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저서를 읽기 위해 그 작품의 연대를 상세히 전하는 철학사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쓰고 보니 플라톤의 저작이 적잖게 소개돼 있는 것 같다. 플라톤 연구가로 유명한 박종현 선생이 서광사와 함께 플라톤 전집을 작업 중이신데, 그 작업이 별탈없이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플라톤이 출간했던 전집이 아직도 보존되고 있다. <변명>과 서간을 제외한 모든 저작들이 대화형식으로 씌어 있다. 플라톤의 저작활동은 약 50년간에 걸쳐 펼쳐진다. 오늘날 우리들은 하나 하나의 저작들을 연대순으로 상당히 정확하게 이 기간 내에 배열할 수가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청년기, 과도기, 원숙기 및 노년기의 것으로 구별한다.

 

청년기의 저작들 중에서, <라케스>는 용기, <카르메니데스>는 사려>, <에우티프론>은 경신, 지금은 <국가>의 제1권으로 읽혀지고 있는, <트라시마코스>는 정의, 그리고 <프로타고라스>는 전체적인 덕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이온>, 힙피아스 I과 II>, <변명> 및 <크리톤>도 이 시기에 속하는 것들이다.  모든 대화편들은 가치와 앎이라는 소크라테스가 제기한 문제들을 소크라테스의 방법으로 다루고 있으나, 이 모두가 다 끝까지는 해결하지 못하고 만 문제(아포리아=Aporie)로 끝을 맺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플라톤이 이미 자기의 최초의 시기에, 스승을 능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점차로 새로운 것을, 특히 <이데아론>을 주장하는 일련의 저작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과도기의 저작들이다. 이 시기에 속하는 저작들로서는, 우정을 논하는 <리시스>, 플라톤의 언어철학을 내포하는 <크라틸로스>, 소피스트들, 특히 안티스테네스의 괴변을 비웃는 <에우티데모스> 및 조그마한 <메넥세노스> 등이 있다. 이 대화편들도 첫 번째의 시실리아 여행 이전에 씌어진 것들이다. 그런데 <메논>과 <고르기아스>는 그 뒤에 씌어진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 두 편의 대화는 피타고라스의 영혼윤회설의 영향을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메논>에서는 덕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고르기아스>에는 소피스트들의 방법과 세계관에 대한 격렬한 고발이 담겨져 있다.

원숙기의 저작들은 세계문학의 걸작들로 손꼽히는 것들이다. <파이돈>은 죽음에 관한 대화다. 우리들은 감각과 감각적인 세계 때문에 죽는데, 죽음으로써, 정신, 즉 죽지 않는 영혼은 풀려나 이데아의 세계로 올라간다고 말하고 있다. <심포지온>(잔치 또는 향연이라고 번역됨)은 삶에 관한 대화다. 우리들은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파이돈>에서는 철학과 순수한 앎에 의해서라고 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에로스(Eros)에 의해서 우리들을 근원적인 아름다움과 영원한 가치의 나라로 올라가게 하라고 권하고 있다. 플라톤의 주저, 즉 10권으로 되어 있는 <국가 정체>(Politeia)에서는 정의가 본래적인 주제(테마)로 되어 있으나, 사실에 있어서는 인식론ㆍ형이상학ㆍ윤리학ㆍ교육학ㆍ법철학ㆍ국가철학 등 철학 저니체가 논해지고 있다. 올바른 것과 참된 것, 여러 가지 이상(理想)의 세계 등은 어디에서든 볼 수가 있다. 이렇게 해 놓은 이유는 우리들이 이런 것들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늘에는 임 원형이 있다. 그래야 착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그들 자신을 그것에 따라 형성해 나갈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략 374년 경에 <국가>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이 <파이드로스>인데, 이것은 엄밀하게 가려내는 기술에 관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주제만 보자면, 수사학(修辭學)에 관한 것 같으나, 실제론은 플라톤의 철학 전체를 요약해 놓은 것으로서, 플라톤 철학에 관한 가장 좋은 입문서이다. 그 다음이 <파르메니데스>인데 여기서 플라톤은 자기의 이데아론의 여러 가지 아포리아들에 관해 변명을 하고 있다. <테아이테토스>는 주로 인식론의 문제를 좇으면서, 헤라클레이토스, 프로타고라스, 안티스테네스 및 아리스티포스 등과 대결하고 있다.

 

 

 

 

 

367년 이후의 저작들은 노년기의 저작들로서, <스피스테스>, <폴리티코스> 및 <필레보스> 등이 있다. 여기서는 플라톤의 관심의 대상이 달라진다. 오직 <필레보스>에서만 가치의 문제가 한 번 더 나타날 뿐, 다른 곳에서는 논리적ㆍ변증법적인 문제들이 주로 다뤄지고 있다. <소피스테스>는 소피스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추구하고, <폴리티코스>는 정의(定義)ㆍ내포ㆍ외연ㆍ분류 및 구분 등의 관점에서 정치가가 무엇이냐 하는 것을 추구한다. <티마이오스>는 플라톤의 우주론이다. 이 대화편은 이후 수세기에 걸쳐 서구의 세계상을 형성하였다. 플라톤의 생활을 매우 잘 밝혀주는 제7서간은 아주 말기에 속하는 저작이다. 제일 마지막 저작, 즉 <법률>(Nomoi) 12권은 이미 플라톤 자신이 간행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읽고 있는 <법률>은 아마 오푸스의 필립포스가 편집한 것일 게다. 이 <법률>은 다시 한 번 국가를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이 노년기의 작품은 이미 <국가>가 가지고 있는 그런 철학적인 정열과 사변적인 비약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대신에 정치적ㆍ법률적ㆍ종교적 및 특별히 교육적인 규범들로 가득찬 자상함과 폭을 가지고 있다. "가장 깊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가장 생생한 것을 사랑한다." 이 시기의 저작들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노철학자의 생활경험과 원숙한 지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 플라톤도 훨씬 너그러워졌다. <국가>에서 부인들과 어린이의 재산을 공유하라고 하던 과격한 요구는 <법률>에서는 빼버리고 말았다. 기타의 모든 플라톤의 대화에서 말을 이끌어가던 소크라테스는, 노년기의 저작들에서는 차츰차츰 물러앉고 만다. <법률>에는 소크라테스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대화의 형식이 이렇게 바뀌는 것은 플라톤의 사상이 바뀌었다는 증후이기도 하다. 플라톤은 그의 스승을 너무나도 멀리 넘어서 버렸기 때문에 자기의 사상을 스승의 입에 담게 할 수는 없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출처 :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서, 이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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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 - 문명과 문명의 대화, 개정판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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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의 저항사



제목을 다소 특이하게 ‘약자들의 저항사’라고 붙인 이유는 이 책의 집필 의도이기도 하지만, 세계사를 하나의 관계사로, 그리고 하나의 드라마로, 하나의 전체로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그 사실 안에 숨기고 있는 힘의 원리를 드러내고,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을 정해준 것은 가장 매력적인 점이다.


사실 세계사는 힘의 관계사라고 할 수 있다. 역사에서 최소한 힘은 두 가지 의미로 전승된다. 힘이 있으면 상대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빼앗을 수 있다. 이것은 곧 힘의 유혹이다. 18세기 유럽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습격하여 일부는 식민지로 만들고, 일부는 물건을 팔기 위한 시장으로 만든 것은 제국들이 힘의 첫 번째 원리를 철저히 인식하였다는 말이고, 노회(老獪)해질 대로 노회해진 그들이 남긴 것은 내전과 독재, 민족 갈등, 종교 갈등 등 자국의 이익과 상관없는 결과이며, 한편으로는 그들이 부당하게 이익을 벌어들인 비용을 치른 결과이다. 지금도 서남아시아의 종교 갈등과, 아프리카의 독재·인종탄압, 곳곳의 끊임없는 내전 등은 철없는 가족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과 같이 제국주의가 타다쓴 빚을 피와 갈등으로 갚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제국주의가  이익을 얻는 방법이란 천박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그들이 100원을 번다면 그 100배에 달하는 부대비용을 나머지 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역사는 흘러왔다. 오늘날 세계의 불균형한 부의 격차는 이런 비효율적인 경제 운용방식의 반영일 뿐이다.


여기까지가 우리들이 배운 역사서의 내용이다. 무릇 힘이 있는 자들은 언제나 화려하다. 힘에 의해 자본에 의해 정치력에 의해 역사는 언제나 미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미화는 대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이 역사의 주인공은 아니다.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이하 ‘살아있는 세계사’)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나머지 ‘힘의 원리’를 세계사 곳곳에 반영함으로써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을 가려냈기 때문이다. 약자들의 저항사가 드러난다면 강자들은 한낱 약자를 단합하고 단련시키기 위한 트레이너로서 그 가치를 마감하게 된다. 괴롭힌 사람보다 괴롭힘을 이겨내 승리한 사람을 승리자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는 ‘제국의 보물창고’라는 이유로 피폐하고 고단한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들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힘’이 필요하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이 두 가지 힘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다만 그 힘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철저히 지배당하거나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



역사가 문학을 만났을 때



이 책의 특징은 본문과 어우러진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역사 속의 테마 기행’이다. 당대의 한 구성원의 입장에서 현실과 일상, 속내를 전한다. 시점(視點)을 달리하며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저술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한글맞춤법’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고 있다. 물론 그 적용이 너무 기계적인 경우(예컨대 조국을 의미할 경우 ‘우리나라’는 붙여 쓰는 것이 옳다)도 있었지만,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맞춤법·띄어쓰기 실력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사 교과서’에 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역사 면면이 하나의 큰 흐름 안에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기존 역사서의 나열식 구조를 탈피해서, 역사적 사실마다 인과의 관계를 형성했다. 이슬람 제국과 몽골 제국의 유라시아 정벌을 보여주는가 하면, 이슬람과 몽골 제국에 지배당한 국가들의 입장에서 그 사건을 다시 보고 있다. 하나의 사건은 각각 다른 입장의 경험자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면만을 조명한다면 역사가 드러나기 힘들다. 반드시 영광이 있으면, 영광에 희생된 자들의 사실도 언급해야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점에 대해서 적잖은 배려를 하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커다란 인과관계를 접하고, 세부 사실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역사는 진정한 현대사’라는 말이 있다. 시대와 현실에 따라 언제나 다시 읽혀야 한다. 다시 읽고 다시 판단하다보면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안타까운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사는 하나의 유기적인 생물체처럼 나의 마음과 현실 안에 헤엄쳐 다녀야 하며, 나는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영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나는 역사 위에 서 있기 때문이며, 이 역사를 누군가는 몇 번이고 다시 살펴볼 것이기 때문이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좋은 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특히 정신이 없어서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두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데 무리가 있었지만, 조금씩 틈을 만들어 이렇게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저에겐 즐거운 역사로 남게 되겠죠. 이 책을 읽으며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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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인 스포츠]웰빙은 걷기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스포츠도 웰빙시대.’

먹거리를 시작으로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웰빙 열풍’이 이제는 스포츠에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스포츠 개념도 변했습니다. 과거처럼 반드시 승부를 가려야 하고, 인간 한계에 도전하고, 직접 하기보다는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던 전통적인 스포츠 개념은 이제 풍요로워진 삶과 함께 ‘건강에 좋으면 최고’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체육과학연구원 교수진과 함께 독자 여러분의 삶을 건강함으로 인도해 줄 ‘웰빙 인 스포츠’를 주 1회씩 연재합니다. ‘웰빙 인 스포츠’는 독자 여러분의 건강 길라잡이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 첫번째 순서로는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걷기의 혁명’을 총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지난달 원주에서 뜻깊은 스포츠 이벤트가 열렸다. 국제걷기연맹의 공인을 받은 국내 유일의 걷기대회인 원주 국제걷기대회. 참가인원만 무려 3만5천여명에, 계층도 다양했다. 인간의 원초적인 운동이 마라톤에서 건강 달리기로, 다시 걷기로 옮아가고 있는 셈이다.

상식적으로 달리는 것이 걷는 것보다 몸에 더 좋을 것 같은데 ‘걷기 열풍’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걷기와 달리기를 구분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속도다. 시속 8㎞ 이상이면 달리기, 이하면 걷기다. 학술적으론 두발 중 최소한 한발이 항상 땅에 닿아 있으면 걷기, 그렇지 않으면 달리기다. 따라서 걷기는 하중이 뒤꿈치부터 바닥을 거쳐 앞꿈치로 전달되는 식(계란이 굴러가는 모양)인 반면, 달리기는 공이 바닥에 튀는 것처럼 엄청난 하중을 순간적으로 이겨내야 한다. 따라서 충격이 적은 걷기가 모두에게 알맞은 전천후 운동인 것이다.

걷기와 달리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체중·체지방 감소, 심폐기능 강화, 골밀도 상승, 면역력 향상으로 똑같다. 하지만 목표에 이르는 과정은 뚜렷하게 다르다. 운동 시작 전 걷기와 달리기 중 어느 것이 내 몸에 맞는지를 먼저 아는 게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달리기를 경주용 자동차에 비유하면 걷기는 일반 자동차로 칼로리 소모량은 걷기가 훨씬 적다. 그러나 기억해야할 점은 걷기와 달리기는 사용하는 ‘연료’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걷기는 지방과 탄수화물을 반반씩 쓰지만 달리기는 지방은 적게, 탄수화물을 많이 소비한다. 즉 체지방을 태워 굴곡있는 몸매를 만들며 체중을 줄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좋다. 걷기와 달리기를 1회 30분, 주 3회, 20주 동안 실시한 결과 걷기(13.4%)가 달리기(6.0%)에 비해 체지방 감소율이 두배 이상 높았다. 또 걷기를 1년 동안 꾸준히 한 결과 혈압을 무려 10㎜Hg 떨어뜨릴 수 있다.

몸에 가해지는 충격도 걷기가 훨씬 적다. 걸을 때 발목·무릎·허리에 가해지는 충격은 체중과 비슷하지만 달릴 때는 최대 4배까지 충격이 가해진다. 운동 중 혈관 넓이도 달릴 때 훨씬 넓어져 심장에 주는 부담도 더 크다.

잃어버린 건강한 몸을 되찾고 싶다면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당장 오늘부터 열심히 걸어보라. 걷기의 기적은 당신의 몫이 될 것이다.

〈성봉주|국가대표팀 육상 연구원 겸 한국걷기과학학회 부회장〉

 

 

[웰빙 인 스포츠] 내몸에 맞는 건강 걷기법은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 명의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밝힌 건강법이다.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게 낫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걷는 게 더 좋다는 뜻이다. 즉 좋은 음식이나 약보다 걷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것을 선조들도 이미 인정한 것이다.

2004년 미국에서 나온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인중 매년 15만명이 달리기 등 격렬한 운동으로 심장발작을 일으킨다.

반면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는 ‘1회 45분, 주간 4회 걷기 운동을 하면 음식물 섭취량과 상관없이 몸무게를 연간 8.2㎏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걷기가 그만큼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걷기만 한다고 효과를 볼까. 같은 시간을 걸어도 최대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그림〉.

걷는 속도는 시속 6~8㎞가 적당하다. 평상시 걸음의 속도는 시속 3.5㎞. 이보다 빨리 걸으면서 땀이 나고 숨이 차는 속도가 걷기 운동에 적당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걷기운동의 효과는 ‘강도 〈 시간 〈 횟수’ 순이다. 한두번 빨리 걷는 것보다 강도가 다소 약해도 오랫동안 꾸준히 걷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보폭은 키의 45% 정도. 1m70 정도의 사람은 1m(1m70×0.45)의 보폭이 적당하다. 보통걸음의 보폭(70㎝)보다 40% 정도 더 넓게 걷는 것이다.

발이 땅에 닿는 순서는 뒤꿈치→바깥쪽→새끼 발가락→엄지 발가락 순으로 옮아가는 게 좋다. 케냐 마사이족의 걷는 방법으로 관절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발바닥의 충격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발은 11자형보다는 밖으로 15~20도 벌어지는 게 좋다. 인체 해부학적으로 발이 밖으로 벌어지는 게 인간이 취하는 가장 자연스런 자세이기 때문이다.

걷기에 가장 적합한 심박수는 최대 심박수의 65%. 최대 심박수는 220에서 나이를 뺀 수치로 30세라면 220에서 30을 뺀 190이다. 30세가 걷기효과를 극대화하는 심박수는 최대 심박수 190(220-30)의 65%인 124다.

걷기의 하루 칼로리 소비량 계산법은 ‘체중(㎏) × (걸음수/1만) × 5.5’다. 예를 들어 체중 70㎏·키 1m70인 30세라면 보폭 1m(1m70×0.45)로 1분당 심박수 124(190×0.65)로 1만보를 걸을 경우 하루 385kcal(70 × 1만보/1만 × 5.5)를 소비하는 것이다. 일반인 1일 칼로리 소비량(2,500kcal)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영양 돌솥밥 한그릇과 맞먹는 수치다.

〈성봉주/체육과학연구원 육상 담당 교수 겸 한국걷기과학학회 부회장〉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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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담에도 좀 관심이 많습니다. 글쓰기를 할 때 속담을 활용하면 참 예쁜 글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는 전용된 사례, 잘못 쓰이는 사례 등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나오게 된 사연을 되짚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것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벽창호(?) → 벽창우(碧昌牛)



'벽창호'는 고집이 세고 무뚝뚝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인데, 역시나 '소'였군요.

「벽창우(碧昌牛)」은 평안북도 벽동(碧潼)과 창성(昌城)이란 곳에서 나는 대단히 크고 억센 소를 말한다고 하네요.

그냥 우리끼리 하는 말로 '이녀석, 벽에 창호지를 발랐나?' 하는 뜻 같은데,

창호지는 문에 바르는 종이인데, 벽에다 바르듯 무식하고 무뚝뚝하다고 몰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상상력을 동원해 보세요. 창호지를 한 번 바르면 바람도 통하지 않고 잘 떼어지지 않는 것에서 완고하고 고착된 사고방식을 비꼬는 방식으로 이해했으면 ‘벽창호지 군(郡)’이십니다.


우리에게 낯선 글자를 낯익은 글자로 만들어 버리는 우리 민족의 습성(인군(人君 → 임금, 백채(白菜) → 배추 등)에서 나타난 오역인 것 같은데, 누구 말마따나 '즐거운 오역'입니다.



알아야 면장질을 하지?, 배워야 면장이다 → 면면장(免面牆)


'알아야 면장질을 하지'라는 말은 공자의 어록을 모은 '論語'에 그 출전을 두고 있습니다.


공자보다 일찍 요절한 공자의 아들 鯉(리)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공자가 대청에서 쉬고 있는데 백어가 종종걸음을 하며 지나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자가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시를 공부하였느냐(; 女 爲周南召南矣乎) 하니

잉어가 머리를 극적이며 '아니 배웠는뎁쇼'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공자가 대답하기를

'사람으로서 이것을 배우지 않는다면, 마치 그것은 담에 맞대고 서 있는 거나 같으니라 이눔아!'(人而不爲周南召南이면 其猶正牆面而立也與인저)

*鯉 :잉어 '리', 자는 白魚; 공자가 득남하였을 때 벗 하나가 잉어를 선물해 주었는데 공자가 기뻐서 이름을 잉어라고 지었음

시 : 詩經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말하며 시경 최초의 두 편.


여기서 장면(牆面)은 담을 바라본다는 뜻이며 시를 배우지 않는다면, 마치 그것은 담벽을 향하여 마주선 것과 같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담 안 정원의 아름다움을 볼 수도 없어 전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면장질'은 곧 '免面牆(면면장)'의 약자로 '담만 멍청하게 쳐다보는 것을 면한다'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와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서 우리가 흔히 아는 面長(면장)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였는데 우리 속담에 '배워야 면장을 한다'는 뜻이 있으며 그 뜻인즉 '남의 위에 있으려면 배워야 할 것이니라' 하는 뜻입니다.


'免面牆(면면장)'을 아직도 잘 모르시겠다구요? 조카나 자제분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물어볼 때 ‘뜨끔’ 하는 기분이 들면서 제대로 답해주지 못할 때 마치 벽을 대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길거리를 걸어갈 때 처음 보는 외국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현란한 영어를 구사하며 뭔가를 물어볼 때 벽을 마주대한 것 같지 않나요? 이런 벽들을 면하는 방법은 열쒸미 공부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억지 춘향이(?) → 억지 춘양


춘양목(春陽木)은 경북 청송과 춘양 지방에서 나는 겉씨식물 구과식물아강 구과목 소나무과의 상록침엽 교목의 일종으로, 목재의 질이 우수해서 한옥 건축재 및 문 짜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춘양목을 사용한 집은 그 권세의 상징으로 여겼었습니다. 잘 아시잖아요. 옛날 양반들이 세를 자랑하는 방식을. 그런데 춘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남이나 기타 다른 지역의 권문세족 양반들도 자신의 집이 그 귀한 춘양목으로 만들었다고 우기고 다녔었나 봐요. 그래서 억지 춘양, 억지 춘양 하는 말이 나왔는데, 마침 ‘춘향전’의 ‘춘향’과 발음이 비슷해서 전용(轉用)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말을 할 때는 ‘ㅎ’자를 유난히 강조하시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비밀


예전에는 속담사전을 재밌게 보았는데, 신기하고 재미난 속담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요. 그 중에서도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더욱 즐거웠습니다.


근데 거기 '은행나무 격(格)이다'란 속담을 발견하고 이것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 모티브가 되기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은행나무는 자웅이주(雌雄異株; 같은 종류의 식물에서 암수의 구별이 있는 것. 은행, 잣나무 등)이므로, 서로 사랑하면서도 교섭을 갖지 못하는 남녀의 처지를 이른다


하고 써져 있던데, 영화의 스토리도 그와 비슷하니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떼 놓은 당상(堂上)이다


당상(堂上)은 삼품관(三品官)의 이름이요, 망건(網巾)에다 옥관자(玉貫子)를 달고 있으므로 전(轉)하여 옥관자를 당상이라 합니다. 옥관자는 정삼품 이상의 관리들만 차고 다닐 수 있으므로, 누군가 그것을 주워도 쓸 수가 없고 만약 쓴다면 바로 구속되어 중죄를 면할 수 없다고 보아도 되죠.


그래서 어떤 일이나 이뤄놓은 결과, 사물 등이 변할 리도 없고 다른 데로 갈 리도 없으므로 조금도 염려가 없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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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2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셨네요. 추천하고 가져갑니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정 기자님께 편지를 씁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다 보니 갑자기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감기 걸리진 않으셨죠.

 

바깥 출입이 잦은 직업이시기 때문에,

 

항상 '온도'를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오라,

 

정 기자님의 사진을 보고 턱까지 올라오는 시적 자극을 형상화시켜보고자,

 

정성들여 만든 그림에 몇 자 적어서 제 블로그를 좀 단장해볼까 하여

 

양해를 구하려고요.

 

원래는 시에 사로잡혀 학창 시절을 흘러보낸 문학청년에서

 

요즘은 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학원으로 내몰린 '서울사람'으로 변모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안타까워 책을 떼지 않으려, 세상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시'와는 원체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님의 사진과 글을 보고 있자면, '옛생각'이 나서

 

나도 다시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용기가 솟구치기도 합니다.

 

이런..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암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사용을 허락해주신다면 정성들여 글귀를 다듬고 언어의 정수를 골라

 

정 기자님의 그림을 욕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엉뚱한 제 글을 보아주셔서 감사하며,

 

이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12월 마지막 달의 첫날이라는 오묘한 곳에서..

 

정 기자님의 그림독자 오승주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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