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즐거움>을 리뷰해주세요
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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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도 늙을텐데, 그리고 정년퇴직이란걸 하게 되면 그 이후에도 참 오래 살아야 할텐데 우리 그때는 뭘하고 살까?
이런 질문을 부부사이에 하게 되었다는거, 이건 우리가 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테다.
이 뭘하고 살까에는 노년에 대한 불안감이 서려있다.
평균수명만큼 살아준다 가정하고 하는 이 고민에는 20년이 넘는 그 긴시간을 어떻게 먹고 살까에 대한 불안감이 스며 있는게 사실이다.
이 책에서도 얘기하듯이 우리 세대가 노년을 자식에게 기댈 수 있는 세대는 아니지 않은가말이다. 그렇다고 자식에게 기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거나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건 노인 인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테고 나 역시 그 노인 인구에 숫자를 보탤터인데 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일터... 

솔직히 서평단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기뻤다.
나의 저 막연한 불안을 해소해줄 또는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노년의 나의 삶을 상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
또는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대한 특히 저소득층 노인 인구에 대한 어떤 대책들이 필요한지...
나아가서 자식의 사교육에 모든 걸 올인하면서 자신들이 직업없이 살아갈 노후 20-30년간에 대한 대비는 전무한 오늘의 한국 사회에 대해 뭔가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 말이다.
더구나 한국학의 대가라고 하는 저자의 약력과 얼마전에 독서에 관한 책까지 펴냈던 약력이 이런 기대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결론은 전혀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  

老라는 글자, 그리고 그 글자가 빚어내는 수많은 말들
노인 노년 노숙 노장 등등등...
그 말들에는 노인을 비하하고 늙음에 대해 두려워하고 조롱하는 말도 있는 반면 원숙하고 깊어가는 노년의 멋을 표현하는 말도 있다. 그것은 어느 세대에 가든 어떤 말이든 모든 것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면일뿐 老라는 글자 하나에 국한 된 것은 아닐테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 글자들에 대한 풀이를 통해 그저 바람직한 노년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풀이하고 있을 뿐 뭔가 특별한 노년의 삶에 대한 비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한편으로 저자처럼 적당한 경제적 여유와 옛 선비들처럼 낙향하여 안빈낙도 하는 사람이 알 수없는 수많은 노인들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별로 어렵지도 않은 그렇다고 두껍지도 않은 책이 그렇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건 결국 구체적인 공감이 힘들었던 때문이 아닐까?
혹시 내가 이렇게 공감이 힘들었던건 내가 아직 노인이 아니어서인지도 모른다는건 일단 여운으로 남겨두자. 그거야 말로 내가 노인이 되기 전엔 알 수 없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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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7-2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살뻔 했는데 말이죠~ ^^

바람돌이 2009-07-20 23:46   좋아요 0 | URL
글쎄요. 사람마다 책을 마음에 들어하게 되는 이유는 제각각이니... 그냥 제 기대와 다른 것이었겠죠. ^^
 
Banksy Wall and Piece 뱅크시 월 앤 피스 - 거리로 뛰쳐나간 예술가, 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다
뱅크시 지음, 리경 옮김, 이태호 해제, 임진평 기획 / 위즈덤피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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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피티라고 하면 그저 벽에 그린 그 낙서같은 그림이 다인줄 알았다.
그런데 뱅크시 이런 멋진 화가같으니라구... 

뱅크시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화가란다.
그런데 이 이름은 가짜이다.
책 앞에 보면 BANKSIDE 라고 벽에 쓰여진게 보이는데(뱅크사이드는 런던의 동네이름이란다) 그 명칭의 뒷쪽을 지워 BANKSY라고 그래피티해놓은게 보인다. 결국 지역이름의 변형이 이 화가의 이름이 돼버린건가? 

미술관은 부자들을 위한 공간일뿐 대중을 위한 진짜 미술이 될 수없음을 이야기하며 오늘도 동분서주 여기저기 쫒겨다니며 거리에 벽에 별별곳에 그림을 그려대는 뱅크시.
그리고 그의 그림을 지워대는 경찰과 공무원들.
심지어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놓고 나오는 화가라니....
이 정도면 기존 미술계가 잔뜩 열받을만하다.
지금은 유명화가가 되어 그의 그림이 고액에 팔리기도 한다는데 여전히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본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예술가의 창조력은 끝장이라나....  

이런 괴도루팡 저리 자라의 영국화가 뱅크시는 그럼 어떤 그림을 그릴까?



보기만 해도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그림이다. 죽어라고 그의 그림을 지워대는 경찰에 대한 선물이었을까?  당신들도 사실 이러잖아요? 이거 불법인거 아시죠? 그래도 대낮에 이렇게 사랑하고싶은 것처럼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을뿐이니 너무 그러지 말라구요... ^^
이걸 경찰에 대한 조롱으로 읽든 동성애의 보편성에 대한 주장이든 뭘로 읽든 그건 보는 자의 자유다. 어쨌든 즐겁지 않은가? 


역시 키득키득.... ㅋㅋ 벽에 쉬하시는 근위병이라니...
영국 왕실의 근엄성에 대한 풍자로 읽을까?  


무정부자의 마크를 벽에 그리는 병사들.
뱅크시의 그림에서는 전쟁에 대한 반대, 폭력에 대한 거부를 줄기차게 표현하고 있다.
살인장난감을을 가지고 노는 아기, 분홍 리본을 단 전투기, 폭탄을 안고있는 소녀 등.... 


또한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에 대한 고발도...
감시카메라 바로 코앞에다가 "너 뭘보니?"라니.... ㅋㅋ 


이건 영국의 전형적인 풍경화(콘스터블의 작품같은데 확인은 안 해봤다. 귀찮아서...)
하여튼 정말로 그림같은 이 풍경에 현대문명의 상징인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저 기발함이라니...
아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같은 풍경화를 변형시킨 아래의 그림을 보라 



18세기 영국의 이상향 풍경에 나타난 전투기
19세기 모네의 정원에 처박힌 쇼핑 카트기라니...
저 카트기의 주인은 당신인가 아니면 나인가? 어쩌면 저 전투기의 주인도 나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 자본의 농락에 다같이 미쳐가는 중이니까.... 


그래서 인류 본연의 마음과 삶을 잃지 않으려는 자에게는 쇼핑카트기는 공격대상이 될 수 밖에... 아니면 자본의 힘에 대항하는 우리가 저 창을 든 아프리카인인지도... 

뱅크시의 활동범위는 영국을 벗어난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집단으로 감옥에 가둬버린 그 말도 안되는 장벽 역시 그의 스케치북이다. 



그가 무엇을 전하려 하는지 다시 말할 필요가 있을까?
이토록 선명하게 그림이 말하고 있잖은가말이다. 

한편으로는 이토록 진지한 그가 한편으로는 또 지독한 악동이기도 하다.
그는 미술관을 조롱한다. 특히 유명한 미술관일수록....
그래서 가끔은 자기의 작품을 미술관에 전시하고 나온다. 몰래...
카트기를 들고 사냥을 가는 원시인을 그린 돌조각을 대영박물관에 슬쩍 두고나온다든가 하는...
그리고 라파엘로 풍의 여자초상화에 방독면을 씌운 그림을 같이 전시해둔다든가....
때로는 2시간만에 철거될때도 있지만 때로는 일주일씩이나 전시돼 있는 경우도 있다니 이것 역시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 

부디 그가 앞으로도 계속 자본의 힘에서 자유롭기를....
그리고 그의 멋진 작품들이 계속 런던의 벽에 세계 곳곳의 아픔이 있는 곳에 그려지기를... 
더더욱이 우리도 이런 멋진 화가 하나쯤 가졌으면...

뱅크시? 혹시 당신인가요?  

뱅크시의 홈페이지  http://www.banksy.co.uk/ 

마지막 그림 하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저 꽃이 다른 걸로 바뀌지 않을 수 있도록 누군가가 말귀를 알아들었으면 좋겠지만 글쎄.... 

우리의 지금은 저 손에 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들게 한다. 그건 참 슬픈 일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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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9-07-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덕분에 정말 좋은 그림 감상하고 갑니다. 그보다 더...마음이 살짝 들뜨네요. 저런 유쾌상쾌통쾌한, 재기발랄한 예술가라니. 그림 넘 맘에 듭니다. 마지막 그림도요...

바람돌이 2009-07-09 00:28   좋아요 0 | URL
이것 말고도 이 책속엔 정말 재밌는 작품이 넘쳐나더라구요. 전 홈페이지 즐찾 해놓고 때때로 들어가봅니다. ^^
 
<고뇌의 원근법>을 리뷰해주세요
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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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씨의 책을 처음 본게 <나의 서양미술 순례>였었다.
10년도 훨씬 전이다.
이 책은 내게 한국의 옛 미술을 벗어나 서양미술에도 관심을 가지게 해준 책이었다.
고흐니 르느와르니 하는 그림들이 전부가 아님을, 시대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미술을 내게 보여준 책이었다. 그리고 미술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관심도 같이 가져다 주었다.
이후 이 책 저 책 미술사관련 책들을 뒤지며 행복한 책읽기를 가져다 주었으니 내겐 가장 고마운 책 중의 하나랄까? 

두번째 나온 <청춘의 사신>은 디아스포라에 대한 서경식씨의 고민이 구체화되고 있던 시점에 나왔던 책인듯...
그런만큼 암울한 시대를 이방인처럼 살아야 했던 화가들이 대거 소개되었었다. 익숙하던 에곤실레나 뭉크, 모딜리아니를 다시 읽게 만들어줬었다. 
그리고 여기 <고뇌의 원근법>

올 초에 덕수궁에 들렀다가 한국근대미술전을 봤었다.
덕수궁을 한 2시간 넘게 둘러다녔더니 사실 좀 피곤한 상태였다.
그래도 그림이 좋았다면 피곤한게 대수였겠는가? 얼마나 맘먹고 간 서울 나들이인데...
1층의 그림들을 둘러보고 나니 그만 보고 싶어졌다.
옆지기가 자기가 애들 데리고 밖에 나가 놀고있을테니 나더러 마저 보고 오라고 한다.
그 순간 난 "재미없어. 그만 볼래" 이러고 그냥 나와버렸다.
왜?라는 옆지기의 질문에 "그냥 잘 모르겠어. 우리나라 옛 미술도 좋고 현대미술도 좋은게 많은데 근대미술들은 왜 이렇게 심심하고 재미없는지.... 여기도 유명한 사람들의 그림이 이렇게 많은데 하나도 끌리는게 없어. 다 심심해"
물론 2층에 갔으면 내 맘을 끌었을 그림이 있었을지는 알 수없는거지만 1층의 전시품만으로도 충분히 심심했었다.
그 때 잠시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워낙에 뭐든지 집요하게 생각못하는 스타일인지라 다음에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라며 나왔었다.

그런데 오늘 서경식씨의 이 책 서문에 참 멋지게 우리 근대미술을 평해놓았다.

한국의 근대 미술은 지나치게 예쁘기만 하다......예쁘다는 것은 보는 이가 그다지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루하다는 것도 된다. 미술도 인간의 영위인 이상, 인간들의 삶이 고뇌로 가득할 때에는 그 고뇌가 미술에 투영되어야 마땅하다.... 조선 민족이 살아온 근대는 결코 '예쁜' 것이 아니었을뿐더러, 현재도 우리의 삶은 '예쁘지'않다.

여기서 단박에 풀려버린 나의 심심함의 원인이라니.... 
아름다움의 기준은 그야말로 다양할뿐더러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미술의 심심함이라니...
나치 치하에서 에밀놀데의 그림은 풍경화조차도 아름답지 않다.
불길함이 가득한 붉은 색과 푸른 색들...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일수도 있고 당대의 풍경일수도 있는 색깔들... 이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예술은 색채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들... 

기독교 제단화의 형식을 그대로 빌려와 전쟁을 고발하는 오토 딕스.
예수와 성모마리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전장으로 떠나는 군인들, 시신들, 전쟁의 고통을 배치한 그의 그림을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위대하다.
형식에서도 내용에서도 이토록 전쟁을 강렬하게 고발함은말이다.
상이군인과 매춘부들의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그림들은 관람자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이런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지금 여기를 돌아보게 한다. 예술은 때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도 하지만 이렇듯 불편하게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예술은 그 자체로 시대의 증언이 되기도 한다.
펠릭스 누스바움이 나치 치하의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그의 그림속 자화상으로 보여주었듯이...
유대인증명서를 내보이는 자화상속 누스바움은 아무런 표정이 없는듯 오히려 극도의 불안을 표현한다. 표지로도 사용된 <사형복을 입은 자화상>의 군상들은 빠져나올길없는 죽음의 문앞에 선 인간들의 극도의 불안을 오히려 무표정속에 녹여내고 있지 않은가? 

불편한 예술은 우리의 기억을 되살린다.
잊지 말아야 한다고 늘 환기시킨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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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이유리.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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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술작품이 세상을 바꾼다고?
때로는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1970년대에 김지하의 <오적>이 1980년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
아 물론 여기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무슨 예술작품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구나...
하지만 이 책에 의하면 <인터내셜가>도 예술 작품이다.
그렇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예술작품이 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예술이 무어냐고 하는 아주 오래된 해묵은 논쟁을 들추고 싶지는 않다.
예술이 무어냐에 대한 해답도 결국 그가 자라고 배운 사회적 토양위에서 생성되는 의견이겠고 결국 그의 계급적 지향을 벗어날 수 없는 한에서 주관적일뿐이다.
여기 한 판의 전시가 벌어졌다.
위대한 예술이란 자고로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치관, 또는 잊지말아야 할 기억의 환기를 가져오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이 모여 세상이 바꾸게 된다는 전제하에 모인 한 판의 전시다.  

만인에게 알려진 예술품들도 다르게 보면 다르게 보인다.
원래 무언가를 본다는게 이렇게 가변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관적인 행위에도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마음과 눈길이 더 많이 모이는 것들은 있게 마련이다.
지금 나의 마음, 나의 현실, 나의 꿈을 더 잘 대변해주는 듯한 작품을 만나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런 마음과 마음들의 거대한 움직임을 가져왔던 역사의 걸작들이 이 한 권에 참으로 알차게도 모였다. 

여성화가의 자의식을 한껏 발휘했던 젠틸레스키, 프리다 칼로
시사만평 만화의 시초를 연 윌리엄 호가스, 한 발 더 나아가 국왕까지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던 오노레 도미에
열렬한 공화주의자였던 베토벤, 나폴레옹의 침략을 고발한 고야
프랑스혁명의 시대정신을 표현한 들라크루아
브레히트의 시 <예심판사 앞에 선 16세의 봉제공 엠마 라이스>와 함께 읽는 인터내셜날가의 이야기
새야 새야, 라쿠카라차, 소나무와 같은 민요의 힘............... 

이런 이야기들이 적절한 도판과 어우러진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제시된다.
기존에 알고있었던 이들의 작품과 그 배경 그리고 그것이 세계 역사에 끼치 영향을 같이 읽어가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이런 책의 재미는 내가 기존에 알고있던 인물이나 작품을 만나는 것 보다는 새로운 인물이나 작품이야기를 발굴하는 재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쉬잔 발라동의 근대미술에서 유명한 여러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했던 여성이다.

르느와르의 그림속에서 아리따운 소녀로 머리를 땋고 있는 그녀 쉬잔 발라동
하지만 그녀는 화가들의 모델로 만족하지 않았다. 

여전히 여성화가라는 존재 자체가 희귀대상이던 시절에 그녀는 모델을 서며 어깨 너머로 화가들의 작업을 보고 배운다.
그리고 스스로 화가가 된 그녀 쉬잔 발라동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러나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서양미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포즈, 하지만 다른 그림들처럼 그림 속 그녀는 그녀를 바라보는 화면 밖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방에 누워 그녀가 응시하는 건 누구일까?
그녀는 지금 자신만의 공간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 화면 바깥에서 누가 바라보든지 말든지 그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푸른 방>이란 이 그림속의 그녀는 쉬잔 발라동 그녀 자신이겠지.... 

우리 작가 최병수씨의 새로운 발견도 신선했다.
너무 유명한 <한열이를 살려내라> 걸개그림의 작가가 바로 최병수씨란다.
음 웃긴건 내가 <한열이...> 걸개그림도 <장산곶매> <새만금 장승 솟대>도 모두 모두 좋아하던 작품이라는 것, 근데 이 모두가 같은 사람의 작품이란 건 몰랐다. ㅠ.ㅠ
이 책에서 다시 발견한 최병수씨의 작품 


2002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리우+10 세계정상회의 행사장 앞에 설치된 얼음 펭귄조각 <남극의 대표> 

지구 환경문제를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하다니...
한눈에 반할 수밖에 없는 작품
이런 최병수씨가 지금 현재는 암으로 투병중이라니 그저 부디 부디 기운차리시고 건강해지시라는 말밖에는.... 

새롭게 만난 또 한명의 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

<세라 페라다의 금광>
개미처럼 사다리를 오르는 저들은?
금광의 노동자들.... 모두 금을 짊어졌지만 그 금은 절대 저들의 것이 될 수 없는 그 부스러기 하나도 그들 차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비참한 삶의 모습도 구경거리 또는 상품이 되는 오늘의 세계를 비판하며 자신이 찍고자 하는 대상속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마음에 카메라를 갖다대는 작가.
그것조차도 비판받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쾌적한 비행기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와서 몇군데 카메라를 펑펑 터뜨리고 떠나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영국의 뱅크시
아 정말 무슨 소설이라도 한 편 써야 될듯 괴도 루팡처럼 나타나 그림 하나를 남기고 사라지는 뱅크시
그의 벽그림, 그리피티는 보통 일반적으로 그리피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난폭할 정도의 과격한 색깔이나 음침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촌철살인의 유머감각과 비판정신으로 무장한 그리피티라니...
이 정도 되면 당연히 예술이다.
부디 영국정부가 그의 그림들을 잘 보존해주기를...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그리피티
벽 너머 푸른 하늘이라니.....
이 정도면 사람의 마음이 움직여야 정상인데 이래도 움직이지 않는 이스라엘의 마음은 뭘까?
역시 그림이든 음악이든 시대와 삶을 반영할때 그것은 걸작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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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9-06-2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살가도의 사진 몇장을 구매한걸로 압니다.

시립미술관 자료실에 가면 그의 국내 전시회때 비매품으로만 나온 꽤 두툼한 사진도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주제별로...광산, 난민촌..등등으로 사진을 구분했습니다.
아니면 바람구두의 개인홈페이지 사진편에 가도 십여장의 살가도 사진을 비롯해 그가 책으로도 썻던 디안 아버스-그녀는 디안으로 불리길 원했는데,일반적으로는 다이안 아버스로 하더군요-의 사진도 보실수 있을겝니다.

뱅크시의 그리피티는 제가 언젠가 배경화면으로도 썻었는데...책이 나와있지요 아마.

바람돌이 2009-06-26 13:34   좋아요 0 | URL
시립미술관 자료실에 살가도의 사진집이라... 잘 기억해두고 다음에 시립미술관 갈때 들러볼게요. 감사합니다.
뱅크시의 책은 어제 안그래도 도서관 갔더니 있더라구요. 그래서 냉큼 집어와 지금 잘 보고 있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09-06-2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금씩 읽어가고 있는 책입니다..
미술보다는 음악편이 더 흥미롭더군요 ^^
(제가 음악에 더 무지해서 그런듯 --)
언제나 저는 다 읽으려나~~

바람돌이 2009-06-26 13:35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래도 귀보다 눈이 좀 나은 편이라 미술이 눈이 더 가더라구요. ㅎㅎ
매일 한 편씩 음미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한데요. ^^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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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권과 도덕적 가치 회복을 위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얘기한 오바마
그러나 미국 상원은 압도적인 표차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예산안을 부결시키다.
이른 바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미국내로 옮길 때는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우려된다는 것. 

그렇다면 고명하신 미국의 상원의원들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며 걱정할만큼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이 있는 관타나모로 가볼까?
쿠바의 남쪽 끄트머리, 스페인에서 쿠바가 독립할 때 미국이 영구 임대, 그러나 쿠바의 혁명이후 쿠바 정부가 강력히 반환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주변에 지뢰밭을 만들며 버티기 작전을 벌인 곳.
지금은 클린턴정부때 지뢰를 모션센스로 대체했다고 하나 여전히 미국이 불법점유지인 곳.
적성국가 쿠바를 코앞에서 위협하면서 동시에 미국 내에 들이기 싫은 또는 껄끄러운 이들을 모든 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구속 수감할 수 있는 곳.
미국 영토가 아니면서 미국 영토로 만들어놓고 또 그러면서 미국내의 법률적용시에는 적용이 안되는.... 도대체가 관타나모라는 곳 자체가 말이 안되는 곳이란 말이다. 

이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9.11테러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세계의 보스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나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시킨다.
그리고 그 이후... 테러 용의자를 잡기 위해 뿌려진 현상금 전단 

"상상 못할 부와 권력을 잡으시오"
누구라도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을 신고하면 5,000달러에서 25,000달러를 준다는 것 

아프가니스탄의 연간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천문학적인 금액.
이런 전단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프가니스탄의 군벌들과 지역민들이 이 돈을 위해 사람들을 신고하기 시작했고,
더욱 더 크게는 바로 옆의 나라 파키스탄에서 현상금 사냥이 시작됐다.
파키스탄의 비밀 정보국은 미국의 공습이래 파키스탄으로 피난을 간 수천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미군에 고발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잡혀갔다.
아프가니스탄의 소아과 의사 무소비씨는 탈레반을 피해 12년간이나 망명생활을 하다가 탈레반 몰락 직후 조국의 재건에 기여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갑자기 체포된다. 그는 자신이 왜 미군에게 체포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70이 넘은듯한 노인 누스랏 칸씨도 자신이 왜 관타나모로 왔는지 모른다.
15년 전 뇌졸중으로 몸이 마비된 이 노인은 단지 미군에게 체포된 아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러 미군정 당국을 다녀왔다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이 정도의 노인이면 설사 평생을 테러리스트로 살았다 하더라도 인도주의에 의하면 석방되어야 할 노인을 말이다. 

이렇게 끌려간 이들은 누구도 재판을 받지 못했다.
그저 미군에 의해 체포되었고 미군기지로 끌려갔으며 근처의 수용소에서 갇혀 구타, 모욕, 성폭력 등의 고문를 고스란히 당해야 했다.
그들의 입으로 듣는 고문의 기억은 저절로 이라크에서 미군 병사들이 저질렀던 고문과 성적인 모욕과 폭력을 떠올린다.
미국인이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지 못하는, 그저 짓밟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해야할 벌레 또는 그 비슷한 것으로 인간을 취급하는 미국
끊임없이 계속되는 성적인 학대(성기를 끊임없이 면도칼로 그어대는...)에
"대체 이짓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라는 질문에
미군은 " 내가 아는 한, 그건 단지 너에게 모멸감을 주려는 거야. 네가 여기를 떠나도 흉터는 남을테니 결코 잊지 못하겠지. 그래야 미국이 원하지 않는 짓을 한다는 것에 항상 두려움을 가질테니 말야."
 아 고문을 하는 미군은 이렇게 자신을 합리화하는구나....
미국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는 저항하는 것들은 다시는 그런 생각 자체를 못하게 두려움을 가지도록 할 것이라니....
누구나가 이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고문을 하고 모욕을 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심층에는 아마도 모두가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으리라.....
이정도 되면 절대선 미국앞에 나머지 모든 기타 등등은 절대악이리라... 

이렇게 고문과 모멸로 인간의 영혼을 짓밟으면 이제 관타나모행이다.
구속영장도 아무것도 필요없는 수용소.
부당한 구금에 반대하는 어떤 행위도 인정되지 않는 곳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는 강제 음식투여로 답하는 곳.
자살했다고 발표한 이들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면서 사인파악에 유용한 일부 신체 장기를 없애고 인도하는 곳.
변호사와 만날 때 조차도 쇠사슬로 그들을 묶어두는 곳.
설사 테러리스트라 하더라도 이런 대우는 부당하다.
적어도 미국이든 이 나라든 헌법에는 그렇게 되어 있다.
미국땅이 아니면서 미국땅이라고 우기는 곳, 그러면서도 미국 국내의 기본법조차 지키지 않아도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곳 그곳 관타나모에 인간임을 거부당한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형제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 여성, 법률가 지방생인 한 여학생으로부터 나온 기록이다.
불평한 하지 말고 진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부당한 것을 위해 어떻게든 싸우고자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을 위해 작은 무엇이라도 해보겠다고 나선 이 당찬 여성덕분에 관타나모의 오늘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형제인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용기에 감사를... 그리고 제발 관타나모의 억울한 이들에게 자유를, 또한 미국의 제대로 된 사과를... 그리고 관타나모 기지의 폐쇄와 함께 나아가 관타나모 땅이 쿠바에 돌려지기를....
돌려받아야 할것은 많고 갈길도 멀다.
그 머나먼 길을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미국은 이제 거꾸로 돌아가던 길에서 제대로 방향을 틀었을까? 두고볼 일이다. 

뱀꼬리 - 저자의 행동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신뢰에는 우려가 먼저 든다.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그녀의 집안을 생각하면 그녀가 미국사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환상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
하지만 환상은 언젠가 깨질터이다. 부디 그 때 그녀가 너무 충격받지 않기를... 관타나모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닐 수도 있음을... 미국 내 수많은 빈민들과 이민자들, 불법체류자들, 유색인종들의 문제에 대해 미국이 과연 민주적일까? 부디 그녀의 눈이 관타나모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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