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지금 거리에 '소녀'는 없다 청소년 리포트 3
민가영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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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시-도피적으로 가출한 십대 여자 아이들의 성 경험담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유용한 교환 가치로 기능하고, 십대들의 성 의식에 내재된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 필자는 가출한 십대 여자 아이들의 경험담을 통해 가출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가출을 통해서 얻게 되는 성 경험, 성 의식,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에 대한 똑바로 된 학습(?)/인식이 필요하다고, 그 역할을 공교육이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설정이나 설정한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 그리고 그 문제상황에서 공교육은 무엇을 할 것이냐는 대안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주제로 함께 읽어낼 수 있는, 십대 남아들의 성 경험담을 다룬 청소년 리포트 1편 <포르노, All boys do it!>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그 어느 곳에서도 무리하게 혹은 어설프게 십대 옹호론을 섭불리 펼치지 않아 이런 류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진동하게 되는 갈등을 줄여주기까지 한다.

'가출 생활을 통해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결정, 혹은 협상의 권한이 자신에게 자원을 제공해 주는 남자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권한을 양도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도 경험한다.'

이 구절 속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하찮음을 발견한다. 인간의 모든 가치는 수요가 존재할 때에만 인정받을 수 있으며, 그 수요자는 거래의 법칙에 따라 인간의 어떤 가치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된다. 그 거래종목이 성/몸이든, 노동이든 달라질 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가치는 '교환' 혹은 '거래' 가능한 가치여야만 한다. 다시 비극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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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데이빗!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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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르륵 넘겨 보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책. 지난 여름, 초등학생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는 한 샘을 만나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 샘은 그림책이 나오는 족족 사서 모으는 재밌는 벽을 갖고 있는데(책 사는 데 들인 돈이면 집 한 채는 거뜬히 샀을 거라고 한다.)
그 중에 맡은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 좋을 책을 골르고 일주일에 한 시간 쯤, 그 책의 주인공과 가장 흡사한 경험을 지니는 아이 하나를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는 마치 구연동화라도 하는냥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신단다. 실물화상기에 그림책을 얹어 놓고... 그림책과 아이들을 함께 읽어 내는 그 샘의 모습은 얼마나 예쁠까.

그 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섯 살 박이인 내 조카 세모를 내 무릎 위에 앉히고 꼭 그렇게 따라해 보리라 다짐했었다. 세모가 좋아할까? 세모 엄마가 더 좋아할까? 아님 네모가 달려들어 그림책을 부욱~ 찢어버리면 어쩌나?... 즐거운 상상과 함께 이 책을 사고 읽었다. 오만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투성이인 작은 세상 속에 던져진 아이들이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언제나 '안 돼! 안 돼!'를 외치는 어른들이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익살스런 그림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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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어디야 우리문고 3
유르그 슈비거 지음, 로트라우트 주자나 베르너 그림, 유혜자 옮김 / 우리교육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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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가 온다>를 읽고 나서 꼭 읽어 봐야지, 싶었던 책.. 철학 동화라 소개되어 읽고 싶었었다. 철학 동화라는 말은 개뿔 같다.. 오히려 엽기호러허무개그 같다고나 할까? 뭔가 있는 척하면서 폼만 가득 잡다가 휘~익 하며 김을 확~ 빼 버리고야 마는... 언저리 뉴우스 같기도 하고.. 나름대로 글쓴이는 우리가 상투적으로 쓰는 말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내거나 읽을 거리를 끄적이는 것도 같지만, 글 속에서 전혀 작자의 의도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한편으로는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다. 그건 상징이나 은유가 글 속에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도 아닌 것 같다. 한마디로 어려워서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아니란 것. 그냥 '나는 이런 기발한 생각도 한다~'라고 뽐내는 글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그런게 포스트 모더니즘적 글쓰기라 우긴다면야 모 할말은 없다, 쩝..

아무튼..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so what?' 이다.. 그래도 조금쯤 긍정적으로 이 책을 바라보자면, 이 책은 마치 한때 이유도 목적도 맥락도 동기도 없이 '그냥' 신드롬을 만들어 냈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토막 글들 속에 그냥 시작했다 그냥 끝나버리는 글들이 있어서) 또, 포스트 모더니즘적 판타지 엽기 허무 동화라고나 할까? 작가가 철저하게 계획한 독자와의 게임 같아 보이기도 한다. '뭔갈 교훈적인 이야기, 의미있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지? 여기서 이렇게 끝나면 허무하지?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되면 너희들은 보통 이야기는 이러저러하게 흘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지 않아? 그렇지만 난 그걸 주지 않을거야.... 철저하게 배신을 때릴 거시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상상해본 저자의 의도)하며 건방을 떨며 독자를 우롱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but. 근데 어쩌나.. 책이 재미가 없어서 우롱할 독자가 줄어들겠는 걸..(독자의 반응) 그래도 게중에 '방랑자'나 '돼지와 종이' '곰으로 한세상'은 요리조리 생각해 볼만한 글인 것 같다. 권위에의 오류를 한번 저질러(흐음.. 그는 96년에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요리조리 한번 더 휘리릭 뜯어봤는데, 역시나 그의 글은 아이디어 안에 갇혀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한 줄의 글을 써 놓고 그 한 줄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려다가 곧 막혀버림을 깨치곤 작중 인물이 나와서 '더 이상 이야기 하기 시러~' 해뻐리고 끝나버리는 허무 황당 스토리 이상은 아니다. 그래서 이 글들의 모음은 잠시의 유희거리나 생각의 단초를 제공해 신선하다거나 즉흥적인 재미를 줄 순 있겠지만, 이야기의 부재로 인해 기억에 남을 법 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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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톨드 미 Papa told me 1
하루노 나나에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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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노 나나에의 <papa told me>를 20권까지 읽다. 스무 권의 책의 분량만큼이나 다양한 삶이 담겨 있는 책. 어찌 보면 소외되어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풍겨야만 할 것 같은, 아빠와 초등학생 딸로만 이뤄진 한 부모 가정이 너무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30대의 잘 생기고 이름있는 프리랜서 작가 마토바 신키치와 생각이 깊고 새로운 것들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해대는 마토바 치세. 이 책 속에는 화려하게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혹은 매우 정상적이라 여겨지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현실 속에서는 어디선가 조금씩 상처받고 소외되었을 법한 사람들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라든지, 구청장직을 은퇴한 후 정원의 꽃을 관리하고 있는 아저씨라든지, 하고 싶지 않은 결혼을 정략적으로 해야 하는 어떤 여인이라든지, 떠돌이 마술사라든지, 볼품없는 슈퍼마킷 배달부라든지, 해체된 밴드의 뮤지션이라든지, 평범한 여인의 길을 택한 공주라든지, 또 든지... 수많은 사람과 사물 속에서 치세는 끊임없이 그들에게 말을 걸며,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공유한다. 사랑하는 법을 아는 아빠와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로 기억하는 딸. 이 둘이 만나는 세계는 결코 환상적이지도 않으면서 따뜻하게 맺음을 한다. 참 멋찐 한 쌍의 부녀다. 언제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그래서 절대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싶은, 또 하나의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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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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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들국화 베스트 12 음반에 담긴 '제발'이라는 전인권의 간절한, 그 간절함 속에 베인 가슴 답답한 노래를 들으며, 기형도의 시집을 읽었다.. <입 속의 검은 잎> 모던니즘 시인으로 오인했던, 그리하여 차가웁게민 내게 각인되어 있던 인물이, 한순간.. 모랄까, 너무도 인간적인 그런 인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그런 인상을 받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장정일은 확실히 기형도를 닮았다.. 그래서 더욱 기형도가 내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일른지도 모르겠다.. 약간은 암울한.. 아직은 그 속에서 희망이나 기대를 발견해 내지는 못해지만(설명글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아무튼.. 너무.. 너무.. 멋찌다는 인상만이 남아 있다... 제대로 다시 읽어 봐야겠다.. 아무튼.. 들국화와 기형도는 궁합이 잘 맞는다.. 장정일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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