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정치적으로 독립된 매체위원회 구성해야”
미디어정책 토론회서 “방송기구 통폐합하라” 주장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의 ‘융합시대 미디어정책과 구조변동’이라는 토론회에서 방송시장 개방에 맞춰 국가정책기구를 대폭 축소하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매체위원회를 신설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날 발제자로 나온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정부가 미국에게 유료방송 채널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공공성의 매체를 사유화, 유료화, 미국화가 되게 했다”며 참여정부의 미디어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그는 “방송위원회, 정보통신위원회, 문화관광부 등 국가정책기구를 통폐합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기구는 역할과 서비스가 중복되고 국민의 이익보다 부처의 이해 대립으로 갈등이 심각하다며 정치적으로 독립된 행정기구로서 매체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늘어난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기구를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제안한 매체위원회는 전문가나 관련 종사자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정치인도 함께 참여하는 전국적인 단일기구다. 이 매체위원회에서 한발짝 더 진전하면 매체의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 매체산업과 관련한 입법, 사법, 행정에 걸쳐 자치적 권한을 갖는 매체의회는 러시아 최고회의 매체위원회를 떠올린다. 92년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이 <타스통신>과 <노보스치통신>을 통합해 국영 <리타통신>을 만들려고 했을 때 러시아 최고회의 매체위원회가 정면으로 반박한 예가 있다.

또 김 교수는 “매체, 문화, 통신 등 대중문화 산업을 규율하는 기구나 공적지위에 있는 사람이 정책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검증하고 조사하는 국민소환제 도입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제안에 대해 조준상 언론노조 정책위원은 “정치적 독립성을 높이는 매체위원회와 국민소환제는 필요하다”고 공감을 보였으나 방송기구 통폐합과 관련해서는 “다른 정부기구처럼 일반화시키기엔 곤란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엄호동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미디어의 수용자와 생산자가 넘나드는 뉴미디어 환경에는 미디어 운동의 방향도 바뀌어야 함을 강조했다. 엄 위원은 “대부분 시민단체의 블로그는 재미가 없다”라는 화두를 던지며 보도자료만 있고 이야기가 없는 시민단체의 현실을 주목했다. 블로그에 글을 먼저 띄우고 인터넷매체에 함께 올리는 경우 대부분 소통구조가 활발한 블로그에만 댓글이 잇따른다는 점에서 앞으로 블로그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대신 시민단체가 일일이 모니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현재, 장애인 초등교육률은 30% 중등교육률 20% 정도 라고 합니다. 이번 장애인교육법에 대해서도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렬 대표께서 반대시위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안에 독소조항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

(출처: 한겨레)

“국가 책임을 개인에 떠넘기지 말라”
25일째 단식하는 도경만 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

최현준 기자

전남 순천에서 할머니와 함께 산 그는 교회에 꽤 열심히 다니는 소년이었다. 교회에서 한센병 환자나 시·청각 장애인을 많이 만났던 소년은 목사가 될까, 특수교사가 될까 고민하다 전북 우석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 장애인을 가르치겠다는 꿈을 이룬 소년은 지금, 장애인 교육권을 되찾으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달 26일부터 단식을 하고 있다. 바로 도경만(37) 장애인교육권연대 집행위원장이다.

“장애인이 도로의 턱을 없애 달라고 목숨을 끊던 시절”인 1989년 대학에 입학한 도 위원장은 교육 현장에 나가기 전까진 그냥 ‘잘 가르치는’ 특수교사가 되는 게 소망이었다.

하지만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 장애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00년 충남 공주의 한 장애인 학교에서 초등 1학년 담임을 맡았던 때, 26살 민호가 그의 반에 학생으로 들어왔다. 민호와는 다섯 살 차이였다. 민호 말고도 22살, 20살 장애 학생들이 초등 1학년에 입학했고, 반에서 가장 어린 학생이 13살이었다. 도 위원장은 “늦게나마 교육 기회를 얻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나도 헷갈릴 만큼 장애인 교육은 망가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몸은 불편하지만 정신은 말짱했던 학생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만큼 주눅이 들어 있었다”며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 결과”라고 말했다.

19일 도 위원장은 25일째 단식해 온 사람답지 않게 맑은 눈빛에 생기마저 돌았다. 그가 곡기를 끊으면서까지 바랐던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가 눈앞에 다가와서일까? “어제 두 당(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들이 법안의 4월 통과를 약속했다”고 했다. 개인에게 내맡겨 왔던 장애 유아· 고교생의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36일 동안 단식을 했다. 2004년엔 장애인 교육예산 확대를 주장하며 23일 동안 단식했다.

2001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특수교육위원회를 만들고, 2003년 장애아 학부모들과 함께 ‘장애인교육권연대’를 꾸린 그는 “이제 장애인들이 국가에서 하라는 대로 했던 시절은 지났다”며 “더 적극적으로 장애인들의 권리를 되찾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출처: 한겨레)

‘한글’ ‘오피스’ 깔지않고 온라인서 돈내고 쓴다
소비자용 주문형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술 등장

음악이나 영화처럼 ‘아래아한글’이나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도 인터넷으로 주문해 온라인 상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게 상용화할 경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과 소프트웨어 유통 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서비스연구팀(팀장 최완)은 케이티·코스모·모스텍·한국아이티렌탈협회와 공동으로 주문형 소프트웨어(SOD)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포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기술은 2004년부터 3년 동안 113억원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동시 사용자 5천명을 대상으로 실용화 시험까지 마쳤다. 최 팀장은 “올해부터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지역정보접근센터, 우체국 인터넷플라자, 정보화시범마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란?=우리나라의 인터넷 통신망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가정과 조그만 상점, 심지어 여관방에까지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돼 있다. 인터넷 통신망의 광대역화 추세에 따라 인터넷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미 데이터를 초당 1억비트 이상 속도로 전송하는 회선이 일반 가정에도 깔리고 있다.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등장으로 시속 60㎞ 이상 속도로 달리면서도 초당 100만비트 이상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등 무선 인터넷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 통신망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터넷으로 음악을 주문해 온라인 상태에서 바로 재생해 듣고(주문형 음악),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등장해, 이용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머지않아 온라인 음악 및 영화 이용자가,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듣고, 디브이디나 비디오테이프를 사거나 빌려 영화를 보는 이용자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온라인 상태에서 바로 실행해 사용하게 한다. 소프트웨어를 하드디스크에 깔아놓고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 서버(컴퓨터)에서 불러 사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문서를 만들고 싶으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 업체 서버에 접속한 뒤 ‘아래아한글’이나 ‘싱크프리오피스’를 실행시켜 사용하면 된다. 문서 작업이 끝나면, 문서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뒤 문서편집기 창을 닫으면 된다. 최 팀장은 “시험 결과, 초당 1억비트 이상의 속도를 내는 인터넷을 이용하면, 하드디스크에서 불러올 때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은 그동안에도 직접 짠 업무용 프로그램 등 일부 소프트웨어에 대해 주문형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해왔다. 사내통신망은 가정에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보다 빠르고 안정성도 높아 가능했다. 용량이 작은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가상사설망을 통해 공중 인터넷으로 확대 적용한 사례도 있다. 포바 기술은 이를 확대해, 일반 가정의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나,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통신과 같은 무선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도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어떤 변화 오나?=포바 기술의 상용화로 일반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도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소프트웨어 사용 및 유통 방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목돈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살 필요 없이 월 이용료를 내면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가 새로 나올 때마다 사다 컴퓨터에 까는 불편이 준다.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가 새것으로 바꿔놓은 것을 그냥 사용하면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쪽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사용하는 행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경우에는 유통망을 갖지 않고도 판로를 열 수 있다.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은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라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질 수 있다. 케이티는 신사업의 한 축으로 잡은 ‘솔루션 서비스’에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포함시켜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미 시장을 장악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케이티 같은 대형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와 손잡고 시장장악력을 더 키우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김재섭 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출처: 한겨레)

이주노동자방송 꿋꿋한 두해살이
재정·신분불안 속 제작 열정…독자채널·지상파 방영 꿈꿔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된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이 지난 16일로 방송 두돌을 맞았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는 약 40만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미등록 상태로 불법체류자들이다. 대부분 신분 불안과 인권 침해, 인종 차별 등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들을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며 함께 걸어가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위성케이블채널 시민방송(RTV)에서 방송되는 〈이주노동자 세상〉, 〈다국어 이주노동자 뉴스〉 프로그램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제작하고 있다. 그동안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이주노동자 장애인의 재활문제, 강제추방된 이주노동자 현지 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2년 동안 별 탈 없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이들에겐 말 못할 고충이 많다. 상근자 4명과 회원 30명이 힘을 모아 한달에 총 220분(3회분)을 만드는데 정부로부터 고작 월 31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상근자의 생계비, 촬영과 편집 비용 등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재정적 부분도 버겁지만 불안한 신분 또한 큰 걸림돌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자원활동가 중에 강제 추방을 당한 이도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방송물 제작과 더불어 지난해 10월에는 처음으로 이주노동자영화제를 열었다.

더 나아가서는 독자적인 채널을 가진 방송채널사업자(PP)로 커나가는 게 목표다. 현재 시민방송의 시간을 일부 할당받아 송출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하지만 독자적인 채널을 운영하려면 방송 장비와 인력 확보, 프로그램 수급 등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선은 그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에서 전파를 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방송 미누(36·네팔) 공동대표는 “기존 미디어 프로그램에서는 이주노동자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기보다는 불쌍한 사람, 범법자로만 그린다”며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꿔나가면서 이주노동자의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알리고 직접 참여하는 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 이주노동자세상 : http://rtv.or.kr/CB88C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만파식적(萬波息笛) - 남편에게

김승희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두 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간의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생기지,
그 빈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동물들처럼
서로의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불어 살면서도
아닌 것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외따로 살면서도
더불음 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아이는 자라고
악보를 모르는 오선지 위로는
자비처럼 서러운 음악이 흘러라

* 원생동물: 단세포로 된 가장 하등한 원시적인 동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