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6-04-01
대박 필자들 4가지 공통점
①나만의 전문영역 개척 ②틈새시장 철저히 공략
③고정독자 몰고 다닌다 ④출판사들 ‘특별 관리’
[조선일보 이선민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누구인가. 우리 출판계에도 새 저서를 출간하면 몇 만 부에서 몇 십만 부의 판매가 거의 ‘보장’되는 필자들이 있다. 대부분 열성적인 고정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의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들은 애를 쓴다.
명상 서적을 주로 내는 시인 겸 번역가 류시화(47)씨는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해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등이 밀리언셀러가 됐으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성자가 된 청소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번역서들도 수십만 부가 팔렸다. 또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등 류씨가 엮은 책들도 수십만 부씩 팔려 나갔다. 류시화씨는 “나는 독자들의 강한 잠재적 요구가 있는데도 출판사들이 잘 내지 않는 책들을 골라 펴낸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경제 경영서의 베스트셀러 저자는 공병호(46)씨와 구본형(52)씨다. 공씨의 저서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은 ‘10년 후 한국’(40만 부)이며,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세계’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등도 베스트셀러다. 자신을 ‘지적 사업가(intellectual en trepreneur)’라고 규정하는 공씨는 “강연 등을 통해 사회와 부닥치면서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구본형씨는 외환위기 이듬해에 펴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20만부 이상 팔려 나갔다. 그리고 뒤이어 펴낸 ‘낯선 곳에서의 아침’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등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도 1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최근 베스트셀러 저자로 떠오른 사람은 오지여행가 및 구호활동가 한비야(48)씨다. 그가 7년간의 오지여행 경험을 담아 펴낸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전 4권)은 모두 100만 부가 팔렸으며, 뒤이어 펴낸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20만 부) ‘중국견문록’(50만 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35만 부)도 잇달아 히트를 쳤다. 한씨의 책 세 권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세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 증대와 책이 지닌 교육적 의미 때문으로 분석되며, 독자층이 대학생과 20대에서 청소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분야마다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다양하다. 역사 분야에서는 ‘조선왕 독살사건’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등을 펴낸 이덕일(45·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씨와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방외지사’를 낸 조용헌(45·강호동양학연구소장)씨가 대표적이다.
또 한문학에서는 ‘미쳐야 미친다’ ‘죽비소리’ ‘한시미학 산책’의 저자인 정민(45) 한양대 교수, 미술 분야에서는 ‘50일간의 유럽미술관 체험’ ‘내 마음 속의 그림’을 펴낸 미술평론가 이주헌(45)씨, 신화 분야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소설가 이윤기(59)씨, 과학은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지은 최재천(52)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과학콘서트’를 펴낸 정재승(34)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등이 두드러진다.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출판사와의 관계에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원고를 넘겨준 후 출판사에 완전히 맡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종 순간까지 함께 상의하며 책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류시화씨 같은 경우는 전문 편집자 이상의 안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거의 전 과정을 책임지며, 공병호·정민씨 등은 출판사의 특성에 맞춰 저서들을 분산 배치하는 저자들로 꼽힌다.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거액의 계약금을 미리 받거나 인세를 많이 받는 등 금전적 이득을 중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호흡이 맞는 출판사들과의 파트터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관행은 거의 사라졌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한 출판사에서 여러 권을 잇달아 출간해야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대신 책의 제작과 광고 등에서 다른 필자들보다 더 정성을 들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선민기자 [ sm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