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엑스와이(XY) 염색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겉으로 보이는 남성의 성기를 가졌다면 진짜 남자일까? 이게 전부가 아니라면 과연 ‘완벽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16일부터 3주간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한국방송(1TV) 대기획 〈남자의 몸〉 3부작은 남성 건강을 다룬 메디컬 다큐멘터리다. 남자는 무엇인지, 남자들이 왜 성(性)에 집착하는지 등 남자도 모르는 남자의 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여자의 일생 중 가장 크게 몸의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는 사춘기와 중년기, 그리고 폐경기를 다뤘던 〈여성의 몸〉(2006년) 3부작에 이은 연속기획이다. 장성주 피디는 “여성이 생리, 임신, 폐경 등의 변화를 겪는 것과 달리 남성은 몸의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남자에겐 생식이 아니라 성이 중점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1부 ‘남자의 증거’(16일)는 성 정체성을 다룬다. 취향이 아니라 태생적인 문제로 접근이다. 외관상으로 완벽한 남자지만 남자가 될 수 없는 남자,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 등의 사례로 진짜 남자가 되려면 뇌에서의 성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살핀다.
네덜란드의 한 학자가 남녀 차이를 밝히기 위해 뇌 100개를 해부해 비교해봤더니 여자로 성전환한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같더라는 연구결과도 보여준다. 뇌가 겉으로 보이는 성의 상징 외에도 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임을 드러낸 결과다.
2부 ‘아담의 본능, 리비도’(23일)는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남자들이 털어놓는 솔직담백한 성 이야기를 담았다. 몽정, 부부 관계 등의 은밀한 이야기도 성 매커니즘으로 접근하면서 남자들이 성에 집착하는 이유를 들어본다. 나이가 들면 성욕이 없어질 거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성생활은 종족번식의 차원을 떠나 남성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성기능이 저하될 뿐 성욕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고령화 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고개 숙인 남자들의 이야기인 3부 ‘제2의 사춘기, 갱년기’(30일)는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40, 50대 남자들의 갱년기 탈출기를 그린다. 석달 정도 운동요법이나 호르몬 치료 같은 비뇨기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중년 남성들의 행복 보고서를 촘촘히 써내려간다. 부부 관계, 나아가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갱년기 극복의 명약이라는 사실도 다시 확인한다.
장성주 피디는 “남성에 대한 사회적 접근은 많아도 몸의 변화을 둘러싼 신체적 접근 자료들은 부족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남자들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