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대만 한류열풍 질 높일 것"  [05/02/07]
 
“한국의 문학작품 소개는 드라마와 대중가요에 머물러 있는 대만의 한류열풍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오밍이(郝明義) 타이베이국제도서전시회(TIBE) 조직위원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13회 TIBE에 주제국으로 참가하는 한국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번 행사가 대만에 한국의 문화와 출판산업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이 세번째 재방송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소설 대장금(은행나무 펴냄)도 1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열기가 뜨겁다”며 “특히 한국 출판계가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디자인ㆍ편집 등이 뛰어난 책을 만들어내는지, 온라인 서점들이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배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과 한국간 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출판산업”이라며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는가’ 등 대만에서 인기를 끌 만한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 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하오 위원장은 한국의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일본 만화로 ‘올드보이’와 같은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내고 역사적인 사실에 통속적인 요소를 가미해 상도ㆍ대장금 등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한국 사람들의 창의성이 놀랍다“며 “이번 도서전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문학작품을 좀더 소개해 한류열풍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TIBE는 프랑크푸르트ㆍ볼로냐ㆍ미국와 함께 세계 4대 도서전시회로 올해는 50여개국 2,100여개 부스가 설치되는 국제적인 행사다. 특히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세계 출판사들이 대거 참가해 활발한 저작권 수출이 이뤄진다. 국내 출판사들의 저작권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5억1,000만원 정도로 꾸준하게 늘고 있다.

하오 위원장은 “중국 본토 진출을 계획하는 한국 출판사들이 대만을 교두보로 삼는다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대만 출신 기업의 중국 진출 성공률이 50%를 넘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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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람을 만들게 하려면…  [05/02/04]
 

‘책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서울 지하철 전동차에는 이런 표어가 붙어 있다. 책의 역할과 중요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출판인들이 이 표어를 본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책 만드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첨단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에는 요즘 온갖 정보가 넘쳐 나지만 책은 여전히 지식 전달과 사고능력 향상에 없어서는 안 될 정신의 인프라임에 틀림없다. 출판인들이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라 영혼을 위한 문화상품 생산자라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몇 출판사 사장에게 이 표어 얘기를 했다. 대부분 반기기보다는 지금처럼 출판계 불황이 계속되면 책 만드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기는커녕 회사 유지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이들의 걱정이 엄살만은 아닌 듯하다. ‘단군 이후 최대의 불황’이라는 출판계의 상황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출판 통계를 보면 총발행 부수가 2.2% 감소했다. 대형 서점의 대표주자인 교보문고는 개점 2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동네 서점들의 어려움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출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출판인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 의혹, 잘 팔리는 책 따라 내기, 인문서 외면과 실용서 치중, 손쉬운 번역출판 의존 같은 출판계의 고질이 산적해 있지만 출판인들은 아직도 정부의 지원 부족 등 남의 탓만 하고 있다.

게다가 24일 열리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출판계는 요즘 내홍을 겪고 있다. 출판사 사장 40여 명이 출협 개혁을 요구하는 선언을 했으나 명의도용 시비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 단행본 출판사와 교재 전집류 출판사 간의 골 깊은 갈등 양상도 재연되고 있다.

출판인들은 집안싸움을 접고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리드하고, 읽는 이의 욕구에 맞는 책을 만든다면 왜 독자들이 외면하겠는가.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이른바 사회과학 출판사들은 시대 변화에 한몫 했다. 사회 비판적인 책으로 386세대 대학생들에게 민주화와 사회변혁에 대한 열망을 심어 준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공산권 붕괴 이후 출판계가 우리 사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데는 그리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사회과학 출판이 ‘좌파 상업주의’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정치권의 386세대는 좌파 상업주의 출판의 대표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 서적에 빠져 대학 시절을 보낸 이들은 졸업 후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에 아직도 수구 좌파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책은 나라의 문화수준을 보여 주는 중요한 척도 중의 하나다. 출판인들은 더 늦기 전에 좋은 책, 꼭 필요한 책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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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인터넷 서점의 폐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성인 인구는 지난 2002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12%를 차지했지만, 2004년 22.4%로 비약적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출판인들은 인터넷 서점의 지나친 할인 경쟁이 궁극적으로 출판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합니다. 출간 1년이 지난 책은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이용한 인터넷 서점들의 할인 경쟁이 신간 도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겁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최근 “온라인 서점들이 보너스 마일리지 점수를 통해 신간마저도 30~40% 정도에 달하는 할인율을 적용함으로써 도입 취지가 무색해져버린 도서정가제의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일부 베스트셀러 도서를 저가에 매입하여 대폭 할인으로 대량 판매하는 구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소 규모 서점의 괴멸은 물론 베스트셀러 일변도의 시장과 그로 인한 매출 양극화 현상이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인터넷 서점의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출판인들이 적극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겠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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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길안내 ‘전보’ 서점 책꽂이마다 빼곡  [05/02/04]
 
책의 제목은 한 줄의 전보문

“책의 제목은 한 줄의 전보문이다.” 책 제목은 전보처럼 짧을수록 좋다. 또 지금 현재의 문화, 관습, 정치, 경제, 역사, 모델, 뉴스와 긴밀하게 조응하면서 고정관념이나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 후발주자일수록 기존의 성공에 시비를 걸거나 남이 안 한 짓을 해야 한다. 물론 재미는 꼭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그래야 화제를 만들면서 역사를 바꾼다.

전보에는 듣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전율하는 ‘무엇’이 들어있으면 좋다. 지금 우리 시장에서 가장 잘 통하는 열쇳말이라면 더욱 좋다. 그래야 독자를 강력하게 자극할 수 있다. 과거에 책은 문화적 가치나 학술적 가치가 중시됐다. 그래서 우선 품위가 있어야 했다. 그때는 인간의 머리(뇌)만 움직이면 됐다.

그러나 인간이 현란한 디지털 영상으로부터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게 되고부터는 머리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 외부환경(사회)까지 함께 움직일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책의 제목은 독자의 이기심에 호소하거나 뉴스를 제공하면서 책의 컨셉트와 핵심내용, 헤드카피라는 삼박자가 잘 조화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에 가장 알맞은 키워드는 무엇인가? 바로 ‘공부’다. 지금 막 한 인터넷서점에서 ‘공부’로 검색해보니 1165종이나 되는 책이 주르륵 떠오른다. 공부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공부’책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제는 ‘공부’하기에 성공한 사람에 대한 1단 기사만 보여도 수십 명의 출판기획자가 그 사람에게 달려들고 있다. 그들은 ‘아이를 어떻게 해라’는 가르침을 적당히 던져주면서 채찍(불안)과 당근(기대감)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으로 책을 잘 포장하기만 하면 2만~3만 부 정도는 팔린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필자들은 대부분 교육전문가도, 문필가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부모일 뿐이다. 그들은 ‘이렇게 해보았더니 성공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독자는 나도 그대로 따라하면 내 아이를 공부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이기심을 충족하려 든다.

‘공부’에 대한 독자의 이기심은 아이의 나이에 따라 크게 나뉜다. 초등학생까지는 부모의 역할을 유도해야 한다.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2003년 9월),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 있다>(2004년 3월), <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2004년 7월),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2005년 1월)로 제목이 변해가면서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구체적인 시기를 한정하는 것으로 바뀌고, 그것은 다시 핵심 행동요령을 제시하는 것으로 변해간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부모의 이기심은 마치 제 역할은 끝난 것처럼 변한다. 이제 부모의 이기심은 아이가 제 스스로 잘 했으면 하는 욕망으로 변한다. 그래서 역할 모델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이래로 <공부 9단 오기 10단>, <대한민국 우등생> <공부의 왕도> 같이 국내외 명문대를 들어간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을 부모들은 아이들이 다니는 길목마다 놓아주려 든다.

하지만 명문대를 나오지 않아도 되니 인갑답게만 크라는 주장을 담은 책은 실패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전보’는 그런 생각에 동조하는 부모마저도 아이가 볼까 두려워 바로 휴지통에 숨겨버린다고 하니까?


(한기호 출판연구소장)=한겨레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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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출판계 유통망 우선 정비” [05/02/04]
 
김혜경 푸른숲 출판사 사장(53)이 지난 3일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 제4대 회장에 선임됐다. 임기는 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91년 푸른숲을 인수한 그는 출판사 여사장 시대를 연 출판계의 대모.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경영·편집 감각에다 쾌활한 카리스마로 선·후배의 신임이 두텁다. 출판 관련 단체장으로도 첫 여성이다.

-중책을 맡았다. 소감은.

“나는 효율성, 합리성을 좋아한다. 그런데 솔직히 단체 일은 그런 것과 거리가 있다. 동료와 후배들의 등떼밀기로 맡았지만 열심히 할 작정이다. 놀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출판계, 특히 인문교양서 출판사가 어렵다. 출판인회의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단행본은 출판의 꽃이다. 인문교양서는 출판의 보석이다. 꽃과 보석이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는 게 우리 단체의 할 일이다. 내부적으로는 붕괴된 유통망을 정비하는 일이 우선이다. 지난해말까지 서점 4,000개가 문을 닫았다. 작은 출판사일수록 타격이 크다. 외부적으로는 인재를 키우고 국가경쟁력을 갖춘다는 측면에서 부모가 앞장서서 자녀에게 독서를 권하고 자신도 책을 잡도록 설득하는 캠페인을 하겠다. 시장논리를 벗어난 인문교양서를 살리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도서관을 확충해서 좋은 책을 사줘야 한다. 그런데 새 도서관이 생기면 오히려 출판사에 책을 기증하라고 한다. 뭔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현직 출판사 사장으로서 출판계가 위기라는 사실을 느끼는가.

“그렇다. 출판사는 안정된 것 같아도 몇 권만 잘못 내면 금방 망하는 벤처기업이다. 위기감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건 독자층이 늙어간다는 것이다. 386세대 이후 독서층이 키워지지 않고 있다. 좋은 필자를 발굴하는 것도 힘들다. 청소년을 겨냥한 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수준 높은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써주는 필자들이 부족하다.”

-푸른숲은 출판인 사관학교라고 불린다(강병철 이룸 사장, 정은숙 마음산책 사장, 박혜숙 푸른역사 사장, 김학원 휴머니스트 사장, 한혜원 교양인 사장, 지평님 황소자리 사장이 푸른숲 출신이다). 경쟁자를 양산한 것 아닌가.

“출판인들끼리는 경쟁자보다 동업자 의식이 강하다. 각자 최선을 다해 개성있는 책을 만들면 그뿐이다. 다른 출판사 책 때문에 내 책이 안 팔리지는 않는다. 출판사 하면서 책과 함께 좋은 동료들을 얻었다. 그것이 큰 행복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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