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
주대환 지음 / 이후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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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씨 책을 찾아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 눈에 띄어 발췌독했습니다. 인민노련과 한국노동당에서 활동했던 그의 이력을 염두하며 한국의 정당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꼽아둔 책이었는데, 구하기가 불편해 그만두었던 책이었죠.

- 불행인지 다행인지, 진보정당의 역사와는 내용적으로 큰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내용은 철저하게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방법' 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기 1년 전인, 02년 대통령 선거를 즈음해서 쓰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재야를 벗어난 이래로 92년 한국노동당, 96년 개혁신당, 97년 국민승리21을 거쳐 99년 민주노동당까지 10년 가까이 국회 밖의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쌓였을 피로가 묻어나는 글이었습니다. 

-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 있어, 87년 대통령 선거 이래 매번 반복되어왔던 '전략적 선거연합(비판적 지지)' 라는 쟁점이 빠질 수 없을 것이고, (글을 쓴 기준으로 봤을 때) 02년 현재, 민주당과의 전략적 선거연합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지역감정 문제, 그리고 선거 전략 - (1) 사회당, 녹색평화당과의 합당 (2) 자유주의 세력들과의 연대 - 과 제도 개선 방안 - (1) 중대선거구 다수대표제 (2) 대통령 결선투표제의 도입 - 을 약간 덧붙이고 있습니다.

- <진보정당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 라는 책 제목에서, '진보정당' 보다는 '비판적 지지' 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제가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닌 이상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까지 이래라저래라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어떤 당과 합당 혹은 전략적 선거연합을 하든, 그것은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결정할 일입니다. 제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여지는, '민주노동당' 보다는 민주노동당이 표방하고 있는 '진보정당'에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당명도 아닌 '진보정당'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사용하고 있는데요, 하나의 공식적인 정치세력인 이상, 자신들이 표방하는 정치에 걸맞는 활동을 할 책임은 있는 것이니까요.

- 여기서 잠깐, 책 초반부에 씌여진 주대환 씨의 이력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사상 편력을 밝히고 있는데, 그가 이것을 언급한 이유도 그리고 제가 이것을 관심 있게 살피는 이유도 바로 "민주노동당은 왜 진보정당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의 사상 편력은 크게,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사회가 제대로 되어야 개인이 행복할 수 있다.'는 좌파적 성향" 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로, 그리고 소비에트 연합의 해체 이후에는 "사회민주주의"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사회민주주의란, "공산주의를 포기한 좌파, 실험과 관찰, 경험과 실용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적 좌파" 라고 합니다. "공산주의에 비하면 그렇게 '진한' 주의가 아니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 저는 주대환 씨의 설명에서 그가 지향하는 정치경제체제를 도무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확실하게 언급된 것은 그가 공산주의를 버렸다는 것 뿐,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도 굉장히 불분명합니다. '실험과 관찰, 경험과 실용을 중시한다' 던가 '현실주의적' 이라는 수식어는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지만, 그것이 무엇을 수식하는지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혼란을 불러 일으킵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자본주의가 완벽한 체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유시민 씨 처럼 공개적으로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이들도, "자본주의는 내적 파괴성을 가지고 있다." 고 발언하고 있으니까요.

- 주대환 씨가 책에서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해체와 공산주의인터내셔널의 성립 과정을 언급한 것을 보면, 그도 1900년대 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던 정당들이 두번의 세계적 전쟁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에트 연합의 해체에 대해서는 너무나 간단하게 "공산주의는 안돼. 인간의 본성은 악해." 라고 결론 내리는 그가, 왜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전쟁 참여에 대해서는 "사회민주주의는 안돼. 결국엔 자본주의 정당들의 들러리가 되고 말거야." 라고 말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그와 민주노동당이 좀 더 확실하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밝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주체사상과 공산주의 아닌 어떤 사상도(?) 포용하는 민주공화국이 아닙니까. 당원이 아닌 어떤 누구도 그들에게 정체성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보정당' 이라는 정체성을 당명 처럼 사용하고 있는 정당이라면, 이런 질문에 좀 더 자신 있게 대답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보탬]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덧붙이자면, 저는 "함부로 진보 행세 하지마!" 라고 다그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진보정당이 뭡니까?" 라고 질문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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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박종원 감독, 안성기 외 출연 / 네오센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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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스크랩 해두었는데, 최근에 영화의 원작을 쓴 '이인화' 라는 이름을 다시 대하면서 뒤늦게 보게됩니다. 조선후기 정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주된 갈등 구조는 왕과 신하의 권력 다툼입니다. 교과서에서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림의 붕당 정치가, 숙종 이후 수차례의 사화를 동반하는 일당 독재로 나아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서인이 독재. 남인은 완전히 몰락하게 됩니다. 서인은 영조를 둘러싸고 소론과 노론으로 나뉘어져 또 한 차례의 사화를 치루며 노론 독재를 시작한 반면, 몰락한 남인은 예의 사림의 기반이었던 서원을 바탕으로 지방에 암약, 양명학을 연구하면서 그 중 일부가 '서학'이라 불리우던 천주교도가 됩니다.

- 노론의 일당 독재는 사도세자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시파와 벽파로 나뉘어지게 되고, 사도세자의 아들이었던 정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사도세자를 옹호했던 시파와 남인 그리고 벽파가 서로 대립합니다. 알려졌다시피, 정조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부렸지요. 규장각을 단순히 학문 연구기관 이상으로 확대하고, 과거에 합격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왕이 주관하는 교육을 실시하던 초계문신제를 실시하며, 친위부대 장용영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노론의 반발을 삽니다. 

- 흥미로운 것은, 안경을 쓰고 어전회의를 주관하는 정조가 서양의 시민혁명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가 꾀했던 '영원한 제국' 이란, 붕괴하기 이전의 황제정이었지요. 그는 신분질서와 정치의 혼란 속에서, 서얼과 노비에 대한 차별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것은 봉건질서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기 보다는, 강력한 왕권을 세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보여집니다. 정조는 이러한 정책들을 바탕으로,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노론을 관직에서 내몰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영화는 이것이 실패로 돌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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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필름 2.0)



국내 유일의 전문, 전업 인터뷰어로 불리는 지승호가 통산 열 번째 인터뷰집 <금지를 금지하라>를 선보였다. 정치인에서부터 사회 운동가, 언론인, 영화감독을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취재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믿음을 얻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인터뷰의 사나이 지승호를 만나 그가 하고 있는 작업의 정체성과 고민에 대해 물었다.

지승호ㅣ<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크라잉 넛, 그들이 대신 울부짖다>(공저)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우리가 이들에게 희망을 걸어도 좋은가> <마주치다 눈뜨다> <유시민을 만나다> <7인 7색> <감독, 열정을 말하다> <금지를 금지하라>

Q. 2002년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단행본 인터뷰집 작업을 시작한 이후 4년 만에 열 번째 결과물 <금지를 금지하라>를 내놓았다. 부지런한 건가 욕심이 많은 건가?

욕심이 많으니까 부지런한 거 아니겠나. 나야 전업 인터뷰어인데 이것 안 하면 먹고 살 게 있어야지.(웃음) 권수를 세면서 인터뷰집을 낸 건 아니다.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열 번째 책을 내고 보니 이제야 유아기를 벗어나 소년기 정도에 이른 것 같다. 한 백 권 정도에 이르면 많이 깊어졌다, 성숙해졌다 말을 들어도 부끄럽지 않겠지.

Q. 백 번째 인터뷰집? 정말 욕심도 과하다.

그 정도는 써야 딸내미 대학교도 보내고 시집도 보내고…. 난 이거 아니면 먹고 살 수단이 없다니깐 자꾸 그런다.

Q. 과연 전문 인터뷰어라 그런지 질문에 응하는 태도가 도전적이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문 인터뷰어라는 감투는 내 말이 아니다. 사실 매우 가치중립적인 용어라 문제가 될 건 없지만, 기자 분들이 듣기에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빤히 기자라는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네가 뭔데 도대체 전문 인터뷰어라는 거야, 라고 생각할 것 같고. 아닌 게 아니라 인쇄매체가 내 작업에 대해 무관심한 건 사실이다. 벌써 열 번째 책인데 자칭 진보 매체들조차 관심 있게 지켜보려 하지 않는다. 아무튼 그 전문 인터뷰어라는 말은 출판사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아예 책에 박아 넣기도 하는데, 괜히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스스로 ‘전업 인터뷰어’로 자칭하고 다닌다. 그럼 좀 겸손해 보이려나 싶어서.

Q. 결국 인터뷰라는 작업이 전문적인 영역일 수 있느냐는 고민인 것 같다.

전문적이라는 말에 좀 거부감이 드는 게,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이 작업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고 장벽을 쌓는 것 같다. 헌법에도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나. 언론의 자유란 뉴스매체를 위해 보장된 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열려 있는 기본적 권리다. 누가 인터뷰를 하든 문제될 게 없다. 전문성을 해친다고 생각지 말고 좀 더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정직하게 보도하고 인터뷰했으면 좋겠다.

Q. 그런데 사실상 그 언론의 자유라는 게 뉴스매체들에 한해 허용돼 있지 않았나. 얼마 전 한 독립영화 감독은 시위현장을 카메라에 담다 시위대로 몰려 연행되기도 했다. 당신은 일종의 언론 권력을 해체한 꼴이다. 주류언론의 미움 혹은 무관심을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건데, <감독, 열정을 말하다>를 내고 그나마 자부심을 가졌던 부분이 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취재원과 접촉할 때, 그 사람을 만나려면 자신이 속해 있는 매체의 권위가 있다든지 기자의 명성이 대단히 뛰어나다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전업 인터뷰어로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대중적인 명사가 아닌 이상 취재원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언론매체와도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김지운 감독이 내 진심을 이해하고 작업에 동참해 “좋은 만남이었다”는 평가를 해준 건 정말 고무적이었다. 김지운 감독에 대한 책이 얼마 전에 나왔는데, 책에 넣을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는 출판사의 말에 “내가 할 이야기는 지승호와 다 했으니 그 인터뷰를 책에 넣어 달라”고 했단다. 결국 <감독, 열정을 말하다>에 들어갔던 인터뷰를 50매 분량으로 줄여서 건네줬다. 주류언론의 기자가 아니더라도 좋은 인터뷰를 할 수 있다는 건 역으로 좋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꼭 주류언론의 기자가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Q. 인터뷰라는 작업 자체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누군가 이번 열 번째 인터뷰집 <금지를 금지하라>와 그간의 작업을 극찬하는 기사를 썼는데, 첫 번째 댓글을 보니 “전문 인터뷰어? 얘는 그냥 남이 하는 말 그대로 옮겨 적어서 책으로 만드는 것뿐 아닌가?”라고 썼더라. 인터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면 자기가 당해보기도 많이 당해보고, 해보기도 많이 해봐야 한다. 최종적으로 인터뷰가 정리돼 나올 때 조사 하나 잘못 붙이면 이야기의 뉘앙스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 않나. 어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이 “아, 이건 내가 한 말이다”라며 만족할 정도로 그 내용을 정리하는 일은 진정 어렵고 고된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가 정말 여태껏 창조적인 면 없이 그저 남의 말을 기록하기만 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 워낙 주류언론의 시선이 내 작업에 대해 냉담하다보니, 그렇게라도 생각 안 하면 견디기 힘들다. 차라리 내가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Q. 일종의 피해의식 같이 들린다.

피해의식 많다. 운동선수를 보면 몸 전체의 밸런스가 좋다기보다 어느 특정부위를 훈련으로 혹사시켜 일종의 기형이 된 사람들이 많다. 발레리나 혹은 축구선수의 발을 보면 누구나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지 않나. 하지만 내가 하는 작업 같은 경우는 아무리 진심을 가지고 노력해도 그게 뭐냐고 폄하해버리면 그만이다. 증명할 수 있는 게 없다. 가치판단의 영역이니까.

Q. 그건 변명 아닌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변명은 굉장히 중요하다. 변명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그만큼 고민이 없다는 의미다. 일단 변명을 시도한다는 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거 아닌가. 변명을 하면서 나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거다. 그게 첫걸음이다.

Q.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당신이 하는 인터뷰 작업이 결국 ‘변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적인 장을 마련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어떤 사람에게 욕을 하더라도 최소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나서 평가를 하자는 거다. 주류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인터뷰 기사들은 대부분 매체의 정치적 지향점이나 목적을 위해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으로 편집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이 백 마디를 하면 그중에 전체적인 맥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엉뚱한 한 마디를 끄집어내 헤드라인으로 뽑는다. 그런 기사를 통해 어떻게 한 인간을 평가할 수 있겠나. 내 인터뷰 작업은 있는 그대로 한 인간의 생각과 모습을 드러내 세상과 정당한 소통을 하게 하는 데 그 가치를 두고 있다. 꼭 변명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언론이나 대중에 의해 정신적 상흔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 “당신의 진심을 이해한다”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참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Q.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신해철 같은 예술인부터 김규항, 홍세화, 강준만, 진중권, 이상호, 손석희 같은 지식인과 언론계 인사들, 그리고 유시민, 김근태, 강금실 같은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당신만큼 폭넓은 스펙트럼의 취재원을 만난 인터뷰어도 드물 것이다. 신기한 점은 그들 모두 당신에게 각별한 신뢰를 가지고 두 번, 세 번 다시 만나 인터뷰를 한다는 거다. 비결이 뭔가?

예전에는 농담처럼 내 인터뷰어로서의 장점이 비굴함이라고 했다. 내가 인터뷰를 하는 대상들이 주로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다보니, 그들을 만나기 전에 굉장히 많은 노력과 고민을 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내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뺏는 것 아닌가. 보통 며칠에 걸쳐 질문지를 만드는데, 꼬박 두 달이 걸리기도 한다. 관련된 모든 인터뷰 기록과 보도 내용, 취재원이 만든 영화 혹은 책을 몇 차례에 걸쳐 읽고 분석한다. <감독, 열정을 말하다>의 두 번째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박찬욱 감독을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만든 질문만 200개다. 이 전에 봉준호 감독을 만났을 때는 140개 정도의 질문을 준비했었다. 그렇게 노력을 들이면서 결국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왜곡 없는 그대로를 독자에게 전달하자는 것 하나뿐이다. 다행히 번번이 진심이 통해 ‘최소한 이 사람은 기사를 위해 취재원을 이용하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Q. 한정된 지면에 압축된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의 고충도 있다.

나도 기자생활을 해봤다. 하지만 그런 기사가 그 사람의 진의를 왜곡 없이 전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내가 굳이 매체에 소속된 기자가 되려 하지 않는 거다.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취재원의 입을 통해 들은 다음 그게 마치 그 인간의 가치관인양 말하는 기자들이 많은데, 그건 정말 최악의 인터뷰다.

Q. 당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궁금하다. 언뜻 진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김규항 선생이 나보러 “너는 거북이처럼 점점 왼쪽으로 나아간다”고 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 스스로를 딱히 좌파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거다. 아마 난 자유주의자에 가까울 것이다. 남에게 피해 안 주면 사회나 국가가 개인에게 간섭하는 걸 극렬하게 반대하는 편이니까. 그러고 보면 나야말로 건전한 보수 쪽에 속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한홍구 선생을 만났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젠다가 모두 우파적인 것들이라고 하더라. 경찰이 사람 잡아다가 함부로 때리지 말라는 거, 남 속이지 말고 도덕적으로 살자는 게 좌파적인 마인드가 아니지 않나. 자본주의 사회가 건전하게 돌아가려면 가진 사람들이 더 모범을 보여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 그거야말로 ‘진짜’ 보수우파가 해야 할 주장의 정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진보적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위해 애쓰며 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큰 존경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진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사람들을 주로 만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며 기록하게 되는 것이겠지.

Q. 한 번 인터뷰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듣는 건 무엇 때문인가?

진중권, 강준만, 홍세화 같은 지식인들을 매년 만나 인터뷰하고 기록해도 꽤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거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담론 생산자들을 만나 그 내용을 성찰하고 고민해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의미에서 말이다. 큰 틀에서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란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부분과 불합리한 모순들, 착취와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그들의 기록이 꾸준히 모이면 세상을 바꾸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이번 열 번째 인터뷰집 <금지를 금지하라>는 당신에게 단순히 수치상의 의미 이상으로 다가올 것 같다.

물론이다. 그래서 가증스럽게도 셀프 인터뷰까지 끝에 싣지 않았나.(웃음) 이번 책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회로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오해받고 마녀사냥 당한 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송가다. 개인적으로 이상호 기자 인터뷰를 제일 잘 했다 싶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에게 바치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삼성이라는 권력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하면서도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사람이다. 이번 출판기념회 때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 인터뷰하기로 약속해놓고 굉장히 많이 후회했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어려운 인터뷰였다. 워낙 이상호 기자가 예민했던 시기니까. 그런데 그때 자신이 했던 고민들이 기록으로 남은 걸 보니 정말 뜻 깊게 생각된다며 고맙다고 하더라. 개인이 어떤 한 시점의 생각과 고민을 300매 분량의 글로 정리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데 난 그걸 공짜로 해준다. 얼마나 좋나.(웃음)

Q. 그런데 당신의 인터뷰 작업으로 세상을 바꾸기에는 버겁다고 생각지 않나? 누가 요즘 정치인 인터뷰를 읽고 싶겠는가.

‘아찔한 소개팅’같이 돈과 외모로 모든 걸 판단하는 얄팍한 상술의 프로그램을 봐도 이젠 예전처럼 흥분하거나 욕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모든 게 무기력해지고 의미 없어진 세상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최근에는 좀 더 대중 친화적인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려 한다. <감독, 열정을 말하다>도 그런 맥락의 작업이었다. 영화감독을 만나 단순히 영화뿐만 아니라 스크린쿼터, FTA 등 사회 전반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게 영 엉뚱한 작업이 아니라는 희망과 확신이 생겼다.

Q. 그럼 당신의 대중 친화적인 다음 인터뷰 상대는 누군가?

일단 <감독, 열정을 말하다>의 두 번째 시리즈를 작업해야 한다. 박찬욱 감독과는 이미 약속을 잡았고, 개인적으로는 홍상수 감독과 김기덕 감독을 만나보고 싶다. 다른 계획도 하나 있는데 대중가수와의 인터뷰를 구상 중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책 한 권을 통째로 신해철과의 인터뷰로 꾸며볼 생각이 있다. 그와는 전에도 한번 인터뷰를 했었다. 정말 재미있는 아이콘 아닌가? 마광수 교수는 자기 홈페이지에 독자가 올린 누드 사진 때문에 조사를 당했는데, 신해철은 공중파에 나와서 “나는 여고생 교복을 트렁크에 넣고 다니면서 심지어 사용한 적도 있다”고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자연스레 웃어넘긴다. 게다가 그의 통찰력과 화려한 언변을 봐라. 어떤 상황에서 분야를 막론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순발력 있게 반응하는데, 이건 정말이지 보통 내공이 아니다. 꽤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

Q. 서점에 가면 책의 성격별로 여러 가지 코너가 나뉘어 있다. 당신의 책들은 그중 어디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역시 사회과학 코너가 가장 가깝지 않을까. 사람들에 관한 지난 기록이 인문학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지금 현재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식들에 대해 기록하는 것보다 더 인문학적인 게 어디 있나. 옛날 글을 뒤져 현재의 담론을 생산할 게 아니라,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우선이다. 사람들이 그 중요성에 대해 좀 더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누구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왔지만, 오히려 남의 이야기는 더 안 듣게 된 것 같다. 자기 이야기만 하는 세상이다. 남의 이야기 좀 들어보자. 그의 온전한 의견과 생각을 읽고 듣자. 그리고 평가하자. 그리고 판단하자. 그게 옳다.

사진 | 김수홍
허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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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7-01-3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는 시비돌이님이시죠. 축하드려야겠군요 ^^

sb 2007-01-3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너해 전에 '인터뷰'에 무척이나 매력을 느꼈었는데, '전문 인터뷰어'를 표방하는 지승호씨에게 관심이 갔습니다. 그가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후였죠. 지승호씨도 알라딘 서재를 운영하는 모양이군요.
 

(출처: 힙합플레이아)

Q: 'Verbal Jint' 라는 예명의 뜻...

Verbal 은 '말에 관한, 말을 하는, 말의..' 등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이구요, Jint 는 제 본명에서 비롯된 별명입니다. 나중에 영화 'Usual Suspect' 에 나오는 멋쟁이 카이저 소제가 Verbal Kint 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이 이름이 더 마음에 들게 되었습니다.

Q: 음악생활외에는 주로 뭘하시는지 ...

음악생활 외에는 여자친구나 그냥 친구들과 함께 게임하고, 만화책 읽고 영화 보고, 연습장에 낙서처럼 일지 기록하면서 맛있는 것 먹으러 다녔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음악생활을 제외하고는 남는게 없네요.

Q: 처음, 음악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계기 혹은 동기 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냥 사춘기 쯤부터 항상 몰두해 있던 것이 멋진 음악과 멋진 뮤지션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 그들이 택한 방법이 저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중학교 2학년 쯤 되었을 때는 이렇게저렇게 알고 있던 건반과 기타 연주 방법을 총동원해서 어설프게나마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도 라디오를 통해 접했던 Digable Planets, Warren G, Arrested Development, Dr.Dre, Snow 등을 들으면서 '아.. 랩이란게 이런 거구나, 진짜 재미있다' 이런 식으로 힙합 음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가장 많이 듣고 따라하려고 했던 음악은 예민한 90년대 rock 뮤지션들의 음악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어렴풋이나마 외국 노래들의 가사에 담긴 rhyme 을 한글로 따라해보려고 가사의 언어유희적인 요소들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게 기억나네요.

Q: 어떤 식으로 고민했는지 예를 들어보자면-_-

당시에 만든 노래 가사 중 하나가 이런 게 있었습니다.
'나른한 음악이 나를 감싸주지'
'늘 그래왔듯이 늙은 듯 자리에 눕지'
고2 때 쯤 뻣뻣한 발음의 이상한 가사를 가지고 rhyme 을 맞췄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자 대충만 가지고 있던 한국말 rhyme 이라는 것에 대한 욕심이 증폭되었습니다. 멜로디 있는 노래에서의 언어유희가 아니라 rap 에서의 한국말 rhyming 을 처음으로 노력해서 만들어 본 것이 'How High School' 이었습니다. 이 때는 고 3이었구요, 1999년에 대학교 입학한 후에 통신이란 걸 처음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SNP에 가입을 했고 모임의 사람들과 음악과 분위기에 반해서 음악 만들기에 엄청나게 몰입하게 되었구요, 지금까지 왔습니다.

Q: 국내외로 존경하는 뮤지션 ?

좋아하는 뮤지션이 다 존경하는 뮤지션인데요, 힙합의 범주 내에서만 얘기할께요. (너무 많아서 -_-)
Common, Q-Tip, Mos Def, Jay Dee, Outkast, DJ Premier, Black Eyed Peas, Erykah Badu, Meshell Ndegeocello, Big Punisher, Jadakiss, Beanie Sigel 등등등등... 한국에선 SNP 분을 포함해서 열심히 제대로 하는 분들 다 좋아합니다.

Q: 요즘 즐겨듣는 음반은 무엇인지 ...

Lou Reed 의 "Transformer", Echobelly 1집, Gladys Knight & The Pips 베스트 앨범,,..

Q: 공연 모습을 쉽게 접할수가 없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특별한 이유는 없구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서입니다. 여러 크고작은 공연에 참여하긴 했지만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Verbal Jint 공연의 모습을 갖추려면 밴드도 있어야되고..뭐도 있어야되고.. 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살살녹게 만드는 공연을 보여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snp 분들 외에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는지 ...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름들은 지금 밝힐 수가 없습니다.

Q: 평소 가지고 계신 Diss 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Diss 에 대한 생각이라.. 역사적으로 볼 때 rap 의 단골 주제 아닌가요? Diss rap 은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우위를 드러내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MCing 의 경쟁적인 부분, 기술적인 정교함이 생동감 있게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Verbal Jint가 추구하는 혹은 하고 싶은 음악은..?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처럼.. 독특한 정서를 지니고 따뜻한 음악이요. 'Verbal Jint 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보고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취향이나 감수성에 대해서 짐작이 가능할 만큼의 개성을 지닌 음악이요. 스타일 상으로는... 꼭 Hip-Hop 형태의 음악만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Urban 한 분위기에 흑인 대중 음악의 다양한 매력을 담고 싶습니다.

Q: 진트님이 생각하시는 라임(Rhyme)은 무엇인가요 ?

Rap 에서 말하는 rhyme 만을 얘기하자면..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음절 덩어리를 비슷한 발음으로 반복되게 함으로써 rap 을 할 때나 들을 때 운율감이 생기게 하는 것이 rhyme 입니다.
How could I move the crowd First of all, ain't no mistakes allowed ( Rakim 의 'Move The Crowd' 중에서 ) 이같은 기본적인 라이밍 에서부터
Can't knock the hustle, but I've seen street dreams deferred Dark spots in my mind where the scene occured In front of two-inch glass and Arabs I order fries Inspiration when I write, I see my daughter's eyes ( Common 의 'The 6th Sense' 중에서) 요새 많이들 쓰고 있는 적절한 다음절 라임,
Dead in the middle of Little Italy little did we know that we riddled some middleman who didn't do diddily ( Big Punisher 과 Fat Joe 가 함께한 'Twinz' 중에서 ) 언어유희의 극한을 추구하는 곡예에 가까운 기교까지 그 형태와 사용 패턴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rap 의 기본적인 즐거움이란 것입니다. ( 뒤로 갈수록 rap 이기 때문에, 오직 rap 에서만 존재할법한 rhyme 들이지요.. ) 미국을 비롯한 서양 여러 나라에서는 rap 이 있기 훨씬 이전부터 운문체의 글에 널리 사용되던 것이었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시도된 적이 거의 없는 언어유희를 Hip-Hop 음악, Rap 음악을 그럴듯하게 구사하기 위해서 도입하려다보니 온갖 거부반응과 부작용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좋은 라임이란 ?

우리말로 rhyme 을 쓸 때 좋은 rhyme 과 좋지 않은 rhyme 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이고 사람들의 주장을 깊이 파고 들면 Hip-Hop 이란 문화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연관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추구하고픈 한글 rhyme 은 영어 사용 국가의 대중들이 영어로 된 rap 을 듣고 느꼈던 즐거움을 한국의 리스너들에게도 똑같이 제공할 수 있는 rhyme 입니다. 구체적인 것들은 제 음악으로 직접 보여드려왔구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Q: 어느정도의 자신의 라임체계를 잡기까지 어떤 노력이나, 도움등이 있었는지 ?

물론 영어 rap 을 들을 때와 따라할 때의 즐거움을 한국말 rap 으로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근데 추상적인 노력이라.. 뭐라고 설명드릴 수가 없네요-_- SNP 에 가입하고서 접하게 된 SNP 분들의 rap 에서도 많은 힌트를 얻으며 나름대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려 했습니다.

Q: 싱글 앨범 이후, 두번째 앨범(비정규) 이신데 ...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두번째 앨범이란 말이 엄청 어색한데요. 첫 EP 라고 하는게 어떨까요^^; EP 작업을 하는 동안 음악 작업과 인간 관계가 복잡하기 얽혀서 나름대로 고통이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음악적인 야심(?)으로 엄청난 분량의 일을 하려고 했다가 몇 가지 멀미나는 부작용들을 겪고 포기해버린 부분도 있었고, (정규앨범 내려다 EP 로 선회했다는 뜻이 절대 아님-_-) 믹싱을 비롯한 음향적 측면에 대한 저의 미숙함을 메꿔줄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음악내적, 외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많이 배웠고 보람있는 작업이었습니다.

Q: 앨범타이틀 Modern Rhymes 의 의미는?

'Rhymes' 는 그냥 rap 의 동의어구요, 'Modern' 은 EP 의 곡들이 담고 있는 내용, 감수성, 이야기 방식을 표현하고자 갖다붙인 말입니다.

Q: 앨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Verbal Jint 의 "Modern Rhymes" EP 입니다. 2001도에 1980년생의 Verbal Jint 라는 한국인 뮤지션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두 번째 작품으로써 마치 어떤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을 접하듯이 들으셔도 좋구요, 한국말 rap, 곧 한국말 rhyming 의 발전사 연구를 위한 모범 자료로써 들으셔도 좋구요, 힙합 음악도 예술 형식의 하나입니다. 힙합 음악이 허술한 음악이고 좀만 하면 누구나 하는 건 줄 알았던 사람들 당황스럽게 만들기에도 좋은 앨범이겠네요.

Q: 이번 앨범에 참여해주신 분들에 대한 소개...

P-Type 형은 절정신운 한아형의 데모앨범과 다양한 피쳐링, 솔로 작업들을 통해 널리 실력을 알리고 명성을 떨친 바 있는 헤비급(존재감이) MC 이구요, 현재 자신의 작품을 준비중입니다.
The Illest I.L.L.S. 형은 리리시즘에 있어서는 누구와도 비교를 불허할만큼 유려하고 깊이 있는 rap 을 구사합니다. 좀처럼 세상에 노출되지 않았던 I.L.L.S 의 rap 이 제 앨범에 실리게 되어서 기분 좋습니다.
휘성이는 엄청난 열정과 뚜렷한 음악관을 가진 singer 이구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대주입니다. 그 역시 자신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Hezole 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참여를 부탁하게 되었구요, 원래 뮤지션..은 아닙니다.
잠시 목소리가 삽입된 Defconn 형은 저와 같은 시기에 'Straight From The Streetz' EP 를 발표하신 또다른 굵직한 솔로 아티스트이구요, rap 이면 rap, beat 면 beat 둘다 거칠고 강한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지요.
자켓을 디자인해준 B-Soap 형은 저와 Kricc 과 함께 Dien Michel 이라는 3인조 프로젝트의 멤버이기도 하며, 역시 아주 독특한 개성을 지닌 분입니다. 알게모르게 옛날부터 저랑 정말 많은 작업을 같이 했습니다. 'Sex Drive' 싱글의 자켓도 B-Soap 형 작품이구요, 'Big Pie', 'Movin'It', 'Just The Memories' 등을 통해서 접해보셨던 분이 많은 걸로 압니다.
로고를 디자인해준 Scythe Tha Reapah 형은 현재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고 계시며 만화적인 독특한 감각으로 SNP에서 시각적인 부분의 일들을 많이 맡아왔습니다.
154 에 대해선 비밀입니다.

Q: 학교생할과 음악생활을 병행중이신데, 힘드시지 않으신지 ...

최근에는 한 학기를 휴학했기 때문에 학교 생활이 없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학교 생활에 신경을 별로 못 썼습니다.

Q: 평소 가지고 계신 MP3 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이 자기 취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시식' 하듯이 사용하는 것에는 대찬성입니다. 음반을 구입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수록 좋으니까요.. 그 밖의 경우는..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Q: Snp 분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Krucifix Kricc: 대단한 비트메이커이구요, 여러 MC들과 함께한 컴필레이션 형식의 "Untouchable Rebellion" 이란 앨범을 2000년도 초에 발표한 바 있으며, 저와 B-Soap 과 함께 프로젝트 Dien Michel 을 조직하기도 했고, 현재에도 개성있고 탄탄한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12_Life, 결정, Da Real G: 대략 Kricc 의 "Untouchable Rebellion" 이 발매되던 시기 이후로 활동을 접할 수 없던 MC 들인데요, 조만간에 새로운 모습으로 활동을 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C.Posse (Consciousnesse Posse): 2000년 여름에 'Move Ya Soul' 이란 곡으로 시작을 알린 81년생 크루인데요, DJ Rugged D, Lyrikwalitie, 2Dirty 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밀 멤버 한 명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신선한 기대주입니다.

4WD: 저도 한 verse 참여했던 '노자' 란 곡으로 첫 모습을 보인 4WD 형은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지요.. 넘쳐나는 느낌의 기교적인 rhyming 과 해학적인 가사 내용으로 지금까지 딱 두 곡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Hip-Hop fan 들에게 대단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Sentimental Wolf: SNP 의 초창기부터 꾸준한 활동을 보여준 MC/Producer 입니다. 공연을 통해서만 그의 곡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Aquinaz, Dadaist 와 함께 조직한 Phat Assembler 라는 팀을 통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azik: 이전에는 Tragic Temple 의 멤버였는데요.. 상당히 개성있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MC 입니다. 최근에 공개된 'Keep It Real' 에서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TAFKA Buddah & Tragic Temple: TAFKA Buddah 형은 Hip-Hop 이란 장르의 울타리 자체를 넘나들면서 아주 독특한 음악을 보여주는 뮤지션입니다. 얼마전까지는 Hustla, Mark1, A.U, Mazik, B-Soap 과 함께 Tragic Temple 이라는 팀을 이끌었구요, 현재는 6AM 이라는 새로운 유닛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G-Ball & Westylez: Westylez 는 Hustla 와 G-Ball 로 구성되어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국 서부 G-Funk 류의 스타일을 구사하는 rap group 이었는데요.. 'Movin'It' 에서 보여준 팀웍을 마지막으로 해체되었습니다.

Heroin: 최근에 'Keep It Real' 이란 첫 작품을 내보인 여성 Producer 입니다.

절정신운 한아: 설명 안 해도 다 아실만큼 유명한 분이죠. 1999 년 데모앨범 "정검진명" 을 통해 널리 실력을 인정받고 현재는 신중하게 정규 작업을 하고 있는 Producer/MC 입니다.

이 밖에도 또 많은데.. 다음 기회에 또 소개해드리도록 하지요-_- 본래 SNP 는 말그대로 흑인음악 창작/감상 "동호회"이지 음악적인 팀이나 크루의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SNP 뮤지션' 과 그렇지 않은 분들 간의 경계가 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Q: Snp 분들외에 친한 뮤지션이 있으신지 ...

있습니다. 힙합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닌 분들도 계십니다.

Q: 한국 힙합씬에 대한 생각은 ?

아주아주아주 조금씩 멋있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멋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씬이 멋있어지는데..

Q: 힙합음악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음악을 먼저 시작한 선배의 입장으로서 조언 혹은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뭐.. 다들 알아서 잘 하겠지만요.. 힙합 음악은 어느 음악 못지 않게 기술적인 음악입니다. 자신이 음악을 통해 추구하려는 것이나 전하고픈 message 가 있다면 그에 맞는 기술을 갖추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십시오. 그러기 위해선 '음악' 자체에 대한 사랑이 깊어야겠지요.

Q: 정식앨범 발매등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얼마동안은 주변의 뮤지션들 또는 새로이 알게된 분들과 이런저런 collaboration 들에 집중하려구요. 정규 앨범은 주옥같은 곡들로 트랙수 빵빵하게 채워서 내야죠.. 적절한 시기에 ^^..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

감사합니다. 엄청난 싸이트 www.hiphopplaya.com 앞으로도 많은 발전하길 바랍니다. 좋은 음악 많이 들으시고 가족들에게 잘 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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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힙합플레이아)

Q. 안녕하세요, HiphopPlaya.Com 입니다. 회원 분들과, 리스너 분들께 인사를!

안녕하세요. 소울컴퍼니 최적화의 화나입니다. 얼마 전 Brainstorming이란 타이틀의 EP를 발매했죠.

Q. 저희 힙플에는 자주 접속하시는지?

빈번히 접속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주로 제 EP 앨범에 대한 반응을 보고 있구요. 라디오 출연을 계기로 최근에는 HP라디오 재방송들도 다운받아 듣고 있습니다.

Q. 정말, 독특한 이름 '화나'에서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중학교 친구들이 부르던 별명틱한 애칭입니다. 친구들이 어느 순간부터 절 '화나'라고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제 본명인 김경환에서 파생된 별칭이라고 저 자신도 추측만 할 뿐이죠.
그러다가 PC통신 및 인터넷 아이디로 쓰기 시작한 게 굳어져서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따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이젠 따로 뜻을 붙이고 싶은 생각까지 사라졌습니다.
'화나'를 한글로 표기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고는 있습니다만, 굳이 영문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는 Fana로 쓰고 있습니다. 재작년인 2003년 까지는 Hwana로 썼었는데 뭔가 스스로에게 와 닿는 느낌이 없더군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Fana를 쓰죠.

Q. 솔로이시기전에, 칼날과 함께하는 팀, '최적화' 의 멤버이신데, 두 분이 만나 팀을 이루기까지에 대해서 소개해주신다면요?

처음 칼날을 만났던 건 2003년, 메타형이 맡고 계셨던 하자센터 힙합강좌에서였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따로 독자적인 활로를 찾고 있었고, 칼날은 The Anthem People에서 I.P.O.M.이라는 팀으로 활동했었다가 팀메이트 Painkillah의 군 입대로 한 2년 놀고 있었죠. 그 해 여름에 모 대회를 계기로 서로 말을 트게 되었고,'Teenfest(The Q의 소중한 만남 Verse3 앞부분에 나오죠)'라는 캠프에서 같이 놀다보니 죽이 맞아서 같이 프로젝트 팀을 해보자고 결의했습니다. '최적화'라는 이름은 칼날이 지었습니다. 랩음악으로서의 완성형을 찾아가고자 하는 굳은 결심을 내포하고 있지요. 이후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식적인 팀이 되었고, The Bangerz 앨범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죠.

Q. 화나씨의 첫 번째 정규앨범은 구상까지 마치신 것으로 압니다만, 최적화의 앨범계획은 없으신지?

현재 칼날이 편입 준비 중이므로 2006년 2월까지는 저 혼자 활동할 거 같구요. 제 첫 정규 앨범은 일단의 구상이 끝난 상황입니다. 앨범의 참여진도 어느 정도 생각해놓은 상태구요. 하지만 발매시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못 드릴 거 같네요. Brainstorming EP 나온 지도 얼마 안 되었고, 소울컴퍼니에서 계획 중인 앨범들이 너무 많아서 조율을 해야 하거든요. 최적화 앨범에 힘을 쏟고 싶은 생각도 있구요. 뭐 천천히 작업해보렵니다. 참고로, 앞으로 나올 소울컴퍼니 앨범들 전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잠깐 말했듯이 최적화의 앨범역시 열심히 구상중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아마 2006년 3월부터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거 같습니다. 물론 칼날의 편입 성공 여부가 최적화 앨범 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주겠죠. 서로 바쁜 와중에도 가끔 메신저로 의견 교환을 하고 있구요. 저나 칼날 모두, 기존의 것들과는 다르게 해볼 생각으로 Brainstorming 중입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어떤 게 튀어나올 지는 저희로서도 예상이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말해주겠죠.

Q. 최적화가 SoulCompany 와 함께 하게 된 계기라면요?

소울컴퍼니를 결성할 때 그 자리에 있어서... 라는 건 반농담조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확실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소울컴퍼니가 애초에 음악적 방향성과 친분의 교집합을 충분조건으로 하여 결성되었고, 최적화는 그로 인해 만들어진 교집합 소울컴퍼니의 부분집합이죠. 이후 The Bangerz를 통해 소울컴퍼니의 구성원임을 확고히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최적화가 소울컴퍼니에 소속되어 있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Q. EP 앨범, show case 를 매우 성황리에 마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예 10월 15일이었죠. 제가 지금껏 해온 공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최초로 제 이름을 걸고 한 공연이기도 했고, 관객 분들도 유료입장객만 150명 가까이 와주셔서 저 개인적으로도 감동이었죠. 간만에 최적화로서 공연했던 것도 좋았습니다. 자리를 빛내주신 게스트 분들께도 감사드리구요. 특히 공연 전체적으로 가장 수고한 DJ Silent, 편입 공부 중인데도 함께 공연해준 칼날, 그리고 아프신 와중에도 공연해주신 '있다' 누님에게 가장 감사하고 있어요. 공연 내용에 관해서도 만족합니다. 곡에서의 애드립이나 당일에 즉흥적으로 떠올린 퍼포먼스 등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서 기분 좋았구요. 지금까지의 공연 중 가장 많은 수의 곡을 불렀는데 대부분의 곡을 만족스럽게 소화해서 기뻤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니 스스로가 자랑스럽더라구요. 뭐랄까. 뭔가 대단한 걸 해냈다는 쾌감? 안도감? 만족감?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껴봤고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쓰러져 잠들어버렸습니다.

Q. 가사받아쓰기 이벤트는 어떻게 됐나요?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전례가 없는 이벤트라 어느 정도 간과했던 부분에 있어서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채점을 저 혼자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기쁨 반 시름 반이었죠. 채점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학기 중이라 학교 갔다 돌아와서 채점하다 자고 학교 가고...한곡한곡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보다보니 예상보다 엄청난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발표도 공지했던 날보다 일주일가량 늦춰졌습니다. 그래도 끝내놓고 보니 보람이 있더라구요. 재밌기도 했고. 또 한 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가장 잘 해주신 세 분을 뽑았고, 곧 발매될 The Bangerz Instrumental 씨디를 드릴 계획입니다. Soulcompany.net에 '가사 받아쓰기 이벤트 총평 및 오답경향 분석'이 있습니다. 심심할 때 보시면 재밌을 거예요.

Q. 팀으로서의 앨범보다, 솔로앨범이 먼저 나온 드문 경우인데, Brainstorming EP 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솔로 앨범은 예전부터 생각해왔었습니다. 다만 최적화 활동을 하게 되면서 딱히 계기가 없어 특별히 기획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칼날의 편입 준비가 제 솔로 앨범 작업에 불을 댕겼죠. 주변 뮤지션들이 해보라고 권장하기도 했구요. OB-1에 수록된 '최적화(NBT2)'라는 곡으로 솔로 활동의 시작을 알렸고, 그와 동시에 솔로 앨범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정규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4월 즈음해서 갑자기 색다른 게 하고싶더라구요. 그러면서 착안한 게 시문학의 자동기술법인 Brainstorming이었고, 그걸 랩 작법에 차용하여 Brainstorming EP를 작업하게 되었죠. 대부분의 작업은 6월 정도에 마쳤는데, 마침 그 때 The Quiett의 앨범 "Music"이 작업 중이라 발매가 3개월가량 미뤄졌습니다. 뭐 그런 과정에서 더 좋아진 부분도 있고, 잃어버린 부분도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Q. 타이틀, Brainstorming 에 담긴 뜻이 있다면?

Brainstorming.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사용한 의미는 시문학에서 말하는 '자동기술법'입니다. 자켓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자켓 메인에는 사람 얼굴측면이 콜라주로 표현되어있죠. "시청각적인 정보를 수집하여 뇌로 보내고 다시 그 것을 입으로 뱉는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말 그대로 Brainstorming. 혹은 랩이죠. 이러한 자켓의 전체 컨셉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했고, Brown Beat의 조대흠씨가 그걸 구현해주셨습니다. 백커버는 대흠형 아이디어인데 이번 자켓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고, 콜라주 형식을 사용하는 것도 그분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어찌 보면 샘플링 개념과 비슷하달까요. 자켓은 대체로 만족합니다. 대흠형께도 감사드리고요.

Q. 발매되자마자, 여러 이슈들을 만들어내며 관심이 집중됐었는데 그 일련의 반응들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글쎄요. 뭐 이슈까진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발매 초엔 앨범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많았죠. 보도 자료에서도 쓴 바 있지만, 사실 제 앨범이 내포하는 몇 가지 요소들에 대해 청자 입장에선 다소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예상을 했었습니다. 전반적인 곡들에서 보이는 훅의 부재라거나, 64마디 마라톤 벌스라거나, 슬램과 브레잌 비트의 만남이라거나, 연기... 일종의 형식 탈피나 새롭고 다각적인 주제의식, 자동기술방식의 가사작법 등등등. BSEP를 작업하면서 저 스스로가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것을 원했거든요. 라이밍이건 가사작법이건 음악적 성격이건 말이죠. 이 앨범 모든 곡에 걸쳐 나름대로 많은 실험을 시도했고, 그 결과물에 대해 저 스스로는 꽤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만이 있다면 더 많은 시도를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죠. 만약 제 앨범에 거부감이 드신다면, 아마도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 반응을 보니, 다소 과장된 면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더라구요. 공개곡 'Rhythm Therapy' 한 곡만 듣고 앨범 전체를 가볍게 판단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제 랩과 라이밍 체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정하는 분들도 있었죠. 어이없는 논리와 고정관념으로 인해 저와 제 앨범이 평가절하 되는 면도 있었구요. 저, 그리고 제 라이밍 스타일 등이 쓸데없는 논쟁의 싹이 되는 게 싫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니까 대부분 좋은 평가를 해주시더군요. 앨범을 듣고 사람들 생각이 바뀌었거나, 아니면 제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났거나 두 가지겠죠 뭐. 여전히 악평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젠 그런 반응들조차도 만족합니다. BSEP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고, 앞으로 더 잘할 자신이 있거든요. 아 그리고 제 'F' 발음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딱히 발음 신경 쓰지 않고 녹음했던 것이 그렇게까지 입에 오르내릴 줄은 몰랐습니다.

Q. 그 이슈들 중, 어쩌면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자동기술법'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자동기술법, 또는 자유연상법이랄까요. 시문학에서의 Brainstorming입니다. 저는 그 것을 랩 작법으로 차용한 거죠. 가사를 의식의 흐름대로, 연상 작용에 의해 주욱 써내려가는 겁니다. 어휘에서 어휘로 카테고리를 이어가며 끝없이 가사적인 마인드맵을 펼쳐나가는 과정이죠. 자동기술법은 즉흥성을 최대로 살리는 작업입니다. 순간 집중에 의해 '즉시' 가사를 완성 짓는 방식이므로, 자기 안의 언어를 가장 솔직하고 여과 없이 뽑아낼 수 있는 작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Brainstorming은 자신의 가사 작법 체계가 얼마나 자기 자신에게 내면화 되었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아닐까합니다.

Q. 즉흥성을 강조했다면, 각 트랙의 작업을 쉽게 말해서 한방에 이루어졌다는 말씀이신지?

대체로 그렇죠. 지체할 필요가 없는 작업이므로 보통 그 자리에서 바로 쓰고 완성시킵니다. 물론 몇 부분에서는 필요에 의해 작업을 딜레이하거나 살짝 수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만 전체적인 가사를 퇴고함에 있어서도 상당히 관대하게 작업했습니다. 즉흥적인 감각의 결과물이 Brainstorming의 참맛이니까요. 가사 이외에도 앨범이 전체적으로 즉흥성에 의지해 작업되었습니다. 곡 작업상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HP 라디오에서도 밝혔다시피, '시간의 돛단배'는 원래 있다누나의 보컬 파트가 없었죠. 랩 녹음물을 듣다 갑자기 각 Verse 사이에 여성 보컬이 들어가면 좋겠다 싶어서 얼른 섭외했구요. '악당수업'은 'Verse1 Hook Verse2 Hook Verse3'의 가장 일반적인 구성이었는데, 녹음하기 직전에 Verse1, 2를 합쳐 하나로 만들고 중간에 Bridge를 하나 넣는 형식으로 바꿨죠. 그게 좋을 거 같더라구요. 'When I Flow'는 어느 날 새벽에 컴퓨터 하다가 "When I Flow"라는 한 문장이 떠올라서 Brainstorming을 했죠. 그 자리에서 갑자기 64마디가 튀어나와서 앨범에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Game'은 The Quiett과 같이 있다가 그냥 써본, 이른바 '번개송'이었습니다. 번개송치고 나름대로 퀄리티가 있어서 앨범에 수록하게 되었죠. '잉여인간'은 따로 그러한 Flow를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었는데 녹음할 때 그저 느낌 닿는 대로 부른 것이 마음에 들게 나와서 그대로 갔습니다. 스킬보다 느낌에 의존한 Flow라 더욱 마음에 들더군요. 녹음을 굉장히 빨리 마쳤는데 더 손댈 게 없더라구요. 여러 모로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Q. 즉흥적인 작업으로 인해, 메시지 적인 측면 등 아쉬운 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물론 앨범에 대해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앞서 누차 강조한 바, 즉흥적인 감각과 창의성이 Brainstorming의 약점인 동시에 가장 큰 강점이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Brainstorming 취지에 맞게 즉흥성을 최대로 살려 나오는 느낌을 잘 담아낸 거 같아 마음에 듭니다. 앨범 내에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했구요.

Q. 앨범의 포문을 열어주는 트랙, Brainstorming 에 대하여, 실제로 비트가 없이 녹음하셨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비트 없이 했습니다. 비트를 틀고 녹음했으면 또 너무 기계적이었겠죠. 애초에 슬램을 의도했었는데, 저 스스로가 슬램을 녹음해본 적이 없어서 랩의 느낌이 더 강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라이브에서는 의도한 느낌을 충분히 보여드리려 하고 있습니다. 다른 앨범을 통해서도 슬램 트랙을 많이 선보일 생각입니다.

Q. 슬램에 대해서 소개해주신다면?

슬램이란 랩과 시의 혼성 장르를 일컫는 겁니다.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비트 없는 랩'입니다만 랩보다는 낭송에 더 가까운 편이죠. 아마 'Slam'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 겁니다.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문화죠. 한국에도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소울컴퍼니가 'Poet-Hop'이라는 슬램 관련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구요. 시와 힙합, 슬램과 프리스타일 랩이 어우러지는 모임이죠. 지난 9월 16일에 제 1회 Poet-Hop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올해 수능이 끝나면 한 번 더 개최할 생각이 있습니다.

Q. 이번앨범의 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Saul Williams 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엄밀히 말하자면 이번 앨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아닙니다만, 앨범 작업하면서 그의 앨범들을 참 많이 들었죠. 그의 간접적인 영향력이 제게 미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 Slam을 보고 처음으로 슬램이란 걸 알았거든요. 바이오그래피에 관해서라면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인터넷에서 관심 갖고 찾아보시면 얼마든지 나오니까요. 세 장의 개인앨범을 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Not In My Name이라는 EP를 하나 냈구요, 다른 두 장은 정규반입니다. 듣기 쉬운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의 귀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난해하거든요. 하지만 또 한번 맛들이고 나면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세 장 다 괜찮은데 그래도 꼽자면 2004년에 나온 'Saul Williams'라는 앨범을 추천합니다. 제가 HP Radio에서 올해 나온 음반이라고 소개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2004년이더군요. 정정하겠습니다.

Q. 타이틀곡 격인 화나씨의 실화, '시간의 돛단배'에 대해서...

예, 시간의 돛단배는 작년에 있었던 저의 실화입니다. 이 곡과 관련해 여러 군데에서 이야기를 했고, 가사에서 대부분의 내용이 드러나므로 곡의 배경보다는 작업 과정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일단 올해 4월 18일 새벽에 가사를 썼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의 비트가 아니었죠. 어느 날 The Quiett이 보내준 지금의 비트 루프를 들었는데, "아 시간의 돛단배엔 이 비트가 딱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교체를 부탁했습니다. 비트도 바꿨겠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세 번째 Verse를 완전히 다시 썼습니다. 이전의 Verse3가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그렇게 새로 쓴 Verse에서 친구와의 통화 장면을 구현해봤죠. 가사와 내용전개 면에서 전체적으로 만족합니다. 처음에는 훅 없이 Verse 사이사이에 Break만 있는 구조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있다 누나는 갑자기 섭외되었죠. 8월 9일에 녹음을 했는데 며칠 뒤에 들어보니 여성 보컬이 들어가면 좋을 거 같더라구요. 당시 생각으로는 스캣 정도만 넣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작업하다보니 지금의 구조가 되었네요. 있다 누나가 이 곡의 마침표를 잘 찍어준 느낌입니다. 뭐 딱히 이곡이 타이틀곡은 아닌데, 그래도 가장 친대중적이다 보니 그렇게 여겨지는 거 같습니다. 실제로 들으시는 분들 사이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이기도 하구요. 덧붙여 말하자면 시간의 돛단배는 리스너분들의 반응이 좋고, 주변 뮤지션 분들은 잉여인간을 가장 좋게 들으시더라구요.

Q. 앞서 언급된, 악당수업을 포함하여 RHYME-A-, Minos와 함께한 엄마지갑 등 각각의 곡들의 심상이랄까요?

악당수업은 '악당'이라는 단어를 놓고 Brainstorming한 곡입니다.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보셨을 법한 부분 같아요. 어째서 악당은 항상 추악하게 표현되고 언제나 당하기만 할까? 악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폭력이 정의라는 이름 아래 미화되고 있는 걸 어느 순간부터 느껴왔죠. 언젠가 모 특전사물을 봤습니다. 우주에서 온 악당이 지구인들을 공격하는데, 그 이유가 지구의 아름다운 환경을 지구인들이 너무 더럽혔기 때문이라더군요. 참 웃기잖아요. '악당 = 나쁜 놈'이라는 인식 자체를 흔들어버렸죠. 그래서 저도 악당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지금의 악당수업이 탄생했습니다. 천사와 악마로 대변되는 선과 악, 그 둘 사이의 대립이라는 큰 틀을 제가 떠올렸고 오락실이라는 소재는 RHYME-A-형이 생각했죠. 천사와 악마의 이미지를 뒤바꾸자는 의견은 Minos형의 의견이었습니다. 제목은 The Quiett형이 지었구요. 이렇게 보니 은근히 분업을 했군요. 오락실 전성시대를 살아온 분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는 랩을 한다는 생각보다, 연기에 랩을 가미한다는 느낌으로 했구요. 가볍고 재미있는 곡이 나온 것 같습니다.

Q. The Bangerz 에 참여하실 때부터, 많은 분들이 화나씨의 '라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데, 라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Rhyme이란 "비슷한 자모음구조나 발음형태를 가진 어휘들을 문장 위에 연달아 배치하여, 발성에 의한 운율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저 스스로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두운, 각운 등으로 구분지어 말씀하시는데, 최근의 랩에 있어서는 그러한 구분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문장의 모든 어휘적 구성요소에 대해 동일 자모음구조를 최대한으로 적용하려 하고 있죠. 그 모든 Rhyme에 나름의 가치와 연계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하고요. 하나의 완전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 말할 것도 없지요. Rhyme은 사용하기에 따라, 또 접근하기에 따라서 그 용도가 무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그 사용에 대해 옳고 그름을 정의할 수는 없는 거겠죠. Rhyme에 대한 논쟁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되거나 틀에 박힌 시각을 가진 분들이 더러 계셔서 안타깝습니다.

Q. 라임이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 개인의 라이밍 스타일입니다. 방금 말했듯이 저는 문장의 모든 어휘적 구성요소에 대해 동일 자모음구조를 적용하고자 노력합니다. 일정한 위치에 들어가 적당한 운율감을 주는 기존의 라이밍 체계에 빗대자면 확실히 익숙지 않은 방식이긴 하죠. 하지만 Rhyme의 많고 적음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개인의 라이밍 방식에 대해선 타인이 자기 기준만을 놓고서 판가름할 순 없는 거니까요. 저는 제가 갈 길, 가야할 길을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있을 뿐이죠. 뭐 저를 이단아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막말로 UMC나 박명호같은 분들이 있다면 그 반대쪽엔 화나가 있는 거죠 뭐. 지금껏 제 라이밍 체계에 대해 저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BSEP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확실한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When I Flow 등의 곡에서 라이밍에 대해 약간의 실험을 해보기도 했죠. 아, 제가 또 이런 말 했다고 When I Flow 한 곡만으로 제 라이밍을 성급히 판단하는 분 없었으면 좋겠구요. 앞으로의 작업물들을 통해 제 라이밍 스타일의 심화단계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걸음마단계에 불과합니다. 일단은 지켜봐주세요. 궁극적으로는 랩의 완성형에 도달하고 싶습니다.

Q. 화나씨만의 작업방식이 있다면요?

음, 글쎄요. 질문의 확실한 요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는데...일단 비트 작업과 작사 작업간의 이야기라면, 저는 가사를 먼저 쓰고 비트의 느낌을 주문하기도 하고, 비트를 듣고 나서 가사를 쓰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비트 없이 가사를 쓰는 타입이 있고, 비트를 틀어놓고 들으면서 가사를 쓰는 타입이 있죠. 저는 가사 쓸 때 비트 유무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편이구요. 가사 작업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일반적인 방식과 자동기술방식 두 가지 형태로 작업합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쓸 때는 '개요 짜기 Pre-Write 가사쓰기 수정 및 퇴고'의 4단계를 거쳐 작업하죠. 자동기술법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가사쓰기 수정 및 퇴고'의 2단계를 거칩니다. 처음부터 Rhyme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쓰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데, 예. 저는 그렇습니다. 앞서 언급한 제 작업단계로 말씀드리자면 Pre-Write 및 가사쓰기 단계에서 다 라이밍을 하는 거죠. 그리고 수정하면서 놓치고 지나간 부분이 있다면 보강합니다.

Q. 어휘량을 늘리기 위해, 국어사전을 독파하셨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사실 어휘량을 늘리려던 의도는 아니었고, 랩퍼라면 국어사전 정도는 읽어봐야지 하는 쓸데없는 관념에 사로잡혀 두어 번 읽었었죠. 말하자면 그냥 한 때의 객기였습니다. 확실히 어휘력 함량에 도움은 됩니다만 딱히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Q. 모든 곡을 써준, The Quiett 과 소개해주신 분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개인적으로 The Quiett이 가장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프로듀서였고 실력 면에서의 신뢰도 있었기에 전곡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전 대체로 심플하고 간결한 비트를 좋아하는데 제 취향과 요구에 많이 맞춰줘서 고맙고 또 만족스럽습니다. BSEP엔 군대간 멤버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남아있는 소울컴퍼니 멤버들은 모두 참여시키고 싶었습니다. 결국 Kebee형과의 첫 작업도 하게 되고, 무엇보다 최적화의 트랙을 꼭 수록하고 싶었기에 편입공부 중인 칼날을 꾀어내 Rhythm Therapy를 작업했죠. RHYME-A-, Minos 두 형들과는 The Quiett의 권유에 의해 작업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있다 누나는 말 했듯이 갑자기... DJ Silent는 BSEP 작업을 같이 하면서 공식적으로 소울컴퍼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장래가 촉망되는 DJ입니다.

Q. 리스너분들이 놓치지 말고, 들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한곡한곡, 비트와 가사 한구절한구절 곱씹어가며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듣고 넘기는 음악 이상으로, 얘들이 이런 의도로 이렇게 했구나 하는. 뭐랄까, 나름의 분석을 하시면서 들으시면 재미있을 거 같네요. 사람들이 듣기 좋게 만드는, 음악 자체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빛내기 위해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가하면, 저와 같은 경우는, 음악을 함에 있어서 새로운 방식을 만들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며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끼는 데서 보람을 찾는, 그리고 결국 개인적인 궁극적 추구점에 다가서기 위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죠.

Q. 뮤지션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나, 동기에 대해서..

99년 3월, 한 친구를 따라서 클럽 MP에 처음으로 갔을 때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네요. 발을 들이자마자 드럼과 베이스라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둥둥 울리게 만들더라구요. 그렇게 온몸으로 힙합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겐 그 경험이 충격 그 자체였죠. 전혀 거슬림도 없었구요.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음악과 하나 되는 느낌이었달까. 공연장은 처음이라 귀가 좀 아프긴 했지만요. 공연 시작하기 전에 틀어주는 힙합 뮤직비디오부터, (그 당시에는)이름 모를 언더그라운드 MC들의 공연까지 모두 인상 깊었습니다. 그 때 바로 "난 이걸 꼭 해봐야겠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후 클럽이 문 닫기까지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말하자면 속칭 죽돌이였달까. 당시에는 PC통신으로 힙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고, Rhyme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랩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 때 생각해낸 랩스타일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방식이구요.

Q. 앨범까지 발매하신 현 시점에 오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지금의 소울컴퍼니 멤버들을 만나기 전까진 혼자 적수공권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아마추어 뮤지션들에게는 많은 기회가 할당되지 않으니까요. 혼자 PC통신 동호회나 Daum 카페 등을 전전하며 공연 기회를 잡으려고 무진 애를 썼죠. 아마 제 짧은 음악 인생에 있어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당시의 제 목표는 클럽 MP 무대에 서는 거였는데, 제가 고1이던 2001년 말에 문을 닫아버리더군요. 꿈꾸던 목표를 잃고 잠깐 슬럼프에 빠졌던 기억도 나네요. 근데 그 자리에 계속 클럽이 들어서더군요. 2004년 3월 14일에 비로소 꿈을 이뤘죠. The Show에서 공연했었는데 그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Q. 지금까지 활동해오시면서 느끼신, '힙합씬'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한국의 힙합씬은 분명히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생산자나 소비자 둘 다요. 최근 여러 힙합 커뮤니티들에서 오가는 논쟁들을 보면 이전에 비해 수준이 꽤 높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물론 '논쟁의 자체의 수준'보다는 '논쟁의 대상'에 대한 수준 말이죠. 그 엄청난 발전 속도 때문인지, 문화적인 아노미나 정체 현상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게 안타깝습니다. 의식 있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겉만 핥아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분들도 그만큼 많아졌죠. 어느 순간부터 힙합의 모든 것이 정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몇 차원 Rhyme'이니 'AABA 구조'가 일반적이니 하는 괴상한 용어들이 만들어지고, 별의별 이상한 이론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렇게 정리된 기준과 개념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가치 없는 것으로 낙인찍습니다. 옳고 그름을 근거도 알 수 없는 잣대로 판가름해버리고, 생각의 틀에서 조금만 엇나가면 매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말죠. 비판의 이름 뒤에 숨어서 모든 것에 칼부터 들이대는 이들이 대다수고, 또 그것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시대가 와버렸습니다. When I Flow의 "한쪽 귀를 완전히 틀어막고서 딴소리만 하고 있는 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은 자존심만 가득 찬 논리로 진실의 값어치를 바보취급하며 깔보지." 라는 구절은 이러한 현 상황을 빗대어 쓴 겁니다. 요즘엔 좀 인기 있는 뮤지션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면 그 뮤지션의 지지 세력들이 전부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더라구요. 이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라는 한 마디가 없으면 글도 못쓰게 되버렸구요. 보니까 한국 힙합문화 향유자분들이 유독 자존심이 세더라구요. 무의식적인 틀 속에 갇혀있는 느낌을 항상 받습니다. 그러면서 대체 뭐가 힙합이 자유의 문화란 말입니까? 정작 문화 구성원들이 이토록 틀에 갇혀있는데 과연 어디가 자유의 문화로 보입니까? 양적으로 성장했다면 그만큼 질적으로도 성장해야죠. 정말 중요한 게 무언가를 알아야 할 거 같습니다. 말하다보니 문제점만 짚은 거 같네요. 제가 요즘 크게 느끼고 있는 문제점들이라 그런가봅니다.

Q. 최근 가요시장전체의 분위기는 힙합(or 흑인음악)이 대세인데, 이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고, 당연히 기쁩니다. 저 역시 최근 들어서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구요. 최근의 음반 판매량 차트라거나, 힙합그룹의 가요프로그램 1위 소식 등 요즘은 힙합이 대중과의 접근에 가장 용이한 시기라고 볼 수 있죠.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다양성이 존중받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다들 노력하면 앞으로 더 좋아지겠죠.

Q. 힙합씬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총명함. 넓고 올바르며 날카롭되 편협하지 않은 시야. 상호존중. 더 많지만 일단 필요한 건 저 정도 같네요.

Q. MP3 에 대해서는?

MP3. 편리하죠.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포맷이기도 하고, MP3 재생 프로그램들도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구요. 언젠가는 또 다른 포맷으로 교체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생각되네요. 가끔 보면 MP3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MP3의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이 있는 MP3의 불법적 공유가 문제가 되는 거죠. 뭐 듣기론 소울컴퍼니의 앨범들도 공유되고 있다던데 실제로 앨범을 낸 입장에선 무척 안타깝습니다. 딱히 제제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보니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거 같네요. 앨범 한번씩들 내보시면 안 그러시려나.

Q. 최근 발매된 국내음반 중, 인상 깊게 들은 음반이 있으시다면요?

가리온 '무투'. 참 오래도록 음악을 해오셨음에도 불구, 도태됨 없이 계속해서 발전하시는 모습이 참 대단한 거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개인적으로 뵈었습니다만, 씬을 읽는 시야도 남다르시구요. 권위적이라거나 교만함 하나 없이 여전히 퓨어하고 하드코어한 음악을 하시는 것도 존경스럽죠. 그리고 개인적으론 제 앨범도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만. 하하.

Q. 정말 함께 작업 해보고픈, 국내 뮤지션이 있다면?

글쎄요. 최적화 앨범이나 제 솔로 정규 앨범에서는 더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구요. 소울컴퍼니 내에서도 그걸 권장하고 있죠. 뭐 제 위치로 볼 때 지금으로서는 누구누구 딱딱 집어서 말할 단계가 아닌 거 같네요. 그래도 기회만 닿는다면 더 많은 콜라보(Collaboration, 공동작업)를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그 대상이 누구건 모든 합작은 다 즐겁고 신나는 거니까요. 꼭 힙합 뮤지션이 아니라도 말이죠. 실력과 바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전 정말 대환영입니다. 원하신다면 불러주셔요. 몸이 근질근질하거든요.

Q.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지금까지 몇몇 인터넷 및 DMB 라디오에 출연하면서도 여러 사정상 차마 못했던 말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하고 싶은 말 많이 털어놔서 시원합니다. 인터뷰 불러주신 HiphopPlaya.Com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학기가 끝나고 여유가 생기는 대로 최적화 앨범과 제 솔로 앨범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기존의 앨범들보다 진보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계속 저 개인의 궁극적 추구점을 향해 뻗어나갈 겁니다. 주목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 김대형 (811kim@paran.com)
인터뷰에 도움주신 분들 / sky800510, gunfoong, urya99, nary318, gud2wn, hipmaster, lshs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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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629 2014-11-2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언 7년전.......

ㄴㅇㄱ 2021-01-03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언 14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