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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 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우석균 지음 / 해나무 / 2005년 9월
평점 :
체게바라의 젊은 시절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를 다룬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면서 내 가슴을 사로잡은건 체게바라만은 아니었다. 그가 가는곳마다 다른 표정으로 다른 가슴으로 펼쳐지던 라틴아메리카의 풍경들... 그저 풍경이라기엔 너무나 아픈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있는 곳이건만 그래도 그 풍광은 아름답다는 말을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아름답웠다.
그 땅과 그 곳을 사는 사람들과 그 대지의 마음을 느끼고 싶다는 설레임.... 아마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 라틴아메리카를 음악과 함께 여행한다. 그저 유명한 음악이나 음악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 하지 말자. 노래 하나마다 라틴아메리카의사람들- 그가 백인이든 메스티조든 인디오든 -의 땀내음과 눈물이 배어있는 것들이다.
아르헨티나에선 드넓은 평원 팜파를 만나고 아르헨티나 이민의 역사를 본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인간에 대한 휴머니티를 잃지 않았던 메르세데스 소사를 만난다. 아르헨티나의 정치상황때문에 망명생활을 해야만 했던 메르세데스 소사는 신변의 안전이 보장되지도 못하던 시기에 귀국을 강행해 그녀를 기다리던 아르헨티나 민중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같이 온 음반에서 그녀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울 따름...
아르헨티나에스 메르세데스 소사, 유팡키, 탱고를 만난 저자의 발걸음은 페루로 향한다. 안데스 산지에 설움많은 인디오들의 삶이 아직 남아있는곳, 그래서 인디오의 음악이 아직 남아있는곳. 그들의 음악과 악기, 전설이 슬픔을 간직한 풍광과 펼쳐진다. 안데스그룹 인띠 라이미(이 말의 뜻은 제국의 안녕과 결속을 도모하고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잉까의 가장 중요한 축제인 '태양의 축제'를 뜻한다.)의 케나(안데스의 악기, 일종의 피리)연주곡인 슬픈 구름을 듣는다. 그 슬픈 케나의 음은 인디오들의 삶의 고단한 행로를 한때는 위로했을 것이며 같이 슬퍼도 해주었겠지... 머나먼 이 땅에서조차도 그들의 고단한 삶의 아픔을 느낄 수 있으니...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슴아프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면서 보게 한건 3장 칠레 이야기다. 칠레 순교자들의 광장에서 시작된 여행은 체 게바라, 아옌데, 네루다, 빅토르 하라를 만나는 여정이다. 군부 쿠데타에 의해 무너져간 칠레 민중연합정부의 최후의 순간들이 곳곳에서 음악과 함께 떠오르면서 그대로 우리의 80년과 오버랩된다. 아마도 내가 책을 보면서 흘리는 서푼짜리 눈물은 칠레에게가 아니라 광주에 바치는게 아니었을까? 오랫동안 잊고 살아 가슴의 열정은 사라지고 차가운 머리만 남은 내게 사는게 뭔지 다시 일깨우라 한다.
아마도 한동안은 이 음반과 책의 여운에 푹 파묻혀 지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