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매일경제)
 
오랜만에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라는 베스트 셀러를 내놓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제3의 물결을 시간과 공간과 지식의 혁명으로 이끌어야 부의 창출이 미래에 가능하다는 논지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정부, 학교, 노조도 기업만치 속도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제도 혁파가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축적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유리한 상황이다. 우리 미래를 걸머질 자라나는 세대에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지식을 가려내는 안목과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토플러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미국 뉴욕대학 재학 시절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의 책은 거의 다 베스트 셀러다.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지식과 전망이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꿰뚫어보는 혜안에서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진실로 알려진 지식도 시대마다 유용성이 다르다는 그의 `폐용지식(obsolete knowledge)`론에서 오늘의 인문학 위기의 허실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인문학의 위기를 둘러싸고 대학 안팎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의 외면과 사회의 홀대가 위기의 징후라는 주장에 대해 세상 변화를 읽지 못하는 인문학자의 위기이지 인문학 자체의 위기는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 사실 우리의 경우 사회가 기피하는 것이 인문학 그 자체인지 아니면 인문학 전공학도인지 명확치 않다. 인문학의 중요성은 대학이나 사회에서 모두 공감하고 있다.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지적 시야와 안목을 열어준다. 인문학적 소양 또한 시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배우게 함으로써 건전한 직업인의 덕성을 제공한다.

물론 지식을 유용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시대 변화를 읽는 지식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식의 현실 적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IT, NT, BT를 뺀 자연과학이나 공학도 위기다. 시대에 따라 학문에 대한 수요는 달라진다. 모든 학문은 현상을 적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때 패러다임의 교체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왔다. 토플러가 간파한 대로 진부한 지식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인문학의 위기가 운위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문학이 살아 숨쉬는 지식으로 학생들을 길러낸다면 사회로부터 냉소적인 인식도 바뀔 수 있다. 세상은 융ㆍ복합(convergence)으로 가는데 두꺼운 칸막이를 쳐놓고 과연 시대변화를 통섭하는 문제틀의 개발이 가능하겠는지 회의적이다. 인문학은 내부의 장벽을 거두고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 인문학이 위기라면 위기를 가져온 자본주의 시장논리 탓만 하지 말고 세계화로 이어지는 시대적 도전에 대한 학문적 응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과연 정부의 지원만으로 인문학이 살 수 있는가. 인문학은 투자한다고 당장 이익이 나오는 학문이 아니다. 먼 미래를 봐야 한다. 정서가 메마르는 경쟁 시대에 인간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회를 교화할 수 있는 것이 인문학적 소양이다. 인문학은 부단히 시대와 대화를 통해 대중을 끌어안아야 한다.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을 수용하고 그 변화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줄기차게 천착할 때 인문학은 살아움직일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라는 소설로 세계 500대 갑부에 끼는 행운을 안았다. 무려 3억부가 팔린 그녀의 책은 캐릭터,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으로 엄청난 부를 만들어 냈다. 그녀는 영국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에스터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포르투갈에서 영어강사를 하다가 에든버러에 정착한 그녀는 동화를 쓰기 위해 동네 카페를 전전하면서 소재를 모아갔다고 한다. 여러 판타지 모험담을 쓰면서 결국 대작 `해리 포터`를 내놓았다.

인문학으로 돈 벌자는 얘기는 아니다. 생명수로서 인문학은 문화의 핵심을 이룬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의 발전은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여러 학문의 연계발전에 달려 있다. 인문학은 인간구원에 더하여 실사구시의 소임을 다할 수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시대에 인문학이야말로 과학기술에 인간가치를 조화시켜야 한다. 미래 한국의 힘을 인문학의 바로서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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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성경을 자기 것 만들면 3천년을 산 것과 같죠”
한국의 책쟁이들/⑪ ‘토라 연구가’ 이기대씨

임종업 기자
  
  


» 그한테 책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무림의 숨겨진 비급처럼 철저하게 몸과 영혼의 단련과 연결돼 있다. 일단 체화하고 나면 반복해 읽기와 명상에 필요한 원텍스트를 제외하면 모두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그의 책들은 알맹이를 빼먹고 던져두어 생긴 조개묻이처럼 쌓여 있다.

책은 왜 읽는가? 답을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물음 자체가 괘씸한 질문이다. ‘왜 사느냐’처럼…. 책이 있으니 그냥 읽을 뿐 무슨 이유가 있는가, 라고 일축하기에는 뒤끝이 찜찜하다. 한번이라는 삶의 무게가 너무 큰 까닭. 목적이 왜 없겠는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마른 들풀도 의미없는 존재가 아닐 터인데….

겉 모양만큼이나 속 생각이 다르나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왜’라고 자문할 수 있어 비인간과 다르다. 빈도와 깊이가 차이있겠지만. 이번 책쟁이는 그 ‘왜’를 새삼스럽게 돌아보게 한다.

이기대(49)씨. 서울 서대문구청 7급 공무원으로 관내 거주 외국인의 등록관리, 증명발급 등이 그의 업무다. 취업, 유학, 초청비자 등으로 90일 이상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주소지 변경 등 중대한 변동사항이 있을 경우 14일 이내에 관할구청 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터. 그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70%가 연희동에 집단 거주하는 화교이고 나머지는 일본인, 미국인, 중국동포다.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니 그한테 맞춤할 법하다. 그의 특이점은 제3 외국어 히브리어도 능통하다는 사실. ‘제3외국어 히브리어’에 그만의 ‘왜’가 숨어있다. 그는 자신을 토라연구가라고 소개했다.

“당신의 정의는 영원한 정의, 당신의 법은 언제나 진실됩니다.(시편 119편 142절) 여기서 ‘법’으로 번역된 히브리 원어는 ‘토라’입니다. 토라는 좁게는 모세오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넓게는 구약성서 전체를 말하죠. 그러니까 성경은 진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는 히브리어-한국어 대역성경을 펼쳐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진리는 생명으로 가는 길잡이이자 생명 그 자체입니다. 성경에는 진리가 감춰져 있지요.” 그는 모든 종교 가운데 ‘민 하샤마임’, 즉 하늘로부터 온 것은 토라뿐이라고 믿는다. 그한테 토라를 읽고 행하는 삶이 곧 진리에 이르는 길이다. “에무나(믿음)와 에메트(진리)의 어근은 ‘아만’(믿는다 라는 동사)입니다. 믿음과 진리가 분리되지 않는 거죠.”

그는 성서를 100번 이상 읽었다. 원래의 히브리어로도 줄줄 왼다. 어디에 무슨 구절이 있고, 그 구절이 무슨 뜻인가 원어로 꿰고 있다. 관련 자료도 구할 수 있는 한 다 보았다고 말했다. 기독교(신약), 이슬람교(코란)의 원전이나 관련 자료도 두루 섭렵했다.

‘토라’가 진리라고 믿는 공무원

“유월절에 해야 할 일을 규정한 출애굽기 12장 가운데 흠없는 수컷 양을 해질 무렵에 잡으라는 구절이 있는데, ‘해질 무렵’이라는 번역은 분명히 오역입니다. 원어에는 ‘베인 하알바임’ 즉 ‘두 저녁 가운데(between the evenings)’라고 되어 있어요. <탈무드>를 보면 첫 저녁이 오후 3시, 둘째 저녁이 오후 6시입니다. 그러니까 베인 하알바임은 오후 3~6시죠.”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숨지고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갈라진 사건이 오후 3시에 일어났으므로 토라에서 말하는 유월절 희생양과 일치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만일 번역을 글자 그대로 믿는다면 기독교에서 예수를 희생양으로 믿는 근거가 사라진다!

“모세가 던진 지팡이가 변해서 뱀이 되었다고 하지요? 히브리어로 ‘탄닌’인데, 그 말은 경우에 따라 뱀, 악어, 개구리 등 다르게 번역돼 있어요. 유대교 회당의 랍비도 어느 것이 정확한지 모르더군요. 탄닌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런 것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입니다.”

그가 토라의 세계로 들어가기는 1986년. 구청 직원으로 공무원에 첫발을 디딘 이듬해다. 여러 가지 책을 보다가 삶의 궁극적인 목적에 눈이 머물고 결국 유불선과 기독교 등 종교를 거친 끝에 유대교로 귀착되었다. 당시 일본으로 철수한 이스라엘대사관 소개를 받아 미8군 영내 미군과 군속을 위한 유대교 회당과 끈이 닿았다. 당시 랍비 필립 실버스타인(현재 유대인목회자연합회장)의 호의로 매주 그곳을 출입하면서 유대교에 깊이 빠졌다.

100번 이상 읽었다는 성서는 너덜너덜해져 책등이 완전히 꺾였고 쪽쪽이 붉은 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베레쉬트 바라 엘로힘 에트 하샤마임 베에트 하아레츠.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창세기 1장1절) 성서 첫 구절이 일곱 마디죠. 신이 천지와 안식일을 창조한 날수와 일치해요. ‘행운의 7’은 여기서 유래했어요. 그리고 ‘베레쉬트’를 거꾸로 문자치환해서 읽으면 ‘티슈리베알렙’ 즉 ‘티슈리월 1일’이 되지요. 유대 민간력 1월1일입니다.” 그의 달변은 계속됐다. 이스라엘인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행위의 옹호에 이르기까지.

그는 책과의 인연을 기적이라고 했다. “마음으로 원하는 책은 모두 얻어 보았어요.”

행자부 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의 중국 주재관으로 베이징에 32개월 동안 머물 때는 초면의 남경대 유대학연구소 쉬신 교수한테서 중국어본 유대백과사전을 받았다. 남경 중화기독교협회를 통해서는 보기 힘든 두 상자 분량의 기독교 자료를 구입했다. 신과 인간, 우주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유란시아>라는 책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사업가한테서 소개받았다. 한참 도교에 빠졌던 20대에는 국립도서관 고문서실에서 본 필사본 <황정경> 말미 “정성을 다해 황정경 100독을 하면 <대동선경>을 만나리라”라는 메모를 통해 <대동선경>을 만났다. 그 책은 희귀한 도교경전으로 한국 첫 도교사찰인 ‘도관’을 연 박병극씨가 큰절을 하고 그한테서 복사본을 얻어갔다. 그가 이렇게 책을 말하는 것도 기적을 짓는 일이 아니겠는가. 언뜻 무협지 같은 얘기다.

한문 실력 뛰어나 무협지 200종 번역

1978~79년 그는 실제로 무협지 200여종을 번역했다. 신당동 쪽에 있던 대룡각이라는 출판사. 입사시험을 치러 서울대 출신자와 함께 합격했다. 고교 때 별종 취급 받을 정도로 한문을 잘했고 졸업 무렵엔 백화문을 줄줄 읽을 정도의 실력이 바탕이었다. 당시 대룡각은 쌍벽을 이루던 무협지 출판사 중 하나로 편집부 상근자가 10여명. 그는 한달 두 종꼴로 2년동안 번역했다. 주로 와룡생의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공무원 봉급이 10만원 안쪽일 때 그의 한달벌이는 40만원이었다. 책이 잘 나가면 전체 직원이 삼겹살 불고기로 회식을 하고 5만~10만원의 금일봉이 주어졌다. 번역자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근사한 도사이름을 썼다. 무협지는 유불선, 연애, 원수갚기가 세 축. 초식은 도가, 격식은 유가, 원수갚기의 출가는 불교와 관련돼 있다. 그는 세 가지 축과 뿌리를 알면 무협지 번역은 아주 부드럽다고 말했다.

“독서는 정보를 얻고 연구를 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죠. 그 다음은 명상과 기도로 이어집니다.” 만일 성경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하면 3천년의 지혜를 얻는 것이고 3천년을 산 것과 같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생활패턴만 바뀔 뿐 삶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것. 요즘 연구논문들은 95%가 인용이고 자기얘기는 5%에 불과하다고도 말했다.

얼마나 책을 읽으면 이런 주장을 자신있게 펼치는가. 그가 가진 책은 두 평 베란다에 꼬깃꼬깃 300권이 전부다. 나머지, 아니 몸통은? 2000년 12월 중국주재관으로 떠나면서 4톤 짐차에 가득실어 충북 진천의 이삿짐 보관센터 창고로 보내고 6년째 보관료를 물고 있다. 형편이 나아지면 짐을 찾아와 풀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희망으로 그칠지도 모를 일. 한때 책들은 모이고 쌓여 베란다에서, 거실로, 안방으로 쳐들어왔다. 빨래를 널 수도 없고, 나중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집안이 어두침침했다. 아내는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이혼하자고 몇번을 을렀다. 결국 이삿짐센터로 간 책들은 무기한 유배에 처해졌고 그 이후의 책은 베란다에 유폐되었다. 이씨의 책은 이씨의 방문을 넘을 수 없도록 돼 있다. 만일 그곳을 벗어나면 책임 못진다는 무서운 아내의 엄포 탓이다. 그래서….

집에는 300권만…창고 보관 6년째

그는 일단 구득한 책은 다 읽는다. 읽지 않을 책은 사지 않는다. 읽는 속도가 빠르니 어느 책이어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잡식성. 그한테 책은 종이와 활자로 보관하는 물건이 아니다. 읽어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책 이야기는 결국 종교, 인생으로 이어지고 묻는 자와 대답하는 자가 뒤섞었다. 못다한 얘기는 배웅길에도 이어졌고 쿵후의 발차기 시범까지 보여주었다. 오십 나이에 이런 자세가 나오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그한테 책은 몸의 책이다. 어쩌면 무림의 비급처럼, 배우고 익히는….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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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과의 대화
김경환 지음 / 일빛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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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이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인 권영길씨가 주인공입니다. 월간 <말>의 김경환 기자가 권씨의 얘기를 빌어, 때로는 동행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한 그의 일대기입니다.

- 그가 서울신문의 기자 출신이자 프랑스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습니다만, 그 이전에 모종의 비밀결사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프랑스 행은 그것과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그는 기자의 신분으로 74년 동아투위를 지켜보면서도, '대중운동 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하는군요.

- 민주노동당의 세력화를 통해 마치 평균을 내듯 정치의 '균형'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나, 그렇게 하기 위해 노동자 만의 계급정당 대신 대중정당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의 정치적 지향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는 "변혁운동의 논리를 곧이곧대로 노동운동에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이어지죠. 마치 변혁운동을 지지 혹은 포용하는 듯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권씨의 주장은 반대로 변혁운동을 구부리는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변혁운동은 노동대중 앞에서 숨기거나 변형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문에 따르자면, 변혁운동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 그는 어두운 전망의 세계 자본주의와 소위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가장 적극적인 정치적 표현인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강령이, 그가 말하는 '새로운 모델에 대한 탐색'의 결과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변혁운동을 포용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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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 [초특가판]
올리버 스톤 감독, 앤소니 홉킨스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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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주워듣길, 책을 읽으면 (작위적이라 한들) 상상력을 한껏 발휘해 머리 속에 한폭의 그림이 나타나야 하거늘, 제게는 그런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모양입니다. 일년에 고작 서너편 볼 뿐인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은, 줄곧 읽어온 역사책에서 얻지 못한 그것을 대체하기 위함입니다.

- 주인공은 미국의 37대 대통령 닉슨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하원의원과 두 차례의 부통령을 역임했고, 한번의 대통령 선거와 주지사 선거에서 떨어져 정계 은퇴. 케네디 암살 이후 정계에 복귀한 후,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패색이 짙던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고, 공산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캄보디아에 엄청난 폭탄세례를 퍼부었으며, 중국 마오쩌둥과의 정상회담을 위시해 '닉슨독트린'을 선포했습니다. 재선 이후에는 야당(민주당)의 선거사무소를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혐의를 받은채 탄핵 직전까지 몰렸다가, 결국 스스로 사임하고 말았죠.

- 영화는 그의 재임기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두루 다루고 있지만, 닉슨 개인에게도 충분히 할애되어 있습니다. 낙선한 대통령 선거 이래로 케네디에게 가지고 있던 열등감과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국회와 여론으로부터 궁지에 몰리며 드러나는 그의 심리가 적극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 올리버 스톤 감독은 <닉슨> 외에도 여러 편의 역사영화(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감독했더군요. 엘살바도르 내전을 다룬 <살바도르>, 베트남전을 다룬 <플래툰>, 록 그룹 '도어즈'의 짐 모리슨을 다룬 <도어즈>, 케네디의 암살을 다룬 〈JFK〉, 미국의 아동 성학대 사건을 다룬 <맥마틴 소송 사건>,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을 다룬 <에비타>, 그 외에도 <레이건 저격 사건>, <알렉산더>, <피델 카스트로를 찾아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모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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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0-2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비타도 올리버 스톤 감독 작품이군요. 오옷!JFK는 제목이 빠졌어요.

sb 2006-10-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알란 파커와 공동으로 감독했더군요. 저도 처음 알았어요.

사마천 2006-10-22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는 패색이 짙던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고"
이 표현은 잘 못된것 아닌가요? 전쟁은 후임 포드때 종식되고 닉슨은 확대시켰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나요?

sb 2006-10-22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슨 사임 전에 강화회의가 열리지 않았나요?
 
오! 행복한 카시페로 마음이 자라는 나무 9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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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의 여성작가, 그라시엘라 몬테스의 동화입니다. 젖이 열개 밖에 없는 어미에게서 열한번째 막내로 태어난 개, '카시페로'의 인생역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개의 삶을 굳이 '인생역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좁은 의미에서는 '사람에 의해' 씌여졌기 때문에며, 넓은 의미에서는 '카시페로의 시각에서' 씌여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생각을 마치 사람의 그것처럼 묘사하는 '의인화'는, 어디까지나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작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개라면 되도록 빨리 일자리를 얻는게 좋다."라는 넋두리로 시작된 카시페로의 인생역정이란, 애완견, 서커스단원, 장난감 모델, 실험대상, 때로는 방랑자로서 펼쳐집니다. 하지만, 카시페로의 이름을 제 멋대로 바꾸고 불편하기 그지 없는 귀싸개며 인조꼬리를 달아주는 애완견 분양자, 관객들의 만족을 위해서 단원의 안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서커스 단장, 그럴싸한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억지 행동을 강제하는 장난감 제조업자, 영원한 아름다움을 절대 가치로 삼는 연구원들이야 말로, 이 소설의 주인공일 것입니다. 아이들과의 대화 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대화에 열중하는 어른들,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자본가들, 삶의 기쁨과 가치를 '젊음'이라는 외양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죠. 심지어 "드럼통은 꼭대기까지 맛있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라는 카시페로의 재치있는 표현 역시도, 음식쓰레기를 버렸을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감추고 있습니다.

- 우리의 카시페로가 (안정이 아닌) 안식을 찾게 되는 이는 바로, 머리없는 인간입니다. 카시페로에게 '토토'나 '로드', '트룩스'와 같은 이름이 아닌 '귀돌이 신사, 배고픈 카시페로 공작'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그는, 하필이면 겉옷을 머리께 까지 잔뜩 올려입은, '머리없는' 인간이었습니다. 열이면 아홉이 해로운 생각을 할 뿐인 인간들에게, 카시페로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 힘껏 되는대로 배고픔을 해결해야 한다."며 피카로(picaro, 악한)로서의 그것을 가르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 그렇습니다. 결혼을 하는 순간, 아이를 갖는 순간, 중년의 나이에 이르는 순간, 너무 많은 순간이 내 인생을 조여온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기로, 아이 만은 절대 갖지 않기로, 중년의 나이에 이르기 전에 꿈을 찾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카시페로가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 또한 '뒤집어진 집착'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죠. 배우자를 구속하지 않는다면, 작아보이는 아이의 세계를 존중할 수 있다면, 죽음 역시 하나의 행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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