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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05-12-14

아더왕 전설 뿌리부터 캐볼까 '아발론 연대기'

 

2004년판(좌)

2005개정(우)

 

아더와 란슬롯 등 원탁의 기사, 아더의 후견인격인 멀린 등등, 켈트의 영웅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열렸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의 번역으로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 전8권이 완역된 것이다.

알다시피, 켈트신화는 그리스ㆍ로마신화와 더불어 유럽 문화의 원형을 형성한 거대 정신이다. 숱한 영화와 소설, 만화 등으로 가지를 쳐 온 아더왕 전설이나 성배 전설 등의 뿌리가 거기이고, ‘다 빈치 코드’며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의 밑천이 거기임을 우리는 안다.

이 책은 그러니까, 멀린의 등장과 아더의 탄생, 왕위 등극과 통일, 모험의 여정을 그린 장쾌한 대서사문학(소설)이자, 현전 최고의 켈틱 정전(正傳)이라 할 만하다. 구스타프 도레 등 다양한 화가 및 일러스트레이터의 삽화 200여 점이 김정란교수의 자상한 역주와 함께 수록돼 있다.

지난 해 이 책은 ‘아더 왕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을 시작했으나 출판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4권을 끝으로 중단됐다. 이 번에 이 책을 한꺼번에 낸 출판사 ‘북스피어’는 기존 판본 독자들이 저렵한 비용으로 새 판본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보상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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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5-12-14 [중앙일보 손민호]

그래, 올해도 다사다난이라고 부르자. 예년처럼 일은 많았고 시간은 빨랐다. 문학계도 다르지 않았다. 언뜻 떠오른다면 행사가 유독 많았다는 것. 우리 작가들은 독일에도, 평양에도 갔다. 전혀 다른 주파수로 교신하는 젊은 작가의 신호가 또렷이 들려온 한 해였고, 무엇보다 올 한국문학은 깊은 침체에서 허덕였다. 출판계에서 번역문학은 강세가 아니라 석권의 경지에 올랐다. 오늘의 번역문학은 아예 점령군 마냥 위세 당당하다. 급기야 정부는 아사 직전의 한국문학에 일용할 양식을 배급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안 좋은 기억이 많다. 하나, 그건, 다사다난했다고 불렀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기억은 유독 그림자가 긴 법이다.

ㄱ : 김별아 & 공지영

2005년 한국문학 베스트셀러 작가 두 명의 이름. 김별아는 1억 원 고료 세계일보 문학상 수상작인 장편 '미실'을, 공지영은 사형수와 여교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발표해 올 한국작가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두 작품 모두 15만 부 이상 팔렸다. 현재 순위는 김별아가 약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발표된 한국소설 단행본 가운데 10만 부 이상 판매 실적을 올린 건 이 둘의 작품밖에 없다.

 

ㄴ : 노벨상 소동

감히 '소동'이란 표현을 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임박한 10월 초,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반도는 들끓었다. 때맞춰 노벨상 6개 부문 가운데 문학상 발표만 일주일 연기되면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수상자 발표가 있던 10월 13일 저녁 경기도 안성 고은 시인의 자택 앞엔 취재진 7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하나 올해도 노벨상은 한국을 외면했고, 내년의 '소동'을 예약했다.

ㄷ : 달려라, 아비

1980년생 작가 김애란의 첫 창작집 제목. 첫 창작집이 나오지도 않은 11월 초, 김애란은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으며 단연 화제가 됐다. 80년대 생 최초의 문학상 수상이란 기록도 세웠다. 돌아보면 올 문단의 화두는 세대 교체였다. 시와 소설에서 기존 문법과는 판이한 신인이 대거 등장했고 이들을 적극 옹호하는 신세대 평론가도 여럿 나타났다. 단언컨대, 김애란은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인 신예였다.

 


ㄹ : 루머

그렇지 않아도 말 많은 동네가 문단이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인물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다. 5월 자전적 소설로 읽히는(본인은 강하게 부인했다) 장편 '흉터와 무늬'를 발표하자 문단은 한바탕 시끄러웠다. 그리고 11월 말. 몇몇 지식인을 작정하고 겨냥한 듯한 시집 '돼지들에게'를 펴내자 문단은 기어이 휘청댔다. 문단에선 아직도 몇몇 지식인의 영어 머리글자가 떠돌지만 시인은 여전히 "문학으로만 읽어달라"고 단언한다.

ㅁ : 미래파

평론가 권혁웅이 '문예중앙' 봄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 황병승.장석원.김민정.유형진 등 젊은 시인들이 이른바 '미래파'로 분류된다. 시적 자아가 혼동.분열.확장되는 시상 전개와, 위악적이고 그로테스크한 표현의 남발 등 기존 문법으론 접근이 어려운 시 세계를 선보인 이들을 가리킨다. '달리는 말의 다리는 네 개가 아니라 스무 개다'로 시작되는 권혁웅의 해석은 개인적 체험에 의존하는 이들 젊은 시인의 인식론을 가장 명쾌하게 규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혁웅은 10월 같은 제목의 평론집을 발표했다.

ㅂ : 번역문학 전성시대

 

 

 


 

바야흐로 번역문학 전성시대다. 교보문고가 13일 발표한 올해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든 한국소설은 김별아의 '미실'(8위)밖에 없다. 교보문고 순위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 1'다. 지난해에 이어 2연패다. 그러나 본지가 출판사별로 확인한 판매 부수에 따르면, J K 롤링의 '해리포터'시리즈가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가별 순위를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롤링이 1위였고, '다 빈치 코드' '디지털 포트리스' 등의 댄 브라운이 2위, '연금술사' 결심하다' 등 10만 부 이상 히트작 세 권을 보유한 파울로 코엘류가 3위에 올랐다.

일본 작가 신드롬은 올 문학출판계 최대 이슈였다. '공중그네'의 오쿠다 히데오, '어둠의 저편'의 무라카미 하루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가타야마 쿄이치,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의 에쿠니 가오리 등이 인기를 끌었다. TV 드라마에 힘입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올해만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

ㅅ : 사랑 타령

무릇 시란 사랑의 노래인가 보다. 어려운 문학은 읽히지 않는 시절, 사랑을 읊고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유독 읽히고 있다. 올해 단연 인기를 끈 시집이라면 류시화.이해인.용혜원.이정하.정호승 등 시인들의 사랑 시 선집이다. 오죽하면 '시인공화국' 문학과지성사의 '문지시선 300호' 특집도 사랑 시만 엮은 '쨍한 사랑 노래'일까.

ㅇ : 외출

올 최고의 논란을 부른 소설. 배용준이 주연한 영화 '외출'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중진 작가 김형경이 동명의 소설을 썼고 문학과지성사가 출간했다. 소설의 정체를 놓고 문단은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영상 시대 새로운 소설 형식'이라는 주장과 '영화 흥행에 기댄 출판 상업주의'라는 주장이 맞섰다. 영화나 소설 모두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다.

 

 

ㅈ : 자전거 레이서

 소설가 김훈이 '문학동네' 여름호에서 밝힌 자신의 직업. 올해도 김훈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한국작가 중 유일하게 20위 권에 들었던 김훈은 올해도 '칼의 노래'와 중편 '개' 등을 합해 판매량 10만 부 이상이었다.


동인문학상(2001년)과 이상문학상(2004년) 수상에 이어 올해 단편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문학상을 받으면서 김훈은 독자와 평단의 호응을 한꺼번에 이끌어내는, 몇 안 되는 작가의 자리를 굳혔다.

ㅊ : 축사 사건

10월 28일 미당.황순원문학상 시상식장. 미당문학상 수상자 문태준의 고향 친구 자격으로 소설가 김연수가 축사를 읊었다. 문태준의 옛날 일화를 공개한 축사는 단박에 화제가 됐고 이후 여러 시상식에서 '재미난 축사 바람'이 불기도 했다. 중요한 건 축사가 아니라 1970년생 동갑내기인 문태준과 김연수, 이 둘이다. 올해 시인은 미당문학상을, 작가는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둘이 태어나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경북 김천은 올 한국문단 화제의 진원지였다.

ㅋ : 카스테라

6월 발표된 자칭 '무규칙 이종 소설가' 박민규의 첫 창작집 제목. 박민규는 올해 하나의 보통명사처럼 호명됐다. 평론가들은 유행처럼 '박민규 식으로 말하자면'이라고 말문을 열며 소위 '박민규 화법'을 옹호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자유로이 교차하는 상상력과, 기본 서사와 무관하게 혼잣말 지껄이듯 이어지는 잉여의 담론 등으로 대표되는 박민규 화법은 이미 아류마저 낳는 상황이다. 그를 향한 평단의 시선이 올해 부쩍 순해진 건 의미있는 변화였다.

 


ㅌ : 통일문학 원년

개최 여부를 놓고 소문만 무성했던 민족작가대회가 마침내 7월 20~25일 평양.백두산 등지에서 열렸다. 남한에서 90여 명의 작가가 대거 방북했고, 분단 60년 만에 남과 북의 작가가 상봉했다.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문학인 단체 결성이 결의돼, 이르면 내년 초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남북 작가 150여 명이 백두산 정상에 올랐던 7월 23일 남측대표단장 고은 시인은 '통일문학 원년'을 선포했다.

ㅍ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2005년은 한국작가의 외유가 유독 잦았던 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 행사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10월 19~23일)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면서 한국작가들은 올 초부터 독일 곳곳을 돌며 '한국문학 순회 낭독회'를 열었다. 모두 96명(연인원)의 작가가 200여 차례 낭독회를 열었다. 그러나 한국작가들이 독일 땅에서 목도한 건, 각오보다도 훨씬 왜소한 한국문학의 국제 위상이었다.

ㅎ : 힘내라, 한국문학

이시영 시인은 "문학이 급기야 구휼의 대상이 됐다"고 한탄했다. 나라에서 먹여살려야 할 처지란 뜻이다. 정부는 올해 로또 판매기금에서 52억2000만 원을 한국문학에 쏟아부었다. 정부가 나서 문인에게 현금을 주고, 한국문학을 사다가 전국 도서관.군부대 등으로 보냈다. 작가 312명(연인원)이 나랏돈을 받았고 나라는 한국 문학 중 290권을 골라 권당 2000부씩 샀다. '힘내라, 한국문학'. 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문학회생프로그램추진위원회의 슬로건이다. 힘내라, 제발.

손민호 기자
........................................................................................................
하나 추가하고 싶다.

ㅍ :
표절 논란

유명 문학상 수상작인 :꽃게무덤:의 권지예씨가 소설속 단편 한 작품이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결국은 동의없이 내용을 인용한 것이 드러났고, 한참만에 화해를 했지만  표절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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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5-12-1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정리된 기사라고 생각했는데, 파란님이 더 잘 정리해 옮겨놓으셨군요.^^
 

조선일보 2005-12-14

불황일수록 책에서 길을 찾는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등 전국 대도시에 10개의 영업점과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는 13일 올 한해 도서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20%나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 서점에서 50% 가까운 성장을 기록, 인터넷 시대가 오히려 책 읽기를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문학과 인문학 성장이 ‘책읽기’ 이끈다

교보문고의 매출 신장을 이끈 것은 문학과 인문학. 지난해 3.7% 매출(권수 기준·이하 같음) 감소를 보였던 소설 부문이 30.6%나 성장했고, 역시 1.4%의 감소를 보였던 비소설(논픽션) 부문에서도 18.6%의 성장을 보였다. 인문 부문에서도 19%나 성장, 최근 ‘책 읽는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조짐을 보여준다. 인문 부문에서는 ‘선택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등 개인과 사회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들이 주목받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너와 나, 우리를 알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장률은 교보문고라는 특정 서점에서 이뤄진 결과지만, 이 서점이 전국에 판매망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매출 추이에서 일반적인 독서 경향을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수치다.


올해의 키워드는 ‘블루오션’


연간 베스트셀러 목록 5위에 꼽힌 ‘블루오션 전략’은 상반기 등장 이래 하반기까지 독서 시장에 강타를 날렸다. 기술 혁신이 아닌 ‘가치 혁신’을 주장하며 질적으로 전혀 다른 시장의 개척을 촉구한 ‘블루오션’은 기업과 직장인들뿐 아니라 주부, 학생들에게도 참신한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의 치열한 경쟁 마당을 벗어나, 남다른 분야에 주목하라는 ‘블루오션’ 전략이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 돌파구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막강한 ‘다빈치 코드’ 파워

 
올해 교보문고 매출 신장을 이끈 문학 부문의 기린아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와 미하일 엔데의 ‘모모’. 전세계적으로 2400만권이 팔린 ‘다빈치 코드’는 국내에서도 240만부가 팔렸고, 이 책의 해설서, 반대서, 그리고 유사한 구도의 책들까지 연쇄 반응을 끌어냈다. 종합 50위 내에서 국내 저작은 절반이 못되는 22종(2001년엔 27종)으로, 최근 몇년 사이 베스트셀러에서 외국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신용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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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빈치 코드"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내년 상반기면 300만부는 거뜬하지 않을까...모모는 올해에만 5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드라마의 위력이 대단하다. 국내 작품 100만부 돌파를 보기가 참 어려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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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2005.12.11

'연말연시 사랑과 감사의 뜻을 책으로 전하세요.'60쪽 안팎의 얇은 책자를 카드 봉투 속에 넣어 보내는 선물용 성탄·연하 도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카드를 별도로 구입할 필요없이 책 앞페이지에 메시지를넣을 수 있고 무게도 가벼운 데다 내용도 따뜻해 찾는 사람이 많다.

 

 

 

 

도서출판 성서원은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영진씨의 '사랑과 희망의 노래' '나의꿈,나의 비상' '감동이 있는 풍경' '세계 신앙 위인들' 등 성탄·연하 도서 7종을선보였다. 가격은 권당 2800원.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우표만 붙여 보내면 되도록 기획했다. 시와 에세이,성경 이야기 등을 파스텔톤 삽화와 함께 편집해 읽기 쉽고 보기 좋게 만들었다.

이 시리즈는 발간한 지 한 달도 안돼 단체주문이 1만부를 넘어서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앞서 가교출판 새론북스 수선재 월가조선 주변인의길 등이 카드 봉투를 곁들인 연하도서를 내놓았다
.

 

 

 

 

이들 출판사가 출간한 선물용 도서는 임동헌의 사진이 있는 에세이 '가족'을 비롯해 정희성의 '제가 당신의 행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등 20여종. 표지 하단에'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도 실었다. 가격은 각권 2800원. 특허청에실용신안까지 출원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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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연말 편지만 덩그러니 있는 것 보다는 저렴한 연하도서 한권 같이 선물하면 좋을 듯 하다. 메세지까지 넣을 수 있도록 요즘은 되어 있다고 하니...
 
도서 > 사전/전집/기타 > 2006년 달력/다이어리 > 연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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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 물흐리는 ‘공룡’    한겨레 2005-12-09

커버스토리

지난 3일 교보문고 본점. ‘독서가 미래다’라는 이벤트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12월 한달 동안 출판사 20여곳이 참여해 자사의 ‘양서’를 사는 사람한테 2천만원어치 경품을 준다는 내용이다. 중앙 통로 매대에는 해당 출판사 팻말과 책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물론 양서도 있고 며칠 안된 신간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책도 끼어있 다. 베스트 순위에 든 8종이 포함돼 있는 게 특징. 이벤트는 이것뿐이 아니다. 게임기, 엠피3, 여행권 등을 각각 경품으로 내건 서너 출판사의 신간이 통로에 가깝게 단독으로 예쁘게 진열돼 있다.

길 건너 영풍문고도 마찬가지. 중앙 통로에 10곳 출판사 책을 진열해 놓고 이달 말까지 구입자 10명을 추첨해 스노보드 세트를 준다. 홈 씨어터, 성지순례, 가정용 홈 사우나를 각각 경품으로 내건 출판사의 매대가 경품의 크기에 비례하여 통로 가운데 또는 가까이 마련돼 있다. 정체불명의 책이 ‘이달의 추천도서’ 팻말을 이고 있고, 덤으로 책 한권 더 준다는 출판사의 책은 정문을 들어와 바로 눈이 멈추는 곳에 똬리 틀었다.

서점쪽에서는 이벤트와 관련해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365일 하고 있으며 신규 수요 창출과도 관련 있다고 말한다. 한 중견 출판사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현재 OO곳이 참여하는데 조금 빈다, 참여해 달라”고 요구해 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신간도 깔아야 하고 베스트 순위를 유지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 경품은 오로지 출판사 부담이다. 초기에는 30만~40만원이었는데 요즘은 80만~100만원 수준. 교보, 영풍, 서울문고 등 세 군데 강북, 강남 쪽을 합치면 이벤트는 줄줄이 사탕. 내키지 않는 출판사한테는 적잖은 부담이다. 서점에서 매출을 올리는데 엄한 출판사에서 부담을 진다는 얘기다. 서점 쪽은 “참여를 제안하지만 강요한 적은 없다”면서 “참여사에 이익을 줄지언정 불참사에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점 판촉에 출판사 비용 부담

이런 논란은 연합광고에도 고스란히 재연된다. 연합광고란 대형 소매점의 이름으로 출판사 10~20곳의 책을 함께 소개하는 광고. 5월 어린이달, 여름 겨울방학, 연말연시 등에 실시해 왔으나 요즘은 무가지에 수시로 실린다. “비용을 분담하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노출기회가 적은 출판사한테 좋은 기회”라고 서점 쪽은 밝혔다. 그러나 출판사 쪽은 “44만~88만원의 부담이 잦아지면 무시 못할 금액”이라면서 “솔직히 서점 개업 몇 주년, OO점 오픈 기념 등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매대와 연합광고를 둘러싼 시비를 두고 “매출은 대형 소매점이 올리고 그 부담은 출판사들이 지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출판사와 대형 소매점 사이에서 시비가 이는 데는 빈익빈 부익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서점 하면 떠올리는 교보는 현재 본점을 포함해 10곳의 대형 매장을 거느리며 책의 유통을 좌우하는데 2010년까지 지점을 50곳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풍 또한 10곳 이상 지점을 늘릴 계획이다. 반면 중소형 서점들은 차츰 문을 닫아 1998년 전국 4897개던 서점이 지난해는 2205개로 6년만에 55%나 줄었다(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자료). 또 출판계 역시 비슷하다. 자본의 크기를 바탕으로 점점 덩치를 키운 상위 몇개의 출판사가 전체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실제로 베스트 순위 50위권 책들을 살펴 보면 상위 대형 출판사들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말하자면 대형 출판사와 대형 소매점이 ‘상부상조’하게 되고 나아가 ‘짜고칠’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 틈에서 죽어나는 것은 중소형 출판사다.

대형 소매점의 ‘365 이벤트’나 ‘매대 판매’도 경품을 댈 여력이 없는 중소형 출판사한테는 그림의 떡. 서점 관계자는 “이벤트나 특별매대가 출판사의 요구로 만들어지는 게 많다”며 “우리는 자리를 제공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린이책의 경우 웅진미디어, 비룡소, 시공주니어, 주니어랜덤, 주니어김영사 등 대형 출판사의 책들이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있으며 특별전시 코너를 폼나게 과점하고 있다. 글송이, 을파소, 삼성당i, 효리원, 다림, 꿈소담이, 깊은책속옹달샘, 문공사 등은 그런 틈에 끼어 구매자에게 2000원 도서교환권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그 책이 그 책인 요즘 마케팅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다들 그렇게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냐.” 서점 쪽의 말은 되레 당당하다.

이렇듯 ‘팔기 우선’ 방침에 따라 출판사와 서점은 독자들에게 양질의 서적을 권하기보다는 잘 팔리거나 마진이 높은 책들을 우선 출시하고 우대 전시하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진다. 매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하고, 각종 이벤트에 베스트셀러 출판사를 참여시켜 잘 팔리는 것은 더욱 잘 팔리게 부추김으로써 대형끼리 돕고돕는 결과를 낳는다. 양질의 기획전시는 할 생각을 않거나 하더라도 찬밥신세다. 3일 현재 진행중인 영풍문고의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글 어떻게 쓸 것인가’ 기획전시는 양질임에도 이벤트 매대에 가려 한적하게 밀려나 있었다. 이에 따라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책들이 독자들에게 노출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일반 단행본의 경우 초판 3000부 발행은 옛말. 요즘은 1000~2000부에 그치고 심지어는 500부를 찍고 마는 사례까지 전해진다.

“팔자” 위주…양서는 뒷전

한편, 일부 대형 출판사들의 ‘옆집보다 싸게 팔기’와 대형 소매점과 인터넷서점들의 낮은 납품가 강요가 유통시장을 흐리고 있다.

단행본을 기준으로 할 때 통상 출판사에서는 도매 65%, 소매 70%, 매절은 60% 값에 공급한다. 도·소매는 위탁판매, 즉 외상으로 책을 대주고 판 만큼 나중에 돈을 정산한다. 으레 2~4개월짜리 어음이다. 전체 물량에서 10~20%을 차지하는 매절은 일정부수(소매 50부, 도매 100부)가 넘을 때 반품 없는 조건으로 맞돈을 받는다. 그러나 자본력이 좋은 출판사와 소매점에서 경쟁을 부추기면서 이러한 룰이 깨지고 있다.

대형 소매점의 경우 매절값, 그러니까 통상적인 공급률보다 10% 가량 낮은 값에 납품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팔리지 않은 책은 반품하는 조건이다. 한 대형 서점은 신규 출판사에게는 일괄적으로 그런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며 기존 출판사들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요구한다. 한 서점 관계자는 “기왕의 관행은 법이 아니다. 많은 물량을 사가면 도매가 아니냐”며 입고값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벤트 때는 그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의 인터넷사이트에서는 상시 할인판매를 하며 매절값보다 더 낮은 값에 납품받고 있다. 온-오프가 한 물류센터에서 이뤄져 이들 서점은 사실상 인터넷서점 납품값으로 책을 받는 셈이다.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 인터넷 서점들은 매절값에 납품받고 있다. 그리고 수시로 큰폭 할인행사를 벌여 납품값을 더 낮추는 실정이다. ‘굿바이 2005년 베스트셀러 총결산’ 행사를 여는 알라딘의 경우 100종의 책을 선정하여 할인과 마일리지를 포함해 25~45%를 내려 팔고 있다. 마일리지는 출판사에서 부담 또는 분담해 사실상 저가납품이 이뤄지는 셈이다. 경우에 따라 30% 안팎에 납품하기도 한다. 그래도 출판사한테는 바로 현금이 들어와 감지덕지다.

반값에 납품받고 반품은 당연

그 와중에 일부 대형 출판사의 덤핑출고가 뒷구멍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도매상인 ‘어린이책’의 부도 뒤처리 과정에서 일부 출판사에서 정가의 55~60%에 책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덤핑을 일삼는 홈쇼핑에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 가운데는 출판계 ‘원로’와 관련된 출판사조차 끼어 있다. 대형 출판사의 전횡은 도매상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선수금 턱으로 미리 돈을 당겨감으로써 중소형 출판사한테 지불해야 할 결제금을 말린다는 것. 최근 한 대형 출판사는 도매상들에게 3천만원을 미리 내고 거래를 하든가 말든가 하라는 요구를 했다. 지난해 한 도매상 부도 뒤처리 과정에서 선수금을 챙긴 대형 출판사들은 재고도서를 회수해가면서 오히려 이득을 보았다는 눈총을 받았다. 그 손해는 물론 중소출판사가 덤터기썼다.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조폭’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유통관행의 피해자는 양심적인 중소 출판사와 독자. 양서를 내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계 현실이 절망스럽다”면서 “원가절감으로 푸는 데는 한계가 있어 정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특하지만 시장성이 적은 책을 내는 한 출판사의 관계자는 “미수금이 50%에 이른다”고 하소연하고, “이런 식으로 출판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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