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를 리뷰해주세요.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
권진.이화정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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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소원 중에서 실현 불가능한게 하나 있다면 그건 다른 나라 가서 한 2년만 살다오는거다.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지만....
내 직업상으로는 노력만하면 일본쯤은 가능한데, 그 노력이란게 일본어능력이니 외국어라면 바보수준에 가까운 내 수준과 능력으로는 언감생신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제일 부러운게 남편따라 한 2년 나가게 된 여자들이라나? ㅎㅎ 

이 책은 역으로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와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도 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록이다.
아 그런데 제목에는 유감있다.
이 책에서 보면 미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코트디부아르, 독일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이 제목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
솔직히 내가 인터뷰이였다면 만들어진 책의 제목보고 황당했을듯....
아무래도 뉴욕이나 도쿄가 좀 세련되보이니 판매를 위해 제목을 이렇게 단 듯한데 솔직히 실망스럽다.  

자신의 나라가 아닌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그런 나라에서 산다는 것.
그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미국에서 온 작가 젠 아이비는
무리에서 떨어져 사는건, 이방인이 되어 사는 건 철저하게 자신을 지키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여기에서의 예를 들면, 한국인들은 내게 한국인이 될 것을 젼혀 기대하고 있지 않아요. 그런 부분에서 난 자유롭죠..........이렇게 자신의 문화 밖을 경험하며 살면 원래 자신의 문화를 더 상세히 인식하게 되요.
도쿄에서 온 아티스트 곤도 유카코는
일본에 살 땐 주로 자기와의 대화를 계속 했단 거지요. 그런데 외국에서 살면 자신보다는 외부에 관심을 가져야 하죠.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의 여러 면들이 자기 안에 들어오게 되지요......일상의 모습들을 더 자세히 관찰해 나를 발견하고,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를 생각하는 것이 오리지널리티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지요. 
얼핏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얘기의 다른 표현이다.
온갖 관계로부터 일정정도 자유로워지면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자유로워진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또 역으로 이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 잘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사라져가는 풍경들에 대한 아쉬움을 강력하게 표현하다.
내가 서울에 살지 않으니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대충 분위기만으로도 짐작이 가는 풍경들
지금은 재개발의 광풍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공간들 또는 이미 사라져버린 곳들
재래시장과 인사동, 홍대앞, 의릉산책길, 낙원동 뒷길, 북촌 등등...
우리들은 너무나도 익숙해 오히려 생활의 불편함을 말하는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
어쩌면 이건 당연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몇 번 안되는 해외여행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재래시장이었던 기억이 있다.
재래시장과 뒷골목은 언제나 그곳의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의 진짜 삶이 있는 곳이다. 

인터뷰이가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참 뚜렸했다.
대부분인 백인들이 한국사람들은 참 친절하다든가 오랫동안 사귀면 정이 많은 사람들이라든가 하는 말을 늘어놓을때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댄스강사 바또 브레이즈는 흑인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때문에 받은 상처를 얘기한다.
그는 한국의 문화가 어쩌고 하는 얘기를 할 여유가 없다.
다만 한국 사람들이 춤을 참 빨리 배운다는 얘기를 할 뿐.... 그는 여기가 참 힘든 일터이고 여건만 된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다.
어디에서 왔는지가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눈이 되고 그것은 그대로 그들에게 읽혀진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부분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인터뷰이의 선정에 좀 더 다양한 국적안배를 했다면 하는 것.
우리가 볼 수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더 많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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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6-1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은 희망 사항을 가지고 사는 1인입니다. ^^

바람돌이 2009-06-15 16:40   좋아요 0 | URL
글샘님은 외국어 능력 안되시나요? 님이나 저나 과목으로는 가능성이 충분한데 말입니다. ㅎㅎ

2009-06-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6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9-06-2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딱 1년만 ㅎㅎ
시험을 보고 갈 수 있긴 하더만 요즘 젊은 직원덜은 프리토킹이 가능하다고 하니 언감생심 2입니다.

바람돌이 2009-06-21 23:14   좋아요 0 | URL
외국어 영역 지진아가 접니다. ㅠ.ㅠ
저는 일본 아니라 아무데라도 좋아요. ^^
 
<100℃>를 리뷰해주세요.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80년 초등학교 6학년
뭣 때문에 안보던 뉴스를 봤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밥먹다고 우연히 눈에 들어온거겠지.....
하여튼 그날의 뉴스는 광주에 북한군이 들어와 전쟁이 났다는 거였다.
tv의 화면속에는 뿌연 먼지속에 돌멩이가 뒹구는 거리의 모습이 나왔고....
그날 밤 악몽을 꾸었다.
우리 동네에 북한군이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막 죽이는.... 너무 무서워서 울다가 깼던듯...
한 동안 어린 내 머리속은 광주처럼 빨갱이들이 우리 동네로 쳐들어오면 어쩌나 싶어 무진장 고민... 그리고 나는 책 속 영호처럼 그렇게 반공소녀로 컸다.

그 사건이 내 머리속을 다시 찾아온건 1987년 대학 1학년 광주사진전에서였다.
어릴 때 tv에서 본 화면이 잊었다 싶었는데 어느 구석에 숨어있었나보다.
그 때 그 뉴스가 바로 이거였어?
도대체 나는 뭘 믿고 산거였지?
세상이 뒤집어지는 아득한 느낌!!!
내가 배운 모든 것이 거짓으로 환멸로 뒤바뀌는 순간!!!
그렇게 광주는 나에게 부채가 되었고 원죄가 되었다. 흔히 386으로 지금은 비아냥으로 더 자주 불리우는 세대는 그렇게 광주에서 새로운 삶의 지표를 얻었다. 

그리고 이 세대의 학교는 더이상 교정이 아니라 거리가 되었다.
아니 학교교정에 도서관에 남아있었던 이들도 거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들은 거리에 나가는 이들에게 원초적인 죄의식을 느꼈고 그리고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주었다.
숨죽이고 경찰들 사이로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시위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순간
드디어 그 순간이 되면 모두 차도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는 순간 여기저기서 들리던 박수소리와 같이 거리로 뛰어들던 친구, 선배들. 거리를 가득 메웠다가도 그놈의 최루탄, 지랄탄, 백골단에 의해서 순식간에 해체되어도 그다음 장소를 다급하게 외치던 목소리들. 어김없이 다음 약속장소에 다시 나타나던 그들. 체포의 순간을 시민들의 도움으로 벗어나던 순간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끓는 점 100도씨다. 

책을 보며 눈물이 났다.
그래 누가 봐도 나의 눈물은 감상이다.
책속에서 박종철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회사원들을 향해 조소를 날리는 대학생의 말에 펀치를 맞아도 싼 그런 싸구려눈물이다.
나의 눈물이 싸구려인 이유는 작가의 말처럼87년 6월 김밥을 나르던 빈민들이 여전히 빈민이어서고, 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을 벌였던 노동자들의 삶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서이다.
또한 지금 용산의 철거민들이 여전히 울고 있어서이며, 비정규직의 한숨이 날로 깊어가서이다. 

그러나....



교도소에 갇힌 아들을 위해 목놓아 "엄마 여기 있은게 겁먹지 말어"라고 하는 저 외침에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쫒아내야 하는 교도소 경비를 서는 저 또다른 아들의 모습에 울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사회 아닌가?
모든 이가 싸구려라 치부해버린다 하더라도 나는 이런 눈물들의 힘을 믿는다.


책속 영호의 형 영진의 말처럼 변절자도 같이 울수 있는 때!
그런 눈물이 모여 물이 끓는다.
100도씨의 폭발을 만들어내는것이다. 
우리는 지금 몇도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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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06-13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 정말 뜨겁군요 :)

바람돌이 2009-06-14 22:19   좋아요 0 | URL
뭐 서평단 선정도서인 덕도 있고, 알라디너들 중에 최규석씨 팬도 많고... 그리고 저도 최규석씨 팬이라면 나름 팬이고...
근데 제일 중요한건 참 잘썼어요. 그림도 이야기도.... 그가 6월항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닌데도 오히려 겪은 세대보다 더 잘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오기 2009-06-1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옥분 여사가 나타난 장면마다 눈물이 마구 터지더군요~~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하는 책이에요.

바람돌이 2009-06-14 22:19   좋아요 0 | URL
어머니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죠? 거기다 민가협어머님들 생각하면 더더욱요.

꿈꾸는섬 2009-06-1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보아도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려냈는지......

바람돌이 2009-06-15 08:47   좋아요 0 | URL
6월 항쟁을 겪은 세대도 그렇지 않은 세대도 재밌게 감동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네꼬 2009-06-1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모여서 물이 끓는다는 걸 저도 믿어요. 아 바람돌이님, 이 리뷰 너무 좋으네요.

바람돌이 2009-06-15 16:41   좋아요 0 | URL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리뷰보다는 책이 비교도 안되게 더 좋아요. ㅎㅎ

행복희망꿈 2009-06-1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작가의 책 원주민에 이어서 이 책도 구입해야겠네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넘 멋진 그림도 보고싶구요. 덕분에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09-06-15 16:41   좋아요 0 | URL
전 대한민국 원주민은 연재때 봤던지라 구입을 안했었습니다. 근데 막상 이 책 보고 나니 전작도 사야되지 않을까 싶어졌어요. ㅎㅎ

글샘 2009-06-1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4거리에 바글거리고 독재타도...외치는 그림에서, 눈물이 콱, 솟더군요.
그때 백골단은 정말 무서웠는데요. ㅠㅜ

바람돌이 2009-06-15 16:42   좋아요 0 | URL
백골단 정말 무서웠죠. 걸리면 뼈도 못추렸잖아요. ㅠ.ㅠ
저 장면은 우리처럼 경험했던 세대에게는 눈물이 쏟아질 수 밖에 없는 장면 같아요.

짱꿀라 2009-06-15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거웠던 6월 항쟁, 다시 서울광장으로 촛불 들고 나가야 겠죠.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바람돌이 2009-06-16 08:47   좋아요 0 | URL
지금도 그렇죠. 아니 지금이 워낙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자꾸 벌어지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듯하니 최규석씨가 이 책을 단행본으로 다시 펴낸것 같아요.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이번엔 비극일까요. 희극일까요?
 
남미 인권기행 - 눈물 젖은 대륙, 왼쪽으로 이동하다
하영식 지음 / 레디앙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한 때 내게 보이는 세상은 참으로 단순했었다.
혁명이냐 반동이냐 그것으로 세상은 나누어졌었고, 그 흑백논리속에서 모든 사람은 내 편 아니면 적이었다. 적은 너무나 분명했고 그 적외에는 모두 현재의 동지 또는 잠재적인 동지, 즉 앞으로 내가 동지로 만들어야 할 사람정도?
근데 이런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면 참 편리하다. 그렇게 명쾌할 수 가 없다.
러시아 혁명, 베트남전쟁, 쿠바혁명, 산디니스타혁명 이 모든 것들이 동경과 열망의 대상이었으며 이들에 대한 비판은 아예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아니 비판받아야 마땅한 점이 보여도 그것은 적들의 농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 되곤 했다.
이런 이분법속에서는 내 안의 적은 보이지 않는다. 혁명세력의 과오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성과 인간 세계의 그 복잡다단함과 변화의 엄청난 폭은 그 시절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이건 내 20대 초반의 초상이다.
이런 이분법 덕분에 나는 늘 확신에 차있었고 늘 자신감에 넘쳤으며 그리고 헌신적일 수 있었다.
또한 그만큼 무지했으며 그만큼 독선적이었다.

내게 남미는 체게바라, 카스트로의 땅, 그리고 산디니스타의 땅이며 약간은 아옌데의 땅이기도 했다.
그들이 바로 남미 그 자체였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구성된 남미는 그저 내 욕망과 희망의 그림이었을뿐.... 현실은 아니었을게다. 
혁명 그 자체에 열광하던 20대를 지나고 이제 와서는 어쩌면 더 어렵고도 중요한 것은 혁명 그 자체보다다 그 이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혁명의 성공은 그저 생각일뿐 폭발의 순간을 지난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는 법은 절대로 없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참을성과 더 많은 결단과 더 많은 위험들 위협들을 건너야한다. 그리고 더 많은 새로운 탐욕들과 싸워야 하고......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권의 부패는 그래서 더더욱 충격적이며 혁명이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하게 한다.
체 게바라가 마지막을 맞이했던 볼리비아에 최근 좌파정권인 모랄레스 정권이 들어섰다.
그 자신 가난한 농민출신이면서 그 가난한 농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들어섰다. 그야말로 공산주의 서적에서 말하던 프롤레타리아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이제 볼리비아는 바로 토지개혁이 이루어질것이며 농민들이 가난에서 점차 벗어나고 점진적인 평등이라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아 여기서 바로 대답이 네라고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대답은 글쎄요. 아마도 쉽지 않을걸요이다. 미국의 간섭만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내부에 있다.
주요 지지층인 농민들을 위해서는 곧바로 토지개혁에 착수해야 하고 농업생산력발달 비용과 의료비등 각종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곧바로 기간산업의 국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전체 9개 주의 7개주가 급진적 개혁에 반대해 자치를 선언하고 떨어져나가는 상황에서 개혁이 과연 가능할까?
지주들, 외국인 투자자나 이민자들 그리고 그들의 뜻에 동조하는 중산층과 노동자들....
세상이 계급과 그 지향이 딱 맞아떨어진다면 세상의 혁명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으리라..... 

물론 내부의 계급이나 계급의식 그리고 물질적 욕망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당연히도 주변의 외세의 영향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니 그 주변이 미국이라고 하면 무시못할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이라 할 것이다.
태평양을 온전히 건너야 하는 이놈의 한반도에서도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자기 앞마당이라고 생각되는 중남미에서는 오죽할까?
마음에 안들면? 폭력, 살인은 당연한 수순이고 아르헨티나에 이르면 어린이유기까지 저지른다.
아르헨티나의 군부는 수많은 시민을 수용소로 끌고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행해지지 않은 아르헨티나 군부의 독창성은 임산부를 대하는 그들의 방법에서 이루어졌다. 임산부가 아이를 낳고 나면 임산부는 사라지고 아이는 군부 내의 여러 주요 인사들의 호적으로 입적된 것.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이런 발상이 가능할까?
그렇게 군부에 입양된 아니 강탈되어진 아이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람이 양부모라는 것을 알게된 이들은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르헨티나의 고통은 그래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마요 광장에서 여전히 실종자를 찾기 위한 그리고 학살자 처벌을 위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할머니들. 그들에게 아르헨티나의 고통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당시 학살을 저질렀던 군부의 인사들은 반드시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고서 학살을 저지른 뒤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 전체가 아무런 도덕성이 없음을 말해 준다.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산교육이라면 정의가 살아 있다는 점을 사회가 보여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미겔 드 쿠카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대로 우리 나라와 겹쳐진다. 친일파도 1980년 광주의 학살자도 심판대에 올리지 못한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정의를 가르칠까?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다는 오늘 날 20대를 말하는 말에 오히려 윗세대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런 일들을 보다보면 일종의 데자뷔를 경험하게 된다. 피노체트의 죽음을 슬퍼하는 칠레의 모습은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우리의 모습과 겹친다. 피노체트덕분에 경제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말까지 어쩜 그리 똑같은지....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지도부가 혁명의 성공 이후 부패의 길을 걷는 것 역시 낯익은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데자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남미든 아시아든 그리고 여기 대한민국이든..... 더 이상 세계도 인간이란 존재도 단순해보이지 않는 나이. 흑백 사이에 놓은 수많은 컬러들, 그럼에도 늘 진실은 있다는 것
무엇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게 할 것인가?
남미에서 아시아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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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6-1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의 고백록 비슷한 글이로군요.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요?

바람돌이 2009-06-12 14:13   좋아요 0 | URL
무슨 고백록까지.... ㅎㅎ
인간이란 참 이상해요. 저렇레 변절하고 혁명을 얘기하다 바로 돈과 권력에 폭 빠지는 인간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디선가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싸우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희망이라면 희망이겠죠.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공중그네의 이라부가 탐정이 되면 시라토리가 될까? (시라토리는 이 책에 나오는 탐정같은 인물인데 그렇다고 공식 탐정은 아니다. 이름도 길어서 말하기도 어려운 이상한 부서의 공무원이다. 그 부서라는 것도 사실 시라토리를 짜를려고 만든거고.... 그래도 바티스타 수술팀의 사건을 해결한 공으로 다음 번 소설에서는 뭔가 다른 직함을 가지고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중...)

엉뚱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고 아무한테나 비타민 주사를 놓는 대신 아무나 일단 들이받고 보는 건 다르지만... 아 그리고 이라부보다 좀 더 용의주도하구나 (근데 그건 당연한거 아냐? 탐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탐정역할이잖아...)
일본 소설에서는 이런 만화적인 캐릭터가 참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만화왕국이라는 일본의 분위기때문일까?
어느새 이런 만화적인 캐릭터에 같이 유쾌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내모습도 점점 익숙해져가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는 멋진 제목의 상을 받았다는데 솔직히 정말 미스터리가 대단한지는 별로 실감이 안난다. 별로 트릭이라 할 것도 없고 범인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그렇게 스릴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대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스터리가 대단하기 보다는 소설속에 나오는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모습과 심리가 즐거움을 주었다.
인물 하나 하나가 대단한 개성들을 내보이며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 범인이 밝혀졌을때 그의 정신병자적인 말속에는 분명히 인간의 내면에 잠재한 어두운 욕망을 보는 것 같아 섬찟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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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6-0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아요.바람돌이님 리뷰는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어요.ㅎㅎ

바람돌이 2009-06-08 02:04   좋아요 0 | URL
이 책 재밌어요. 전 나머지 시리즈도 쉬엄쉬엄 읽으려구요.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전 당연히 춤추고 있어요. ㅎㅎ

원각가 2009-06-0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라부가 탐정이된다면 시라토리가 될까 라는 상상이 재미있네요. 저도 공중그네 재밌게 읽었거든요. ^^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어요.

바람돌이 2009-06-10 23:06   좋아요 0 | URL
저도 다른 시리즈 읽어보고 싶어요. 이라부랑 시라토리랑 안하무인에 다른 사람 생각안하는거 그리고 속으로 은근히 엉큼한거 비슷해요. ㅎㅎ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어른도 가끔은 숨고싶다.
아무 말없이 나를 숨겨줄 어딘가
이유는 묻지말고 섣불리 이해한다 주접떨지도 말것이며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있게 해줄 그 어떤 곳
어른도 이럴진대 아이들은 얼마나 절실할까? 

그래 어쩌면 판타지가 그래서 필요할지도 몰라....
누구도 현실이 아니라 하지만 내게만 현실인 곳.
지침 몸과 마음을 잠시 누일 수 있는 나만의 공간 - 위저드 베이커리! 
그 공간이 신비하고 불가해할수록 상처받은 영혼에게는 더욱 더 어울리는 그 곳. 

그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는 아주 힘든 일이긴 하지만 그래 잘못된 선택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잖아. 거기다 상처받은 영혼을 내치지도 않고 그저 그냥 가만히 내버려둬주기도 하고...
때로는 어슬픈 위로나 대책보다 애정어린 묵인이 더 위로가 되기도 한단 말이다. 

그래도 이 책에서 아이가 처한 상황은 가슴이 먹먹하다.
그저 한 없이 끌어안고 네 탓이 아니야라고 읆조려주고 싶은 그런 맘...
오늘도 말 못할 고민과 상처들을 하나 둘씩 안고 피흘리고 있을 아이들에게 이런 곳 위저드 베이커리 하나쯤 내 맘속에 만들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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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6-0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어디서 봤더라....음
위저드 베이커리가 가상의 공간인가 보네요.
제 맘에도 만들어 두려면 책을 읽어야 겠죠? ㅎ

바람돌이 2009-06-07 02:12   좋아요 0 | URL
창비문학상인가 하여튼 작년에 완득이가 받았잖아요. 올해는 이 책이 받았다고 광고가 대단했죠 뭐... 완득이가 워낙에 베스트셀러였으니 그 후광을 염두에 든 듯한데 이 책도 꽤 좋아요.
위저드 베이커리는 판타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죠. ^^

꿈꾸는섬 2009-06-0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저드 베이커리, 저도 보고 싶었는데 바람돌이님의 평점으로봐선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9-06-07 02:13   좋아요 0 | URL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소설이 확실하게 발전하고 있다는걸 느끼게 해주던걸요. 완득이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재밌어요.

bookJourney 2009-06-0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아이가 처한 '현실' 때문에 책장을 덮은 마지막까지도 마음 한 켠이 불편했어요.
정말 바람돌이님 말씀대로, 상처 받은 아이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가 하나씩 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9-06-08 02:05   좋아요 0 | URL
아이가 처한 현실은 정말 끔찍하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저런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지를 생각하면 섬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