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술꾼
이은홍 지음 / 사회평론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 추석, 심심한 몇몇이 술방에 모여 앉다. 술방 주인 공 모 선배가 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중이라고 했다. 연필로 끄적인 메모지 아래 이 책, <술꾼>이 놓여 있었다.
끝까지 보다. 소주를 마시며. ㅎ
- 술에 얽힌 개인적 일화와 몇 편의 글로 엮은 책. 강풀의 <일상다반사>와는 다른,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 '서울, 술, 절망'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마신 한잔의 술'이 특히 좋았다. 아래는 간단한 메모.
----------
# 술잔에 대한 맹세_이은홍
나는 자랑스러운 술잔 앞에
우정의 우애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음주를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 술 권하는 사회_현진건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홧증도 아니고 하이칼라도 아니요.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 월하독작_이백
꽃 밑에서 한 병의 술을 놓고
친한 이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님을 맞이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래부터 술을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나를 따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봄날을 당하여 마음껏 즐기네
내가 노래하면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가 어지럽네
깨어 있을 때 함께 서로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네
속세 떠난 맑은 사귐 길이 맺고자
멀리 은하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네
# 주도유단_조지훈
부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과 진미를 모르는 사람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해 마시는 술이니 술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
애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와 진경을 깨달은 사람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그것을 넘어서 임운목적(任運目的)하는 사람
폐주는 명인이다.
9급 부주(不酒):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8급 외주(畏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급 은주(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급 상주(商酒): 마실 줄도 알고 좋아하기도 하면서 무슨 이익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4급 색주(色酒): 성 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수주(睡酒):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2급 반주(飯酒): 밥 맛을 돕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초급 학주(學酒): 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
초단 애주(愛酒):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
2단 기주(嗜酒):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
3단 탐주(眈酒):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4단 폭주(暴酒):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5단 장주(長酒): 주도삼미(酒道三味)에 든 사람
6단 석주(惜酒): 술과 인정을 아끼는 사람
7단 낙주(樂酒):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8단 관주(觀酒):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9단 폐주(廢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