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마틴 루터 킹 자서전
클레이본 카슨 엮음, 이순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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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나의 영웅을 그리고자 하는 이 책은 루터 킹 쥬니어의 등장과 그의 영웅적 업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분명 신학적 견해와 그의 인품에 대해 미화된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영웅은 없고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견해에서 보자면 그는 흑인들의 억눌림, [보이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자신들에 대한 자각이 성숙하여지고 백인들의 인도주의적 양보와 폭력에 대한 혐오가 맞물리어 나타난 사회적 현상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그가 살아있을때와 같은 유색인종에 대한 법적 사회적 개선 혹은 사회적 동의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운동 또한 왠지 맴돌고 있는 듯 침체되고 만 것을 보면 그의 영웅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사후에 밝혀진 그의 인간이라는 한계, 그럼에도 한 시대와 핍박받는 눈물의 사람들을 위해 쓰임받게 되는 역사적 인물들과 그들의 역할에 대해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우리가 대단해서 사람 앞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 아니다. 함선생의 말씀처럼 우린 그저 하나님의 발길에 차여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유일하게 한 개인의 이름으로 제정된 국경일을 미국에서 가진 인물, 나는 일어나야 할때 신앙적 관점을 유지하며 그 일을 용기있게 했던가? 나의 허접함을 보며 루터 킹 쥬니어에 대한 나의 마음은 한 없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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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인간 1 - 3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3
랠프 엘리슨 지음, 송무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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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나는 내가 거의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는 것을 알았다. 물론 서로 쳐다보면 무안하고 또 괜한 오해를 살까봐 그런 것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서로를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서로를 주시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존중하기 어렵다. 보지 않기에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가는 사회.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상대이기에 서로 무례하게 되고, 따뜻하게 말을 건내기도 힘들어진다. 문득 지나는 사람들을 실례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양보와 존중이 쉬워지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은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외면은 그 뜻이 얼굴을 피하여 보지 않음이니까.

왜 서로를 보려하지 않을까? 미국 생활을 하며 흑인들이나 히스패닉들을 잘 보지 않았는다는걸 안다. 나에게는 백인들만이 보였고, 그래서 무얼하든 그들 백인은 고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들에게는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놀랐었다.  나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있는 대상은 눈치를 보고 그 행동이나 얼굴에 나타난 감정등에 관심을 갖지만, 나를 좌우할 수 없는 상대는 주시하지 않고 지나치게 된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시나 거절이 아닌 아예 보지 않는 것. 자신의 고려나 생각의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게 되는 것. 사실 이것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던 미국 생활의 일면임에도 그것을 설명하지 못하다 이제 고국에 돌아와서야 그 일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사회의 고급 옷과 섹시함, 튀는 문화의 원인에는, 사실은 자신을 보아달라는 아우성이 포함되어 있는지 모른다. 아무도 나를 보아주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눈을 끌고 싶은 욕구. 더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수록 더 나를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만이 늘어감에야 이런 일들을 이해해 줄 수 없으랴..

친절이란 사실 상대를 인간으로, [보이는] 인간으로 여기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못 보는 이유에는 또 한편으로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피부색이 그러하듯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거부감. 다양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에 더욱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좀비로 혹은 꼴통이라는 인간성이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것. 우리 사회는 서로의 얼굴을 기억치 않는, 기억할 필요가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는것일까. 나는 의견을 가지며, 있는 존재로 취급해 주기를 원하는 인간이다. 내가 오늘 스쳐갈 수많은 사람들도 또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여기 사람 있거든요!] 그것이 지나간 촛불의 의미였을까. 어쨌든 이제부터 나는 볼 것이다. 모든 한사람 한사람을, 마음을 두어, 무표정하지 않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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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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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번스타인이 1999년 쓴 이 책은 진정한 교육은 전인全人을 길러내는 통합교육이어야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실례들을 들어 창조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여러 사람들의 독특한 생각의 패턴들과 그 통합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나에게 이런 여러 인물들의 생각 패턴의 예들을 보며, 나의 아이디어의 한계를 깨닫고 다른 방향의 생각들을 고려해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세포가 되어본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경험이고, 기괴해 보이는 내 실수들에서 도리어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또한 얼마나 근사한가. 이런 면에서 이 책이, 원래 저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느닷없이 인문학 분류의 책으로서 자기개발 처세술 책과 같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인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 모두 기존의 교육으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생각의 창을 열 방법에 그렇게 목말랐는지도.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문제는 루트번스타인의 지적처럼 교육 시스템, 아이들의 사고의 발달을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게 하는 커리큘럼에만 있었을까? 이 책이 보여주는 전인교육적 [인성, 통합, 유토리] 교육에 대한 우리의 지난 경험은, 이런 방향으로의 교육정책 변화만으론 결코 완벽한 해답이 될 수는 없음을 이미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어떤 새로운 시도가 더 필요한걸까? 개선을 해간다고 할수록 개악되는 현재의 교육정책을 십수년 바라보며, 언뜻 우리가 사는 이곳, 한국의 좁은 땅덩어리와 많은 사람들, 그로 인한 지나친 경쟁과 선행학습, 더우기 획일화된 인생의 전망(몇가지 안되는 성공의 모델들)과 그것을 아직 넘어서지 못하는 부모들의 삶살이에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 깊이 이 문제를 걱정하고, 천재적 스파크로 고달픈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고 자기 자신의 소질을 꽃피우는 학교에 다니게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아니면 아이들을 좋은 교육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모나 부모 중 하나와는 떨어져 사는 해외고아로 여전히 내몰아야만 하나? 몇년이 지나고 해외로 교육때문에 나갔던 아이들이 개선된 한국교육의 혜택을 누리고자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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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환영 - 회화적 재현의 심리학적 연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차미례 옮김 / 열화당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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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무엇을 그리기 원하는가? 그리스시대의 조각으로부터 르네상스와 18세기 회화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은 자신이 그리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려지도록 결정되어 있던 이상적 풍경과 인물, 그리고 소품들과 풍속들이었다. 얼마나 실감나게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게 그리느냐에 관심을 가졌고 좀더 나은 기법들이 추가되고 전수됨으로 그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있는대로 그리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이 드러났다. 인상파의 실험과 표현주의의 등장은 화가에게 실재로는 존재하나 그림으로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그려내야 하는 일을 요구한다. 그것은 다른 빛깔일수도 다른 형태일수도 다른 소통방법일수도 있다. 이제 회화는 어느덧 소통 불가능을 꿈꾸는 자기만의 닫힌 세계로까지 치닫게 되었다.  

그림을 보는 사람은 무엇을 보기 원하는가? 즐거운 것, 근사한 것, 흥미로운 것, 놀라운 것을 보기 원했다.하지만 스스로 보기 원하는 것이 이미 문화적 학습과 전문가 집단이나 주위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어 있는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19세기의 새로운 회화의 시도가 처음에는 너무나 파격적이고 낯설어 혐오스럽게까지 느끼던 사람들이 이제는 인상파의 그림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피카소에게서 근사한 것을 발견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그림을 보는 방법이 어릴 때부터의 반복된 노출과 교육으로 익숙해진걸까? 아니면 정말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던 우리 안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재적 경향이었던가?

곰브리치는 그림을 보는 것과 그리는 행위에 들어있는 의미들을 드러내 보여주며 어떻게 우리들이 이 과정을 겪어왔는지를 설명해 준다.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떤 그림들을 그리게 되고, 만나게 되더라도 우리들이 진행시켜 나가게 될 창작과 이해의 과정을 미리 보여준다. 우리는 그림을 통해 소통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새로운 시도들로 우리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해내는 새로운 길들을 모색해 가리라.

p.s 번역에 대해서는 미술학도로의 배경과 인지 심리학적 이해를 가진 전문가의 곱씹은 번역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정도로도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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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마티 올슨 래니 지음, 박윤정 옮김 / 서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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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약하거나 혹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오해받는 내성적 성격을 이해하고 그것을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의 성격과 사람들과의 상담 경험을 통해 내성적인 것을 또 다른 장점으로 받아들이고 그 성격을 잘 활용하여 인간관계와 직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은 MBTI중 내성과 외향의 구분으로만 사람을 분류한 탓에, 저자 자신의 ISFJ의 성격의 유형을  내성 안에 모두 집어 넣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INFP인 나로서는 종종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구석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 여러 성격 성향 중 유일하게 많은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내향성을 이해하는데는 큰 장점을 지닌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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