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론을 주장하는 자 누구인가? (중략) 너희들이 동양 평화, 한국 독립 보전을 담보한 조약에 먹물이 마르기 전에 삼천리 강토를 집어 먹던 역사를 잊었느냐?

문화운동론을 부르짖는 자 누군인가? (중략) 검열, 압수 등 모든 압박 중에 몇몇 신문 잡지를 가지고, 강도의 비위에 거스르지 아니할 만한 언론이나 주창하여 이것을 문화 발전의 과정으로 본다면, 문화 발전은 도리어 조선의 불행이다.

외교론의 주장은 (중략) 최근 3/1 운동, 일반 인사의 평화 회의, 국제 연맹에 대한 과신의 선전이 도리어 이천만 민중이 용기 있게 분발하여 전진하는 의기를 쳐 없애는 매개가 될 뿐이었도다.

준비론을 주장하는 자 있으니, (중략) 입고 먹을 방법도 단절되는 이때, 무엇으로 어떻게 실업을 발전하며, 교육을 확대하며, (중략) 군인을 양성한들, 일본 전투력의 백분의 일에 비교라도 되게 할소냐? "

"우리 지나온 경과를 말하자면 갑신정변은 특수 세력이 특수 세력과 싸우던 궁중의 한 때 활극이 될 뿐이며, 안중근 이재명 등 열사의 폭력적 행동이 열렬하였지만 그 뒤에는 민중적 역량의 기초가 없었으며, 3/1 운동의 만세 소리는 민중적 의기가 보였지만 폭력적 중심을 가지지 못하였다.

민중 폭력 둘 중 하나가 빠지면, 비록 천지를 뒤흔드는 장렬한 거사라도 또한 번개처럼 수그러드는도다."

(1923 <조선 혁명 선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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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 윤동주에게 연민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으나, 여튼 이 시는 잠시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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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흔히 '진보' 혹은 '보수' 가 옳고 그름을 가르는 가치라고 착각한다. 이런 착각은 주로 전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들은 자신이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종종 진보적인 '척' 하는 실수를 범한다.

- 하지만, 진보와 보수는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분류일 뿐, 강박관념을 가져야 할 도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즉, 비도덕적인 진보와 도덕적인 보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 진보든 보수든, 한정된 권력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하는 '정치적 이상' 을 목표로 한다. 보수는 현존하는 정치제도가 가장 합리적이라 주장하는 세력이고, 진보는 그것은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 진보와 보수의 도덕성은, 정치적 주장과 정치적 행동 사이의 시간과 권력의 차이가 발생하는 대의제 사회에서만 문제가 되는데, 왜냐하면, 직접 민주주의 사회라면 정치적 주장과 도덕성 사이의 시간적인 괴리는 없기 때문이다.

- 결국, 대의제 사회의 정치적 인간의 비도덕성이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추구'하지 않고 '이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비도덕적인 진보는 <혁명을 팝니다>가 지적했듯이,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정치적 이상을 이용하고, 비도덕적인 보수는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이상을 이용한다.

- 권력을 잡는 순간, 대의제 사회에서의 괴리는 사라진다. 그리고, 검증된다. 이것이 비도덕적인 보수 보다 비도덕적인 진보가 더 적어보이는 이유이다. 그리고, 확률적으로 보건대, 보수 혹은 진보 한 쪽이 도덕적으로 더 훌륭해야 할 이유 같은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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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 2007-10-04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이런 당연하고 간단한게 무시당하는 현실이 슬프군요.

sb 2007-10-04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황진이 초회한정판 (2disc)
장윤현 감독, 송혜교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 이 영화를 '역사영화' 카테고리에 넣을까 잠시 망설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1세기를 먼저 산 16세기의 여인'이라는 부제는 무색했다. 초점 없는 영화, 내가 영화를 보고나서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경우에 <황진이>가 속했다.

- 영화는 황진이에게도, 놈이에게도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그렇다고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은채 지리하게 흘러갔다. 
난봉꾼 주인에게 겁탈당한 아이를 마님께 빼앗긴 후, 색주가를 떠돌다 병들어 죽은 황진이의 어미. 규방 아가씨로 살아온 시절을 뒤로 하고 어미의 무덤을 찾은 황진이는 "나는 이 여인네처럼 살지 않을거다. 이 세상을 내 발 아래 두고 마음껏 조롱하며 살거야."라고 읊조린다. 그런데 이 여자, "내가 갈 길을 위해 네가 필요할 뿐이다."라면서 놈이에게는 "정조를 드린다."질 않나, 벽계수와 같은 당대 선비들을 찾아 유혹하며 조롱하는가 하더니, 서경덕을 두고는 진정한 도덕군자라 칭한다.

- 놈이는 한 술 더 뜬다. 놈이는 평생 황진이 한 사람을 가슴에 품어온 남자이자, 지방관과 아전들에게 수탈당하는 백성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으로 그려져있다. 물론, 등장인물이 어떤 캐릭터이냐는 연출자 혹은 작가 감독의 몫이겠지만, 개연성 내지 필연성은 필요하지 않을까. 황진이의 출생신분을 밝혀 혼사를 망쳐놓고 자괴감에 그녀 곁을 떠난 놈이가, 어떻게 초적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나타나는 것일까.

- 어떤 비평가는 사극의 주제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었는데, 한 가지는 권력을 둘러싼 투쟁(암투)요, 나머지 한 가지는 좌절된 개혁이었다. 지금까지 방영된 많은 사극들이 이 스펙트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어왔음에는 틀림없지만. <황진이>는 황진이와 놈이의 사랑을 근거로 이 두 가지 스펙트럼을 이어보려다, 황진이도 놈이도 보여주지 못한 애석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 시나리오. 정말 그렇게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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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우리 굿에 한바탕 미쳐보자. 우리 굿과 굿음악으로 삶의 응어리를 풀고 무박 2일간 밤새워 미쳐보는 ‘한국판 우드스탁’ 굿페스티벌이 벌어진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권영빈)이 창립 10년을 맞아 14~16일 경기도 수원과 의정부에서 굿연구소 주관으로 펼치는 굿음악제이다.

걸쭉한 굿판과 대중음악이 한바탕 난장을 벌이는 ‘굿 음악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5일 오후 2시부터 16일 새벽 5시까지 의정부시청 앞 잔디마당에서 무박2일로 펼치는 ‘소리굿 난장’. 경기도당굿·강릉단오굿·전라도 씻김굿·황해도굿 등 우리 굿과 시나위·경기소리·정가 등 굿음악의 진수를 맛보며 재즈·락·칸초네·샹송·퓨전음악 등 대중음악과 어떻게 어울리는지도 비교해볼 수 있다.

시나위 전문소리꾼(윤호세·추정현·신현식)들의 봉짝 시나위, 경기소리단체인 신시예술단(이강근·김명수·백영춘·이완수·이두영)이 경기소리 창법으로 부르는 칸소네와 팝송 공연 등 강호의 고수들의 퓨전 콘서트가 흥미를 자아낸다. 또 재즈 아티스트 강태환(알토섹소폰)·박재천(퍼커션)·미연(피아노)과 전통연주자 강은일(해금)·채수정(전라도 씻김굿) 등이 우리 전통 씻김굿을 재즈버전으로 들려주고 한국 락밴드의 이단아 크라잉넛이 기분나면 굿음악을 편곡해 연주한다. 더불어 고주방전통주연구소에서 전통제조법으로 담근 전통주를 맛보고 신점·육효점·타루점 등 신통방통한 쪽집게들에게 운세를 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14일 오후 2시부터 수원 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벌어지는 황해도굿 양식의 ‘운맞이 대동굿’은 굿 애호가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진짜 굿’이다. 큰 무당 김매물 만신과 황해도굿한뜻계보존회원 20여명이 7시간 동안 굿을 하기 전에 악을 울려 하늘과 땅에 알림과 동시에 주당 잡귀를 쫓아내 굿청을 깨끗하게 하려는 의식인 ‘신청울림’을 시작으로 신청울림, 세경돌이, 상산맞이, 초부정, 칠성, 영정, 타살, 작두, 열세왕, 뱅인영감, 대감, 뒷풀이 등 황해도굿 12판 전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김매물 만신이 시퍼런 작두날 위를 타고 춤을 추면서 온갖 액을 몰아내고 신으로부터 공수(신의 이야기)를 받는 ‘작두타기’는 이 굿의 고갱이. 굿판에서 정성으로 바친 통돼지는 굿이 벌어지는 동안 가마솥에 삶았다가 굿이 끝나면 굿판에 온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서 대운을 기원한다.

박흥주(50) 굿연구소 소장은 “우리 굿과 굿음악이 지닌 예술적 측면을 널리 알려 현대 대중음악에 기여할 가능성을 찾아보는 자리이면서 현대인들의 삶의 앙금과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어보는 대동놀이판”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정보는 경기문화재단(www.ggcf.or.kr)과 굿연구소(www.kut.or.kr). (02)2653-5133.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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