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매년 국군의 날이 가까워올 때마다 “올해도 그냥 넘어가는구나” 하고 가슴이 메어진다. 친일 앞잡이들 일색의 이승만 정부 국무회의에서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국군의 날을 10월1일로 간단히 결정해 버렸다.

친일 마수의 괴력이 지금까지 뻗어 있어서일까?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가 그렇게 줄기차게 날짜 변경을 주장해 왔건만 무슨 영문인지 묵묵부답이다. 국군 통수권자께서 “군도 역사를 바로 세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도록 하라”고 했는데도 군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핵심 고리인 이 문제에 대해선 우이독경이다.

일본군 출신들과 독재 권력 아래 철저히 세뇌되고 극우화된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등 직업군인 출신들에 압도되어서인지 역대 정부 모두 나몰라라 손을 놓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에는 전혀 사실이 아닌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군의 날 축소설”을 예의 선동 신문과 당국이 주고받는 언론 플레이를 통해 청와대를 압박하며 국군의 날을 원래대로 되돌려 국민적 축제로 만들려는 시민적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이렇게 국군의 날 하나도 제대로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군은 아직도 친일 앞잡이들의 망령에 잠식되어 있으며, 군사쿠데타 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현역 장병이나 제대 군인 누구에게나 물어보라. “국군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가?”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자부심이 매우 희박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부심 없는 군대는 사기가 없는 죽은 군대다. 자부심이 없으면 하급자를 못살게 군다. 전장에서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민간인을 학살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제주 4·3 학살, 여순 학살, 구례 학살, 임실 학살, 함평 학살, 그리고 5·18 광주 학살 …. 이 모두 민족적 자존심이 없는 상관의 지시에 따라 저지른 짓이었다. 민족적 자부심 없이 어떻게 민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친일 앞잡이들은 민족정기를 자르고 민족혼이 죽은 군대로 만들고자 절치부심해 왔다.

자부심은 국군의 역사를 통해 터득되고 함양된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바로 국군의 날이다. 국군의 날을 어떤 날로 하고 있느냐는 장병 정신교육의 기본이 되며, 군대문화 및 의식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국군 창설의 목적과 의의를 되새겨 국군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자부심을 드높이는 뜻깊은 탄생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국군의 자랑스러운 항일 무장투쟁 역사를 도외시하고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에 의미를 부여한 날을 기념함으로써 그 역사적 의의가 퇴색되었다. 오로지 ‘북진통일!’ ‘쳐부수자 공산당!’ 따위의 냉전의식 세뇌를 위한 근거로 활용하고자 급조된 날인 10월1일은 통일을 준비하는 시대정신에 역행한다.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법통은 항일 독립운동의 구심체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기에 임시정부의 정식 군대였던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이 국군의 날이 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국군의 날을 개정해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해 온 자랑스러운 자주적 민족의 군대라는 국군의 정체성을 분명히해야 한다. 그리하여 바로잡은 국군의 날을 국민의 축제로 만들어 국군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을 획기적으로 드높이자. 이는 왜곡된 군 과거사 정리를 마무리하는 결정적 조처며, 통일을 준비하는 평화지향의 국방정책 구현에도 기여할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반드시 매듭짓기를 당부한다.

표명렬/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예비역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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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진보개혁 성향의 유력한 학술연구단체 세 곳이 19일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한국 사회의 새로운 국가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걸고 꽤 큰 규모의 합동 심포지엄을 연다. 이번 행사는 우선 규모와 참여범위 면에서 흔치 않다. 행사에는 대선후보 선출을 앞둔 범개혁진영의 전략 설정을 위한 공론화 의미도 담겼다고 주최 쪽의 한 인사는 밝혔다.

세 단체 가운데 ‘좋은정책포럼’은 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으며, 참여정부의 두뇌 구실로 참여했던 학자들이 다수 가세했다.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은 외교 안보 분야에서 실증적 분석에 기초한 정책대안 제시에 힘써왔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복지분야 사회정책을 자문한 학자들이 꽤 참여하고 있다.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은 성장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동시에 잡을 것이냐에 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형기 교수는 발표글 ‘한국경제 제3의 길: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제도 구축’에서 신자유주의는 지속 불가능하고 사회민주주의 정책은 실행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는 제3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내놓은 제3의 길 노선의 핵심은 재벌체제를 용인하는 대신 재벌은 노동의 경영참여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재벌체제에, 기업에 소속된 모든 종사자와 공존공영하는 것을 경영목표로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결합될 때 성장과 분배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라는 게 그의 관점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발표글 ‘사회통합적 세계화의 비전과 전략’에서 현재의 세계화를 ‘양극화 세계화’로 규정한 뒤 이를 ‘낙오자 없는 세계화’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방안으로 국내 개혁과 선순환 고리로 연결되는 전략적 개방 정책을 펴야 하며 양질의 일자리 증대가 동반하는 산업정책과 성장 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수 교수는 논문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사회정책’에서 양극화 대책으로 재벌개혁 등 공정 경쟁제도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고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은 과잉 현상을 빚게 되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중소기업이나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곧 독점력과 협상력이 강한 대기업에 흡수되는 이른바 ‘빨대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상태를 구조적으로 바꿔놓지 못할 경우 기업간 양극화는 해소되기 힘들고, 기업의 이익이 노동자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창조국가 전략과 균형발전 전략),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정부개혁의 과제와 전망), 조대엽 고려대 교수(생활정치와 민주주의 전망), 박순성 동국대 교수(남북관계의 과제와 전망) 등도 발표자로 나선다. (02)2123-4560.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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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한국출판인회의와 성공회가 독서문화를 바꾸고 독서인구를 늘리기 위해 일반인과 독서교육 전문가·교사 등을 대상으로 인문학 중심의 독서교육을 실시하는 ‘독서대학’을 만든다.
잠정적으로 ‘독서대학 르네21’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비작업을 계속해온 출판인회의와 성공회 관계자들은 지난 13일에도 만나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구체적인 일정을 점검했다.

대학 사무실 및 강의 장소로는 서울 덕수궁 인근 중구 정동 성공회 서울교구 대성당 1층을 중심으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출판인회의 공간도 활용하기로 했으며, 장차 독립적인 대학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교육과정은 2~3년을 중심으로 하되 주제별, 프로그램별로 다양한 중단기 코스들을 활용한다. 방학이나 휴가를 활용하는 1~2주일의 가족단위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여름·겨울 캠프, 지역 독서모임들 네트워킹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를 위해 양쪽은 이날 김한승 사회선교국장을 비롯한 성공회 관계자 5명과 이정원 회장 등 4명의 출판인회의 관계자로 운영진을 구성하고 교무처와 사무처도 조만간 꾸리기로 했다.

김한승 신부는 “사회가 너무 물질주의적으로 치달으면서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보수든 진보든 성찰과 소통이 절실해졌다”면서 “성찰할 수 있어야 집단간 소통도 가능하다”는 말로 독서대학의 설립취지를 밝혔다. 김 신부는 이를 위해서는 “독서가 제일”이라며 앞으로 독서대학에서는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든 참여해서 성공하기 위한 독서가 아닌 성찰과 소통을 가능케 하는 독서, 강의와 청강이라는 딱딱한 방식보다는 토론식 공부, 지역 책읽기 모임이나 여름 독서캠프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 독서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회와 성공회대학은 노숙자 등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를 한국에서 처음 실시하기도 했다.

들녘 출판사 발행인인 이정원 출판인회의 회장은 독서대학 설립을 “대중적인 인문학 부흥운동”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학력제한 없이 사회인, 노동자, 직장인 등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대안학교로서의 의미도 갖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교수진을 책 저자와 평론가, 교수 등 관련 전공자들로 짤 것이라고 했다.

운영진의 한 사람인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는 17일 교수진은 △우수한 도서를 출판한 저자 △기획단계에서 우수한 도서로 뽑힌 예비 저자 △고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소장학자 △독서교육에 관한 방법론을 전파할 수 있는 소장학자 중심으로 짜는 게 좋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씨는 또 학과구성은 동양고전학과, 서양고전학과, 교양독서학과, 독서교육학과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인문학 지원은 대학교수나 비슷한 지위의 사람들에게만 집중되고 있어 학문적 기득권층만 살찌울 뿐 그 연구성과의 출판계 파급효과가 지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면서 교수진을 소장학자, 기획자 중심으로 구성해 그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양서 집필과 좋은 강의, 책 판매 촉진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원 회장은 “구체적인 모집 학생 수와 교수진 규모 등에 관해서는 이달 말께 다시 만나 의논할 것”이라며 운영비용 문제도 “정부나 기업 후원 없이 성공회와 출판인회의가 공동으로 꾸려갈 것이며, 작으면 작은 대로 내실 있게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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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력위조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정아씨는 어떻게 불과 30대 초중반의 나이에 동국대 교수가 되고 그 뒤 광주비엔날레 총감독까지 될 수 있었을까? 예일대를 나왔다는 거짓 학력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신씨가 교수와 총감독이란 거물로 성장한 것은 일단 큐레이터로서 언론의 인정을 받은 덕분에 가능했다. 1997년 금호미술관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간 20대 젊은 여성이 불과 2~3년 만에 미술계의 주요 큐레이터가 된 것은 언론매체들이 신씨의 의도에 휘둘려 그를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예술 장르와 달리 미술분야는 언론, 특히 신문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동영상보다는 이미지가 주가 되는 미술의 속성상 방송매체보다는 활자매체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미술분야가 대중과 만나는 통로가 사실상 신문뿐인 탓이다. 그래서 미술계는 언론의 보도와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미술계 양대 뉴스메이커인 화랑과 미술관 모두가 마찬가지다.

미술품 거래가 존재 근거인 화랑들은 광고가 불가능한 실정상 신문 보도가 유일한 홍보 창구이다. 특히 화랑들은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주면 작품을 매매할 때 콜렉터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를 근거가 되기 때문에 기사 게재에 많은 신경을 쓴다. 미술관들도 예전과 달리 전시 평가에 있어 미술계 내부의 미학적 평가 못잖게 대중적 성공도, 관객 동원 숫자 등을 중시하고 있다.

신씨는 이런 미술계의 속성을 꿰뚫고 초기 자기의 모든 성공 전략을 대언론 공략에 ‘올인’했다. 기자들과의 관계를 언론-취재원 이상으로 발전시키며 명절 때마다 선물을 따로 챙겼을 정도였다. 언론사들이 전문성을 크게 따지지 않는 기자 인사방식도 신씨가 기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전시를 검증할 능력이 없는 미술담당 기자들의 경우 일단 신씨의 능력에 크게 의심을 갖지 않고 넘어갔던 것이다.

여기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못잖은 신씨의 이런 탁월한 언론 관리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금호미술관이 신씨의 예일대 학력에 의문을 품고 그를 내보냈지만 신씨는 바로 굴지의 미술관인 성곡미술관으로 옮길 수 있었다. 친한 기자들이 나서서 추천과 부탁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언론 입맛에 맞는 취재원, 그리고 젊은 스타 여성 필자에 목말라는 언론의 속성도 신씨를 거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조선일보>는 신씨의 큐레이터 경력 2~3년에 불과했던 시절에 이미 신씨에게 칼럼을 부탁해 맡겼고, 상당수 일간지들이 신씨의 글을 실었다. 신씨는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중앙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동아일보>에는 지난 6월까지 칼럼을 썼다. <국민일보>는 신씨가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기사까지 썼다. 이런 지원을 받아 미술계 내부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신씨는 인맥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다. 최근에는 신씨가 현직 <조선일보> 간부와 <중앙일보> 기자가 포함된 정·재계 인사들의 사교모임 회원이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공들여 기자를 관리했고 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관계였기 때문에 신씨는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한 인터뷰에서 언론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털어놓기도 했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이 신씨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는데 대해 신씨는 “기자들이 악마 같다”라고까지 표현했다. 전시기획자 이섭씨는 “신씨를 만들어 낸 것도 언론이고, 신씨를 끌어내려 죽이는 것도 언론 같다”고 말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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