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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형 기자 | 2006-03-17 일간스포츠

일본의 대형 서점은 한국의 그것과 달리 옛날 종로서적처럼 여러 층에 걸쳐 분야별로 책을 판매하고 있다. 1층엔 각 분야별 베스트셀러 책들만 모아 놓아 독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간다(神田)거리 산세이도(三省堂)서점도 1층 입구 바로 앞 코너엔 혐한류(嫌韓流) 책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류를 싫어하는 내용으로 가득 찬 책들인데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자 간단히 식사를 마친 인근 회사의 샐러리맨들이 서점으로 몰려들었다.

혐한류 코너에서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3~4명의 남자들이 혐한류 책들을 읽고 있었다. 서점 직원에 따르면 1년 전부터 서서히 혐한류 서적 붐이 일면서 요즘에는 하루에 10여 권 정도의 혐한류 책들이 팔린다고 한다. 처음에 반짝 화제가 된 뒤에 주춤하다가 지난 겨울부터 매기가 일고 있다고 한다.

<만화로 보는 혐한류1, 2>(신유샤 간)는 `전후 한국의 발전은 일본 덕이다`,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월드컵 개최는 일본 덕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만화책들은 한국이 얼마나 일본을 싫어하는지를 그림을 통해 보여 줌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혐한류 논쟁, 반일국가 한국에 반박한다>.<혐한류 실천 핸드북 반일 망언 퇴격 매뉴얼>(다카라 지마샤 간)은 한국인들이 `억지 반일 주장`을 하면 반 항목별로 분류해 반박하는 논리를 만들었다. 한국 문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해서란다. 논리적 대응이라고는 하지만 전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허황되기 짝이 없다. 한.일 문제를 잘 모르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이런 류의 책들을 호기심에서 읽는다면 `한일 영원한 동반자`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만 탓하기에는 우리도 너무 오만하거나 대책 수립에 게을렀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의 연예인을 찾으니까 거기에 마냥 도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장삿속에 지갑 열기에 너무 골몰하는 건 아닌지. 지난 13일 도쿄에서 막 오른 한국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러 왔다는 일본 팬의 주장이 귀에 쟁쟁하다.

"한국 모 배우의 팬클럽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회원 가입비가 무려 14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번 뮤지컬 공연은 오케스트라를 동원해도 11만 원을 넘지 않는다. 가까이서 얼굴 한 번 보고 노래 몇 곡 듣기 위해서 모이는데 14만 원씩 한다는 건 좀 너무한 게 아닌가."

강인형 기자 <yhkang@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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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03-10

책을 사는데 지출한 비용도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도서구입비로 쓴 돈을 1년에 100만원까지 소득공제 해 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17명의 의원이 서명한 이 법안은 “서민들의 도서구입비 부담을 줄이고 독서문화 진작은 물론 침체에 빠져 있는 국내 출판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발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부가 세수(稅收) 부족 우려 때문에 각종 소득공제를 축소해가는 흐름이라서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법률로 시행될 지는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채택될 경우 도서 판매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혜경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최근 직원들의 도서 구입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등 책을 읽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세제 혜택까지 더해지면 커다란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이 법안에 환영과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이 법안은 한국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너무나 빈약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도서 구입을 장려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의미가 더 커 보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한 가구당 월 평균 도서구입비 지출은 1만397원으로 전체 소비 지출(204만 8902원)의 0.5% 수준입니다. 1997년 2억1231만 부, 4조 793억 원까지 커졌던 출판시장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지난해(1억1965만 부, 2조6939억 원)까지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서울 사간동의 출판문화회관 외벽에는 ‘책을 읽으면 행복합니다’라는 대형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추진이 행복한 사람이 더 많아지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선민 출판팀장 [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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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2006-03-03 18:40]
눈앞의 작은 유혹을 자제하고 ‘성공을 위한 기다림의 중요성’을 다룬 성공학 입문서 《마시멜로 이야기》는 지난해 11월 출간 이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0주 이상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경제경영서로는 드물게 전통적 독자층인 30대 직장인 이외에도 20대와 10대 젊은 독자를 중심으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동기부여와 자기계발의 진정한 의미가 담긴 이 책은 3월 신학기를 맞은 학생들과 사회 첫발을 내딛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선물로 꼽히고 있다.

한경BP는 《마시멜로 이야기》의 50만부 돌파를 기념해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오는 6일부터 31일까지 한달간 Yes24, 인터넷교보, 인터파크. 알라딘에서 독자 사은 이벤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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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6-03-03

[한겨레]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87’은 지고 ‘97’은 뜬다. 여기서 87은 민주화의 원초적 체험인 1987년의 6월 항쟁, 97은 세계화의 원초적 체험인 1997년의 외환위기를 말한다. 87의 정서는 오로지 정상이나 중심을 향한 외길이었지만 97의 정서는 비록 오솔길일지언정 자기만이 만족하면 되는 길이다. 그것은 삶의 방향성이 아니라 삶의 무늬를 추구한다. 그리고 그 무늬는 매우 섬세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영화다. 영화시장에서는 <쉬리> 등장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동막골> 등 분단과 전쟁 그리고 민족주의를 다룬 영화가 연이어 등장하며 전국민을 역사적 ‘경험의 공동체’로 만들었다. 그러나 2005년 연말에 개봉한 <태풍>은 초특급 블록버스터 영화였음에도 관객 420만 명에서 막을 내리고 저예산 영화 <왕의 남자>가 전인미답의 12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왕의 남자>는 한마디로 세대마다 자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초점 영화다. 작년에는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로맨스 판타지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19세기와 21세기를 넘나드는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 <궁>이 인기다. 하지만 두 유형 어디에서도 진지한 ‘구라’는 찾아보기 어렵고 가벼운 ‘수다’만이 넘친다.

출판시장에서도 ‘개혁적 열망’을 담은 책이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모모>(미하엘 엔데 지음)가 드라마에 몇 번 소개된 뒤 85만 부나 팔렸던 것처럼 영상과 결합한 책은 언제나 상종가를 친다. 20권이나 되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100만 질의 신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코믹컴 외 지음), <마법 천자문>(시리얼 지음), <코믹 메이플 스토리>(송도수) 같은 스토리 만화 시리즈들도 모두 400만 부를 넘겼다. 홈쇼핑에서는 150만원이 넘는 그림책 시리즈가 1시간 방영으로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 분야는 아무리 평단에서 주목받는 작품이라도 3천부 초판을 넘기기 어렵고 1만부 넘는 작가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인문서 또한 1천 부를 넘기기 어렵다.

외환위기 직후만 해도 우리 사회의 담론은 ‘변화’였다. 변하기만 하면 나도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월급으로 먹고 사는 사람보다 자본운용으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양극화하면서 그런 믿음은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포기하고 경쟁사회의 어지러움증에서 스스로 벗어나려 하고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핑>(스튜어트 에이버리 지음), <배려>(한상복 지음) 등 지금 베스트셀러에 상위권에 올라있는 우화형식을 차용한 자기계발서가 대중에게 자기만의 길을 가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은 모두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을 다룬 책이나 특이한 이력의 삶을 가진 사람들의 감동적인 자전적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87’과 ‘97’의 세대교체는 물론 물리적 나이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소비자는 동일하지만 앞의 경험은 급격하게 잊혀지고 뒤의 경험이 강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지금 문화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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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6-03-03 16:12

[한겨레] 커버스토리

# 장면1

“제발 사흘만, 우리 책을 사흘만 진열해주세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통계를 보면, 2005년 한 해 출간된 신간은 전년인 2004년보다 무려 23% 늘어 모두 4만3585종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출판계에서는 지난해 나온 신간이 6만종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실제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 등에 하루 들어오는 신간 권수는 보통 2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간 매대 진열 하루살이 신세

‘책의 부흥’이 도래한 것일까? 정반대다. 출판사들이 신간을 내는 이유는 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마케팅 이벤트 등으로 포장하는 신간을 계속 내야만 조금이라도 책이 팔리기 때문에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를 타듯 경영하는 것이다.

너도나도 이렇게 신간을 쏟아내야 하다보니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다. 그래서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 복도에 새 책을 진열하는 매대는 매일매일 책이 바뀐다. 소형 출판사 사장들은 “제발 사흘만” 책을 놓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책이 밀려드니 대형서점들은 신간들에게 딱 ‘하루’만 서험기회를 준다. 이 하루 안에 팔리지 않으면 다음날 바로 빠진다. 책이 서점에 하루만 머무니 정작 독자들은 그런 책이 나왔는지 정보조차 얻지 못한다.

# 장면2

ㄱ 출판사 간부 아무개씨는 지난 연말 자신이 펴내려고 검토했던 프랑스의 입시 ‘바칼로레아’ 수험용 교양서가 대형 출판사인 ㄴ출판사에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놀란 이유는 ‘책값’ 때문이었다. 60~70쪽 안팎인데, 값은 6500원으로 찍혀있었다.

ㄱ출판사에서는 애초 이 책을 한 권으로 펴내내려 했다. 만약 냈다면 중고생용 책인만큼 값은 1만5000원을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ㄴ출판사는 이 책을 10여권의 시리즈로 냈다. 책값은 10여권 합쳐 9만원대가 됐다.

ㄴ사가 이처럼 비싼 값을 단 이유는? 최근 출판사들이 애용하는 ‘홈쇼핑’에 있다고 보는 것이 출판계의 중론이다. 보통 정가보다 50% 정도 깎아파는 홈쇼핑에서 팔 때를 대비해 매긴 정가라는 얘기다. 출간 1년 동안은 인터넷 서점에서 10% 이상을 할인해 팔지 못하지만 1년이 넘으면 역시 30~40% 이상 할인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이처럼 가격을 부풀리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 장면3

사회과학과 법학 관련 교재 시장의 쌍두마차로 수십년 흑자경영을 이어온 법문사와 박영사는 요즘 심각한 위기감에 빠져 있다. 아직 두 회사 모두 지난해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번 자리잡으면 가장 안정적인 출판시장이라고 불리는 교재출판계의 최강자인 두 회사마저 적자로 돌아설 처지가 된 것은 요즘 교재시장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 중견 교재출판사 대표는 “매출액이 최근 몇년 동안 해마다 10% 정도씩 꾸준히 줄어들어 이제는 2000년 매출의 절반 수준”이라며, “교재는 보통 1500부가 손익분기점인데, 요즘에는 500부 정도 팔리는 책들이 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터넷과 불법복사 이 두가지 때문입니다. 요즘 대학교 앞에 가보면 복사집이 한 대학 앞에 10곳이 넘습니다. 책 한 권 사서 여러명이 돌려 복사하지요, 인터넷으로 리포트 자료 다운받아 내지요, 아무도 책 안삽니다.” 교재업계가 추정하는 ‘판매되는 책’ 대 ‘복사되는 제본책’의 비율은 4 대 6. 시중에 유통되는 교재 콘텐츠는 복사본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교재 출판사 불법복제 몸살

지금 우리 출판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이 장면들은 모두 ‘정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비정상적인 장면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책값과 책유통을 둘러싼 환경이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바뀌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03년 2월27일 도입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이제 꼭 시행 3년을 맞았다. 그러나 애초 도입취지는 무색해지고 업계들의 비명소리는 점점 더 처절해졌다.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풍경들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로 불리는 가격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요즘 출판계 안팎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출판 및 인쇄진흥법 3년 “출판은 돈 놓고 돈 먹기”=3년 전 도입한 이 법안의 뼈대는 3가지다. 첫째는 변형된 도서정가제다. 출간 1년 이내의 ‘신간’의 경우 일반 오프라인서점은 할인을 못하며 온라인 서점만 10%까지 할인판매할 수 있게 했다. 출간 1년을 넘긴 구간들은 마음대로 할인할 수 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각각 불법복사와 ‘사재기’를 막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논쟁거리였던 첫번째 책값 할인 문제는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3년 전에 시행령을 만들 때 책 구매금액의 일부를 적립해주는 ‘마일리지’의 경우 출판계와 문화부는 구매금액의 2~3%로 제한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 자율에 맡기자로 이 안을 거부하면서 마일리지는 무제한 허용됐고, 결국 우려대로 책의 유통을 교란하는 현실로 나타났다. 현재 인터넷 서점 등은 구매가의 20~30%를 기본으로 적립해준다. 여기에 별도의 할인쿠폰을 준다. 출판사는 경품까지 보태주기도 한다. 정가 8500원, 인터넷 할인가 5950원짜리 책에 한 대형 출판사는 경품으로 시중가 2만2000원대의 화장품을 끼워주고 있다.

그 결과 출혈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몇몇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를 과점하게 됐다. 동시에 책값은 마케팅 비용과 할인예상 비용을 포함하다보니 엄청나게 올라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단행본 1권의 값은 샐러리맨들의 점심값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점심값과 책값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다수 출판사들도 손해-양극화만 심해져=이처럼 비정상적인 책값 구조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동시에 한 권이라도 더 팔자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출판사들도 건지는 것은 없는 형편이다. 날이 갈수록 동네 작은 서점들이 줄어들면서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요구에 점점 더 휘둘리게 된다.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힘을 빼앗기고 ‘납품업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납품가를 요구받다보니 책값은 올라갔어도 출판사도 남기는 게 없는 셈이다. 지난 2003년께만해도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에 넘기는 책 값은 정가의 60%에 육박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4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가 군소출판사들에게는 ‘심판의 해’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수만곳에 이르는 국내 출판사 가운데 20~30%가 올해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거대출판사들은 해마다 매출액 기록을 깨면서 성장하고 있다. 자본을 이용한 마케팅에서 애초부터 군소 출판사들이 상대가 되지 않게 된 덕분이다. 99년 단행본출판사가 처음으로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이래 4년만인 2004년 처음으로 최대 단행본 출판사 매출액이 300억을 넘었고, 지난해는 400억원대로 매출액이 뛰어올랐다.

“비현실적 할인 줄여 책값 현실화”

“도서정가제, 제대로 하자” 출판계 법개정 나서=출판 및 인쇄진흥법은 이처럼 책값을 안정시키고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로 도출된 것이었지만 그 3년의 결과는 더욱 악화된 현실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출판계는 다음달 말께로 예상되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정가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출협은 도서정가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할인과 경품 혜택이 두가지를 합쳐도 책 값의 5%를 넘지 않게 하는 방안과 △할인 5%와 마일리지 5%를 합쳐 모두 10%까지 할인하게 하는 두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할인폭을 줄이면 현재 부풀려진 책값이 현실화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아직 일반 서점업계와 온라인 서점업계와 조율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제2의 출판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소속 출판사 270여곳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여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 그동안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의견을 밝힌 적은 많았지만 정작 공동으로 의견을 낸 적은 없었다. 출판인회의 유재건 유통위원장은 “1차 조사로 의견을 모아 공청회를 열고 다시 공청회 결과를 더해 3월 중순까지 출판계의 공식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불법복사’를 근절하려는 출판계의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출협 강희일 정가제대책위원장(다산출판사 대표)는 “현 저작권법상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신고해야만 하는 친고죄로 분류된 불법복사를 비친고죄로 바꿔 상업적, 반복적 복사의 경우 출판사와 서점도 불법복제로 고발할 수 있게 하는 안이 법사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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