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천 앞 바다에 위치한 갯벌을 메워 만든 괭이부리말, 그곳은 한국 경제 개발에서 소외된 민중들의 삶이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공간이다. 덕지덕지 붙은 가건물들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 그곳에서 가진 것 없이 살아가는 민중들과 그 가족들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처받고 외로운, 하지만 웃음과 사랑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그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세상과 사람에 대해 가지게 되는 닫힌 벽들과 그 벽들이 웃음과 사랑으로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열린 마음과 정,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는 기어코 나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다.

괭이부리말에서 유년기와 초등학교를 보낸 김 명희 선생은 자신이 그 곳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아주 부끄러워하며 대학을 마친 후 받은 첫 발령지인 괭이부리말을 무척 운이 없다는 듯이 받아들였고, 잊어버리고 싶었고 그래서 별다른 기대없이 빨리 3년이 흘러 이 곳을 벗어나기만을 바라였다. 하지만 반 아이인 숙자와 쌍둥이 숙희, 초등학교 동기생 영호를 통해 알게 된 동수와 동준이 형제, 명환이를 알게 되면서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게 되었고 또한 그들의 순수함과 사랑을 보게 되면서 마음이 열린다.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열리게 되었고 자신의 교육관이 바뀌게 되었으며, 결국은 그토록 떠나고 싶어하던 이 괭이부리말에 방을 얻어 들어오면서 그들과의 더욱 친밀한 만남을 이루게 된다.

비록 가진 것이 없고 먹을 것이 충분하지 못해도, 인생을 통해 세상에서 얻은 것이라곤 상처와 배고픔과 버림밖에 받은 것이 없지만,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그들이 나누는 사랑은 비록 크고 편안한 집, 맛나고 비싼 음식들, 좋고 비싼 옷들이 없어도 그들만이 나누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 그들을 웃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체성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적인 삶에 무료해진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구분되는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한가?' 하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은 아마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쉽게 손에 잡힐 것이다.

한 이혼 여성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일과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모두 얻은 성공한 직장 여성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내부의 문제점은 있다. 그는 모든 남성들에 대한 성적욕구를 자유롭게 충족하고 싶어 하고 동시에 그의 나이어린 남편이 자신을 떠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는 항상 불안함과 두려움의 꿈을 꾸고 그것은 그녀가 욕망하는 극단적인 모습의 뒤집힌 얼굴을 하고 있다. 세상 모든 남자들을 향한 자유로운 성적 욕망 충족이 꿈속에서는 항상 비극적인 모습으로 성적유린을 당하며 그녀에게서 욕망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꿈은 더욱 확장되어 나중에는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은 단지 그의 욕망이요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그의 욕망에 의해 자신의 아름다운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간다는 것이다. 그녀에게서 일어난 모든 이야기는 한바탕의 꿈일 수도 있고, 아니면 꿈과 현실이 뒤섞인 모습일수도 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어디든 그것은 어쩌면 중요한 문제가 아닐런지 모른다. 오히려 작가는 우리에게 현실이 참된 삶이냐, 꿈이 참된 삶이냐 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198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은 과연 진정한 나의 삶인가? 혹시 나의 진정한 생은 다른 곳에 있지는 않는가? 나는 피상적이고도 끼워맞춘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 명의 배우가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가끔은 나의 일상적인 삶에서 내 스스로에게 던져진다. 이런 나의 모습에서 이 책의 제목은 그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그 저자가 '농담'이라는 책을 쓴 쿤데라였다니.....

이 책은 야로밀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기와 그가 시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상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체코에서의 사회주의 혁명과 그 속에서의 인간이 드러내는 인간성의 본질들에 대해 저자는 아주 특이한 필치로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들과 그 사랑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는 허무주의적이고도 냉소적인 관점으로 사건을 전개시켜가고 있으며 그 사건의 전개는 또한 위대한 시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시에 대한 그들의 통찰과 우연히도 연관되면서 묘한 오버랩의 기법으로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한다.

소년 야로밀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그 서정성은 시인으로서의 출발을 예고하였지만 또한 그 어머니의 과잉보호의 자세와 그 유아적 감상주의에서 그는 탈출하고자 한다. 그로부터 벗어나려 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형성하려고 몸부림치는 어린 시인과 그의 사랑과 그의 이기심과 욕망....사랑의 본질적인 이기심과 욕망과 허무함이 시와 자존심과 명예욕이 결국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불러오고 그 사건은 결국 시인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담 문학사상 세계문학 4
밀란 쿤데라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체코문학에도 이렇게 훌륭한 문인들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농담은 어처구니없게도 역사의 흐름이나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들과 사건들이 가벼운 농담에 의해 바뀌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드빅 얀이라고 하는 이 글의 주된 관점의 소유자인 그의 삶은 여자친구를 가볍게 놀리기 위해 사용하는 트로츠키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그의 일생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는 농담때문에 뒤바뀌어 버린 그의 비극적 일생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을 단죄한 제마넥이라는 자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그 영원한 기억은 교정되어 거짓된 믿음으로 판명되고 그는 복수의 대상을 잃어버리며 허무해하게 된다. 어처구니없게도 한편의 농담처럼 모든 것이 다 허무해져버리고 일생을 꿈꾸었던 바램들이 가벼운 농담처럼 그 누구도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과정도 독특하다.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물과 현상과 사건에 대한 관점의 차이와 대비를 통해 우리는 한 역사적 사건과 인간간의 관계 그리고 사랑에 대한 서로 어긋난 실상을 접하게 되고 이러한 여러 가지 어긋난 관점들은 우연스럽게 하지만 역사적 필연과 나란히 구성된 현실에서 가볍게 농담처럼 지나가 버린다. 글 중의 나인 루드빅과 루찌에는 똑같은 사랑에 대한 상처와 인생의 시련을 가지고 있으나 그 아픔과 사랑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는 서로에게 또 다른 아픔만을 남기고 과거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것은 이후에 헬레나와의 사랑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사랑에 대한 어긋난 기대와 그 속에 도사린 복수와 그 사랑의 방식은 결국 하나의 가벼운 농담처럼 시간에 의해 아물고 아무렇지도 않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 공지영의 성장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60년대에 태어나 70년대의 성장기를 거치고 80년대 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가 민주화운동이 많았던 대학생활을 통해 인생을 거쳐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앞 뒤의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자신의 어린 성장 시절의 이야기로 채워가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작가 자신과 자신의 첫사람이었던 봉순이 언니와의 관계와 삶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봉순이 언니의 손에서 자란 작가의 성장과정과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벚꽃놀이에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남의 집 식모살이로 어렵고 서럽게 살아가는 봉순이 언니의 성장과정은 비록 한 사람은 주인집 딸로서 그리고 한 사람은 그 집 식모로서 만나지만 그들의 삶은 비슷한 사랑의 결핍과 사랑에의 갈구로 이어져 있다.

봉순이 언니의 세탁소 병식이 아저씨와의 첫사랑은 병식이 아저씨의 본심과는 상관없이 사랑에 목말라했던 봉순이 언니의 불운한 첫사랑이었으며, 병에 걸린 시골 아저씨와의 재혼도 자신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놓은 채 세상을 떠나버림으로써 결말이 나고, 또 작가는 어머니로부터 개장수와 눈이 맞아 떠나가버린 봉순이 언니 이야기를 듣고서 서럽고도 질곡이 많은 그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봉순이 언니의 삶은 작가에게 있어 60년대의 경제개발과정에서 소외된 우리네 민중들의 불운한 삶의 전형 또는 극한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된다.

그 역시 대학에서 사회현실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갖게 되었을때부터 민중의 편에 서고자 했으며 그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는 그가 만난 첫사람의 기억과 그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미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 어떤 향수와 연민이 그에게 봉순이 언니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을까 하고 생각에 잠겨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