있다. 굉장히 여러 번 수정된 시나리오라고 하지만, 박경원의 내면에는 그다지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나 처럼 평범한 관객에게도, 고작 술에 잔뜩 취하거나, 줄담배를 피워대는 모습에서 한 사람의 내면을 짐작하는건 꽤 익숙하다. 더구나, "하늘에는 남자, 여자, 조선, 일본, 그런게 없잖아."라는 대사는, 지나치게 적극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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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고구려 평원을 달리던 사극의 무대가 조선시대로 옮겨왔다. 9일 첫 방송된 한국방송의 <한성별곡-정>, 9월말에 방송 예정인 채널 시지브이의 <8일>,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는 엠비시 드라마넷의 <별순검>은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추리물이다. <왕과 나> <이산-정조대왕> <사육신> 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사극들도 하반기에 줄을 잇지만, 이들 3편의 역사추리물은 한국적인 장르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다르다.

<한성별곡-정>은 개혁을 꿈꾸는 임금과 신권을 주장하는 보수적인 정치세력들의 대립 속에서 음모와 사건에 휘말리는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정조 암살 미스터리를 다루는 <8일>은 오세영 소설 <원행>을 원작삼아 정조를 시해하려는 벽파와 정조를 주축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시파의 숨막히는 대결을 전개한다. <별순검>은 조선후기 경찰임무를 수행하던 순검들이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하며 결정적 운명에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이들 드라마가 그린 조선후기는 보수세력과 혁신세력이 나라의 운명을 두고 절체절명의 승부를 벌이는 시기로서 극중 정치세력이나 논란거리가 21세기 모습과 닮았다. 특히 수도를 화성으로 옮기면서 정권을 개혁하려 했던 안내상(<한성별곡-정>)과 수구·개혁 모두로부터 견제를 받는 김상중(<8일>), 극중 두 정조대왕을 보면 현실의 어떤 인물을 떠올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2006년 고대사극이 ‘역사적 정통성 논란’을 부추겼다면, 지금 조선사극은 ‘현재적 정치논쟁’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쯤되면 막가자는 건데…”라는 대사까지 구사하며 상당히 강력한 현실정치의 패러디를 시도한 <한성별곡-정>은 복고의 틀에 갇혀 있던 사극을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8일>을 연출하는 박종원 감독도 “정조가 원래 흥미로운 인물이기도 하지만 개혁과 보수로 사회가 갈리며 권력의 비극적인 속성이 드러나는 대선정국의 분위기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추석무렵으로 방송 시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들 세 사극은 멜로드라마를 벗어나기 위해 꾸준히 시도했던 미스터리물의 연장선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한성별곡-정>의 곽정환 피디는 “애당초 외주제작사 주도의 멜로드라마를 대체할 장르드라마를 찾으려는 내부 프로젝트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별순검>의 이재문 피디는 “현대물로 미국 <시에스아이>에 비길 만한 걸 만들기는 어렵지만, 역사추리물 같은 독특한 스타일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단다. <8일>은 케이블방송 최초 사극이자,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의 박종원 감독이 처음으로 만드는 드라마이다. 배우들은 전부 신인이나 중견 중심의 캐스팅에 기존 천편일률적인 16부작 미니시리즈와는 달리 8부(<한성별곡-정>), 10부(<8일>), 20부 시추에이션극(<별순검>) 형식으로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미술에 투자하는 등 기존 드라마 제작관행을 탈피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작년에 지상파에서 시도했던 4부작 미스터리물은 케이블로 번져가며 새로운 형식의 자체제작 시도를 부추겼다. 올해의 역사추리물에는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 첫 검증은 지금 방송중인 <한성별곡-정>이 될 것이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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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영화감독과 노동자가 만났다. 노동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니, 진짜 노동자들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극장이 아니라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있으면 찾아가 영화를 튼다. 그래서 디브이디가 먼저 나왔다. 독특한 35분짜리 중편영화 <00씨의 하루>(감독 박정훈)의 이야기다.

<00씨의 하루>의 주연 배우 3명은 연극 동아리 활동조차 안해봤다. 밑천은 영화 주인공 문씨, 허씨, 강씨의 심정을 빤히 안다는 점이다. 금속 공장 직원인 주인공들처럼 김은철(42·문씨역)씨와 강방식(39·강씨역)씨도 금속 공장에서 손마디가 굵어졌다. 노조 활동으로 해고 된 뒤 은철씨는 민주노총 상근자가 됐고 방식씨는 곤충 농장을 한다. 박현철(46씨·허씨역)씨도 같은 이유로 해고된 뒤 전국사회보험노조에서 일하고 있다.

<00씨의 하루>는 평범하고 특별한 주인공 문씨의 일상을 좇는다. 동료 강씨는 용접기계로 라면을 끓여먹는데, 사장이 나타나자 기계 사이로 도망 다니며 젓가락질 하는 모습이 하루 이틀 내공이 아니다. 12시 땡 치기가 무섭게 족구장으로 향하고, 시간은 어제의 복사본처럼 흐른다. 다만 그날 허씨는 손가락 2개를 잃었고 밤엔 유난히 장대비가 쏟아졌다.

영화를 찍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들을 만났다. “캐스팅은 완벽했죠. 어설픔과 연습된 느낌이 충돌하면서 어떤 에너지가 나오는 것도 같고….” 박 감독의 해설은 멋들어졌지만 배우들은 어색해했다.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장대비가 세상을 쓸어가 버리라고 하지’ 그 대사, 주제를 드러내는 부분인데 내가 영….”(김은철) “손가락 붙이려고 간 병원 장면은 우리 잘 하지 않았나? 연기할 때 뭉클한 게 올라오더라고.”(박현철) “그 장면에서 저도 잘한 거 같애요. 자기가 다쳤으면서 친구들 위로하려 드는 동료를 볼 때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는데 저는 눈물이 살짝 고이는 정도가 맞을 거 같더라고…” 강방식씨가 자랑스레 웃었다. “그게 모두 첫 번째 찍을 때 했던 연긴데 영화엔 두 번째 찍은 걸로 들어갔지….” 세 명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묻어나자 “제 실수로 날려버려서 그렇게 됐다”며 감독이 말꼬리를 내렸다.

<조폭마누라> 조감독을 했던 박정훈씨는 올해 초 ‘노동자의 힘’이란 단체의 공부 모임에서 이들을 만났다. “노동자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시원하게 하고 싶었어요. 배우들과 이야기해 봤는데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오더라고요. 실제 노동자가 출연하면 신선하겠더라고요.” 박현철씨는 “단역인 줄 알고”, 김은철씨는 “주연인 줄 알았지만 때마침 술 기운에”, 강병식씨는 “평생 언제 영화 출연해 보겠냐”란 생각에 박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작비 1500만원은 감독이 인맥으로 긁어모았다.

세 주연은 대본 읽기 연습을 했던 두 달이 가장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 감독은 “일주일에 4번 대본연습을 했는데, 보통 영화보다 10배 수준이었다”며 “원래 그런다고 거짓말했다”고 웃었다. 5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모두 일이 있으니 주말에 강행군했다. 스탭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주연 배우들이야 지출봉사죠. 밥도 많이 사셨거든요.”(박 감독) 또 연기할 계획이냐고 물으니 박현철씨가 웃었다. “에이 그러겠어요. 이번엔 우리 이야기니까 한 거죠….”

단체로 영화를 ‘불러서 보고’ 싶거나 디브이디를 구매하려면 홈페이지(www.mr00.co.kr)에 글을 남기면 된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이정원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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