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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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 천국의 문을 두드렸네….
“너는 누구냐?” 내게 물었지.
”이승에 사는 동안 제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당신께 여쭈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는 누구인가요?   -카비르    295p
 
   


달리트...
이 단어는 산스크리트어 dalit(쪼개지다, 으깨지다, 열리다)에서 유래하였다. 사회혁명가 풀레가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고통받는 불가촉천민을 지칭하였고, 바바사헤브 암베르카르가 달리트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소외된 계층을 대표하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달리트이고, 그들은 어떤 운명을 갖고 태어났으며, 어떻게 저항했고,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서술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들의 운명
인도는 BC1300년 전부터 아리안인의 침공과 함께 지배 이데올로기로써 카스트제도를 정착시켜 계급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그것을 각 계급에 내재화 시키는 것은 종교가 담당했으니, 힌두교는 윤회사상으로 차별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네 운명은 너의 업보다.’라는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깨기 위해서는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사관 만큼의 혁명성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집단의 문제이고 사회의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일이다. 이 책에 묘사되어 있는 계급화 된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적인 폭력과 차별, 그 생생한 삶의 현장은 끔찍하고도 지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웃카스트들은 그것에 순응하고 받아들인다. 이 부분에서 역사적 배경을 감안한 문화상대주의로 이해되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접점을 형성한다.

그들의 저항
그들이 처한 상황, 그들에게 필요한 인간적인 요구들…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교육에 기반한 계몽된 민중의 의식이 성장하면서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깨닫기 시작하는 과정이 이 책의 중반부를 이룬다.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기에 변화를 예고한다. 물론 그것은 ‘관념’에 머물지 않는 ‘실천적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저자와 그의 아버지는 암베르카르의 사상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몸으로 실천한다.
여기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간디의 사상에는 계급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달리트 운동의 지도자(바바사헤브 암베르카르)와의 정치적 갈등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정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의 독립만을 외쳤던 지도자와 계급의 독립을 외쳤던 지도자의 대립은 현재의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연상케 한다. 지배계층의 이해관계가 우선인가, 소외계층의 존립이 우선이냐…

그들의 변화
전통과 체제에 의한 희생은 늘 사회적 소수와 소외계층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승리하는 날은 오게 마련이다. 그것은 과거(전생)를 인정하고, 현실과 타협하여, 미래를 포기하는 것들로부터의 저항을 전제로 한다. 그들은 권리를 구걸하지 않고 쟁취하였다. 그들 자신의 존엄성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들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는 대부분의 종교와 사상 속에 녹아있다. 하지만, 실상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종교적 온갖 이해관계에 얽혀서 그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카스트 제도의 종교적 내세관처럼 순환적이고 항시적인 것처럼 우리를 옭아매고, 노동, 젠더, 신체적 정신적 장애, 사상, 물질적 빈곤 등의 부조리들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당연하게도 인정해버리는 ‘윤회적 체제' 인식전환의 필요성을 깨닫고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촉천민의 자전적 삶의 묘사에 머무르는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하여 그들이 보여준 위대한 승리를 우리는 목격해야만 한다.

신도 버린 사람들,
하지만 신을 버린 사람들
그렇게 자신을 찾은 사람들...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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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8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8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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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두 번, 여러 번 ‘책읽기 본능’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었기 때문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펼칠 때마다 늘 기대감을 갖게 된다. 언젠가는 한계효용에 다다라 지적유희가 권태로 바뀌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작이 아름다운 것은 그 끝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나는 그의 소설을 마지막까지 탐닉하려 한다.

소설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특정 작가에 연정을 갖지도 않지만, 가끔씩은 소설의 매력에 빠진다. 특히 정신 사나울 때. 건조 할 때. 침침 할 때. 타이 맛사지 같은 자극을 두피질에 공급하고 싶을 때… 등등등.
소설의 매력은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는 데에 있다.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책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작가의 상상과 독자의 상상이 빚어낸 ‘중간계’는 상호적일 수 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공급되는 정보와 지식이 아니기에 능동적이다. 세상 엿보기, 타인의 심리를 타고 차원을 넘나드는 재미 또한 빼먹을 수 없지 않은가.

이 소설 또한 기발한 상황, 치밀한 전개, 독특한 캐릭터들이 조합되어 몰입을 초래한다. 밤, 뒷골목, 검은 손이 연상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속도감이 넘친다. ‘生’케릭터들의 육성은 내이도를 공명한다. 대담함, 양아치스러움, 아니 저런 쿨한 모습까지…
어두운 세계 속의 다양한 군상들의 몸부림, 몸개그를 보다가 은근히 애정을 갖게 되는 절묘한 심적 변화는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작가의 도전적인 위트도 곳곳에 있다. 손가락을 대면 (지저분하게)덕지덕지 묻어날 것 같은 찰기 있는 유머도 여전하다.

책의 흥망은 몰입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경의 잔가지를 끌어 모을 수 없다면 어떻게 중간계를 빚어낼 것인가. 그래서 이 소설은 성공적이다.

비쥬얼이 활자를 압도하는 시대에 이 소설이 영화로 다시 태어난다면 두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한번은 촌스러워 보이는 여자를 데리고 가게에 나타났다.
내게 반한 주제에 대체 무슨 심리야. 은근한 미소를 머금으며 화장실 바로 옆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그 이후로 얼굴을 안보인다.
그렇지만 곧 나타날 것이다. 나보다 나은 여자가 어디 있어야지.”  3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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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1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데오 참 잘 나갑니다... 온다 리쿠도 그렇고.

이매지 2007-08-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어디서 보니까 히데오의 <오! 수다>에서 대마도를 언급하면서
여기는 일본땅이니까 영토권 주장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식으로 써놨다고 하더군요.
그 얘길 듣고 왠지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어요.
책과 작가는 별개지만 왠지 뭐;;

라주미힌 2007-08-1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마도가 일본땅인데 뭐가 잘못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매지 2007-08-1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러니까 작가는 우리가 독도에 대한 영토권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독도처럼 대마도에 대해서 영토권 주장을 하지 말기를 뭐 이런 뉘앙스

라주미힌 2007-08-1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니까... '오 수다'라는 책에...이런 글이 있긴 있네요.
"차량 라디오를 틀자 깨끗한 한국어 방송이 나왔다. ~ 이곳은 혼슈보다 한반도에서 더 가까운 곳이다. 제주도가 바로 옆이라 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영토이므로 영토권 주장은 않기를 바란다."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면 독도가 연상될 수도 있긴 하네요. 그런데, 독도를 직접언급하지도 않았는데 확대해석 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저자 나름대로의 유머라고도 보이기도 해요. 그만큼 한국에 가깝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ㅎㅎㅎ

영토문제는 한국에 '널려있는 우익'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라 감흥은 별로 없네요 :-)
저는 우익을 신뢰하지 않아요. 우익덜이 좀 어설프다고나 할까. 실질적인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 것.. 영해거든요. 바다는 내버리고 돌섬은 끌어안고... ㅡ..ㅡ; 할려면 제대로 하든가.
 
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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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는 꽤 됐지만, 하이드님 리뷰를 보니 쓰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정말 '리뷰는 필요 없'는 싱거운 단편집이네요.

더욱 놀라운 것은 침을 엄청 튀면서 칭찬을 쏟아내는 작품 해설....

같이 구입했던 '누군가'는 봉인되었습니다.

언젠가 봉인해제되던가, 중고책방으로 가게 될 것 같네요.

5줄 쓰느라 힘들군요.

 

이상, 성의 없는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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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SF 02 - 과학소설 전문무크 제2호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
행복한책읽기 편집부 엮음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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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잡지를 단지 네뷸러상 수상작 ‘슬픔의 산맥’(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이 읽고 싶어서 선택했다. 역시나 읽어볼 만한 작품이었다. 귀족 군정시대 같은 시대상도 꽤 괜찮은 설정이고, 사건해결을 해나가는 스토리 라인이 추리소설로서도 괜찮은 것 같고, 캐릭터 성향이나 태생적 배경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 잡지는 이게 전부가 아니란 사실 때문에 찾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
책의 전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창작SF(아주 짧은 단편)의 참신함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전부는 아니고…). 특히 신화와 진화를 접목시킨 진화신화(김보영)는 우리 전통신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독특하고 제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은 소재의 한계를 느끼게 해줬다. 어디서 영화나 만화로 본 듯한 느낌들을 지울 수 없다.

책의 부록에는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좋다. SF 장르를 논하는 글들… 출간되거나 출간된 책 리스트 목록, SF가이드… 특히 낯익은 이름 ‘박하영’씨를 만나게 되니 외계행성에서 지구인을 만난 것 같았다.
절판, 품절이 유난히 빠른 SF장르에 사명감을 갖고서 출판했는지는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가 망하지 않고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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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1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 행복한 일이 있는줄 알았어요.
 
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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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선형성은 과거라는 되돌릴 수 없는 차원을 등에 지고, 거의 모든 추억들을 아름답게 포장한다. 현재와 과거로 나뉘어진 시간의 간극에 보상이라도 하듯이 그리움은 애틋함으로 채워지고, 멈춰진 흑백사진처럼 각인된 그 시절의 그 느낌이 영원하리라 믿게 된다. 그래서 그것을 현실에서 되찾으려는 노력은 무모할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변질이라는 실망을 줄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상실이라는 아픔을 줄 수도 있으니까. 서로는 서로의 과거를 공유할 수 있어도 현재를 공유할 수 없다. 우리는 각각의 역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이 책은 공산주의 사상이 자본의 사슬에 철퇴를 가하던 그 때.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소녀들이 기다란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소녀시대로 이끈다. 사실 위험한 과거로의 여행인 것이다. 저자가 맞이할 현재는 기대와 다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소련의 침공, 동구권의 민주화, 유고 내전이 가져왔을 변화가 은근히 불안감을 준다. 소련의 무력침공, 전쟁이라는 참화 속에서 그들의 환경과 삶은 무참히 파괴되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자본의 물결을 타고서 타바리쉬의 대열에서 벗어나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반가운 친구들로 나타난다. 실망과 안타까움조차도 받아들이게 되는 친구인 것이다. 마치 나의 옛 친구들을 만나듯이 그 환희와 기쁨은 저자의 글솜씨로 부활한다. 그 감정은 개인에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겪었던 당대의 고민과 치열함도 함께 하게 된다.

민족, 국가, 사상을 초월한 프라하의 소녀들…
추억의 노트가 온전할 리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 소녀들의 이야기에 감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애정을 고민하던 소녀들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간도 환경도 침범할 수 없는 우리 모두가 함께할 영역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소녀여…
그대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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