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일부만 임의로 편집함)

신군부가 1980년 10월27일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의 스님과 불교 관련 인사 등 153명을 강제연행하고 전국의 사찰.암자 5천731곳을 일제 수색했던 이른바 '10.27 법난' 사건의 진상이 규명됐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과거사위)는 25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10.27 법난 사건의 전후과정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법난 사건이 신군부세력에 비우호적인 조계종 월주 총무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들을 밝혀냈다.

◇ 월주 총무원장, 신군부와 문화공보부에 밉보여 = 과거사위는 10.27 법난사건이 신군부세력에 비우호적인 조계종 월주 총무원장에 대한 신군부와 문공부의 부정적인 평가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월주 스님을 중심으로 한 개운사측에 대해 이념적 측면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던 문공부는 승려들이 사회민주화세력과 연합해 고질적인 저항세력으로 성장할 우려가 크다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 합수단, 1980년 9월부터 불교계 수사준비 =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는 1980년 6월께 '3단계 사회정화계획'을 추진했으며 종교계는 3단계인 10월부터 숙정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국보위의 수사지시를 받은 합동수사단은 9월부터 조계종단을 정화수사 대상으로 결정하고 수사준비에 착수했다.

10월27일 새벽부터 연행대상 69명 가운데 45명이 체포돼 서울 보안사 서빙고분실과 각 지역보안부대에서 조사를 받으며 혐의 인정을 강요받았다. 이어 당시 맡고있던 직책의 사직도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 "군홧발 무자비한 법당 난입" = 당시 연행됐던 활성 스님은 "10월 말께 문경 봉암사로 쳐들어온 군인들은 모든 스님들을 법당 앞으로 모이게 하고 줄을 세웠다. 이 때 조실 스님까지 줄에 세우라고 명령했다. 너무 황망하고 무례한 사건을 당한 후 모든 수좌승들은 분노했다"고 당시 회고를 했다.

수사기관에 연행된 스님들은 무릎을 꿇게 한 상태에서 각목을 집어넣고 무릎 누르기, 새끼 손가락에 볼펜을 끼워놓은 상태에서 조이기, 잠 안재우기, 코와 입에 고춧가루와 빙초산 섞은 물 붓기, 물고문, 전기고문 등 온갖 가혹행위가 자행됐다. 손에 납덩이를 올려놓고 전기를 통하게 하는 전기고문, 군홧발로 밟고 소총 개머리판으로 때리기, 폭언 등도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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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우리로 하여금 곤고함을 견디게 하는 희망의 동의어가 되고 있음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꿈은 발밑의 땅과 자기 자신의 현실에 눈멀게 합니다. 오늘에 쏟아야 할 노력을 모욕합니다. 나는 이것이 가장 경계해야 할 꿈의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우리 세기가 경영해 온 꿈이 재부와 명성과 지위와 승리로 그 내용을 채우고 있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꿈의 유무에 앞서 꿈의 내용을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영복, <아메리카 드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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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사람은 결코 독자를 저버리지 않는다. 글을 잘 읽는 사람 또한 작자를 저버리지 않는다. 여기에 작자와 독자 사이에 애틋한 사랑이 맺어진다. 그 사랑이란 무엇인가. 시대의 공민이요, 사회의 공분이요, 인생의 공명인 것이다.

문인들이 흔히 대단할 것도 없는 신변잡사를 즐겨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의 편모와 생활의 정회를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속악한 시정잡사도 때로는 꺼리지 않고 쓰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인생의 모순과 사회의 부조리를 여기서 뼈아프게 느꼈기 때문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요 내 프리즘을 통하여 재생된 자연인 까닭에 새롭고, 자신은 주관적인 자신이 아니요 응시해서 얻은 객관적인 자신일 때 하나의 인간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감정은 여과된 감정이라야 아름답고, 사색은 발효된 사색이라야 정이 서리나니, 여기서 비로소 사소하고 잡다한 모든 것이 모두 다 글이 되는 것이다.

의지가 강렬한 남아는 과묵한 속에 정열이 넘치고, 사랑이 깊은 여인은 밤새도록 하소연하던 사연도 만나서는 말이 적으니, 진실하고 깊이 있는 문장이 장황하고 산만할 수가 없다. 사진의부진의 여운이 여기 있는 것이다.

깊은 못 위에 연꽃과 같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도 바닥에 찬물과 같은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물 밑의 흙과 같이 그림자 밑에 더 넓은 바닥이 있어 글의 배경을 이룸으로써 비로소 음미에 음미를 거듭할 맛이 나는 것이다. 그러고는 멀수록 맑은 향기가 은은히 퍼지며, 한 송이 뚜렷한 연꽃이 다시 우아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윤오영, <쓰고 싶고 읽고 싶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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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엑스와이(XY) 염색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겉으로 보이는 남성의 성기를 가졌다면 진짜 남자일까? 이게 전부가 아니라면 과연 ‘완벽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16일부터 3주간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한국방송(1TV) 대기획 〈남자의 몸〉 3부작은 남성 건강을 다룬 메디컬 다큐멘터리다. 남자는 무엇인지, 남자들이 왜 성(性)에 집착하는지 등 남자도 모르는 남자의 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여자의 일생 중 가장 크게 몸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는 사춘기와 중년기, 그리고 폐경기를 다뤘던 〈여성의 몸〉(2006년) 3부작에 이은 연속기획이다. 장성주 피디는 “여성이 생리, 임신, 폐경 등의 변화를 겪는 것과 달리 남성은 몸의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남자에겐 생식이 아니라 성이 중점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1부 ‘남자의 증거’(16일)는 성 정체성을 다룬다. 취향이 아니라 태생적인 문제로 접근이다. 외관상으로 완벽한 남자지만 남자가 될 수 없는 남자,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 등의 사례로 진짜 남자가 되려면 뇌에서의 성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살핀다.
네덜란드의 한 학자가 남녀 차이를 밝히기 위해 뇌 100개를 해부해 비교해봤더니 여자로 성전환한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같더라는 연구결과도 보여준다. 뇌가 겉으로 보이는 성의 상징 외에도 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임을 드러낸 결과다.

2부 ‘아담의 본능, 리비도’(23일)는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남자들이 털어놓는 솔직담백한 성 이야기를 담았다. 몽정, 부부 관계 등의 은밀한 이야기도 성 매커니즘으로 접근하면서 남자들이 성에 집착하는 이유를 들어본다. 나이가 들면 성욕이 없어질 거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성생활은 종족번식의 차원을 떠나 남성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성기능이 저하될 뿐 성욕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고령화 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고개 숙인 남자들의 이야기인 3부 ‘제2의 사춘기, 갱년기’(30일)는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40, 50대 남자들의 갱년기 탈출기를 그린다. 석달 정도 운동요법이나 호르몬 치료 같은 비뇨기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중년 남성들의 행복 보고서를 촘촘히 써내려간다. 부부 관계, 나아가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갱년기 극복의 명약이라는 사실도 다시 확인한다.

장성주 피디는 “남성에 대한 사회적 접근은 많아도 몸의 변화을 둘러싼 신체적 접근 자료들은 부족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남자들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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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에서 발췌 편집)

“그는 허기진 개한테 밥을 주려다 손을 물리고도 다음날 그 개에게 다시 음식을 주러 가는 사람입니다. 광견병이 옮을 위험을 무릅쓰고서요. 9·11 이후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에 학교를 세우고 젊은이들이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여 돕죠. 그는 영화와 삶이 일치하는, 감독으로서 인간으로서 존경받는 거장입니다.”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50) 감독을 이렇게 소개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에 비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가베> <순수의 순간> 등 20여편으로 칸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9·11 이전 아무도 탈레반 정권 아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그는 아프간으로 넘어가 한 달 동안 난민수용소에서 울며 일했다. 그리고 그 땅의 고난을 역설적이게도 가슴 저미도록 아름답게 그린 영화 <칸다하르>를 내놓았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디브이디로 나온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마흐말바프는 벌써 2년째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개미의 통곡>을 찍으려고 타지키스탄으로 출국한 뒤 그의 영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치권이 그를 감옥에 보내려 한다는 친구들의 귀띔을 전해들어 이후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카메라는 가장 헐벗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비춰왔다. 이슬람근본주의자의 이율배반을 들추고 금욕 사회에서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휴머니즘이 그의 종교다. 그래서 그는 이란 혁명 전엔 부패한 팔레비 왕조에게, 그리고 혁명 뒤엔 현 이란 정부에게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됐다.

■ 나의 고통 = 좋은 영화는 고통을 받아야만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하고 딱 6일 동안만 사이가 좋았어요. 그때 제가 생긴 거죠. 저를 키운 사람은 할머니였어요. 할머니는 신앙심이 너무 깊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걸 죄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거리를 지날 때는 음악이 들릴까 봐 귀를 손으로 막아야 했죠. 무척 가난해서 13살부터 일을 해야 했어요. 어떤 때는 한번에 13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일상생활 자체가 너무 힘들었죠. 17살 때 (팔레비 왕조에 대항하는)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감옥에 가게 됐는데 체포될 때 배에 총상을 입어 100일 동안 병원 신세를 진 뒤 고문을 받았어요. 일주일에 한번 어머니가 면회를 오셨는데 벽을 사이에 두고 수십명이 떠들어대는 통에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어요. 그렇게 4년 반을 감옥에서 보냈어요. 출소한 뒤 저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 많았어요. 요즘 감독들의 작품을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먼저 소설을 썼는데 그게 영화로 발전하게 됐어요. 그러니 영화가 뭔지 전혀 몰랐어요. 평론가들이 혹평을 쏟아 내더군요. 영화관련 책을 독파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감옥에서 익힌 학습법이에요. 뭐든지 한 가지 주제를 잡고 6개월 정도씩 거기에만 집중하는 거죠. 그러면 빨리 배울 수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정보가 너무 많은 통에 10초마다 관심사가 바뀌는 것 같아요. 처음엔 (호메이니가 주도했던 이란) 혁명을 옹호했어요. 하지만 혁명이 해방과 정의를 가져다주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비판적으로 변해간 거죠.

■ 나의 영화 = 가난한 사람들을 찍으려고 반드시 가난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하지만 자기 삶에서 겪은 고통을 기반으로 예술을 해야 하죠. 고통이 없으면 영화는 희망(꿈)을 주지 않는 판타지일 뿐이에요. 저는 사람을 바꾸는 건 정치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믿어요.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면 사회도 바뀌죠. 영화 <살람 시네마>에서는 파시즘이 어떻게 생활 깊숙이, 머릿속에 뿌리내리는지 보여주려고 했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들이 굶고 병들어가는 걸 세계가 관심 없어 할 때 그 고통을 영화로 찍어 알리고 싶었어요. <칸다하르>의 모든 장면은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고통에 대한 정보예요. 그러다보니 저도 정부의 눈 밖에 났지만. 제 딸 사미라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영화를 찍다가 폭탄 테러로 희생될 뻔하기도 했어요. 우리 영화가 사람들을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 감독들 영화들을 보면 고난도 관심도 열정도 줄어든 것 같아요. 이제까지 정부가 검열로 영화계를 죽이는 시도는 많았지만 번번이 실패했죠. 그런데 이제 저질 영화가 영화계를 죽이려 하고 있어요. 집중하지 않고 빨리 만들어내는 영화들이 너무 많아 어떤 게 좋은 작품인지 골라내는 것 자체가 힘들게 돼 버렸어요. ‘머리를 위한 패스트푸드’가 난무하다고 할까요. 영화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랑이고 대량생산으로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크고 중요한 고통이 뭔지 골라내 집중하세요. 누가 날 걷어차서 아프다, 그런 아픔을 이야기하면 잡음밖에 안 돼요. 공통의 고통을 찾아보세요. 영화는 사람들에게 꿈을 줘야 하니까요.

글 부산/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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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07-10-25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고보니, 이 기사도 김소민 기자의 것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