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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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전이 되는 책과 괜히 길지도 않은 삶의 시간을 낭비케 하는 책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전은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갖는다. 비록 때로는 혐오스런 인간과 그 갈등을 그리더라도 작가가 가진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과 동일시를 지울순 없다.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의 어떤 면과 그것을 갖는 소수의 인간이 아닌 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어떤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며 그것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다는 것이다.
 
고전은 새로움이 있다. 전혀 새로운 어떤 것이 등장하기는 어렵다해도 새롭다는 것은 깊다는 뜻이다. 남들이 겉핥기만 할때 작가는 깊이를 뚫고 내려가 우리를 놀라고 또 공감케 한다. 그들은 이런저런 상상의 짜깁기에 머물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어떤 것을 풀어보여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발견한 것은 진실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진심이 아닌 것이 어떻게 인간을 위로할 수 있으랴?]
 
그래서 고전은 기쁨을 준다. 이 기쁨은 삶에 대한 의욕이고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며 또한 나른하기만한 나의 삶에 대한 상쾌한 각성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을때 간지러움이든 무거움이든 가슴저미는 슬픔이든 고전은 사무치는 기쁨을 준다. 
 
조이스는 욕망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부적절한 예술이라고 명명했다. 우리가 막연하게 부르는 고전이란 이런 부적절한 예술과 이념을 떠나 아름다움의 진실에로 접근하는 기쁨을 주는 것들일 것이다. 이 책은 재미있는 스토리와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엑스칼리버]류를 연상시키는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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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자본주의 / 자본주의 문명 창비신서 119
이매뉴엘 월러스틴 지음 / 창비 / 199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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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이 말하는 세계체계로서의 자본주의는 근본 성격에 있어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이해에 뿌리를 둔다. 만물의 상품화를 향해 진행하는 자본주의는, 자본의 자기확장 위한 연쇄체계를 완성하였으나 이 관계안에 내재적 모순을 가지고 있어 이를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확장하여야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프롤레타리아화되어 왔으나 이는 도리어 이윤하락을 가져왔고, 지리적 팽창으로 새로운 노동력을 편입하여 상쇄해 나가야만 했다. 이런  절대 불합리한 체제가 자리 잡은 이유는 이 체제에 의해 이득을 얻는 1450년대 위기의 지배층에서 그대로 1650년대  자본주의 체제의 상부층된 계급의 의지에 있다. 
 
월러스틴의 주제는 이런 자본의 확장과 계층의 이행이라는 주제하에 국가가 어떻게 역사적 자본주의를 지지해 왔으며, 국가간의 견제와 무역관계가 이 체계에서의 탈피를 불가능하게 하면서 점점더 많은 국가들을 그 하부조직의 한 분업자로 끌여들였는지를 설명해 나간다. 결국 겉으로 보기에  민족, 반제국주의,민주주의,진보지향을 보였던 투쟁들은 그 의미에서 결국 결국 가진자와 못 가진 자의 투쟁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흔히 반체제 운동이라는 것도 결국 국가권력의 장악을 통한 개량에 목적있으며, 결국 권력획득 후 역사적 자본주의 분업체계의 일부 기능을 맡게 되었다.  여러 세력들은 역사를 통해 부글거렸으나 결국 끊임없는 자본 축적을 이롭게 하고, 실질적인 격차의 끊임없는 확대를 돕는 역할만을 해 왔다는 것이다.
 
흔히 이런 사상적 파행의 감시자 역할을 기대해 왔던 지식층과 여론의 역할은 도리어 이런 체제를 공고히하고 확산되도록 도왔다. 인종차별주의는 노동력을 계층화하고 재생산시켜 하부층을 지배하기 편리케 했으며, 계몽주의에 뿌리를 둔 보편주의는 중간층을 회유하고, 부의 소유를 합리화하여 자본을 방어하며, 능력주의라는 미명하에 교묘한 계층을 만드는 구실이 되어왔다. 진보의 이념이 결국 반자본주의를 타도하여왔다. 아무도 진보를 반대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반대자도 진보를 찬양하는 가운데 공산주의 역시 진보의 그늘아래 있었고 또 실패의 길을 내달았다.
 
아무도 진보를 반대치 못하는 이유는 진보가 인간을 부유하게 했고 빈곤을 몰아냈다는 환상때문이다. 실제 20세기 인간의 대다수는 오히려 절대빈곤에 떨어지게 되고 합리화의 계층인 10-15%만이 서로 합리화 시키며 이를 부정하고 있다. 진보이데올로기는 부르조와지로 변신한 토지귀족의 창작품이다. 이런 상태에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라는 것은 결국 자본주의의 껍질만 벗는 새로운 차별수단의 지속이 될 수 있다. 이제 반체제 투쟁이란 자본주의가 평등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데 기여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투쟁의 장은 사실 반체제세력 자신의 내부, 즉 그 진보에 대한 애착과 이권에 대한 집착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내 안에 자본주의의 이해에 대한 또 하나의 벽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중산 지식계급이 도저히 경험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세계의 모습을 들이대고 옳음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더 많은 동료 인간들이 비인간적이고 열악한 삶으로 버텨내야하는 피라미드의 윗층에서, 장난감 놀이 같은 피라미드 상층부의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삶을 살고 말 것인가라고...나의 연구가 자본주의가 원하는 연구가 되지 않고 더 많은 고통받는 사람을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선 결국 거슬러 일해야 한다. [생명이 있는 것은 강을 거슬러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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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우상 이데올로기
하웃즈 바르트 지음, 김재영 옮김 / IVP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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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가권력 획득의 방법인, 선거에서 승리의 공식은 의외로 단순해 보인다. 자신이 더 각 개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인물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든다는 뜻은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도 크다는 뜻이다. 당연히 번영을 약속하는 이미지가 표에는 절대유리하다. 발전이 아니면 다수를 차지하는 비 자본가 계층의 차별에 대한 느낌을 자극하여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늘리는 분배정책을 약속하는 것도 돈 안드는 좋은 전략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에게 표를 준다는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거기에다 민족 정서에 호소하는 일이 중요하다. 적들은 주위에 많다. 일본도 가능하고 중국도 좋다. 반일, 반중, 반미, 민족적 정서를 그 당시의 대중적 기류와 맞추어 자극한다면 일제강점기가 아니어도, 북한이 처내려오지 않아도 마음으로부터 표들은 가까이 온다. 부시도 번영과 반이슬람 정서로 재선에 성공했고, 고이즈미도 불황돌파와 반중국, 신일본제국 건설의 정서로 다시 정권을 재창출했다. 압도적이다. 이런 공식만 잘 파악하면 국민의 여론에 힘입은 권력장악은 무척 쉬워 보인다.
 
이 책은 보통사람 대부분에 공통분모로 존재하는 이 생각들이, 처음에는 정당했던 목표들의 변질과 이데올로기화에 의해 생긴 것임을 드러낸다. 왜 번영과 안보, 혁명과 민족의 대의들은 우리의 손을 벗어나 우리를 조정하기에 이르렀는가? 하웃즈바르트는 이데올로기의 배후에 우상숭배를 보여준다. 자신을 위해 세웠으나 그것에 의해 죽임 당하는 우상숭배자의 모습. 번영, 안보, 혁명, 민족. 이들 네 가지 이데올로기의 전세계를 몰아치는 소용돌이는 결국 인간을 결단낼 때까지 그칠 듯 싶어 보이지 않는다.  군비경쟁을 그친 것은 기적이고, 이라크 침공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결론은 이들 우상에 의한 인류의 종말인 듯 보인다. 하지만 하웃즈바르트는 절망은 또 하나의 유혹이라고 규정한다. 새벽별과 같이 숨어있는 여명은 우리의 작은 순종을 통해 밝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에게서 변증적 파국이 아닌 구원의 하나님에 대한 깊은 믿음을 본다. 인간에게는 희망 없음을 이야기하던, 절망적 몸짓으로서의 저항을 말하던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아직도 국민 다수는 줄기세포의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고 황우석박사에게 기회를 주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에 있어 우위권을 지켜 최고 선두국가가 되어야하며, 또한 국익을 지켜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옳음과 우리가 믿어오던,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오던 기준들과는 다른 무엇인가에 우리 마음이 홀린 건 같다. 정직과 부끄러움이 이익과 민족감정과의 저울질에서 기울고 있는 일은 아무래도 이번 이 일로 끝날듯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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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5
에리히 레마르크 지음, 홍경호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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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휴전협정 20주년 전날인 1938년 11월 10일, 퐁드 랄마에서 라빅은 자살하려는 한 여자를 구한다. 그녀의 이름은 조앙. 독일에서 피난온 불법체류 의사인 라빅은 조앙과의 관계에 혼란스러워 한다. 라빅은 피난민으로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한다. 그리고 빚어지는 갈등과 줄다리기들...1939년 9월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다시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 조앙은 우발적으로 쏜 어느 남자배우의 총에 죽어가고, 라빅은 다음날 프랑스 피난민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는 독일에서 존경받는 의사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 옳지 않은 것에 대한 자존심으로인해 그는 자신의 국가로부터 버림받는다. 자신의 존재에 충실하고자하나 국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힘앞에 절대 무기력한 한 개인의 삶이다. 레마르크가 그린 1,2차 대전 사이의 인간의 존재란 철저히 국가라는 체계가 만들어낸 부조리앞에 희생당하는 인간들이다. 사랑과 삶의 이유 또는 인생의 보람이라는 개인으로서 추구할 수 있는 행복들이, 개선문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승리 앞에 철저히 유린당하는 어두움이다.

그의 사랑하는 여인을 죽였던 게슈타포 하아케를 파리에서 만나고, 집요하게 좇아 살해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그는 하아케를 죽여 그를 얽어맨 압박에서 놓임을 받는다. 심지어 자신의 도피나 또다른 이어질 생존의 추구의 끈을 놓아버릴 정도로...그는 성공했는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했을 뿐이다. 국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폭력앞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국가에 대한 우리 저항의 한계조차도 개인적인 원한의 갚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국가의 보호아래 의사라면 당연히 느꼈을, 의사로서의 불치병환자에 대한 허탈감조차도, 암으로 죽어가는 한 미국인을 부러워하게 만드는 피난민의 존재에 압도당한다.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는 파리의 이방인인 그는 부조리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착취에 홀로 맞서야 하며, 또한 자기힘이 미치지 못하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피난민인 자신에게 지쳤다.

우리의 존재의 근거는 비참하게도 이제 국가임에 틀림없다. 국가는  생존과 행복, 존재이유의 탐구와 삶에 대한 정의의 근거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피해 도망할 수 없다. 어느곳에서든 우리를 지켜보며 일탈에 대해 냉혹하다. 이것은 무슨 체념과 도피가 아닌 현실 존재의 조건이다. 국가가 우리의 삶의 방식과 이유를 정의한다. 그래서 점점 개인으로서 의미를 찾는것과 옳음을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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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2008-03-1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정말 멋진 서평이라서 다음의 주소로 허락도 없이 스크랩해 갑니다. 카를님께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히고, 작성하였습니다. 저도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읽고 저만의 서평을 작성할 예정입니다만, 카를 님께서 작성하시 것처럼 멋지하기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스크랩해가서 죄송합니다. http://blog.empas.com/rang2202/
 
유림 2 (1부 2권) - 주유열국(周遊列國), 사람에 이르는 길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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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가 쓴 공자의 삶이다. 공자의 나이 서른 다섯에 노나라를 등지고 제나라로 갈 때부터, 68세의 나이로 여러나라를 초상집의 개 취급을 받으며 돌아다니다 다시 노나라로 돌아오기까지의 행적을 그렸다.
 
논어를 읽기 시작한지 넉달 정도가 지났다. 중간중간 논어에 나온 이야기들을 공자의 삶에 엮어 읽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 듯 하다. 하지만, 공자의 생각의 깊이를 접하기 위해선 [유림]의 재미난 이야깃거리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논어와 비추어보며 살아보는 방법 밖에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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